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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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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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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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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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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EG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폭매와 백무단의 전투는 포탈을 넘어가면서도 계속됐다.

쾅!

피터지는 광란의 현장에 백무단과 폭매의 전투가 더해지자, 정신이 없었다. 그것도 잠시, 상황을 본 백무단 놈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런 낌세를 보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흩어져 어디론가 사라졌다.

EG에 남아있던 백무단도 모두 동시에 어디론가로 숨어들었다. 당연히 어딘지는 몰랐다. EG에는 그들만이 아는 장소가 널려 있다.


"쳇, 잡아야 하는데."

공호는 론 에릭과 섬천을 통해 폭매중에서 음의 마나를 다루는 이들 모두를 불러모았다. 론 에릭은 백무단을 놓친것에 아쉬워했다.

음의 마나를 쓰는 자라면 인간, 요괴, 이종족 가리지 않고 30여명의 음의 마나 능력자를 모아왔을 때 소리쳤다.

"3분 뒤면 로버트가 EG 결계 앞에 도착해! 내가 잠시 로버트의 시간을 끌게. 크게 건들진 못해서 얼마나 버틸지 몰라!"

론 에릭은 그 말과 함께 그는 포탈을 타고 로버트가 있는 곳으로 넘어갔다.


지원을 하러온 30명의 폭매대원들은 공호를 따라 얼음의 빈틈을 얼리기 시작했다. 질적으로 떨어지는 그들의 얼음이었지만, 공호가 보조하며 결과적으로 더 빠르게 대기를 빙결시켜나갔다.

하지만 그들의 도움을 받아 순조롭게 풀리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4분의 시간이 지나서야, 지름 300m 정도의 구멍을 남기고 모두 얼렸다.

언제 로버트가 당도할지 모를 때였다.


"조금만 더 가자!"

하지만 모두 음의 마나가 티끌만큼도 남아있지 않는 상황이였다. 저마다 입가에 한줄기 피를 흘리고 있었다. 더 이상 무리해서 시켜봤자 얼릴 수 없다.

섬천은 그들 곁에서 날개를 접고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망했어!"

"다 죽을 거야!"

더 이상 EG가 얼어가지 않자, 지켜보던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이제 난리를 피우는 이들보단, 공호와 그 휘하 30명의 음의 마나 사용자들에게 집중하는 이들이 상당수 였다.

지구와 아스페티아의 크기는 차원이 다르다. 당연히 지구에서의 지평선과 아스페티아의 지평선은 길이가 다르다. 제주도 크기의 EG라도, 누구든지 조금만 시선을 올린다면 공호를 볼 수 있었다. 1억이 넘는 눈이 공호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뚫릴 순 없지.'

공호는 인벤토리에서 '메간트급 음의 마나 크리스털'을 꺼내었다. 이미호급 음의 마나가 압축되어 있는 마나 크리스털. 이건 폴시아에서 얻은 부산물이었다.

한 시가 급한 마당에 흡수한 다음, 다시 사용할 여유는 없었다.

공호는 눈을 감고 마나 크리스털을 잡아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복잡한 수식을 거쳐나가기 시작했다. 마나 크리스털의 음의 마나를 흡수하지 않고 바로 사용하기 위한 과정은 고도의 컨트롤이 필요했다.

음의 마나를 쓸 때 연산이 필요한 개척자의 경우였기에, 공호가 사용하기에는 더욱 까다로웠다. 그렇지만 해야만 했다.

쩌저저적.

"다시 얼어간다!"

"살 수 있어, 살 거야!"

"그가 우리를 살릴 거야."

사람들에겐 공호는 생명줄이자 영웅이었다. 오직 이 수라도에서 끌어내줄 수 있는 유일한 개척자였다. 공호의 휘청거림에 수천만명이 탄성을 토해냈다.

'이상해.'

공호가 입은 슈트 이곳저곳에서 하얀 증기가 올라왔다. 넥타이 끝에는 하얀 서리가 좀먹어간다.

'참 이상한 일이지. 나는 저들의 목숨따위 신경쓴 적은 없었다. 경험자니까. 내 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길가의 돌맹이처럼 간단히 휙 치워버리고 내 갈길을 갈 생각만 했다. 그런데 왜 저들은 나에게 당치도 않은 기대를 하고 있는 걸까.'

폴시아 때도 그랬다. 갈길을 가기 위해서 흑연호를 이겨내고, 황후를 되찾아 주었을 뿐이다. 그들은 영웅으로 받든다. 내가 폴시아에 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여우요괴를 해하였는지도 모르면서.

'언제나 그래. 저렇게 바라보다가, 필요없어지면 버리지. 그게 당연한거야.'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인 공호다. 공호는 옛날 기억을 하나 끄집어 낸다. 기억은 영화 필름처럼 장면장면 스쳐갔다.


이마에 피를 흘린 체 버려진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 옆에 차가운 시체가 되어 누워있는 섬천, 그 사이에 총 한자루를 쥐고 떨고 있는 나, 그들에게로 몰려드는 좀비같은 미친놈들.


'아, 그렇지. 그때도 그랬어. 결국은 필요로하니까 기대하는 거지.'

수천명의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방해일 뿐이야.

공호는 귀를 닫았다.


공호는 무아지경에 빠져 들정도로 음의 마나 연산에만 빠져들었다. 어느세 구멍은 100m를 남기고 전부 얼어붙었다.

'제발. 조금만 더.'

이 순간만큼은 공호와, 여기 서 있는 1억 5천만의 마음은 같았다. 저 구멍이 메꾸어 지길. 그리하여 로버트라는 한 인물에게 EG가 주물러지지 않길 바랬다.

"진짜 조금밖에 안남았어..."

공호는 이마에 땀이차 머리를 쓸어넘겼다. 헝클어졌던 머리가 걷어지며, 얼굴이 공개됐으나 제대로 본 사람은 몇 없었다. 눈이 좋은 B급 이상의 개척들만이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수 천명의 B급 개척자들이 순간 멍하니 한 곳만 쳐다봤다.

"뭐야... 방금 뭐 본거야."


공호 곁에 있던 소녀는 기묘한 감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두루미 족, 그것도 고대의 특성을 몸에 지니고 있는 소녀는 확실히 느꼈다.

EG 전체의 있는 결계는 결코 누군가의 초능력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기묘한 마법과 알 수 없는 힘이 결합되어 나타난 하나의 물질이었다.

정신력과 관련있는 물질.

소녀는 마치 괴로워 하는 듯한 결계의 울림을 매번 느끼고 있었다.

우웅. 웅.

결계는 보라빛으로 진동했다.

소녀는 그때마다 덩다라 괴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안 되겠어. 저걸 해결하는 게 가만이 있는 것보단 낫겠지...'

소녀는 날개를 폈다. 그리고 마법적 기운이 깊숙한 곳을 향해 날개를 펄럭였다.


개척자들은 그침없이 소리를 질렀다. 목에 가뭄이 들어 갈라져도 살고싶단 일념하여 소리를 질렀다.

"얼려!"

"제발."

한 차례 번졌던 광기는 오직 공호 한명에게로 쏠렸다. 공호의 몸짓하나가 수천만명의 못짓이 되어 물결처럼 퍼졌다.

공호는 공간과 그 자신만이 있는 곳에서 끝없이 몰려오는 숫자들을 처리하는 것에만 매달렸다.

입가에서 흘러내린 피가 하얀 목덜미를 붉게 물든 것도, 아우성치는 모든 것들도, 다가오고 있는 로버트도 잊은 체 몰입했다.


마침내 30m의 구멍만이 남은 그 순간.

콰앙!

"멈춰라!"

결국 로버트가 포탈 넘어 나타났다. 그 뒤에 나타난 론 에릭은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그의 입가엔 '미안하다'라는 말을 내고 싶어 씰룩였다.

'아, 이젠 늦었어.'

그 순간, EG는 거짓말같이 조용했다. 고작 한 인간의 출현으로 1억 5천만의 입을 묶어버렸다. 허탈감을 못이긴 이들의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로버트는 웃으며 공호의 배를 주먹으로 쳤다.

쩌저적.

공호가 전력을 다하여 쏟아붇던 음기들이 세어나오며 공간을 얼렸다. 주체못한 음기는 공호의 손마저 얼려버렸다.

음의 마나를 다룰줄 아는 이들은 그 상황에 경악해 했다.

"지금은 안 돼!"

그들은 음의 마나가 무리하게 사용하던 도중 외부에서 충격을 준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음기가 미쳐날뛸 거야. 더 강한 음기로 진정시키지 않는다면 온몸의 피를 쏟고 죽는다. 아니, 그 전에 고통때문에 정신을 잃어.'

공호는 피를 토했다.


공호가 로버트에게 당했을 때, 섬천은 서슬퍼런 눈으로 로버트를 노려봤다. 허나 움직이진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냉정해져가는 섬천이다. 무엇이 득인지 실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움직이지 않고 딱 한마디만 해줄 뿐이었다.

"로버트."

로버트는 섬천의 부름을 달달한 소리처럼 받아들였다. 이제 저 녀석도 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더 잘알기에.

"어? 자네도 있었군. 왜 부르는가?"

"똑같은 실수는 멍청한 겁니다."

로버트는 그 말을 흘리지 않고 머릿속에서 뭔가를 곰곰히 생각했다. 그러곤 히죽 웃으며 응했다.

"음... 설마 똑같은 실수를 하겠는가?"

그렇게 그 둘의 대화는 끝났다.

로버트는 섬천의 강함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기에 더 건들진 않았다. 그에게 섬천과 파블로드는 벌집같은 존재였다. 떼버릴 순 있으나 침 몇방 쏘일 각오는 해야하는... 그런 관계였다.

어찌되었든 지금 그의 관심사는 공호뿐이였다.


그 뒤로 섬천은 얌전히 앉아만 있었다.

오히려 흥분한 건 진이였다. 아니, 여기 있는 전부였다.

조금 강단있다 하는 자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로버트를 노려봤다. 의외의 결과였다. 군중의 심리란 쉽게 분위기에 휩슬려 생성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겁을 준 거였지. 알아서 기라고.'

로버트는 멍청한 자가 아니었다. 론 에릭이 어떤 일을 벌였을 진 단번에 알아차렸다. 의외라면 그 효과가 상당하단 것 정도.

로버트는 습관처럼 혀를 날름거렸다.

그 뱀같은 모습에 모두 그를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하하!"

그는 큰 웃음을 터트렸다. 사람들은 그를 더욱 노려보았다.

"야야, 왜 이러는 건가? 다들 왜 눈에 힘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 있어?"

그러며 공호의 따귀를 내려쳤다.

짝.


론 에릭은 눈을 감은 체 이를 갈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진짜 미안하다.'

하나 부터 열까지 그 마음뿐으로 속이 가득찼다.


로버트는 론 에릭을 불렀다. 론 에릭은 그저 부르르 떨었다.

"이 철없는 꼬마를 처리할 기회를 자네에게 넘기고 싶어서 말이네. 받아줄거지?"

현재 로버트가 가장 쾌심한 건 론 에릭이었다. 감히 등을 돌려? 주인을 문 개는 좀 더 혹독한 훈련을 시켜야하는 법.

콰득.

로버트 근처에 있던 여인의 목이 갑자기 콰드득 꺽였다. 여인은 눈을 크게 뜬 채 빛의 알갱이가 되어 흩어져 갔다.

"야, 이 새끼야!"

"왜 그러나? 빨리 시작하게나. 시작과 끝은 확실해야 좋은 거 아니겠는가. 자네 손을 거친 건, 자네 손으로 끝내에 도리에 맞겠지. "

한 번 쯤 공호를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다루기 쉬워져 더 좋을지 모른다. 레벨은 반으로 떨어질 테나, 그 미모까지 떨어지는 건 아닐테니.

"젠장!"

론 에릭이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커다란 바위에게 주먹질을 하였다. 바위는 터져나갔다. 주먹에 의해 부서진 것이 아니라, 폭탄이라도 터진듯 쾅 터지며 흩어졌다.

로버트는 '으흠'하고 간단한 눈웃음으로 되받아 쳤다.

"계속 공격하게나. 멈추면 그때마다 아무나 골라 벌을 받을 걸세. 뭐, 살살해도는 되는데... 1분 지날때마다 한 명씩 벌받는 단 것쯤은 자네도 알고 있겠지?"

로버트는 비틀거리며 간신히 서 있는 공호의 뺨을 한 번 더 내리친뒤 말했다.

"시작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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