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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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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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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1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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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EG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공호는 잠시 볼일이 있다며 일행과 떨어졌다. 공호답지 않게 잠시 산책겸 등산을 하였다. 말이 등산이지, 폴짝 뛰어서 한 번에 정상까지 올라갔지만.

공호는 이 일대가 전부 내려다 보이는 바위에 걸쳐 앉았다.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이 신비롭다.

'쓸데없이 머리 아프군.'

공호는 달아오른 몸을 산바람 맞아 식혔다. 어지간히 진정이 안된다. 그 인간이 뭐라고 사람 속을 울렁이게 만드는 지.

요즘 쓸데없는 감정이 많이 드는 것 같아 불쾌했다. 론 에릭 땐 아예 투정을 부리더니, 이젠 처음보는 여자 얼굴이나 만져될 정도로 제어력이 없어졌다.

공호는 이 현상이 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그래서 공호는 괜히 평소 안하던 말까지 꺼냈다. 없는 감정을 모두 쥐어 짜내어 억지로 소녀감성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하는 말이,

"공기 좋네."

아저씨다. 표정이고 손짓이고 흠잡을데 없는 아저씨였다. 괜히 속에 불만 더 질렀다.

'... 너무 론 에릭같은 말투였어.'

평소 몬스터 사냥과 쌈박질밖에 안하던 놈이 그런 청순한짓을 할려 하니 이런 대참사가 나는 거다. 공호는 쥐어짯던 감성을 깔끔하게 다시 내다버렸다. 역시 감성이란건 쓸모없는 거구나 싶었다.

공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일어섰다.

'지금쯤이면 섬천이 폰과 이야기 끝났겠지.'

오즉 한 가지 목적때문에 산을 오른 건 아니였으니라.


쉐이더는 갑자기 산에 올라 뻘짓을 하는 공호를 보며 답답해 했다.

'경험자라는 녀석이 무슨 짓이야? 지금 전쟁중인 판에 경험자라도 나이는 어쩔 수 없나보군. 폰쪽 상황도 알아보고 싶지만, 그림자 상태라서 쉽게 움직일 수도 없고...'

공호가 다시 일행에 합류했때, 폰과 섬천은 열심히 대화중이었다. 쉐이더는 무슨 이야긴지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무슨 일이야?"

공호의 물음에 폰이 친근하게 대답했다.

"어, 형. EG 말하는 거야. 제국에서도 마침 골칫거리였는데, 이 참에 형하고 손을 잡고 치자는 거."

공호는 자연스럽게 그 말에 대꾸했다.

"당연히 약속하던대로 가야지."

"그런데 정말 EG 결계 무너져서 모두 죽어도 상관없어?"

"애초에 제국은 그걸 바라는 거 아닌가?"

그 말에 쉐도우는 머리가 급격히 빨리 돌아갔다.

"그렇긴 하지. 그럼 형은?"

"너와 같이 로버트 잡아야지."

그의 말에 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형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되겠지."


'S급 실력자가 결계를 치려 온다고? 이런, 망할. 한시가 급하다. 빨리 로버트 각하께 보고해야 해.'

쉐이더는 혹시 이들이 일부러 정보를 흘리는 건지 판단해 보았다. 이런 막대한 이야기를 길가에서 하는게 조금 어색했기 때문이다.

'대화는 자연스러워. 장소같은 걸 흘려넣어서 유혹하는 것 같지도 않고... 젠장. 뭐지?'

쉐이더는 때를 봐서 길가에 있는 바위 그림자에게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한 참이 지나서야 그림자화를 풀고 EG를 향해 달려나갔다.


#


로버트는 막 돌아온 쉐이더를 환영했다.

"어서오게. 뭐, 폰이란 놈에 대해 건진 건 있나?"

쉐이더는 로버트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로버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갔다.

"알았네. 혹시 모르니까 EG 포탈 입구에서 대기 하고 있도록 하게."

쉐이더는 고개를 숙이고 그림자가 되어 사라졌다.


로버트는 이 상황에서 이상한 점을 뽑아보았다.

'공호가 나에게 찾아와서 당한 것이 5일 전쯤. 그러니까, 제국 측 바람 꼬마가 블러드 랜드를 건너기 시작 할 때 쯤이다. 그때즈음 블러드 랜드를 건너기 시작했다고 보고를 받았으니까. 공호는 그 전까지 나의 존재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지. 그 전에 잠깐 둘이 무슨 일을 꾸몇다기엔 시간상 맞지가 않아. 그런데 그 둘은 그런 대화를 나눴다고?'


둘이 손을 잡는단 사실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런 대화가 오갔다는 것만으로 반드시 도출되는 결론이 있다.

폰이란 녀석과 공호는 그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란 사실.

그건 여러모로 버거운 이야기였다.


'그런데 쉐이더가 짚은 데로, 그 녀석들이 길거리에서 그런 말을 조심성없이 말할까.'

이야기를 듣자마자 생긴 의문이었다. 아무리 경험자치고 어리다 해도 그 정도 조심성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던 중 로버트는 폰을 따라 왔던 소녀를 떠올렸다.

'아, 그렇군. 그 꼬마가 마법사라 했지. 그러면 소리가 세어나가지 않게 조치를 치했을 수는 있겠네. 공호의 그림자 상태인 쉐이더는 들을 수 있었던 거고. 쉐이더의 능력을 들켜서, 작위적으로 이야기를 흘린다는 건 불가능하지.'

이 세상에서 가장 변칙적인건 마법이다. 아직 3년차였기에, 마법의 응용성이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는 로버트다. 그렇기에 일단 말이되지 않는 신비한 일은 마법과 연관짓는게 가장 유연한 생각이었다.


'그래도 뭔가 이상해. 둘이 합작해서 날 죽일 계획이었으면 공호는 왜 굳이 폰의 존재를 드러낸 거지?"

굳이 쉐이더가 아니더라도, EG로 들어가는 포탈입구에서 버젓이 폰과 공호가 만나는 모습은 이미 보고가 들어왔었다.

공호가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가 만난것을 유의한다면, 공호는 폰과의 관계를 로버트에게 고의로 드러낸 것이다.

'모르겠군. 혼잡하다, 혼잡해.'


로버트는 두가지 상황을 따로 떼어봤다.

쉐이더의 존재를 알아채고 이야기를 흘린 공호. 쉐이더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진짜 계획을 말한 공호.

'만약 전자라면...'

공호는 로버트에게서 무언가 유혹하는 게 된다. 목적없이 이야기를 고의로 흘릴일은 없으니까. 유혹하는 거라면, 로버트를 상대할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게 된다.

'혹시 도망가려고 유혹한거 아닐까?'

그 생각은 금방접었다. 이 시점에서 공호가 굳이 유혹하면서 도망을칠 필요가 없다. 단순히 도망치는 거라면 어렵지 않다. 공호가 아무 방향으로나 쭉 달리면 된다. 그럼 로버트로서도 잡을 방법이 없다.


'그럼 후자라면...'

만약 쉐이더가 훔쳐온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로버트는 S급 실력자와 S급 개척자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 하게 된다. 공호가 로버트를 상대할만한 '폰'이란 무기를 갖추고 있는 셈이 된다.


'유혹이든 아니든 상대할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군. 뭐, 당연한 결론이지만.'

로버트는 턱을 쓰다듬는다. 고민이 고리가 되어 복잡하게 얽힌다.

이제껏 공호의 행동을 봤을 때, 공호는 EG를 감싸고 있는 결계가 부서지는 건 상관없어 보였다.

'날 죽일 수만 있다면 수많은 개척자가 불구덩이에서 삶아지는 게 허용된다는 거지.'

결계가 없어지면, 단순히 1번 죽고 마는 문제가 아니다. 죽은 개척자는 제자리에 그대로 부활한다. 영원히 구워지는 거다.


로버트는 몇 시간이나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그러나 딱히 이렇다할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젠장. 공호란 꼬맹이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군.'

지금 로버트의 모습은 누가봐도 '초초해'하는 모습이었다. S급 실력자인 폰이란 것이 끼어들 때부터 엄청난 압박감이 로버트를 짓눌렀다.

'이젠 문제가 단순히가죽을 벗겨서 작업하는 수준이 아니야. 생각외로 커졌어.'


과연 공호란 녀석은 뭘 준비하는 걸까.

로버트는 몇번 머리를 굴리던 도중 그만 피식 웃었다.

'이야, 대단한데? 생각보다 녀석들 머리가 좋잖아. 이런 작전은 누구 머리에서 나오는 거지?'

전략은 좋았다. 이리저리 상반되는 행동으로 적의 선택을 늦추고, 최선마저 빼앗는 수. 공호의 행동이 그랬다. 아까부터 로버트의 머리를 이리저리 어지럽히지 않았던가. 정작 알고보면 핵심은 모두 들어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공호의 행동에서 냄새가 났다.

작전에서 시시콜콜한 냄새를 없애질 못하였다. 이론과는 달리 실전에서는 어리버리한 수. 이건 맛집의 비법을 알았데서, 그대로 맛을 제연할 수 없는 것과 같았다.

그건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결정적 차이였다.

그리고 로버트는 전문가였다.


경찰하고 숨박꼭질하던 실력이 어디가는 건 아니다.

'일단 빨리 움직여야 겠어.'

더 기다려 봤자 공호의 바램대로 되는 셈이다. 망설이게 하여 시간을 지체하게 만든 녀석들이다. 더는 시간을 내줄순 없게 되었다.


그런던 중 급하게 보고가 들려왔다.

"각하. 폰 경이 다시 블러드 렌드를 건너기 시작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짝.

로버트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박수를 쳤다. 쉽게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너무 과대평과했어. 그냥 멍청한 녀석이었군. 바로 그런 식으로 이용하다니.'

폰을 고의로 만난 모습을 드러낸 공호다. 폰의 모습을 드러낸 다음, 바로 폰을 EG를 향하여 보냈다.

별거 없었다.

로버트가 EG에 머무르며 폰을 대비하며 시간을 보내기를 유인하는 것이다.

'공호와 폰이 나눈 이야기는 진짜였어.'

그 작전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폰은 그 시간을 얻기 위해 속임수로 블러드 랜드를 건너는 척 하는 거고.


'폰이 EG로 향한다는 사실을 접한 내가 여기에서 5일 동안 기다리는 걸 바라는 거겠지.'

그때 마침 쉐이더가 로버트의 거처에 들이 닥쳤다.

"포탈 앞에서 대기 하다가 블러드 랜드 건너가는 폰의 그림자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블러드 랜드을 어느정도 건넌다음 바위에 구멍을 파서 숨더군요. 한시간을 기다려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겠지. 구실을 만들어야 하거든."

"네?"

"아니다."

로버트의 입가가 피식 말아올라간다.

'폰은 하루정도는 기다리고 있을 거다. 그래야 우리가 완전히 속는다고 생각하겠지.'


허술했다.

전에도 느꼈던 공호의 허술함은 진짜였다.

'그리고 5일을 기다려도 폰은 오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걸 이상하게 여긴 내가 밖으로 나와보길 바라는 거고...'

로버트는 손위에서 결계를 만들어 크기를 줄인다음, 한 순간 결계를 없앤다. 결계속에서 압축되었던 공기가 굉음을 내며 살짝 터져나돈다.

팡!

'그 때 치려는 거겠지. 바람 꼬맹이하고 둘이서. EG 안에서 하는 전투는 그쪽에게 불리할 테니까.'

로버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미리 잡아야지. 폰이란 꼬맹이가 없을 때."

로버트는 손짓으로 곁에 서 있던 백무단원을 가까이 불렀다.

"론 에릭에게 연락을 취해."


'새로운 포탈을 여는 거다. 적진으로 들어가 바로 치는 거지.'

로버트는 영수곡을 바로 치기로 마음먹었다. 생각이 너무 시원하에 뻥 뚫리여, 로버트는 뒤도 안돌아보고 바로 결정했다. 자신의 결정에 확신이 섯기 때문이다.

영수곡으로 포탈을 타고 이동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하면 모든게 끝난다.

'의심할 바 없이 바로 뒤통수를 쳐주지.'

론 에릭이 부탁을 거절할 진 않을 것이다. 그는 EG의 결계가 사라져서 1억의 5천만의 목슴이 지옥에 빠지는 걸 원치 않는다.

'네 가죽은 반드시 내가 가져야 겠다.'


그의 공호에 대한 사이코같은 집착이 불타올랐다.


#


5일의 시간을 번 섬천과 공호는 영수곡에서 의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공호가 물었다.

"만약 폰 쪽을 들키면..."

"뭐, 망하는 겁니다."

단호한 섬천의 말에 공호는 의미모를 웃음을 지었다.

본디 섬천은 자기가 짠 계획이 쉽게 망한다는 말을 하는 아이가 아니다. 그런데 저리 쉽게 망한다는 말을한다.

그 만큼 로버트는 강하고, 헛점을 파고 들어오면 방법이 없다는 걸 뜻했다.

"역시 이건 무리야. 네가 로버트와 정면싸움에 끼어든다는 것 자체가 무식한 일이야. 작전을 조금 손 보자."

"상대가 상대인만큼 워낙 버거워야지요. 지금 이대로 갑시다."

웬만하면 섬천을 나서게 하고 싶지 않았으나, 로버트를 이길려면 꼭 섬천이 필요하다. 계획대로라면, 섬천없이는 로버트를 이긴다는 목표가 언제이뤄질지 모른다.

'젠장.'

섬천의 거처인 영수곡에는 폭매의 모든 A급 실력자가 모여 있었다.

"그들은 개척자고 우리 쪽은 레스토입니다. 만약 로버트가 나서서 피해를 입힌다면 우리는 재귀불능입니다. 우리 쪽 A급 실려자들이 다 죽을테니까 말입니다. 어차피 이미 노출되었습니다. 언젠가는 붙겠지요. 그게 지금은 아니길 바래야죠."


공호는 영수곡의 한 걸음 앞도 안보일 정도로 짙은 안개를 바라봤다.

뭔가 불안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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