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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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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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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3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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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G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공호와 론 에릭은 5일 밤을 꼬박 세었다.

"역시 적응이 빨라."

론 에릭은 수시 때때로 공호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때마다 공호는 사방에서 예고없이 튀어나오는 주먹을 피하려 온갖 신경을 집중했다. 그 결과 극히 드문 확률이 였지만, 포탈을 타고 넘어온 론 에릭의 진심이 담긴 펀치를 딱 한번 피해낸 적도 있었다.

"로버트의 결계는 예고없이 여러방향에서 나타 날 수 있다는 점에서 내 능력과 비슷해."

이런 식으로 소소하게 로버트가 가진 능력의 특징도 전투와 곁들어 알아나갔다. 공호는 어느 때보다 눈에 불을 켜고 뭐든지 해나갔다. 그 열기에 론 에릭은 불똥이나 튀지 않기를 바랜다.


론 에릭은 공호의 한계를 넘어선 적응력에 질려버렸다.

"이제 봐주려고 뻗는 주먹은 아예 반격을 하네."

공호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남들은 한달을 매달려서 적응하는데, 이 녀석은 오 분이면 충분했다. 론 에릭은 그게 정말 무서웠다.


초능력자와의 전투에 무엇보다 필요한 건 감각이었다. 공호는 론 에릭의 포탈을 몇 번 격고나서 그 걸 확실히 깨우쳤다.

급격하게 생긴 포탈에 주위 공기는 밀려가게 돼 있다. 그 순간을 어떻게든 잡아내면 반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로버트의 결계는 포탈에 비하면 감각으로 잡아내기 더 쉬울거야. 사람을 넣을 만큼 범위가 넓고 자유자제인 편이니, 공기의 유동이 확실해."


공호는 고개를 넘겨 옆에서 나타난 론 에릭의 주먹을 피한 다음, 튀어 나와 있는 주먹들을 밟고 하늘 위로 솟아오른다.

"로버트의 단점이 하나 더 있어. 결계의 크기는 조종할 수 있지만, 일단 한 번 소환하면 결계가 이동하진 못한다는 거야. 그래서 소환된 결계를 없엔 다음 결계를 재소환하는 식으로 응용하지."

론 에릭이 간간히 말하는 로버트에 대한 이야기는 공호의 감각을 확실히 일깨웠다. 이미 체험하고 있는 도중 조언이 다가오니, 더 체감되는 것이다.


땅에 착지한 공호에게 다가온 론 에릭은 말했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야. 로버트가 능력을 쓸 때마다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신체부위 있지?"

"어. 왼쪽 눈."

"오, 정확히 봤네. 그렇게 반응을 보이는 부분이 모든 초능력자인 경험자들의 약점이야. 그 곳엔 각성 코어가 심어져 있지. 그 코어를 빼낸다면 더 이상 능력을 못 써."

"코어..."

" 게다가 그 코어를 빼앗은 이는 코어의 주인이 쓰던 초능력을 그대로 물려 받을 수 있어. 초능력을 뺏을 수 있는 거지. 거길 노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왼쪽 눈을 내 주진 않을 테니까."

이건 흥미로웠다. 능력을 빼앗을 수 있다니.

공호의 팔이 후들거리며 쥐고 있던 단도가 청아한 빛을 내며 요동친다. 로버트를 잡을만한 단서가 늘때마다 온몸이 알아서 반응한다.

"도움이 되겠어."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모두 알려줬어. 이제 나한테도 알려줘. EG의 땅덩어리는 제주도 크기와 엇비슷해. 그 위를 결계가 뒤덮고 있고. 도대체 무슨 수로 로버트를 처리해서 결계가 없어졌을 때 EG를 구해내겠다는 거야?"

오고 가는 건 깔끔해야 한다. 경험자 사이에 찝찝한 구멍를 남겨놓는 다면, 그게 바로 블랙홀일 수도 있다.

공호는 기대찬 눈빛으로 기다리는 론 에릭에게 간단한 한 마디를 남긴다.

"얼릴거야."

"어... 하. 말을 말자."


론 에릭은 공호와 같이 EG 내 전용 거처에 포탈을 타고 이동했다. 그곳에서 공호는 론 에릭과 앞으로 할 행동과 작전을 의논했다. 한 시간을 의논하고 나서야 이야기는 끝이났다. 론 에릭은 밖을 나서려는 공호를 불렀다.

"로버트가 죽으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거야. 잘들어, 이건 전쟁이야. 1억 5천만 목슴을 갖고 놀고 있는 놈을 건들이는 짓이야. 나는 네 부탁대로 움직을 거야. 하지만 네가 로버트에게 정면으로 붙을 땐 난 개입하지 않아. 이 점 알겠어?"

"상관없어."

공호는 문 밖으로 사라졌다.


공호가 EG 안을 들수셔놓은지 단 5일 지났다.

EG는 상당히 어수선 했다. 지금 EG 내에선 백무단이 넓게 퍼져 순찰을 돌았다. EG 밖으로 나가는 포탈쪽에는 경계가 더욱 삼엄해져 있었다. 그곳에서 기웃거리는 개척자가 있다면, 무고한 사람이라도 베어버리며 공포분위기를 형성했다.

'D급 개척자들이 빠져나가는 걸 로버트가 눈치챘어. 결국 섬천 쪽도 꼬리가 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론 에릭은 5일 내내 공호와 같이 있었기에 알 재간이 없었다. 그렇다면 EG내에서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이는 로버트 밖에 없었다. 지익 쪽에서 S급 개척자 한 명은 EG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했으니, EG의 현 대결구도는 론 에릭과 로버트 밖에 없다. 그들의 대립은 천익과 지익의 대결 그 자체였다.


섬천 쪽도 이렇게 되면 어찌할 방도가 없다. 이제 이 모든 걸 뒤엎을 방도는 로버트를 처리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공호는 무엇하나 숨기지 않고 백무단이 지키고 있는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이런 세상에서 현대식 정장이란 어불성설이니, 그들은 검은 정장을 입고 다가오는 공호를 경계했다.

그 중에서 일전에 공호를 본 적 있었던 이가 외쳤다.

"녀석이다. 로버트 각하께서 잡아내라는 놈. 그 놈이야!"

그의 말에 수십명이 넘는 인원이 팔에 마나를 집어넣는다. 개의치 않고 걸어오는 공호를 향해 수십명의 백무단 인원이 달려들었다.


백무단이란 녀석들은 공호조차 인정할 정도로 강한 집단이다.

요 며칠 론 에릭과의 대결로 전신의 감각이 맹수처럼 돋아서 있는 공호다. 공호는 앞서 다가오는 놈의 검을 피하고 목을 틀어쥔다. 그 상태로 놈의 심장에 단도를 한 번 찔러 넣고 가까이 달려오던 놈들에게 몸을 던져버렸다.

로버트가 키운 것 아니랄까봐 역시 보통 A급 들과는 수준이 다르다.

뒤에 있던 놈들은 날아오는 시체를 가볍게 피하고는 공호를 향해 검을 찔러온다. 그 속도는 장난 아니였다.

공호는 아슬아슬하게 몸을 옆으로 돌려 피한다. 그 덕에 검이 넥타이를 스쳐 끌고 나온다.

공호는 빠르게 한 발으 내딪어 그들의 뒤에서 목을 그어 버린다. 단도에서 뿜어져 나온 얼음은 사정거리가 닿지 않는 녀석까지도 확실히 처리했다.

그러던 사이 벌써 코앞까지 다가온 한 놈의 칼질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한다. 공호는 놈의 명치를 무릎으로 찍은 뒤 그 반동으로 뒤에서 다가오던 놈의 얼굴을 팔꿈치로 뭉개버렸다.


'한 번에 끝내야 겠어.'

땅이 순식간에 빙결되며 얼음가시가 튀어나온다.

몇몇은 몸에 바람구멍이 나며 피를 쏟고 쓰러졌지만 공중으로 뛰어올라 피한 녀석들도 있었다.

공호는 그런 녀석들을 향해 단도를 두 세번 긋는다. 단도에서 뿜어진 반달얼음이 그들을 두도막 내고 날아가, 하늘 위 자주빛 결계에 부딪힌다.

공호는 유유히 포탈 뒤로 사라졌다.


#


폰은 로버트라는 사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웃는 것도 그렇고, 하는 짓도 그렇고 하는 부분마다 사이코끼가 철철 넘쳐나는 로버트를 보고 있자니 정내미가 뚝 떨어졌다.

그래도 4일동안 별 고생을 다 해가며 블러드 랜드를 건너 EG에 도착하니, 제 발로 튀어나와 결계 안쪽으로 안내해 준 것이 로버트다.


친절하긴 한데, 한 쪽으론 참 불안한 사내다. 폰의 곁에는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로버트가 소녀를 흘러볼 때마다 느낌이 기괴했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

그의 안내에 따라 EG내부에서 차 한잔 마시고 있었다. 일단 폰의 신분은 인간의 제국 고위귀족이었기에, 휴전상태인 지금 로버트가 폰을 건들일은 없었다.

"그... 찾아오신 목적이 무엇인지요."

로버트가 차를 홀짝이며 물을 때였다. 폰이 입도 떼기도 전에 문짝이 쾅 열리며 하얀 가면을 쓴 누군가 들어왔다.

"크, 큰일났습니다."

"왜?"

"포탈을 지키고 있던 백무단 일원 30여명이 당했습니다."

"걔네를? 누가?"

"... 찾으시던 공호라는 경험자인듯 하옵니다. 그는 30여명을 죽인다음 포탈을 타고 EG 밖으로 나갔습니다."

공호라는 말에 폰은 거한 반응을 보이려 했다. 허나, 곁에 있던 소녀는 그를 한번 툭 쳐서 제재했다. 폰은 금세 그녀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생각보다 지혜롭다.

'여기서 반응을 보였으면 일이 복잡해졌을 거야.'

공호는 분명 '포탈'을 타고 EG 밖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폰이 공호에 강한 반응을 보인다면, 로버트는 쉽게 밖으로 내보내 주진 않을거다. 상황상 공호와 이들은 적인것 같았으니.


"이거, 시기를 잘 못 찾아온 것 같군요.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아,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리 큰 일도 아닙니다. 하던 이야기 마저 하죠."

로버트는 옆에 있던 이에게 지시를 내리고 흥분을 가라앉히며 자리에 앉았다.

"저희가 EG에 들린 목적은 이렇다 할 것은 없습니다. 평화협정이 잘 유지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와 본 겁니다. 요즘 EG는 어떠합니까?"

폰이 보기엔 EG는 썩었다. 온갖 정신없는 사상과 겉잡을 수 없는 착취.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올라오는 몽롱한 마약냄새가 진동을 한다. 폰이 공기에 이상함을 느껴 차단하지 않았더라면, 마약냄새에 조금 찌들었을 수도 있다.

"하하하! 큰 문제 없습니다. 터전을 아직 다 못 닦아 조금 혼란이 있긴 하지만, 금세 해결될 문제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요세 귀국이 백성들이 갑자기 풍족하여 가난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폰은 딱딱한 미소로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의 말은 일종의 비꼬기였다. 경제가 아주 어려워지고 고위귀족들이 영주들이 영주민을 쥐어짜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작은 영지의 영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영지를 팔고 있는 현상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다. 일시적으로 돈은 얻지만, 영지를 판 건 크나큰 손해다.

이제까지의 대화를 대충 직역하자면, '너희랑 친해지고 싶을 마음 없으니까 EG에 간섭하지마'정도 된다.


몇 번의 말이 오고 가며 폰과 로버트는 서로의 의사를 확실하게 주고 받았다. 점점 노골적이게 변하는 그들의 언변속에 소녀가 입을 연다.

"저 위에 있는 결계... 단순히 초능력이 아니야. 뭔가 마법적인 것과 뒤섞여 있어. 그것도 봉인마법에 관련된 것."

소녀의 말에 로버트는 차갑게 반응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요. 아가씨."

"봉인마법 뿐만이 아냐... 마법은 아니지만 뭔가 또 하나의 요소가 있어. 정신적인... 결계가 진동할 때마다 미약하지만 파장이 생기며 소리를 내고 있어. 울음소리 마냥. "

"제 결계에서 울음소리라뇨? 재미있는 죠크였습니다."

폰이 보기에 소녀는 그 어느때보다 진지했다. 마치 사람 목슴이 달린 것처럼.

"자, 이쯤하고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EG의 의사는 잘 알겠습니다."

로버트는 손가락을 펴며 말한다.

"아, 참고로 EG의 전체의 의사는 아닙니다. 지익의 의사일 뿐."


로버트는 폰과 소녀를 밖에까지 나와 배웅했다. 웃으며 손흔드는 모습만보면 영락없는 아빠 아들 사이였다.

"결계 지나가겠습니다."

"예, 당연하지요. 지나가세요."

로버트는 폰과 소녀가 EG를 빠져나간 뒤 옆에 서 있는 백무단원 한 명을 쳐다봤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쉐이더가 따라 붙었습니다. 들키지 않고 미행할 것입니다."

"그래. 쉐이더라면... 뭐, 얼빵한 짓은 하지 않겠지."

정보탐색능력과 잠입능력 만큼은 따라올 자가 없어 로버트는 '쉐이더'라는 자에게 스토어에서 특별한 아이템을 선사했다.

로버트가 관심가질만한 정보는 여태까지 다 녀석이 가져왔다.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 저렇게 먼길을 온 사람들이 겨우 도발하려고 온 것 같진 않고...'

요즘들이 일이 꼬인다. 하루살이 같은 꼬마 경험자 하나 때문에 피해 본 것도 여간 아니다. 그 꼬마 경험자와 뭘 할련지 론 에릭은 5일이나 자리를 비워두고. 좀 안정될만 하니까, 갑자기 인간의 제국에서 거물급 인사가 EG에 들렸다.


로버트는 뒷짐을 지고 넓게 퍼진 EG 결계를 만진다. 결계는 손이 닿은 부위가 일렁이며 파문이 일었다. 밖과 직접 연결되어 결계의 온도는 수 백도일진데 로버트는 쉽게도 만진다.

'흠... 이 앞으로 한 걸음만 나가도 용암보다 뜨겁고 산을 베는 칼바람이 분 다라...'

로버트라도 아무짓도 하지않은 맨몸으론 버틸 수 없는 지옥이다.

'그 속에서 프레셔는 카이센을 때려 잡아 길을 개척했지.'

명불허전의 능력.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다.

'저 S급 실력자인 소년은 저 소녀를 보호하며 5일에 걸쳐 여기까지 해쳐왔고. 그 놈이 진심으로 덤빈다면 내가 지겠지.'


로버트는 결계를 부드럽게 쓸어만진다. 손이 가는데로 결계는 물결치며 자주빛을 강하게 뿜었다. 로버트는 결계에 입가를 가져다 대고 귓속말처럼 슬쩍 말한다.

"어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해?"

결계는 진한 자주빛을 머금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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