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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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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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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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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EG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론 에릭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신이 검게 일렁이는 악마가 된 공호에 놀라고, 순식간에 얼어버린 얼음에 또 놀랐다.

하지만 감정을 표하는 건 잠시뿐이면 되었다. EG를 보호해줄 얼음이 완벽하게 얼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로버트를 마구 두드러줘도 됀다는 이야기다!

'세상에, 공호야 고맙다. 공호 동생... 그래, 섬천이. 너도 고맙다. 재 팰수 있도록 도와준 애들 다 고맙다!'

론 에릭은 바로 포탈을 열고 주먹을 내질렀다.

퍽!

로버트의 늑골 두개가 가루가 되었다.

"으아아! 에릭!"

그의 비명은 처절했다. 그 이전에 있었던 광기스런 웃음소리보다 더 붉고 무서웠다. 사이코 패스의 비명소리에 담력이 약한 사람들은 귀를 막았다.

허나 론 에릭은 눈하나 깜짝안했다. 오히려 분노를 더 크게 불태웠다.

"끝났어. 다 끝났어. 내가 말했지. 내가 너 때릴 땐 죽일 때까지 친다고."

론 에릭을 정말로 살심을 담아 로버트의 얼굴을 내리쳤다. 결계가 겹겹히 나타나며 로버트의 얼굴을 보호했지만, 론 에릭의 손은 포탈을 타고 넘어가 로버트의 얼굴을 쳤다.

뻐억!

주먹은 로버트의 머리통을 끌고가 바닥에 내리쳤다. 쿠궁, 돌바닥이 무너지며 이 일대에 거대한 지진이 났다.

쩌저저적.

충격을 못이긴 땅이 저 멀리까지 깊게 갈라졌다.

"어어, 어어어!"

지진에 못이긴 공장 몇개가 굉음을 내며 무너졌다. 그 주위에 있던 눈치빠른 개척자들은 벌써 피한 뒤였다.

론 에릭의 모든 걸 담은 주먹이었다. 쓸수 있는 능력과 기력을 모두 끌어모아 단 번에 내뻗은 펀치였다. 흔히 말하는 영혼이 담긴 주먹.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오우..."

진은 눈을 크게 뜨며 탄성했다. 그건 여기 있는 모든 인물이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3년차 경험자란, 참으로 무서웠다.


로버트는 그런 공격을 맞는 그 찰나의 순간에 론 에릭의 발목을 걷어찼다.

콰득.

론 에릭의 발목이 옆으로 꺽여나갔다. 엄청난 힘이 발목에 쏠리며 론 에릭 휘청거렸다. 그 틈을 타 로버트는 언제꺼낸지 모를 장검으로 하단을 베었다.

파앙.

허나 론 에릭이 포탈을 열고 로버트의 손목을 처참비 부셔트렸다. 핏빛 장검은 땅바닥에 떨어져 갔다.

아니, 그들의 인지능력 속에선 검이 허공에서 멈춘듯 했다.

로버트와 론 에릭은 검을 사이에 두고 수천번의 손속을 섞었다. 하지만, 그런 후에도 검은 땅바닥에 닿지않고 조금 아래로 떨어졌을 뿐이였다.

론 에릭은 포탈을 열고 로버트를 마구 구타하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이 놈과는 손속을 섞이도 싫었다. 이 놈의 육체 능력을 파악하는 것도 지금 걸로 충분했다.


로버트는 끝까지 교활했다.

론 에릭에게 맞아가면서 사방으로 마구 몸부림 쳤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돌들이 개척자들에게로 튕겨져 날아갔다. 맞는다면 적어도 즉사다.

"넌 그래서 싫어. 이 음흉한 새끼야."

론 에릭은 날아가는 모든 것들의 경로에 포탈을 열었다. 그 포탈은 로버트의 얼굴과 연결되어 있었다. 날아간 돌들이 곧이 곧대로 로버트의 얼굴에 직격했다.

괴로워 몸부림치는 로버트를 론 에릭은 무릎으로 명치를 가격했다.

론 에릭은 때리면 때릴 수록 더욱 화가 올랐다.

"거짓말 까지 하고 있었어? 저 결계를 마음대로 없앨 수 없다고? 그런데 이 모든 사람들을 니 마음대로 주무른 거였어? 이런 망나니같은 놈!"

아무리 때려도 결계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건 로버트가 저 결계를 어찌할 수 없단 이야기다. 론 에릭은 쾌심하고 분통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지금이 너무 통쾌해서 등골을 타고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기분이었다.


"아파!"

로버트는 순간적으로 넥타이를 풀어 론 에릭의 두 손에 걸치고 한번 꼰다음 잡아당겼다. 론 에릭이 당황하는 사이 그의 뒤로 가 목 뒤로 넥타이를 당겼다. 그런다음 그 다리로 론 에릭의 다리를 꽉 조였다.

그들의 힘으로도 정장은 훼손할 수 없다는 걸 이용한 기술이었다.


이 상태로는 포탈을 연다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야! 너 진짜 끝까지 추하다."

"추해? 내가? 뭐가 어때서? 살라고 발버둥치는 게 뭐 어때서? 내 결계 속에 같혔던 놈들도 전부다 추하게 변했어! 뭐가 달라!"

"답도 없는 쓰레기 발언, 잘 들었다."

론 에릭은 뒷통수를 로버트의 얼굴에 부딪힌 뒤, 넥타이에 묶인 두손을 강하게 내렸다. 그러자 로버트는 유도동작처럼 땅에 내팽겨쳐졌다.

론 에릭은 살인자의 눈으로 땅을 발로 내리찍었다. 하지만 그곳에 로버트는 없었다. 땅을 굴러 간신히 살아난 로버트가 웃었다.

"추하다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멍청한 놈. 넌 나 바로 죽였어야 했어."


-5분 경과. 타겟의 효력이 나타납니다. 결전의 장소로 강제이송됩니다.


로버트의 몸이 사방으로 빛을 뿌리며 사라졌다.

그는 몸이 사라지는 직전까지 섬천을 바라봤다. 그 옆에서 공호의 몸도 빛을 뿌리며 사라져갔다.

"형님, 아버지... 부탁합니다."

아, 그렇지. 이 모든것은 아버지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였지.

섬천이 아버지라는 단어에서 망설임을 보였다. 저 말이 섬천에게 얼마나 애매하고 복잡한 말이었는지 공호는 알고 있었다.

"어, 갔다올게."

그러니 할 수 있는 말은 단지 이것 뿐이였다.


#


공호는 눈을 떳다.

주변은 어딘가의 결투장이었다. 마치 콜로세움같은 구조지만 모든 것들이 청색의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경기장의 가장자리에는 동서남북으로 푸른 색 크리스탈이 박혀 있었다. 크리스탈에서 퍼져나오는 푸른 빛들은 경기장 전체를 비춘다.


색은 있었지만 냄새는 없었다. 유색무취. 여긴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심심한 곳이였다.

드르르륵.

경기장안을 가로막던 푸른 색 철장이 위로 올라가며 끔찍한 소리를 내었다. 철장도 새것처럼 번들거렸다. 뭐 하나 녹슨 곳없는 장소였다.

철창 올라가는 소리는 공간 특유의 맹맹한 고요를 깨뜨려 귀가 따가웠다.

공호는 경기장 안으로 걸어나왔다.


장엄했다.


오로지 청색인 그곳에서 들리는 건 발걸음 소리 뿐이였다. 반대편에서는 로버트가 걸어오고 있었다. 론 에릭에게 당한건 여기로 오면서 치료됐는지, 그는 말끔했다.

그에 반해 공호는 사람의 형태가 아니였다. 전신이 검은 불꽃처럼 일렁였고, 손은 하나의 가시처럼 변했다. 온몸엔 붉은 문양들이 호피처럼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몸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황금빛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공호는 월묘에게 받았던 그 축복을 떠올렸다.


'-부족한 달의 축복이 깃듭니다.'


'-달의 축복이 지속되는 30분간, 모든 능력이 300% 상승합니다.'


'-달과 밤에게 영혼을 팔아치운 자. 흑미호에게 달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30분간 모든 능력이 추가로 300% 더 상승합니다.'


총합 600%에 달하는 거대한 축복이었다. 월묘의 힘은 이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엿한 동행자로서 말이다.

게다가 호귀화 모드로 2배 부풀려진 상태에서 받은 축복. 그렇기에 공호는 힘이 12배로 치솟았다. 이건 기적이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기적.


공호는 마저 칭호의 효과를 사용했다.


-바람을 밟는 자: 하루마다 10분 간 민첩을 30% 상승시킬 수 있다.


그리고 꼬리를 들어내 모든 능력의 10% 상승효과를 얻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였다.

본래있던 곳과 시간은 동일성으로 취급받는지, 밤이 되면 모든 능력이 전반적으로 올라서는 흑미호의 특징까지 발휘되었다.


공호는 온몸에 넘쳐흐르는 이 힘을 적응하기 위해 애썻다. 너무 강해져서,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했다. 공호의 미칠듯한 적응능력도 이것만은 쉽게 따라가지 못했다.

흑미호 때와는 달랐다. 그 때와 지금의 능력 상승 정도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니까.

허나 긴장을 풀진 않았다. 로버트도 여기에서 모든 수를 다 꺼내보일 터. 그는 경험자다. 이 한마디는 충분히 긴장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공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로버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칭호의 효과를 발동했다.

'여차해서 론 에릭에게 쓸려고 했으나... 시간을 번 것이 다행이었다. 덕분에 이렇게 요긴하게 써먹으니..'


-원한을 즐기는 결계사: 결계를 이용해 죽였던 모든 이들의 원한을 축적하여 일정시간 육체능력으로 바꿀 수 있다. 원한은 최대 10개 까지 축적가능하며, 원한 1개당 모든 능력을 5%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

현재 축적된 원한:10.


로버트는 모든 원한을 받아들였다. 땅에서 나온 붉은 기류가 그의 입속으로 들어가더니, 그의 눈에서 피눈물이 심하게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60분 동안 육체능력이 50% 상승합니다.


"음, 좋아."

어느세 경기장 중앙에서 마주친 로버트와 공호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공호군, 공호군. 공호군! 어쩌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을까? 자네가 한 발짝만 뒤로 물렀다면 서로 평화롭게 각자 누릴 거 누리렸을 거 아닌가. 난 자네를 이해할 수 없어."

"아들이 아버지 좀 찾으려니까, 별 거지같은게 막고 있잖아. 나도 이해할 수 없어."

로버트는 눈썹을 꿉틀거렸다.

그 순간 결계 한 겹이 공호를 감쌋다. 그 순간 공호의 몸이 짧게 진동했다. 마치 손 떨듯 제자리에서 가볍게 떨었다.

처엉!

그리고 깨졌다.

결계가 생성되는 순간, 아니 완성되는 순간도 못볼 정도로 깨졌다. 무너져 내리는 보랏빛 결계 조각 속에서 공호는 로버트를 눈을 치켜뜨고 노려봤다. 그 눈은 로버트 조차도 한 발자국 물러날 정도로 살벌했다.

"이런 맛에 당신을 포기하지 못하는 겁니다. 가족찾는 S급 개척자씨."


-'론 에릭'이 147,321,532 명의 개척자를 대표로 관전 자격을 신청하였습니다. 결정권은 '로버트'에게 있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까?


로버트는 생각했다.

'기회가 굴러들어 오는 군. 여기서는 얼마든지 날뛰어도 EG에 영향이 없어. 그렇다면 프레셔에게 받을 문책이 줄어들단 소리가 됀다. 이 장소에서 모두를 휘어잡을 수 있는 힘을 보여주는 거야. 그리고 공호의 능력을 빼앗는거지. 영웅을 죽이고 영웅의 모든 걸 빼았는다. 이거야 말로 저들이 충분히 무서워 하는 거 아닌가!'


-관전을 허락합니다. 147,321,532 명의 개척자에게 직접 상황이 전달합니다. 상황은 그들의 인지능력에 알맞게 조종되어 전달됩니다.


너무도 빠른 공호와 론 에릭이기에, 시스템이 알아서 느리게 보여준단 소리. 총알을 맨눈으론 못 보니, 슬로우 모션으로 확인하는 거랑 같았다. 역시 쿤답다. 대놓고 혈투를 권장하고 있으니.


거대한 관람석에 빛이 쏟아져 나왔다.

웅장한 빛은 형상을 이루며 점점 사그라들었다. 빛은 울렁이며 다양각색의 사람이 되었다.

EG의 개척자들이었다.

직접 온 것은 아니지만, 관람자격을 얻은 이들의 형체가 생겨 났다. 그들은 EG 안에 있으면서도, 그 안의 상황을 인지했다. 동시에 두 세계를 인지했다.

EG에서 일어서면, 관람석에 앉아있는 형체도 일어섰다. 환호성을 지르면, 형체도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경기장 안쪽으로 들어오진 못했다.

그곳엔 섬천과 론 에릭. 월묘와 진도 있었다.

공호는 그들을 쭉 둘러 보았다.

'저들 사이에 이제 우리 아버지도 있는 거야. 아버지...'

쭉 눈을 돌리다가 두루미 소녀도 보았다. 소녀는 두손을 꼭 모으고 기도하고 있었다.

'예쁜 여자. 쟤도 있네. 괜히 의식하게 된단 말이야...'

상관 없었다.


모두가 보고 있는 가운데, 경기장 하늘에서 남은 시간이 붉게 나타났다.

57:03

공호에게 남은 시간은 25분 정도였다. 호귀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월묘의 달의 축복이 없다면 로버트를 이길 방도가 없다.

그래도 웬만하면 5분안에 끝내야 한다. 못해도 25분. 그 안에 로버트를 이겨내지 않으면 이쪽이 되려 당한다.

하지만 공호는 알고 있었다.

이길 수 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제 지긋지긋해. 가죽이고 이젠 뭐고 필요없어. 요절을 내주마.'

'이제 지긋지긋해.'

단도는 필요없었다. 애초에 지금은 단도를 잡을 수 있는 손도 아니였다. 손가락 없는 손이 무언가 잡을 수 있을 리 없다. 하나의 렌스 처럼 뾰족한 손.

이 손 자체가 한 자루의 잘 벼른 단도였다.


쩌저저적.

로버트의 뒤에서 얼음이 얼어갔다. 거대한 가시같은 얼음에 로버트는 결계를 펼쳤다.

4중 결계.

'잠깐...'

얼음은 너무도 손쉽게 4중 결계를 뚫고 들어왔다. 로버트는 황급히 몸을 날렸다. 고개를 돌리자 공호의 단도가 얼굴을 향해 그어져 왔다. 로버트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퍼억!

그러자 공호의 무릎이 얼굴을 쳤다. 몸이 날아가며 휙 뒤집혀서야 로버트는 깨달았다. 죽을 힘을 다해야 겠다는 걸.


파아아아앙!

마치 공간조차 그들을 잡지 못한 듯, 뒤늦게 공기와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움직임 하나뿐만으로, 주변의 공기는 바람이 되어 수십 km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건 핵폭팔이 있을 때와 같은 현상이었다.

핵폭발이 일어날 때도, 그 폭압에 못이겨 그 일대엔 폭풍같은 바람이 몰아친다.

다만 다른게 있다면, 핵폭발이 내는 에너지는 한 순간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격이 한 번 뿐인가? 그들은 1초에 그런 에너지를 수십 만번이나 낼 수 있었다. 아니, 그보다 더 낼 수도 있었다.


그들의 위용은 개척자들에게 이런 대답을 하였다.

'우린 인간인가?'

아니다.

'과연 과학의 힘으로 저들을 넘어설 수 있는가?'

힘들다.

'그럼 우리가 문명을 재구축할 가치가 있는가? 그동안 지구에서 인간이 이륙했던 위대한 기술들은 저들에게 부정당하는가?'


#


쿤이 대답했다.

"글쎄?"


#


"몰라! 머리아파! 난 그냥 공호가 이겼으면 좋겠어!"

"나, 나도. 이제 보고 있는 우리도 힘들어. 살고싶어."

이런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여긴 올림픽이 아니였다. 커다란 함성같은 건 없었다. 그저 숨을 죽이고 공호가 이기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들의 대단함보다 공호가 이겼으면 좋겠다. 이젠 지칠대로 지쳐 머릿속에 만은 건 그 하나였다.


로버트는 날아가며 다리에 둥근 결계를 만들었다. 그는 결계를 박차고 공호를 향해 날아들었다.

결계가 이리저리 나타났다 사라졌다. 로버트는 그 혼란을 틈타 장검을 찔러넣었다.

'결계가 나타나면 공기가 밀려나며 공기의 흐름이 달라진다.'

론 에릭은 로버트와 싸울 때 이걸 이용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훈련까지 하였다. 공호는 론 에릭과 훈련했을 때의 감각을 잃지 않았다.

그 감각과 늘어난 능력이 합쳐진다.

공호는 결계들을 바람에 나풀거리는 촛불처럼 피하며, 로버트의 장검을 받아쳤다. 아니, 그것에 국한되지 않고 여유롭게 파고 들어가 로버트의 배에 손을 꽂아넣었다.

파앙!

로버트 등 뒤로 수십미터 가량의 공기가 부스터처럼 터져나갔다.

피을 쏟은 로버트는 당황해 하며 다시 덤벼들었다. 정신없이 결계를 소환하고 취소하며 혼란을 불러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배에 꽂혀 들어가는 손.

콰아아!

경험자라 그런지 역시 고통으로 지른 비명따윈 없었다. 로버트는 한타를 허용할 때마다 더욱 교묘하게 몰아붙었다. 경험자의 자질은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이 아니였다. 로버트는 불필요한 건 즉시 수정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공격방식을 개선해나갔다.

그 둘이 부딪힐 때마다 거대한 폭발이 터져나왔다. 그에 맞먹는 열 에너지도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불기둥이 되어 퍼져나가진 않았다. 공호의 몸에서 나오는 냉기가 그걸 막았다.

콰앙!

로버트는 조금씩 사용하는 결계를 늘여갔다. 결국 결계를 여섯개까지 사용해가며 공호에게 덤벼들었다. 로버트는 아직 여유롭다는 듯 결계를 다뤘다.

갈수록 공호가 불리해져 갔다. 하지만 로버트도 마찬가지였다. 공호는 움직일 때마다 막강한 몸의 움직임을 점차 적응해나갔다.

적응되지 않은 몸과 적응된 몸을 응용한 전투는 수준이 다르다.

그렇게 둘의 싸움은 용광로 처럼 달아올라갔다.


로버트는 쓰디쓴 입맛을 다시며 7중 결계를 펼쳤다.

'내 귀중한 마약!'

그 순간 자연스럽게 EG에서 펄리오겐 마약 나무를 뒤덮던 결계 1개가 사라졌다. 결계가 사라진 나무는 서서히 썩어가기 시작했다.

빈틈없이 7겹으로 겹친 결계가 공호를 뒤덮었다. 로버트는 결계 밖에서 거대한 장검을 휘둘렀다. 장검은 결계를 물베듯 통과하며 공호에게로 가로질러왔다.

'로버트. 나는 꼭 아버지가 필요해.'

공호의 손 위에 수박만한 푸른 구슬이 공기중에서 스며들듯 나타났다. 빙옥(氷玉). 공호는 오묘한 푸른 빛을 내뿜으며 출렁이는 구슬을 터트렸다.

쾅!

얼음 구슬이 터져나오며 결계를 때렸다.

섬천은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음의 마나는 한계가 있어. 얼음은 바람처럼 압축해서 일일이 지니고 있을 순 없으니까. 그러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막대한 음의 마나가 들겠지만, 음의 마나 본연을 그대로 사용하면 돼.'

얼음 구슬은 순수 음의 마나의 집결체였다. 그렇기에 호귀화 상태에서나 쓸 수 있을 정도로, 단번에 상당한 음의 마나를 사용해야하는 기술이었다.

차앙!

음의 마나가 만들어낸 얼음과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7중 결계는 깨졌다. 7중 결계가 깨지면서 음의 마나는 공기와 접촉하게 된다.

이게 뭘 의미 하냐고?


쩌저저저적!

주변 공기가 터져나가듯 얼었다. 단 번에 빙결된 범위는 엄청나서, 로버트는 횡급히 회피했음에도 불고하고 왼손을 버려야 했다.

"what the(무슨)..."

로버트의 왼손이 같이 얼었다. 얼음과 접촉한 왼손을 타고 극한의 냉기가 손목을 넘어 팔꿈치까지 치고 올라왔다. 로버트는 장검을 얼음에 박았다.

깡.

얼음을 조금 파고든 장검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젠 그 장검을 타고 올라온 냉기가 오른손도 얼릴 판이였다.

로버트가 발버둥치며 물러나자 왼팔이 뚝 부러졌다. 뜯겨진 것이 아니라, 그냥 플라스틱 부러질 때처림 몸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였다.

섬천과 월묘. 진은 기억한다.

'얼음구슬은 한번만 얼리는 게 아니야. 연속적으로 폭발하듯 공기를 얼린다.'

로버트는 전신이 얼어오는 걸 느꼈다. 이번에는 필사적으로 뒤를 향해 뛰었다.

쩌저저저적!

로버트가 도망간 자리가 터져나가며 거대한 얼음기둥이 치솟았다. 그 얼음의 탑은 처음과는 비교도 할수없게 거대했다. 경기장이 상식이상으로 넓지 않았더라면, 로버트는 꼼짝없이 전신이 얼뻔하였다.


로버트는 고함을 질렀다.

"공호!"

그의 주위로 10겹의 결계가 나타났다. 동시에 대기가 폭발하듯 얼며 얼음 봉우리가 로버트를 삼켰다.

쩌저적.

거대한 얼음 봉우리가 사방으로 깨지며 로버트가 나왔다. 10겹 이나 겹친 결계는 부피를 늘리며 공호의 얼음을 쉽게 깨뜨렸다.

그 순간 결계 하나가 공호 뒤쪽에 나타나며 몸을 불렸다. 퍼억, 공호는 갑자기 커진 결계에 등을 맞고 로버트에게로 튕겨졌다.

론 에릭은 인상을 구겼다.

'결계가... 11개? 로버트. 네 결계는 대체 몇개란 말이냐.'

로버트는 탄력을 받아 날아오는 공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 전에 공호가 그 손을 꺽으려고 손을 쓰자, 주먹만한 결계하나가 공호의 주먹을 가로막았다.

퍼억!

'12개!'

공호는 안면이 강타당하며 날아갔다.

"좋아. 인정해. 하나만 알고 열를 알아내다니. 하지만 말이야, 어른들은 항상 준비해. 애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허술하지 않다는 거지. 어떤 상황이 와도 숨겨둬야할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로버트의 몸을 지키고 있는 10겹의 결계. 그리고 그 다음으로 소환한 2 개의 결계. 그 2개의 결계는 특이했다. 자주빛을 내뿜는 다른 결계와는 다르게 적색을 띄었다.

적색 결계 하나가 날아와 공호의 배에 박혔다. 분명 생겨난 것이 아닌 날아왔다.

그 순간 론 에릭과 공호 일행은 벌떡 일어섰다.

"공호야!"

움직이는 결계라니. 그런 건 론 에릭으로서도 처음봤다. 아니, 결계를 10개 이상 다루는 걸 애초에 본 적이 없었다.

'11번 째 결계와 12번 째 결계는 움직인다!'

붉은 결계는 내구도도 상상 이상이였다. 일반 결계가 8겹 정도 모여야 그 정도 내구도가 나온다.


공호의 주위를 공만한 결계들이 둘러싸며 공격했다. 붉은 결계를 크고 작아지길 반복하면서 공격패턴이 너무 다양했다.

외부에서 보기엔 공호는 절망적이였다. 붉은 결계가 나타난 뒤로 공호는 로버트 근처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움직여. 딱딱해. 숨겨둔게 이거 둘 뿐만이 아닐텐데?'

공호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가 로버트의 얼굴을 치며 나타났다. 로버트 기준에 맞춰져 있던 느린 화면도, 그 순간 공호의 움직임을 놓쳤다.

콰앙!

두 손으로 머리를 고정하고 친거기에 로버트가 날아가진 않았다. 뒤늦게 깨져내리는 10겹 결계를 보며 로버트는 오싹했다. 아니, 그 전에 머리가 칭 돌았다.

공호의 허리춤에서 튀어나온 검은 꼬리 네 개가 로버트의 팔 다리를 관통했다.

"꼬리는 장식이 아니거든."

붉은 결계 4개가 공호의 몸을 떄려 날려버렸다.

'결계가 14개..'

론 에릭은 이제 이 싸움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도 힘들어했다. 서로 너무 강하다.


공호는 또 달려들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로버트는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치고박고 수천번을 혈투를 벌였다. 피가 튀면 얼어서 쇳덩어리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런 것들이 모여 바닥에는 붉은 얼음로 가득 메어 있었다.

공호의 주먹이 로버트의 배를 친다. 로버트와 공호는 힘에 못이겨 쭈욱 날아가다가, 경기장 벽멱에 부딪혔다. 그럼 경기장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거대하게 울렸다.


그러다 문든 공호는 배쪽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피를 느꼈다. 배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져 있었다. 작게 줄어든 결계가 공호의 배를 총알처럼 뚫고 지나간 흔적이었다.

피는 순식간에 얼며 떨어졌다.


그게 사지 전체에서 느껴졌다. 힘줄이 끊기며 공호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로버트가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다.

"허억, 허억. 드디어 끝났네, 친구"

로버트 주위에선 6개의 붉은 결계가 박동하고 있었다. 결계들은 기쁜지 춤이라도 추는 것 같았다. 로버트는 공호 앞에 서서 망나니 처럼 장검을 들어올렸다. 검끝에 걸린 햇빛이 매끄럽게 반짝인다. 사람들의 절규가 들려왔다.


"맞아. 너무 길었어. 이제 그만 끝내자."

공호의 머리 위에서 사람만한 얼음 구슬이 나타났다. 얼음구슬은 천천히 압축되더니, 야구공만하게 조그라들었다.

얼음 구슬은 얼마나 많은 음의 마나가 압축되어 있는지, 사방으로 강하게 진동했다.


로버트는 장검을 빠르게 내려 그었다.

"제, 젠장. 20중 결계!"

동시에 쓸 수 있는 모든 결계를 사용하여 자신을 둘렀다. 그의 왼쪽 망막이 극심하게 보라빛을 뿌려댔다.


공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음 구슬은 터졌다.

"으..."

"제발..."

사람들의 애원이 고요함을 타고 공호의 귓가에 까지 흘러들어왔다.

얼음 구슬이 터지며 파란 빛이 공간을 가득 메워버린 순간.

쩌적.


지켜보고 있던 모든 것이 얼어버렸다. 어느 방면에서 봐도 얼음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혼란도 잠시, 모두 거하게 흔들리는 화면에 다시 침묵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쩌억!

얼음이 반 쪽으로 쪼개졌다.

천지가 갈라지듯 공간을 가득 메우던 얼음이, 수박 쪼개듯 반으로 갈라졌다. 양 쪽으로 갈라진 얼음이 쿠웅 소리를 내며 땅을 흘들었다.

너나 할 거 없이 그 순간엔 침을 삼켰다.

쪼개진 얼음의 중심엔 공호와 로버트가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체 기절한 로버트. 그를 내려보고 있는 공호.

어느세 호귀화 상태는 풀어져 있었다.

휘이잉.

멀리 나갔던 바람이 돌아오며 공호의 슈트를 흔들었다. 소년의 머리카락이 나른하게 춤추며 이마가 드러나고 말기를 반복하다. 뒤집혀진 넥타이는 흔들리며 공호의 어깨를 탁탁 쳐댔다.


그 영화같은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말은 필요 없었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공호에게 집중했다. 1억 5천만에 가까운 시선이 공호에게 머물렸다.

공호는 쥐었던 주먹을 폈다.

주먹에는 자주빛으로 은은히 빛나는 코어가 있었다.


쫘아아악.

사람들은 주체할 수 없이 돋는 소름이 진정할 수가 없었다.

짝. 짝짝.

조용하던 공간에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소년이 눈물까지 흘려대며 친 박수였다.

"해냈어. 진짜 해냈어!"

그는 공호가 EG에 처음왔을 때 목숨을 구했던 소년, 강손이었다. 그는 박차고 일어나 두 손을 위로 올리고 박수를 쳐 댔다.

소년의 박수는 사람들을 움직였다.

한 명, 두 명 박수는 번지듯 퍼졌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불에 기름 부은 것마냥 확 번져나갔다.

아직 믿기지 않아 얼얼떨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들은 아무생각도 하지 않은 채 두 손만 움직여 박수를 쳤다.


공호는 섬천을 봤다. 섬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만으로, 공호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공호는 오른손에 있는 코어를 내려봤다. '결계사' 초능력이 담긴 코어. 그 보랏빛 코어는 어서 날 취해 하는 듯 빛을 발산했다.

"우리가 이겼습니다."

그 한마디와 함께 코어를 머리위로 들어올렸다.

공호는 소리쳤다.

"우리가 독재를 이겼습니다!"


'우리'라는 말에 그들은 전신이 찌릿찌릿했다.

"와아아아!"

"이겼어, 이겼어, 이겼어!"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하였다. 누구 하나 시킬 거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손이 아플때까지 박수를 쳤다.


"미친! 우리가 이겼다고!"


작가의말

에피소드 <EG> 끝.


좀 쉬었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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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EG +2 16.01.23 43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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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EG +2 16.01.21 431 5 15쪽
99 EG +3 16.01.19 501 6 16쪽
98 EG +1 16.01.19 439 5 10쪽
97 EG +1 16.01.18 505 5 16쪽
96 EG +1 16.01.16 581 5 11쪽
95 월묘 +2 15.10.12 477 7 20쪽
94 월묘 15.10.11 499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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