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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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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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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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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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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161. 로스 카운티의 이적 시장은 (3)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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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대표 소집 명단 >


알렉산더 캐리(북아일랜드)

폰투스 얀손(스웨덴)

대니 패터슨(스코틀랜드)

리 월리스(스코틀랜드)

리차드 브리튼(스코틀랜드)

마크 브라운(스코틀랜드)

스콧 보이드(스코틀랜드)

에이든 딩월(스코틀랜드)

존 맥긴(스코틀랜드)

아메드 델샤드(알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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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대표 차출 인원 A매치 플레이 간략 보고서 >


[ 북아일랜드 0 : 0 루마니아 / 유로 2016 예선 ]

알렉산더 캐리는 그의 장기인 레지스타 플레이를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교체되었다. 중앙 파트너로 함께 섰던 올리버 노우드와 역할이 겹치는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캐리가 국가대표팀에서 살아남으려면 시스템적인 부분을 개선하거나 노우드의 자리를 밀어내야만 한다.


[ 스웨덴 4 : 1 몬테네그로 / 유로 2016 예선 ]

폰투스 얀손은 평소 주전이던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를 대신해 선발 출전하여 풀타임을 뛰었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단단한 수비를 보여주었고, 마지막엔 코너킥 헤더 골까지 넣으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 스코틀랜드 1 : 0 아일랜드 / 유로 2016 예선 ]

로스 카운티의 다섯 명이 선발 출전하여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에이든 딩월은 초반에 잦은 실수를 반복하며 감독의 눈 밖에 날 뻔했으나 왕성하게 뛰어다니며 상대를 잘 압박했고, 수비 지역에서 뺏은 볼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교체로 들어온 존 맥긴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순간 번득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알바니아 1 : 0 프랑스 / 친선 경기 ]

아메드 델샤드는 갑자기 급부상한 엘세이드 히사이가 라이트백에 자리 잡으면서 원치 않는 센터백을 소화해야만 했다. 하지만 흠잡을 데 없는 수비로 상대 프랑스의 올리비에 지루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철저히 봉쇄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끓기 바쁜 스코티시 이적 시장.


역시나 제일 뜨거운 건 블랜차드에 관한 건이었지만, 그 외 다른 선수들의 자잘한 이적설도 꾸준히 갱신되고 있었다.



[ Scottish Sports ] 리차드 브리튼은 많은 관심을 받는 중



블랜차드 사가가 발생하기 이전에 선두로 떠올랐던 건 이 팀의 든든한 주장이었다.


처음 출전하는 유럽 대항전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하는 강인한 정신력과 선수단을 아우르는 뛰어난 리더십. 서른두 살의 노장을 탐내는 구단은 생각보다 제법 많았다.


세간에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스완지 시티의 리언 브리튼(Leon Britton)을 능가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적어도 이삼 년은 더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 몸 상태와 뛰어난 자기 관리, 실력에 비해 높지 않은 몸값. 싼 맛에 한 번 써봄 직한 가치가 있었다.


곧이어 확신을 가진 두 팀이 본격적으로 접촉해왔다.



[ Sky Sports ] 리차드 브리튼에게 2.3m 파운드(약 40억 원)를 지불하려는 선덜랜드 AFC


[ BBC ] 선덜랜드의 보강 전력으로 낙점된 브리튼, 노리치 시티도 주시 중



2년 전, 챔피언십 팀의 오퍼를 듣고 브리튼은 크게 망설인 적 있었다.


이적한 팀에서 승격해 잉글랜드 최상위 무대, 프리미어 리그의 잔디를 밟는 걸 꿈꾸기도 했었으니까. 셀틱의 들러리로만 전락하느니 뭔가 족적을 남기고 싶었던 게 그의 심정이었다.


물론 이탈리안 감독이 이곳에 부임하기 전 일이다.


작년에는 챔피언십의 AFC 본머스와 볼튼 원더러스의 오퍼를 거절했다. 이번엔 프리미어 리그 팀이 관심을 보였는데도 브리튼은 로스 카운티에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엔 야망조차 없는 팀에 실망하여 바라지 않던 최후의 결단을 내리려던 것이었으나 지금은 떠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더블 트로피를 달성하는 대성공까지 거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제 그는 로스 카운티에 뼈를 묻을 생각만 하고 있을 것이다.



[ Dingwall Football Press ] 대니 패터슨을 원하는 프리미어십 구단들



189cm의 뛰어난 체격과 타고난 스피드. 젊은 나이지만 신체적으로는 이미 완성된 수비수. 패터슨에게 내려지는 주된 평가였다.


아직 미숙한 점은 많아도 성장 가능성이 풍부하여 각지의 스카우트들이 유심히 지켜보는 관찰 대상.


나폴리와의 2차전에서 견고한 수비를 보이며 산 파올로의 기적을 일구어냈던 활약이 모두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는 소리다.


로스 카운티에서는 세 번째 옵션으로 밀려서 입지가 낮은 편이니 영입을 시도해 볼 만한 메리트도 충분했다.


그를 원하는 프리미어십 팀은 후반기에 크게 반등했던 세인트 존스톤과 공격력에 비해 약한 수비가 고질병인 마더웰.


특히 세인트 존스톤 감독 라이언 고드프리는 패터슨 영입을 보드진에게 강력히 요청할 정도였다.


그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팀도 노린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 Daily Mirror ] 브리스톨 시티는 패터슨의 가격을 문의함



작년 시즌, 3부에 속하는 리그 원에서 1위로 승격해 챔피언십에 입성한 브리스톨 시티. 바로 강등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수비 강화를 모색하던 도중 패터슨이 레이더망에 걸린 모양이었다.


촉망받는 스코티시 수비수를 데려가고 싶어 하는 팀은 많았지만, 애석하게도 로스 카운티는 이 부분에 관해서 단호했다.



[ The Scotsman ] 대니 패터슨은 NFS



Not for Sale. 애초에 판매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아버린 것이다.


당연히 이런 구단의 태도는 감독 델 레오네의 의사가 철저히 반영된 결론.


패터슨 본인 또한 로스 카운티에서의 미래에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를 원하던 팀들은 일찌감치 마음을 접어야만 했다.


그리고 또 한 명.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입지 때문에 다른 구단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예전부터 꾸준히 링크가 끊이지 않았던 선수.



[ Daily Mail ] 잭 마틴을 영입하려는 헐 시티 AFC, 2m 파운드 제안


[ Daily Mail ] 헐 시티의 타깃에 끼어들 것으로 보이는 블랙번 로버스, 과거 동료인 얀 송고와 재회하나?



마무리가 뛰어난 골잡이는 언제나 높은 가치를 지닌 자원이다.


시즌 초반부에는 중용 받았으나 부득이한 문제들이 겹치면서 벤치에 앉는 시간이 더 많아졌던 잭 마틴.


겨우 두 골 차이로 득점왕이 될 기회마저 놓쳤으니 이번에는 그에게 불만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 Daily Mail ] 잭 마틴은 확실히 주전 보장해줄 수 있는 팀을 원한다



발 빠르게 접촉한 구단은 헐 시티와 블랙번 로버스. 추가로 브라이턴 & 호브 앨비언과 레딩도 주시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


전부 챔피언십에 상주하고 있으며 승격의 가능성도 충분한 팀들이었다.


승격하려면 승리가 필요하고, 승리하려면 골이 필요한 법. 화력이 부족해서 올라가지 못하는 그들에게 골 냄새를 잘 맡는 피니셔는 간절하게 필요한 유형이다.


하지만 잭 마틴, 그가 누구인가?



[ Scottish Sports ] 이적설 다시 한번 일축, 잭 마틴은 잔류한다



선발로 나서지 못해도 불만 하나 없이 나올 때마다 묵묵히 제 할 일을 해주던 선수. 처음 불화설이 떴을 때도 침묵을 지키기보다 곧바로 해명하며 로스 카운티에 대한 애정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었던 선수.


숱한 구단과의 링크 속에서도 오로지 잔류 의지만 밝혔던 선수다.


구단을 향한 충성심은 제일가는 수준. 단지 해결사 능력 하나 때문에 팬들이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게 아니다.


불거지는 이적설, 데일리 메일의 호들갑, 잭 마틴의 일축, 또다시 잠잠해지는 데일리 메일. 거의 연례행사에 가까운 흐름.


언론의 잭 마틴 흔들기를 여러 번 겪어왔던 팬들은 아마 동요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접촉이 크게 있었던 선수는 시즌의 일부만 뛰었음에도 누구보다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이며 관심이 쏠려 있던 알렉산더 캐리였다.



[ The Guardian ] 스토크 시티, 알렉산더 캐리에 3.5m 파운드(약 60억 원)를 지급하나?



전임 감독 토니 퓰리스(Tony Pulis)의 휘하에서 거칠고 선 굵은 축구로 이름을 알려왔던 스토크 시티(Stock City).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꾸준히 중위권을 유지 중인 구단이다.


점차 방식의 한계를 느끼고 퓰리스를 경질한 뒤로는 패스 앤 무브가 핵심인 현대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고자 마크 휴즈(Mark Hughes)를 선임했었다.


하지만 스타일을 바꿨음에도 중위권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3선의 중추였던 스티븐 은존지(Steven N'Zonzi)가 스페인으로 이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새로운 선수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


쉽게 대체할 만한 자리는 아니었다. 전진 패스가 되고, 팀을 조율할 줄 알아야 하며, 스토크 시티의 색채를 바꿔줄 수 있는 빌드업 리더의 자리.


캐리가 그 까다로운 역할에 적격인 선수로 낙점된 듯했다.



[ Daily Telegraph ] 마크 휴즈는 알렉산더 캐리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 Daily Express ]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한 왓포드도 캐리를 노리는 중



복귀하자마자 유로파 리그에서 임팩트 있는 활약을 보여서일까. 부상으로 필드와 멀어졌던 시간이 꽤 길었음에도 캐리에 대한 수요는 상당했다.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팀이나 챔피언십 팀에서 소극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자잘한 링크들은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굵직한 두 건. 그마저도 왓포드가 하이재킹한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흐지부지되면서 스토크 시티의 단독 입찰로 굳혀지는 분위기.


최상층 프리미어 리그에서 안정권을 사수 중이며 적당히 규모도 갖춘 팀이다. 이쯤 되면 선수 쪽에서도 구미가 당길 법한데.


“지금은 어디로 이적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며칠이 지나고 더 스코츠맨이 주도한 인터뷰에서 캐리는 직접 그의 입으로 잔류를 선언했다.


“스토크 시티면 이때까지 당신이 받아온 오퍼 중 최고의 조건과 팀이라고 보는데요. 특별히 거절하는 이유가 있나요?”


“작년에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어요. 소속팀에서 다시 자리를 잡는 것부터 신경 써야 할 판에 새로운 환경으로 간들 얼마나 잘하겠어요? 주전 경쟁도 불확실하고요.”


“아······. 당장은 프리미어 리그에 확신이 없는 건가요?”


“이제 좀 신중해지려고요. 암담하기만 했던 내 선수 생활 중에서 그나마 커리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건 로스 카운티에서의 기록이 유일해요.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요컨대 장기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흐트러진 경기 감각과 팀 내 입지를 굳히는 게 우선이다. 아직 스코틀랜드에서도 이룬 게 없다. 이 상태로 프리미어 리그에 가봤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을 내비친 거다.


사실 그것 말고도 캐리가 팀에 남기로 결심한 원인이 하나 더 있었는데.


‘스토크 시티? 말리진 않겠다만, 거기 가면 자네는 처참한 실패를 맛보게 될 거야. 내 장담하지.’


휴가 중 감독과의 통화에서 얻은 조언은 굳이 언론에 밝히지 않았다.



그 밖에도 로스 카운티와 연관된 이적 소식은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다.


작년 시즌 팬들이 선정한 최고의 영입으로 꼽힌 아메드 델샤드도 우크라이나 리그 복귀설과 함께 여러 곳에서 관심을 비췄고, 스콧 보이드와 대런 케틀웰도 가벼운 링크가 심심찮게 나돌았다.


앤드류 톰슨은 타 구단에게 주목받는 내용으로만 기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었다.


주전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 루머가 단 한 건도 뜨지 않은 건 리 월리스와 에이든 딩월 두 명.


하지만 월리스는 레인저스 출신이라 셀틱과 연결될 수 없었고, 구단에서 판매 불가 대상으로 붙여둔 걸 다 알기에 링크가 뜨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미스터 딩월이니 뭐니 하면서 추켜세우더니만 이번에도 제의가 없는 건 나 혼자밖에 없어······. 거절할 멘트도 밤새 생각해 뒀었는데······.”


국가대표팀에서 거둔 성과에 기뻐했던 딩월은 시무룩해져서 또다시 의기소침한 모드로 한동안 궁상을 떨었다.


*******


셀틱의 초기 비드로부터 삼 일이 흐른 뒤.



[ Scottish Sports ] 제임스 블랜차드, 8.3m 파운드(약 140억 원)에 합의?



공신력 높은 언론에서 보도가 쏟아졌고, 정말로 이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하일랜드 일대가 술렁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 The Scotsman ] 블랜차드, 셀틱 갈 생각 없음



로스 카운티의 담당 기자인 제임스 맥렐랜드가 곧바로 선수 의사를 전달하면서 불타오르려던 사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럼에도 충격은 채 가시지 않았다. 셀틱의 비드를 받아들이긴 했다는 건 어쨌든 팔 생각은 있다는 소리지 않은가?


“뭣? 블랜차드를 팔아? 어림없는 소리!”


실은 이러했다.


구단주 로이 베넷은 셀틱의 제안을 접하자마자 극구 반대를 외쳤고, 대런 코너 단장은 감독과 대화했던 내용을 그대로 보고했다.


“그러니까 토니도 저쪽에 넘길 생각은 없다는 얘기잖소?”


“예. 그래도 일단 그가 말한 대로 거래는 진행해볼까요?”


“아니,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아무리 선수가 거절한다 해도 구단 측에서 합의해버리면 팬들의 민심이 흉흉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어떻게······.”


“언론에 살짝 소스만 흘려주고, 거래는 일절 하지 마시오. 그럼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그리하여 로스 카운티와 셀틱의 합의설이 일시적으로나마 퍼진 것이다.


이후 블랜차드의 이적 거부가 밝혀진 뒤로는 베넷이 나서서 이 사가에 대해 언급했다.



[ Dingwall Football Press ] 로스 카운티는 셀틱의 딜을 수락한 적이 없다


[ The Scotsman ] 로이 베넷 “그 돈으로는 블랜차드의 오른발도 못 산다”


*******


“이게 당연한 거지! 그래도 보드진이 제정신은 박혀있구먼!”


맥도넬은 구단주의 당찬 발언을 보고서 속 시원하다는 듯 호탕하게 웃었다.


셀틱의 유니폼을 입고 로스 카운티를 상대하는 블랜차드, 상상만 해도 소름 돋는 일이다. 애초에 그런 선택을 할 리는 없겠지만, 일말의 불안감이 맴돌았던 것도 사실이니까.


“우리 팀 에이스를 지켰으니 일단 한시름은 놨네.”


“그건 좋은데 말이야.”


해리 윌슨의 말이었다.


“죄다 상대가 노린다는 얘기만 나오는 것 같네. 로스 카운티는 영입할 생각이 없는 건가?”


들떠 있던 맥도넬의 마음이 다시 가라앉았다.


“······그러게.”


이번 이적 시장은 썩 즐거운 흐름이 아니었다.


존 맥긴이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날아갈 정도로 기뻤다. 그 어린 재능이 셀틱을 마다하며 로스 카운티로 오다니. 데려오길 간절히 소망했던 선수였기에 그날은 하루 종일 콧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일과를 보냈었다.


셀틱과의 영입 경쟁에서 맛본 값진 승리. 놀라운 이적 시장의 출발점이 될 거라고 믿었건만. 설마 그게 마지막일 줄이야.



[ The Scotsman ] 현재 팀의 퀄리티를 크게 올려줄 대상이 없다면 로스 카운티는 추가 영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감감무소식이 아니라 구단에서 공식적으로 컨펌한 내용이다.


그러니 흘러나오는 건 죄다 누굴 노리고 팔려나간다는 소식들뿐.


“너무 거대한 변화를 기대했나?”


맥도넬은 착잡한 얼굴로 술잔을 닦았다.


“우리 팀의 위상도 많이 올랐으니 뭔가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것 같았는데.”


오히려 널리 알려지면서 성가신 하이에나들만 잔뜩 늘어난 느낌이다.


지금의 로스 카운티는 다른 구단에게 있어 금은보화가 잔뜩 들어있는 보물 상자나 다름없었다.


“고작 일 년 가지고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지.”


윌슨의 말에 맥도넬은 한숨을 짧게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자네가 나보다 더 현실을 잘 보는군.”


뛰어난 선수를 양성하여 더 높은 팀에 팔아넘기는 셀링 클럽. 델 레오네가 부임하기 전엔 그 수준조차 못 되었던 최하위층 구단의 현실인가.


로스 카운티의 이적 시장은 전력을 강화하기보다 현재의 전력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가까웠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선방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근데 너무 암울해 할 것도 없어, 조지. 어쨌든 로스 카운티의 핵심은 지키고 있지 않나?”


“하긴. 블랜차드를 지킨 것만으로도 기뻐할 일이지.”


“아니. 말을 잘못했군. 핵심이라기보다 역시 본체라는 표현이 더 맞겠어.”


“응? 본체?”


“나는 그렇게 생각해. 설령 블랜차드가 떠나고, 몇몇 전력이 더 빠져나가더라도 그 남자만 건재하다면 딱히 상관없다고 말이야.”


“아······.”


맥도넬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흘렸다.


“그건 나도 동감이야. 그가 로스 카운티에 있는 한 큰 걱정은 안 들지. 결국 방법을 찾아낼 테니까.”


“축구는 감독놀음이란 말도 있지 않나?”


“그렇게 맹신하는 말까진 아니었는데, 이번 계기로 확실히 깨달았어. 축구는 감독의 능력에 운명이 좌우되는 스포츠라는 걸.”


맥도넬은 깨끗하게 닦은 잔을 진열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래. 토니가 어떻게든 해결해주겠지. 우리는 믿고 지켜보기만 하면 돼.”


*******


[ Scottish Sports ] 셀틱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 Daily Mail ] 블랜차드에 8.5m 파운드(약 145억 원) 장전



쉽게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블랜차드 사가.


선수의 완강한 거절과 구단주의 도발성 답변을 받는 굴욕을 경험했음에도 셀틱은 비드 액수를 더 올리면서 쉽게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번엔 그들도 제대로 작정한 듯했다.


꾸준히 올리는 금액, 언론을 이용한 흔들기. 블랜차드 이적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는 아군의 협력까지.


“제임스, 네가 아직 어려서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는 것 같은데.”


담당 에이전트 조쉬 맥멀린은 하루가 멀다고 블랜차드의 집을 찾아가 설득하는데 온 신경을 쏟아붓고 있었다.


“명예와 돈, 모든 걸 챙길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니까? 게다가 더 높은 무대로 올라가고 싶잖아? 셀틱은 그 발판으로도 최적의 팀이라고.”


“돈은 지금도 충분하고, 나머진 로스 카운티에서도 가능해요.”


“아니지, 그게 아니야! 이번엔 어떻게 운이 좋아서 성공을 거뒀다지만, 올 시즌에도 이어지리라 장담할 수 있어? 주목도가 떨어지면 사람들이 잊는 건 금방이야. 그땐 끝장이라고. 계약 만료 때까지 나갈 수도 없는 감옥으로 변해버리는 거야.”


“제가 그렇게 만들면 되죠. 이 팀에서 다시 성공을 거둘 자신이 있어요.”


“하······ 네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야. 한 시즌 잘 나가다 고꾸라진 팀이 한둘인 줄 알아?”


“그런 팀과 로스 카운티는 달라요. 우리는 감독님이 계시니까요.”


“그건······.”


맥멀린은 뭔가를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그 이탈리안에게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는 발언을 했다간 저놈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렇다고 물러설 순 없었다.


작년보다 훨씬 더 파격적인 제시. 에이전트에게 들어오는 수수료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쉽게 만져볼 수 없는 목돈을 거머쥘 기회. 맥멀린은 반드시 블랜차드를 이적시키고 말겠다는 사명감이 치솟아 오른 상태였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네가 그렇게 믿고 따르던 감독도 셀틱의 제의를 수락했잖아. 거절할 수 없는 돈을 받으면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돼.”


“감독님이 수락했을 리가 없어요.”


“무슨 근거로? 너도 기사를 읽어봤잖아? 구단 합의까지는 이뤄졌다고.”


“기사 따윈 믿지 않아요. 전 감독님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고, 수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그러니까 알 수 있어요.”


“그게 네 생각일 뿐이라니까?”


“나중엔 합의한 적 없다고 정정됐잖아요?”


“네가 순진해서 곧이곧대로 믿는 거지. 저들은 널 팔아넘겨서 이윤을 남기고 싶어 해. 네 몸값이 나날이 치솟고 있는데, 가만 놔둘 것 같아? 구단은 봉사 집단이 아니야. 감독도 그 이치를 아니까 판매에 찬성한 거고.”


“좋아요.”


블랜차드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뭐······ 뭐 하려고?”


에이전트의 물음에 아랑곳없이 어디론가 연락하는 블랜차드.


통화를 받은 목소리가 폰을 통해 새어 나왔다.


[무슨 일인가, 제임스?]


“감독님. 절 셀틱에 파는 걸 동의하셨나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아주 잠깐 침묵이 흐르고 답변이 들려왔다.


[그럴 리가.]


“그럴 줄 알았어요. 갑자기 연락해서 죄송해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릴게요.”


통화를 끊은 블랜차드는 입을 떡 벌린 채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 에이전트를 마주 보았다.


“들었죠?”


“아니······. 제임스, 너 진짜······.”


팀에 남고자 하는 선수와 이적시키려는 에이전트의 실랑이가 몇 차례 더 반복되고. 독기를 품은 맥멀린이 오늘은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언쟁을 거듭할 무렵.


블랜차드가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거 같네요.”


“어? 드디어 마음을 바꾸는 거야?”


반복되는 설득과 설교가 효과를 본 것일까? 에이전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음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맥멀린 씨가 한 말대로예요. 돈과 명예를 원하는 선수는 셀틱으로 가는 게 맞아요. 그 길을 연결해주기 위해 에이전트가 존재하는 거겠죠.”


“그래! 그거야! 드디어 이해해주는······.”


“저한텐 의미 없는 일이고요.”


“······어?”


“축구 선수라면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무심코 계약을 맺었던 건데, 제가 어렸을 때라서 잘 모르고 한 선택이었나 봐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한테 에이전트란 존재는 그다지 필요 없는 것 같아서요. 우리와의 관계는 여기까지 하죠.”


“뭐? 잠깐! 제임스!”


“위약금은 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이만, 안녕히.”


블랜차드는 절규하는 맥멀린을 거의 내쫓다시피 집에서 내보낸 뒤 문을 잠가 버리고는 소파에 누웠다.


천천히 눈을 감자 작년에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군청색 유니폼을 입고 넣은 수많은 골과 나폴리전에서 만들었던 짜릿한 역전승, 세비야와의 결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느꼈던 쾌감. 그리고 감독과 함께 나란히 서서 들어 올렸던 우승컵들.


“······꿈이 여기 있는데, 가긴 어딜 가라는 거야.”


블랜차드는 눈을 감은 채로 중얼거리다가 서서히 잠들었다.


작가의말

점점 빠르게 쓰려고 노력 중이지만

이 이상 더 빠르게 하는 건 쉽지가 않네요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더 빨라질 거라 믿으며...

매번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_ _)


소중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홍가55 님

모아두상 님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_ 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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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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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203. 공간 싸움 (4) +5 24.04.07 477 36 25쪽
202 202. 공간 싸움 (3) +6 24.03.18 574 35 25쪽
201 201. 공간 싸움 (2) +11 24.02.27 643 39 31쪽
200 200. 공간 싸움 +6 24.02.06 750 37 26쪽
199 199. 대립 +5 24.01.25 787 33 26쪽
198 198. 대면 +5 24.01.14 839 35 25쪽
197 197. 팀의 완성도 +8 24.01.04 813 43 24쪽
196 196. 신뢰의 결실 +5 23.12.23 867 38 28쪽
195 195. 한 마리의 송골매 +5 23.12.10 853 40 23쪽
194 194. 두 마리의 사자 (2) +5 23.12.02 863 42 25쪽
193 193. 두 마리의 사자 +4 23.11.22 924 43 25쪽
192 192. 캡틴 잭 +3 23.11.10 877 40 26쪽
191 191.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6 23.10.31 936 35 28쪽
190 190. 계몽의 시대 (3) +3 23.10.20 960 44 23쪽
189 189. 계몽의 시대 (2) +5 23.10.08 969 39 26쪽
188 188. 계몽의 시대 +4 23.09.26 1,011 42 26쪽
187 187. 새로운 국면 (5) +7 23.09.15 1,064 45 22쪽
186 186. 새로운 국면 (4) +6 23.09.03 1,092 42 25쪽
185 185. 새로운 국면 (3) +8 23.08.19 1,174 45 22쪽
184 184. 새로운 국면 (2) +8 23.08.04 1,223 40 26쪽
183 183. 새로운 국면 +7 23.07.13 1,299 56 22쪽
182 182. 지상 최고의 팀 (4) +8 23.06.28 1,276 50 29쪽
181 181. 지상 최고의 팀 (3) +5 23.06.16 1,167 39 24쪽
180 180. 지상 최고의 팀 (2) +6 23.05.27 1,281 50 24쪽
179 179. 지상 최고의 팀 +5 23.05.07 1,368 50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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