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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글자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와 두루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틀린글자
작품등록일 :
2015.03.14 00:15
최근연재일 :
2016.02.23 00: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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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1,747

작성
16.02.0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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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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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EG

영혼을 갈아넣었습니다.




DUMMY

공호는 폰 곁에 있는 소녀를 보고 머리가 굳어버렸다.

'분명 저 얘는 폴시아에서 봤을 텐데...'

저 소녀가 여기 왜 왔는지도 모르겠고, 어째서 폰을 따라 다니는 지에도 의문이 들었다. 공호는 폴시아에서 느꼈던 향략의 기분을 아직 잊지 못하였다. 그때 만큼강하진 않아도, 소녀를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형!"

바람을 타고 내려온 폰이 공호에게 안겨들었다. 많이 반가웠는지 공호의 넥타이 쪽에 얼굴을 파묻고는 나올 생각을 안한다.

"할 이야기 많겠지?"

"당연하지!"


그러던 섬천은 공호에게 달라붙은 폰을 떼어놓으며 말했다.

"자, 격한 반가움은 거기까지만 표현하시고 말입니다. 전 섬천이라고 합니다. 공호 형님 동생."

"아. 공호 형 가족? 벌써 한 명 찾았네 형. 반가워. 옛날에 공호 형하고 어쩌다 알게된 동생이야."

공호는 저 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소녀를 보며 폰에게 말했다.

"저 여자는..."

"아, 맞다. 공호 형을 찾아다녀서."

소녀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손을 흔드는 건지, 아름다움을 풍기는 건지 구분이 안 간다. 그 모습에 섬천의 눈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폰 옆에 붙어있던 소녀가 장난아니게 예쁘다더니만...'

그 정도가 아니다. 같이 있으면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인것 처럼, 사람의 기분을 아득하게 만드는 소녀다. 미꾸라지들 속에 있는 연어랄까. 노는 물이 달랐다.


소녀는 말했다.

"공호야. 오랜만이야."

기억날듯하면서 전혀 모르겠다. 저렇게 아름다운 소녀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기풍과 목소리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다. 또 한번 머리에 먹구름이 끼는 기분에 공호는 미간을 좁혔다. 공호는 전혀 모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누구야?"

소녀는 공호의 그 한마디에 충격을 받은 듯 움찔거렸다.

"나... 몰라?"

"몰라. 너 누군데?"

모른다고 말하는 순간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기억은 나지 않았다. 기억하고 싶은데, 도저히 머릿속에는 이 소녀에 대한 기억따윈 없다. 마치 엄청난 잘못을 한것 마냥 죄스러운 느낌이 들었고, 그런 감정을 가지게 한 이 소녀가 싫진 않았다.


상당히 당황한 듯한 소녀는 버벅대어 가며 말을 했다.

"아, 아... 그래. 모습이 많이 바뀌어서 모르는 거야. 미안해. 그걸 생각하지 않았어, 공호야."

공호 성격에 처음보는 여자가 친근한듯이 말하는게 영 달가울리 없다. 평소라면 말이다.

그러나 이 소녀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묘한 감각이 공호를 얌전히 있게 하였다. 이 감각이 이상했지만, 그리 나쁘지도 않는 이 느낌이 싫었다.

항상 일편단심이었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 같아 상당히 불편했다.


소녀는 계속 버벅대며 설명했고 그때마다 공호는 모른다고 받아쳤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섬천과 폰은 조용히 그들을 지켜봤다.

소녀는 급기야 공호 앞에서 노래까지 불렀다. 떨려하는 눈으로 노래까지 부르며, 그리고 그 가사를 공호에게 한소절 한소절 들려주며 물었다. 공호는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의 노래, 그녀가 하는 모든 걸 들을 때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지금 뭐하는 거지?"

결국 터졌다. 남에게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 공호는 그녀에게 한 마디를 둔다. 소녀는 입술을 꽉 깨문다. 고조된 분위기에 폰은 괜히 눈을 한 곳에 못 두고 이리저리 돌린다. 소녀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나 기억해?"

"아니, 네가 누군지 몰라. 기억도 나지 않아. 바쁘니까 용건 있으면 빨리 말해."

그런 차가운 말을 한 자신이 계속 죄를 쌓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장이 이상하게 비정상적으로 뛰며 진정할 생각을 안한다. 허리에서는 자꾸만 꼬리가 꺼내고 싶어 움찔거린다.


소녀는 아프단 표정으로 눈물을 흘렀다. 공호는 그런 그녀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사람을 찾아와서 울기까지 하다니. 이상한 여자다.

그렇다고 입 밖으로 매도하는 말을 꺼낼 순 없었다. 그러면 안된다는 감정이 끝없이 솓아올랐기 때문이다.

"아, 기억을 잃었어..."

숲이란 말에 한 가지 장면이 공호의 머릿속에 스쳐간다. 숲속에 앉아 있는 어린 여자 아이의 뒷모습.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의 등에는 씁쓰름한 외로움이 옆혀 있었다.

'무슨 기억이지?'

모르겠다. 공호의 정신은 나올 수 없는 미궁에 빠진듯 깊게 내려앉는다.


소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어, 그래. 그럴 수도 있는 거야. 그 때 일은 없는 거야. 그래도 상관없어."

공호는 빙글빙글 도는 정신을 다잡기 위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공호는 눈을 감았다 다시 떠본다. 그녀의 존재는 환상같았지만, 눈을 감았다 떳음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손으로 홍조오른 소녀의 뺨 위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아...'

그 자신이 너무 놀랐으나 손을 빼진 않았다. 뺄 수가 없었다. 그냥 그대로 모든게 얼어버렸다. 심장, 생각, 감정. 이 갖가지 것들이 단 번에 빙결되었다.

공호의 손등을 타고 굴러내리는 소녀의 투명한 눈물이 푸른 빛을 흘리며 얼어간다. 공호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이 순간 분위기에 정신이 먹힐 것만 같았다. 그렇게 냉정하리라 믿었던 내가 생전 처음보던 여자의 얼굴을 만졌다.

'왜... 그런거지?'

날 이해할 순 없었다.

그렇다고 이 여자를 미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멋대로 움직인건 나니까. 감정이 마구 부딪히며 여러 반응을 불러왔다. 공호는 '배려심'이란 감정을 가족 의외에 통용된단 사실을 끝까지 묵인하고 있었다.

소녀는 묻는다.

"기억... 난거야?"

"아니."

목소리만은 여전히 차갑다. 그러나 소녀는 그 전 만큼의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

"아... 상관없어."

속이 쓰렸다. 처음 공호의 말이 큰 상처가 되어 소녀의 가슴을 찢었다. 그래서 잘 울지 않는 소녀임에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렇게 혼자 기억을 잃어버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공호는 초대했고, 소녀는 초대를 받아들여 몇 년 동안이나 공호를 찾았다. 초대해놓고 모른다니. 마치 골탕먹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 내가 너를 따라다녀도 돼?"

"... 내게 도움이 된다면."

"도움이 될 거야. 내 마법이면."

소녀는 어떻게든 공호를 따라다니며 기억을 되돌려 놓을 생각이다. 얼마나 오래걸릴지는 모르겠다. 기억이 돌아오는 동안 많이 상처를 받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해볼 생각이다.


공호는 그녀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의 능력은 검증하지 않았기에 신빙성은 없었다. 어쩌면 EG측에서 보낸 첩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녀를 굳이 데려갈 필요는 없었지만, 계속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 혼잡한 느낌덕분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능력이 된다면야."

뇌와 입이 완전 따로 논다. 차라리 마약중독자로 만든 다음, 마약을 끓으라고 해라. 그게 덜 어려울테니. 이건 공호에게 고문이 따로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섬천이에게 보내 일단은 능력부터 테스트 시켜야겠어.'

이 소녀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쩌면 섬천이라면 이 소녀를 판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 같이 있기 어려웠다. 서로 눈을 마주 본다면 짜증날 정도로 뭔가 녹아내리는 기분이 든다. 그게 싫었고, 그걸 기피하고 싶었다.

'더 냉정해야...'

그러던 찰나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마워."

그 진심어린 목소리에 공호는 잠시 멍하니 그녀를 쳐다봤다.


폰은 불안한 분위기에 조마조마하며 구경했다. 무서운 소년과, 신비로운 소녀가 만났다. 애초에, 서로 장르가 다르다. 한 쪽은 잔혹한 살육물을 찍고 있을 때, 한 쪽은 신비물을 찍고 있었다.

뭐, 둘 다 얼굴 하나는 먹고들어가는 소년 소녀였기에 어차피 현실감이 없었지만.


'그럼 이쪽은..."

폰은 섬천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여 눈을 돌렸다. 가관이었다. 섬천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의자에 앉아, 음료수와 과자를 먹으며 구경하고 있다.

장비도 풀로 갖추었다. 특히 소녀쪽을 감상하듯 보고 있었는데,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공호가 소녀의 볼을 닦아줄 때는 열혈하게 휘파람까지 불 때는, 여기가 극장인줄 알았다.

'공호형이 함부로 여자얼굴 만질 사람이 아닐텐데... 이거, 설마. 그건가.'


섬천이 말했다.

"이제 그만 갑시다. 영화 그만찍고. 여기 더 있어봤자 좋을 거 없습니다."

섬천은 잠시 잡생각을 한 다음 다시 계획대로 움직였다.


#


로버트의 첩보원 '쉐이더'는 로버트에게서 어떤 아이템을 받았다.

스토어의 '그림자화'란 아이템을 받은 쉐이더는 어떤 생물의 그림자로든지 스며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림자 상태의 쉐이더를 알아보는 건 로버트도 불가능할 정도로 '그림자화'의 효과는 탁월했다. 물론 로버트는 '그림자화'를 대처할 수 있는 아이템이 존재하지만.

그림자 상태에서는 공격도 불가능하고, 확실하게 스며든 그림자 주인의 모든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림자 상태때는 홀로 움직이진 못하지만,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이동하는 것까지도 가능하다.

그는 '그림자화'란 아이템을 로버트에게서 내려받기 전에도, 수준급이라 할 수 있는 첩보능력을 갖친 자였다. 그렇기에 그는 로버트의 확실한 정보원이 된 것이다.


쉐이더는 폰의 그림자에 스며들어서 손쉽게 블러드 랜드를 건넜다. 그림자 상태에서도 배는 고팠지만, 5일 굶는 정도는 가볍게 견뎌낼 수 있는 인내력도 갖추고 있었다.


쉐이더는 블러드 랜드를 건넌다음, 폰과 만나는 공호를 목격하고 크게 놀랐다. 공호가 일전에 로버트의 거처까지 처들어왔을 때, 그는 로버트의 그림자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 때 본 공호의 얼굴이 여기서 볼 줄은 몰랐다.


그는 폰이 공호에게 안겼을 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그림자를 옮겼다. 쉐이더는 공호의 그림자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소녀와의 이런저런 일을 끝내고 드디어 폭매를 향해 걸어가는 공호를 보고 그는 환희의 웃음을 흘릴 뻔 했다.

'좋아. 큰 건 하나 건져가는 군. 이대로 이 녀석의 목적을 제대로 파악해서 로버트 각하께 바쳐야 겠어.'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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