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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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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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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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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1,747

작성
16.02.2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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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G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공호는 폭주하는 음의 마나를 이리저리 찍어눌렀다. 성난 멧돼지처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찔러대는 음의 마나 덕분에 몸이 엉망이 돼 갔다.

물론 고통이야 동반했다. 아팠다. 그 누가 격더라도 기절할 정도로 아팠다.

하지만 공호였다.

마나 페인도 뚫었던 마당에, 그 정도는 참지 못할 것도 없었다. 로버트에게 따귀를 맞아가는 순간에도 공호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넌 대체 뭘 노리는 거야...'

로버트에 대한 정보부족인한 변수. 섬천과 로버트가 싸우는 동안, 로버트의 결계능력이 약화되며 EG 결계도 덩달아 약해졌다. 그 결과 결계가 밖의 열기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고, 로버트가 오기 전에 EG를 얼리는 걸 실패했다.

공호가 우려하던 최악의 상황이 왔다.


'섬천과의 싸움으로 결계가 약화되었다... 그건 로버트의 결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 로버트의 결계능력에 한계는 과연 그거 하나 일까? 아니야. 론 에릭과 함께 알아낸 것만 해도 몇가지는 돼. 그렇다면 섬천은 봤을 거다. 과연 섬천은 로버트와의 싸움에서 무엇을 알아내었는가?'

무엇을 알아냈기에, 얌전히 때를 노리며 날카로운 눈빛만을 보이는 것일까.


공호는 차분히 이제까지 있던 일을 정리했다. 그리고 로버트의 능력을 하나하나 곱씹었다. 지금 공호가 알고있는 로버트의 결계능력은 네 가지였다.


일(一), 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동시에 다룰 수 있는 결계의 수는 한계가 있다.

이(二), 한번 소환한 결계는 공간적 이동을 할 순 없다. 크기를 조종하는 건 가능하다.

삼(三), 결계는 구의 모양으로 유지된다.

사(四), 결계능력은 근본은 왼쪽 눈에서 나온다.


잠깐.

말하고 보니 뭔가 이상한데?

이제까지 로버트를 배제하는 곳에만 생각이 쏠려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결계는... 반드시 구의 모양으로 유지된다?'

이건 대충 휙 던져 생각해낸 법칙이었다. 로버트가 구를 제외한 결계를 다루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이게 만약 정말로 법칙이라면...'

공호는 자주빛으로 빛나던 결계를 생각했다.


왜 결계는 구가 아니지?


결계는 반구형태로 EG를 뒤덥고 있었다. 당연하다. 밑에는 땅이니까. 그 땅을 중심으로 반구형태로 EG를 뒤덥고 있는 게 결계다.

그러나 공호는 금세 그 생각을 버렸다.

'위험한 생각이야. 결계가 물질을 통과할 수 없다는 법칙은 없어. 꼭 구여야만 법칙도 확정되진 않은 거지. 내가 못봤을 뿐이지.'


공호가 로버트를 경험한 건 극히 짧은 시간이었다. 그것마저도 허무하게 당했던 시간에 불과했다. 로버트가 결계를 제대로 응용하는 건 구경도 못했다. 대부분의 법칙도 론 에릭을 통해 전해들은 것이고.

'나머지는 섬천이 알고 있을 테지. 로버트를 가장 긴 시간동안 경험했고, 누구보다 머리가 무서운 녀석이니까.'

그 생각이 마칠 때 쯤 론 에릭의 주먹이 다가왔다.

뻐억!


#


월묘는 눈을 감고 빨리 능력이 다 모이길 빌었다.

월묘의 능력은 전기가 필요한 가전제품과 같아서, 충전형이었다. 한 번 능력을 쓰면 그 효율을 되찾기까지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마치 스마트폰 같달까.

회복시간은 대략 이십분 정도.

능력에 비해 회복이 상당히 빠른 속도였지만, 한시라도 급할 때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빨리 모여라!'

섬천과 파블로드에게 썻던게 마지막이니까, 이제 돌아올 때가 되었다.


그리고 론 에릭이 공호를 치는 순간, 월묘는 힘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그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였다.

'이제 희생해서 얻는 법을 알았어. 로버트라는 나쁜 녀석. 필요악이 아닌 그저 악을 뿐인 존재야. 난 그 자가 없었으면 좋겠어.'

동시에 월묘는 진정한 살의를 담아 손에 월력을 담았다. 이 정도의 살의는 처음에 가까운 것이였고 월묘에게 이것은 깨달음에 직결되었다.

모두를 비춰주는 달빛 따위는 없다. 어떤 빛이 그림자까지 비춘단 말인가.

때론 죽일 수 밖에 없는 자가 존재했다.

그걸 이제 몸으로, 머리로, 세상으로 깨달았다.


월묘의 손이 달빛으로 물든다.

월묘가 표한 로버트에 대한 그 의지가 여기 있는 1억 5천만의 인물들과 같았다.

그가 우리 모두의 웃음을 빼았았다. 그는 이제까지 홀로 웃어왔다.

그러니 최후에 웃는 자가 로버트가 아니길.


그리고 월묘는 예상치도 못한 알림을 맞이했다.

그 알람은 이제껏 들었던, 딱딱한 것이 아니였다. 성스럽운 달빛이 담긴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어리석은 요정은 시체를 쌓고 지혜로운 요정은 덕을 쌓습니다. 그대는 이제 어리석진 않으나 지혜롭지도 않습니다.


-그대는 운명의 2가지 길에서 이탈합니다. 그대는 어느 한 쪽에도 몸담지 않은 요정입니다. 허나 그대는 스스로 시험에 들었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그대는 스스로 그대와 뜻을 같이하는 개척자들로 시험받게 됩니다.


#


그 순간 쿤은 눈을 감은 체로 감탄했다.

"오! 타판타 인덱스. 만물의 모든 정보가 담긴 타판타 인덱스가 직접 전해줄 정도의 현상이야. 그 정도라면 못해도 1급 정보일 텐데... 대단해! 나도 모르는 것이겠군. 역시 이번 개척자는 대단해!"

그리고 아이처럼 키득키득 웃었다.

"과연 이게 어떤 능력일지... 영웅들이라고 했나? 그것들도 참 대단해. 타판타 인덱스가 반응하게 만드는 개척자라니."


#


-1000KM 내의 동일한 음의 기운을 담은 수많은 염원들 감지...


-99%이상이 개척자인 걸로 판명.


-인원수 체크... 132,215,623의 개척자.


-1억 초과. 조건 충족.


그 순간 EG는 일직선 상의 거대한 달빛으로 하늘과 이어졌다. 월묘의 왼쪽 눈에는 삼각형과 원이 겹쳐진 특이한 문양이 생겼고, 이 거대한 빛은 월묘의 왼쪽 눈으로만 볼 수 있었다.

"어, 어!"


-그대는 스스로의 길을 증명하였습니다. 그대는 고유성을 인정받습니다. 그대 자체가 하나의 길이며 운명이 되었습니다.


-그대에게 주어지는 능력은 이름이 없습니다. 그대는 창조하되,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능력의 이름을 결정하여 주세요.


월묘는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곧 홀린듯 하나의 단어를 내뱉었다.

"염원."


-세상에 한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달의 요정의 고유적 특징 '염원'이 드러납니다.


-염원: 반경 1km 내의 아군의 수만큼 월력이 0.01 만큼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아군의 기준은 '뜻이 같은 가'로 판별. 상승한 월력은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집니다.


월묘는 기하급수적으로 월력이 상승하는 걸 느꼈다.


-월력이 300 상승하였습니다. 월력을 사용할 시 다시 초기화됩니다.


순식간에 월묘의 월력이 600에 가까워졌다.


월묘는 바로 월력을 공호에게 보내려 했으나, 잠시 멈췄다.

'아니야. 아직은...'

시간은 언제나 흐르고 있었다. 지금은 해는 가라앉고 달이 떠오를 시간이었다.

영수곡에서 월묘가 진의 등의 업혀 나올때부터, 해는 져가며 석양이 보였으니까. 낮과 밤이 바뀌는 건 월묘와 공호에게 참 중요한 이야기였다.

'조금만 더...'

월묘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공호가 조금 아프더라도, 죽는 것보아야 낳기에. 한 층더 생각이 성장했다.

예전의 어리광부리던 아이는 이제 여기에 없었다.


"그래. 멈추지 말고 하게나."

론 에릭은 이를 갈며 공호를 쳐야했다. 최대한 약하게 쳤다 해도 한타한타 공호에겐 치명적이였다. 그렇다고 위력을 낮추기엔 로버트가 용납하지 않았다.

"이봐, 자네. 밥은 먹었나? 왜 이리 힘이 약해. 어쩔 수 없지. 누가 대신 벌을 받는 수 밖에."

그러며 또 한명을 결계로 압사시켰다.


론 에릭은 정신이 멍했다. 어느 선택이든 죽는다. 멈춰도 죽는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죽은이와 공호에게 모두 미안하게 됐다.

론 에릭은 자신이 이렇게 결단력 없었나 되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분노하여 눈속의 핏줄기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퍽!

론 에릭의 주먹이 공호의 가슴을 쳤다. 공호는 피를 쏟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론 에릭은 거기서 멈출 수 없었다. 멈추면 누군가 죽는다. 그래서 달려가 추가 타격을 날렸다.

그때마다 공호의 양복은 붉게 물들었다.


쩌억!

주먹이 공호의 살 다지는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개척자들은 겁에 질린 채, 또는 분노에 가득찬 눈으로 로버트를 봤다. 어떤 이는 론 에릭에게 까지 분노의 눈총을 보냈다.

퍼억! 퍽!

하지만 조용했다. 어느 누구도 숨소리하나 크게 내지 않았기에 오직 공호의 살 문드러지는 소리만이 울렸다. 어린 아이들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조용히 눈물까지 훔쳤다. 소리내어 울 용기가 없었기에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아직 열살도 안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그 광경 속에 로버트만이 마구 움직이며 모든 이들을 조롱했다.

"왜? 다들 얼굴에 왜 그렇게 불만이 많으신가? 서로 답답한건 일찍이 풀어야지. 이것봐? 나는 미국인이었다네. 비록 몸은 러시아에 있었지만 말이네. 나는 세게에서 가장 자유로운 국가에서 자유로운 생각을 하던 사람이지. 자! 의견은 수렴해 줄걸세. 아무나 말하게나."

그러며 로버트는 높이 뛰어올라 결계를 퉁 건들였다. 결계는 언제 부서질지 모를 정도로 거칠게 울렁였다.

"응? 말하라니까."

로버트는 땅에 내려와 두 팔을 높이 뻗고 거창하게 웃었다.

누구도 로버트의 눈을 마주치진 못하였다. 그냥 이렇게 살아야 겠구나 싶었다. 로버트란 악마를 어떻게 이겨? 벌써 EG를 빠져나갈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자, 자, 자! 에릭군! 이제 끝내야 할때가 왔네."

한 아이를 감싸고 있던 결계가 점점 좁혀져 가기 시작했다. 아이는 굶주려 있는 아프리카인이었다. 새까만 얼굴에 새하얀 눈을 꿈벅거리면서 좁혀져 오는 결계를 손바닥으로 밀고 있었다.

밀릴리 없었다.

"이런..."

론 에릭은 눈을 질끔 감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미안하다. 다음에 살아나면 꼭 보호해줄게."

그는 공호를 고통없이 끝내기 위해 수면제를 꺼내었다.

"하하! 좋아 친구. 벌의 종류까진 내가 뭐라할 순 없지. 같은 경험자에 대한 예의는 지키자구."


그때였다.

공호는 눈을 번쩍 뜨더니 다가오던 론 에릭의 주먹을 잡았다.

"야. 시끄러..."

그러곤 바닥으로 털썩 쓰러졌다. 공호의 몸은 검게 썩어가기 시작했다.

로버트는 쓰러진 공호를 보며 안심했다. 그가 번뜩 일어났을 땐 로버트도 일순간 착각이 들었다.

'뭐야. 저 놈. 깜짝놀랐네.'


그와 동시에 섬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년의 얼굴은 시리고 날카로웠다. 소년은 그대로 천천히 로버트에게 걸어갔다. 걸어가던 그의 등에선 은빛 날개가 피어났다.

"의견? 당연히 있습니다."

그는 계속 걸어 로버트의 앞에 섰다.

섬천은 로버트의 뺨을 내리쳤다.

짝.

"이게 내 의견입니다."


그리고 달이 떳다.


작가의말

늘 읽어주시는 독자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따스한 봄이 오네요. 피어나는 꽃과 함께 독자분들의 행복도 피어나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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