퀵바

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99,693
추천수 :
2,582
글자수 :
751,747

작성
15.10.11 00:04
조회
498
추천
7
글자
10쪽

월묘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오빠. 설마 카이센은 아니겠지?"

"카이센은 아니야."

녀석들은 자기 구역에 들어오는 낮선이를 반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카이센 이었다면, 공호가 폭포를 넘었을 때부터 이미 달려왔을 것이다.

월묘는 긴장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았다.

그때였다.

쿠웅!

동굴 전체가 울리는 무언가의 충돌.

쩌저적, 그 순간 공호는 지체 없이 월묘를 얼음으로 둘러쌓아 보호했다. 놀라운 반응속도다.

'뭔가 온다.'

동굴 깊숙한 곳부터 울리는 이 진동.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발로 지진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것 같았다.

'높이는 대략 3m. 거대한 몬스터는 아니다.'

공호는 앞으로 나아갔다.

전력이 아님에도 1초만에 5km를 주파한다.

"크르르."

동굴은 나아갈수록 넓어진다. 끝까지 나가지도 않았음에도 천장의 높이가 20m까지 올라갔다. 그 널찍한 장소에서 마주친 하나의 몬스터와 마주쳤다.

동굴 벽 주변에 하얀 알들이 끈적한 액체에 묻어나 고정되어 있었다. 진득이 떨어지는 하얀 액체. 고치는 꾸물거리며 힘껏 징그러움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 알들을 보호하기라도 하듯 으르렁거리는 우린각.

놈의 크기는 동굴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여왕개미와 같은 구조인가.'

어째서 폭포주위에 우린각이 모여들어 있었는지 이해가 되긴 했다. 그다음 공호의 심정은 월묘가 대변했다.

"뭔가 조금 부족한 느낌인데?"

그랬다. 저 녀석이 전설 속의 몬스터라기에는 뭔가 조금 부족했다. 물론, 일반 레스토의 눈에는 A급 실력자의 능력도 전설로 남을 만큼 괴물이긴 하지만... 마을 사람이 떠벌렸던 것과는 약간 괴리감이 들었다.

공호가 현란한 솜씨로 단도를 꺼내 들었다.

"자, 잠깐! 나를 살려줘. 나를 죽이지 마."

"오빠, 저 녀석 말을 할 줄 알아..."

말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녀석을 죽여야 하는 입장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멍청하게 무작정 저지르고 후회하는 것보단, 혹여나 물어는 봐야 했다. 또옥, 공포스럽게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동굴을 울린다.

"눈을 고치는 영약을 갖고 있어?"

놈은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 그가 올 거야! 그가 온다고!"

말이 안 통한다.

공호는 단도를 들고 앞으로 한 발자국 걸었다.

"아.. 제발."

싸한 기운이 감돈다. 개의치 않고 한 발짝 더 밀어 넣었다. 탁, 공호의 발소리가 싸하게 동굴 전체에 울린다. 섬뜩한 느낌에 월묘는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급격히 덮쳐오는 공포에 비명을 질렀다. 순간 월묘는 본능적으로 공호에게 축복을 걸었다.


-소박한 달의 축복이 깃듭니다.


-달의 축복이 지속되는 10분간, 모든 능력이 60% 상승합니다.


-달과 밤에게 영혼을 팔아치운 자. 흑미호에게 달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10분간 모든 능력이 추가로 60% 더 상승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어디선가 망토 펄럭이는 소리가 울렸다.

"으어어어! 사, 살려줘! "

월묘는 겁에질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월묘의 동공이 급히 수축한다. 차가운 땀방울이 그녀의 목을 타고 흘러내린다. 서늘한 바람이 목에 맞닿는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손을 뻗어 월묘를 보호하는 공호. 망토 펄럭이는 소리는 더욱 고조되며 동굴천지에 울려 퍼졌다.

"한 번만..."

거대 우린각의 몽골이 쫙 말라붙기 시작한다. 마치 메말라 갈라지는 황야처럼 피부는 쫘자작 갈리며 말라들었다. 비명을 지르는 우린각의 입술이 두개골에 달라붙도록 말라버린다. 우린각의 그러한 모습은 공호조차 기분이 나빠질 정도다.

공호는 덜덜 떠는 월묘의 두 눈을 손을 얹어 막았다. 보면 안 될 것을 본 월묘가 두 손을 사시나무 떨듯 부르르 떨었다.

싸아아.

차가운 기운이 감돌며 생성된 얼음 의자에 월묘를 앉혔다. 공호는 손을 저어 월묘를 얼음으로 감싸 올렸다.

그사이 뼈와 살이 엉겨 붙은 고깃덩어리가 부들거렸다. 한 낫 고깃덩어리가 된 우린각. 찰싹, 고깃덩어리가 땅에 떨어진다. 차가운 어둠이 동굴을 가라앉힌다. 화악, 벽에 걸어 두었던 횃불이 살며시 꺼져든다. 박쥐들의 날갯짓이 동굴을 통과한다.

검은 안개가 스멀스멀 바닥을 기었다. 그 사이로 검은 형체가 안갯속을 걸어 나온다. 찌걱, 고깃덩어리가 밟혀 터져버린다. 검은 형체의 귀족 정장에 피가 튀긴다.

터벅터벅.

"으응. 이거야 원. 역시 미천한 축생은 아무리 숙성시켜 봤자 향락이 되지 않는군요. 그렇게 굳어버린 피라니."

펄럭이는 망토. 희고 고급진 얼굴. 미약한 빛을 반짝이는 오른쪽 눈의 외안안경. 격식 차린 귀족의 정장을 갇힌 그.

"그나저나, 여기서 밤의 주인을 만날 줄이야. 저주받은 여우라니. 이거 정말 보기 힘든 분인데 말이죠. 반갑습니다. 저는 드리안 카르베르센. 베르센이라 합니다."

그가 말할 때마다 보이는 뾰족한 송곳니까지.

"밤의 귀족. 흡혈귀죠."

기분 더러워지는 말투였다. 격식을 차렸다기엔 심각하게 어색하고 느글거리는 말투. 분위기는 시커먼 녀석이 말투가 저러니 영 보기 좋은 꼴은 아니었다.

심장이 차가워짐을 느끼며 공호는 온 육감을 저 녀석에게 집중했다.

스르르륵, 싸늘한 그가 안갯속에 스며들었다. 그 순간까지도 여전히 동굴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날 뿐, 고요하기만 하다.

공호의 뒤에 안개가 올라온다. 안개는 아무런 기척 없이 베르센으로 변한다. 베르센이 공호의 목을 손등으로 스쳐 만진다. 목을 타고 스륵 내려가는 그의 손.

팟, 그제야 눈치채고 팔꿈치를 뒤로 빼는 공호. 그러나 믿기지 않는 악력으로 베르센은 공호의 팔꿈치를 잡아내었다.

"이거 굉장한 데요? 상당히 아름다운 피부를 지니셨군요. 제가 봐왔던 웬만한 절세미녀 피부보다 좋다니. 사내 분만 아니었다면, 당장 목을 축였을 겁니다."

핑.

뒤에서 날아온 공호의 얼음의 그의 배를 꿰뚫는다. 하나, 그는 그대로 안개가 되어 버리며 공호의 앞에 나타난다. 그는 공호의 턱을 손으로 올려 강제로 눈과 눈을 마주한다.

"더럽다."

공호는 검은 안개 자체를 얼려버릴 셈으로 음의 마나를 퍼트렸다.

"성급하기도 하셔라."

놈은 이번에도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고 너풀거리는 안개로 변해 흩어진다.

녀석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 얼음. 녀석은 월묘가 안에 있는 얼음을 징그럽게 쏘아보며 말하였다.

"해치지 않으니 긴장 푸시길. 달을 놓치는 게 아깝긴 하지만.."

녀석이 공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찍었다. 저항했을 공호지만,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여지질 않았다. 음의 마나도 마찬가지였다.

드르르륵.

마치 뇌 속의 기억을 빼앗기듯 단편적인 뭔가가 저 녀석의 손을 통해 넘어갔다.

"으음? 흑미호보다 더 재미있는 귀환분이셨네. 과거의 그녀가 이렇게 세상에 나오다니. 허. 흑연호와도 만나셨네. 초록 꼬맹이가 애 좀 먹고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과거를 꽤나 끔찍하게 보내셨군요."

녀석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보이지 않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공호는 의식적으로 숨을 가파르게 들이쉴 수밖에 없었다.

공호는 집중했다. 세상이 느려진다. 뭉게뭉게 바닥을 기던 검은 구름이 움직임을 멈춰버린다. 공호는 그 느림 속에서 주먹을 뻗었다. 녀석의 얼굴을 향해서.

"너무하십니다. 살려준다고까지 했는데."

스르륵.

순식간에 녀석이 검은 안개로 변해 공호의 팔을 타고 등 뒤로 넘어갔다. 이 느린 세상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공호보다 빨리 움직인다.

베르센은 공호의 옷깃을 섬세하게 바로잡는다.

"저기, 달의 눈을 고칠 영약을 찾으러 오신 거 아닌지요."

베르센이 창백한 웃음을 짓자, 검은 안개는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검은 안개는 형태를 이루며, 색을 잃어간다. 모든 색의 극. 검은 색이 색을 잃으며 여러 가지 색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안개는 뭉치고 뭉쳐 인간의 모습을 가진다. 단도를 들고 있는 인간. 그 인간의 심장부근이 살을 투시하며 붉게 빛났다.

"저거. 보이신지요. 저게 그 영약이니 알아서 잘 쟁취하시길 빕니다. 참고로 저거 꽤 복잡합니다. 당신이 만났던 약해진 흑미호 보다 어려울 겁니다. 그럼. 위대한 밤의 주인이여."

싸르륵.

동굴 속에서 그가 사라져 간다. 어디로, 어떻게 갔는지는 공호도 짐작해 내지 못하였다. 주변의 숨 막힐 듯한 음기가 감촉같이 사라졌다. 끔찍하던 압박감이 스르륵 풀렸다.

귀신같이 그와 동시에 달의 축복이 꺼져버린다. 10분이 지나 효력이 다해버린 것이다.

깡깡.

얌전히 서 있던 인간이 두 단도를 비볐다.

쾅!

그가 단도의 등으로 땅을 치자 거대한 종유석이 떨어져 내렸다.

"아!"

충격에 짧게 터져 나온 월묘의 비명. 종유석은 월묘가 보호한 얼음을 향해 떨어져 내린다. 공호는 종류석을 두 손으로 잡아 뚝 분질러버렸다.

싸아아.

공호에게서 한기가 흘러나온다. 살기가 짙게 퍼린다. 차가운 분노가 동굴전체의 온도를 영하로 떨어뜨린다. 푸른 빛 섬광과 함께 공호의 손에 푸르스름한 단도가 나타난다.

쾅!

다시 동굴 벽을 치는 그. 종유석이 떨어지진 않았으나, 이번에도 겁에질린 월묘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명백한 놈의 도발. 녀석은 아무 말 없이 공호를 향해 단도를 까닥거렸다.

콰앙!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우와 두루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초 대대적 수정 완료 +2 16.01.16 498 0 -
공지 꼭 봐주세요. 필독! +5 15.03.28 1,788 0 -
121 EG +1 16.02.23 570 6 26쪽
120 EG +1 16.02.21 583 1 16쪽
119 EG 16.02.21 538 2 11쪽
118 EG +2 16.02.20 630 4 11쪽
117 EG +1 16.02.17 346 2 17쪽
116 EG +1 16.02.14 326 3 12쪽
115 EG 16.02.13 357 6 14쪽
114 EG +1 16.02.13 458 3 11쪽
113 EG +1 16.02.11 431 4 13쪽
112 EG +2 16.02.03 448 5 11쪽
111 EG +1 16.02.02 364 4 11쪽
110 EG +1 16.01.31 312 7 10쪽
109 EG +2 16.01.30 308 4 13쪽
108 EG +1 16.01.29 489 5 13쪽
107 EG +2 16.01.27 425 7 14쪽
106 EG +3 16.01.27 398 5 12쪽
105 EG +2 16.01.26 507 4 15쪽
104 EG +1 16.01.25 436 5 12쪽
103 EG +2 16.01.23 432 4 12쪽
102 EG +2 16.01.22 356 6 9쪽
101 EG +2 16.01.22 432 7 16쪽
100 EG +2 16.01.21 431 5 15쪽
99 EG +3 16.01.19 501 6 16쪽
98 EG +1 16.01.19 439 5 10쪽
97 EG +1 16.01.18 505 5 16쪽
96 EG +1 16.01.16 581 5 11쪽
95 월묘 +2 15.10.12 477 7 20쪽
» 월묘 15.10.11 499 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