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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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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최근연재일 :
2024.04.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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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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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191.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DUMMY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기 며칠 전.


“샘, 카메라 상태는 제대로 점검했어?”


“물론이죠. 저번에 한 번 그런 걸 가지고 너무 구박하는 거 아니에요?”


“중요한 걸 촬영할 때 렌즈가 불량이었는데 구박이라는 말이 나와? 여분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때 제대로 못 찍었으면 어쩔 뻔했어? 레알 마드리드와 극적인 승부를 펼치던 순간을 말이야.”


“전날 밤까지 분명 확인했었는데 갑자기 그럴 줄 몰랐다고요. 이제는 아침에도, 여기 도착해서도 꼬박꼬박 확인하고 있어요.”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다큐멘터리 전속 팀.


촬영 총괄 짐 말린은 자신의 카메라맨을 닦달하며 인터뷰할 대상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바쁘지만 그들은 보람찬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로스 카운티의 구단 직원들과 주변인들에게서 얻는 인터뷰, 매일 밀착취재를 통해 이 놀라운 기적의 팀이 일으키는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렌즈 안에 담아내는 것.


사실 말린은 살면서 한 팀에 애정을 가지며 응원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로스 카운티를 촬영하면서 파고들면 들수록 팬이 되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다큐멘터리의 중심이 될 안토니오 델 레오네는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인물이었고, 곁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그걸 증언해 주고 있다.


그들의 공통된 주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카메라를 의식한 꾸밈 멘트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존경심이라는 걸.


그걸 듣고 있노라니, 자신 또한 이탈리안이 지휘하는 로스 카운티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리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처음엔 짭짤한 보수와 그저 재미있겠다는 흥미로 맡았던 일이었지만, 어느새 최고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사명으로 변하고 말았다.


비록 막판에 비겼지만, 최강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앤드류 톰슨이 역전 골을 넣었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순간을 만일 렌즈 문제 따위로 놓쳤다면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필드 속의 과정, 골망을 흔들면서 터져 나오는 팬들의 함성. 경기장의 생동감이 살아 있는 순간을 단 한 번만 찍을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오늘 인터뷰 대상도 어쩌면 비슷했다.


자주 출장을 나가는 탓에 다른 직원들과 달리 좀처럼 마주치기도 어려운 인물. 하지만 말린은 그를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요? 제 수준으로는 감히 미치지도 못합니다. 이 분야에 천재가 있다면 그를 두고 하는 말이겠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수년간 빛을 못 보고 재능을 썩히기만 했어요. 괜한 시기와 멸시만 받아왔습니다. 감독님이 부임하자마자 알아봐 준 덕에 이제야 날개를 펴게 된 거죠.’


제임스 블랜차드와 대니 패터슨을 발굴했던 케빈 호프 유소년 총괄이 그렇게 말할 정도였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지만, 그 자세한 내막을 알고 나서부터는 호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로스 카운티의 눈부신 성공 뒤에는 그 특급 스카우트의 공이 상당히 컸다는 것을.


잭 마틴, 리 월리스, 폰투스 얀손, 아메드 델샤드, 소피앙 부팔.


작년 더블 크라운의 주역이었던 이 선수들이 전부 서른 중반도 아직 넘기지 않은 남자의 안목으로 인해 성사된 영입이었다니. 이 정도면 한 구단의 디렉터를 맡아도 될 수준이지 않은가?


말린은 델 레오네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긴 했겠지만, 그 스카우트의 존재 덕에 더 빨리 팀을 완성시킬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감독실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며 나왔고, 말린은 딴 곳을 보고 있던 카메라맨의 어깨를 급히 흔들었다.


“어? 이봐, 저 사람 맞지?”


“으음, 맞는 것 같은데요.”


“근데 뭐 하고 있어? 빨리 카메라 챙겨! 잠깐만요! 실례지만, 마틴 씨 맞으십니까?”


헝클어진 곱슬머리에 테가 없는 안경, 졸린 듯 반쯤 감겨있는 눈. 다른 사람들이 얘기했던 것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얼굴이었다.


그 인상착의의 주인공 아서 마틴이 덤덤하게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네, 그런데요.”


“저희는 다큐멘터리 촬영팀이고요. 저는 짐 말린이라고 합니다. 마틴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사양할게요.”


“네?”


뜻밖의 대답이 날아오자 말린은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다큐멘터리면 얼굴이 나와야 하잖아요. 어디에 출연하거나 하는 그런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아······.”


“그리고 인터뷰하다 보면 뭔가 낯간지러운 말도 해야 할 것 같고. 그런 건 좀 질색이라.”


“낯간지러운 말은 왜······ 아니, 그러면 간단하게 멘트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굳이 출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내레이션이나 텍스트 처리로 내보내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물론 익명으로 말입니다!”


말린은 놓칠세라 안절부절못하는 손짓으로 그를 설득했다.


“그냥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말씀하셔도 되고요. 저희는 이 다큐멘터리를 완성하는 데 있어 마틴 씨가 빠지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삼십 분만, 아니 십 분만이라도 시간을 좀 내주시면······.”


“······좋아요.”


겨우 승낙이 떨어지자 말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등에서는 약간의 식은땀까지 나와 옷에 배인 느낌이었다.


‘왜 이런 대단한 업적을 세웠는데도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건지 알겠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인터뷰 준비에 서둘렀다. 왠지 도중에 마음이 바뀌어 떠나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우선.”


말린은 목을 가다듬고는 인터뷰할 내용을 미리 적어뒀던 메모지를 보며 질문을 시작했다.


“케빈 호프 씨가 얘기하기로는 감독님이 당신을 발견해서 중용했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그리고 당신이 제대로 일을 시작하고 나서 이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도 다······.”


“전부 사실이에요.”


준비해 온 질문은 제법 많았으나 대부분 단순하고 짧은 답변으로 마무리되었고, 시곗바늘은 어느덧 십 분에 가까워졌다.


예상한 것보다 더 소득이 없어 말린의 낯빛도 차츰 어두워져 갔다.


“네, 그러면······ 마지막으로 당신을 유일하게 인정했던 감독님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나요? 간단하게라도 해주세요.”


“아마도 저를 알아주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사람이겠죠.”


이번에도 짧은 답변이었지만, 뭔가 달랐다.


“그······ 정말 죄송하지만, 좀만 더 말씀해 주시면······.”


“이 세상에는 빛도 못 보고 파묻힌 재능들이 수두룩할 거예요. 타인도 모르고, 자기 자신조차 모르는 그런 재능들이요.”


마틴이 말했다.


“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운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누구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고 놓치면 영영 잡을 수도 없죠.”


“아······. 그럼 당신은 감독님을 본인의 운이라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그 말에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미묘한 입꼬리만 움직였다는 걸 둘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만일 이 세상의 모두가 델 레오네 같은 사람들이었다면 어땠을까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비운의 천재, 피어나지 못한 꽃. 뭐, 이런 묘사나 표현을 쓸 일이 많이 줄어들었을지도 모르죠.”


“······.”


“할 말은 다 한 것 같은데 가 봐도 될까요? 비행기 시간에 맞춰야 해서.”


“아, 예. 협조 감사했습니다.”


마틴이 떠난 뒤 카메라맨 샘 브룩스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제 보니 낯간지러운 말을 할 수밖에 없어서 질색이라고 한 건가 봐요.”


“나도 같은 생각이야.”


말린은 마틴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브룩스를 쳐다보았다.


“어쨌든 인터뷰하길 잘했어. 그렇지?”


*******


세인트 존스톤과 로스 카운티가 혈투를 벌인 끝에 비겼던 그 시각.


[놀라운 결과입니다! 애버딘을 1 : 0으로 잡아내면서 달콤한 승리를 따내는 파틱 시슬입니다!]


제일 밑바닥에 위치한 파틱 시슬이 5위 애버딘을 잡아내면서 또 한 번의 이변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론 아치볼드를 경질하고 데려왔던 레이 히긴스가 부임하자마자 큰일을 낸 것이다.


물론 모든 게 히긴스 효과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가 합류해서 업무를 보기 시작한 지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대로 아치볼드가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면 애버딘을 이길 수 있었을까?’라는 논점이 주어지자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걸 모두가 인정해야만 했다.


큰 변화를 주진 못했어도 세부 지시나 개별적인 선수 관리 등 소소한 부분에 후임자의 손길이 닿은 건 분명할 테니 말이다.


설령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새로운 출발이라는 강렬한 동기부여가 선수단을 고양시켰음이 분명했다.


거듭되는 부진에 지쳐있던 파틱 시슬의 팬들은 오래간만에 설레는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고, 세인트 존스톤처럼 높이 비상하는 꿈을 꾸기까지 했다.


히긴스의 영향을 받은 건 해당 구단뿐만이 아니었다.



[ Scottish Sports ] 세인트 미렌, 콜린 레논과 결별



같은 강등권에서 경쟁을 치르던 세인트 미렌도 즉각 행동에 나섰다.


최근 인버네스 CT와 2 : 2로 비기는 등 괜찮은 싸움을 해왔던 콜린 레논이었지만, 이대로는 반등이 불가능하다는 걸 보드진도 깨달은 모양이었다.


결과로만 따지면 여전히 진흙탕 안에서만 굴러다니는 형편이었으니까. 강등이 확정되어 추락하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다.



[ Football Focus ] 수동적이고 소극적이기만 한 감독은 이제 프리미어십에서 점점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



경질하는 판단은 좋았으나 후임자를 물색하는 데 그다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건 크나큰 실수였다.


2주 가까이 휴식기에 들어가며 팀을 정비할 기간이 제법 주어졌음에도 결국 아무도 구하지 못하여 수석 코치인 토미 롱웰을 임시 감독직에 앉히는 선택을 하게 됐는데.


롱웰은 오랜 기간 감독들을 잘 보좌해 온 베테랑이었지만, 총책임자의 권한을 떠맡기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었다.


같이 지내왔던 선수들은 그를 잘 알고 있었기에 팀의 분위기는 더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 구단이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 조바심이 난 나머지 감독 경질을 강행했지만, 더 최악으로 빠져버린 상황.


세인트 미렌은 그저 얼떨결에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시늉만 낸 꼴에 지나지 않았다.


*******


< 15-16 Scottish Premiership 22 Round >

로스 카운티 : 킬마녹

2016년 1월 16일 (토) 15:00

햄던 파크 (관중 수 : 42,681명)



[로스 카운티 / 4-1-2-3]

FW : 잭 마틴 / 에이든 딩월 / 앤드류 톰슨

CM : 제임스 블랜차드 / 리차드 브리튼

DM : 알렉산더 캐리

DF : 리 월리스 / 폰투스 얀손 / 스콧 보이드 / 아메드 델샤드

GK : 마크 브라운



킬마녹의 감독 크레이그 레빈은 훌륭한 지도력으로 팀을 이끌며 최근 애버딘을 제치고 5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승격한 구단을 이 정도로 끌어올린 건 실로 대단하여 팬들에게 찬사를 받을 만한 행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오늘 경기에서 그릇된 판단을 하여 대가를 치르는 중이더라도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라이언 고드프리가 일으킨 파급력일 가능성이 높았다.


세인트 존스톤이 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로스 카운티를 애먹이던 장면은 많은 감독들에게 상당히 깊은 감명을 안겨 준 듯했다.


레빈은 너무 높지도 않은 적절한 라인을 유지하며 고드프리가 선보였던 정교한 후방 빌드업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그게 어느 정도 통하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세밀함이 한참 떨어지는 킬마녹 선수들의 집중력은 십 분이 최대 한계였다.


나름대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던 흐름은 허무한 실수로 인해 무너졌다.


골킥으로 시작한 상황. 키퍼에서 수비수로 볼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부정확한 패스가 기습적으로 달려든 딩월의 발에 끊겼고, 딩월은 그대로 볼을 몰고 들어가 쇄도하는 잭 마틴에게 전달해 주었다.


워낙 터무니없는 패스미스였기에 두 명의 로스 카운티 선수가 박스에 진입하는 동안 킬마녹 수비진은 쫓아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점수를 잃은 이후에는 로스 카운티의 판이었다.


측면을 돌파한 리 월리스가 높이 올린 크로스로 블랜차드의 헤더 골을 어시스트했고.


이후 블랜차드는 킬마녹의 진영에서 수비진을 유린하는 빠른 템포의 원투패스와 연계 플레이로 손쉽게 박스 안에 들어가더니, 여유롭게 짧은 패스를 옆으로 내주면서 잭 마틴의 멀티 골을 어시스트했다.


잭 마틴은 볼을 받아 차분한 동작으로 디딤발을 짚으며 우측 구석으로 감아 차는 득점으로 상대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킬마녹은 후반부에 얻어낸 프리킥에서 만회 골을 넣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레빈의 실패는 고드프리의 축구를 아무나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시로 남게 되었다.


“무작정 웅크리기보다 한 번쯤은 로스 카운티를 상대로 과감한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후 그가 한 인터뷰는 챔피언을 타도하기 위한, 더불어 프리미어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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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 카운티 3 : 1 킬마녹 >

잭 마틴(13‘, 62‘)

제임스 블랜차드(28‘)

+++++++++++++++++++++++++++++

새미 클링건(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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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16 Scottish Premiership 23 Round >

로스 카운티 : 하이버니언

2016년 1월 20일 (수) 19:30

햄던 파크 (관중 수 : 43,839명)



[로스 카운티 / 4-1-2-3]

FW : 제임스 블랜차드 / 에이든 딩월 / 앤드류 톰슨

CM : 존 맥긴 / 라이언 잭

DM : 알렉산더 캐리

DF : 리 월리스 / 대니 패터슨 / 폰투스 얀손 / 아메드 델샤드

GK : 마크 브라운



프리미어십의 두 번째 사이클이 끝나고.


마지막이 될 다음 사이클에서 맞이한 첫 상대 팀은 하이버니언이었다.


경기는 일찍이 끝난 싸움이 되었다.


리 월리스의 왼발 중거리 슛이 골문 우측 구석에 꽂히면서 선제골, 박스 외곽에서 찍어 올린 캐리의 패스에 맞춰 박스 안으로 침투한 블랜차드가 사뿐히 발만 갖다 대는 인사이드 슛으로 추가 골.


초반에 두 점 차를 내면서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보통 이런 흐름이 되면 카운티의 구호나 단순한 반복을 외치는 챈트가 울려 퍼져야 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햄던 파크에 운집한 관중들의 분위기는 뭔가 달랐다.


피터 블랙과 토드 홉킨스의 주도하에 열정적인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숫사슴들’이 조성하는 분위기였다.


그들은 22라운드까지 오면서 기어이 단 하나의 패배도 허용치 않은 무적 군단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특별하게 축하하기 위해 한 가지 소소한 이벤트를 준비해 왔다.


바로 새로운 챈트였다.


이탈리안 감독이 오기 전부터 로스 카운티는 이미 한 분야에서 제법 유명했었는데, 바로 프리미어십 내에서 가장 따분한 챈트를 부르는 팀으로 알려졌단 사실이었다.


스탠드를 좀먹던 성난 숫사슴들을 몰아내고 새로 조직한 신흥 숫사슴들이 기존 응원가들을 하나하나 손보면서 그 이미지는 어느 정도 탈피했지만, 아직도 챔피언치고는 아쉽다는 평을 피할 수 없었다.


셀틱과 비교하면 더 그러했다. 그들을 누르고 올라선 로스 카운티지만, 챈트 부분은 여전히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셀틱의 ‘You'll never walk alone’처럼 수년의 역사가 거쳐 왔던 전통을 어찌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런 건 트로피처럼 바로 가져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물론 의식하고 만들지는 않았지만, 오늘의 챈트는 구단의 근본을 더 두텁게 다지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도 있었다.


뜻깊은 의미를 담았다기보다는, 그저 흥겹게 즐기기 위한 익살스러운 노래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The Staggies on the Pitch, The Staggies on the Pitch -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Hi-ho, the derry-o, The Staggies on the Pitch -

(하이-호, 데리-오,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원곡은 미국의 오래된 동요인 ‘The Farmer in the Dell’로 타 팬들이 항상 촌구석 팀이라며 조롱해 왔던 걸 유쾌하게 받아치기 위해 고른 것이었다.


본래는 농부에 관한 얘기를 가볍게 반복해서 부르는 가사였으나 숫사슴들은 거기에 선수 이름을 넣어 응원가에 맞춘 개사를 연구했다.


경기 도중에, 특히 로스 카운티가 주도권을 잡고 몰아붙일 때 상대를 더욱 위축시키기 위한 목적의 노래. 익살스러움 뒤에 숨겨진 또 다른 목적이었다.


당장은 세 명만 대표로 언급할 것이지만, 차츰 선수마다 고유의 가사를 추가하여 상황에 따라 바꿔 부를 예정이었다.


예를 들어 존 맥긴이 드리블로 수비를 돌파하면 그의 가사를, 아메드 델샤드가 공격수를 막아내면 그의 가사를 맞춰 부르는 식으로.


우선 처음으로 공개할 내용에서는 전방의 화력을 책임지는 주요 공격진이자, 로스 카운티의 상징적인 아이콘으로 거듭난 스코티시 트리오가 주인공이 될 것이다.



Thomson is sprinting, He's speed in full sway -

(톰슨이 질주한다, 그의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지.)

Hi-ho, the derry-o, He'll tear your defence to pieces -

(하이-호, 데리-오, 그가 너희 수비를 산산조각 낼 거야.)


Blanchard began to move, It's hard to prevent him -

(블랜차드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를 막기는 어렵지.)

Hi-ho, the derry-o, You'll crumble in a blink -

(하이-호, 데리-오, 너넨 눈 깜짝할 새 무너질 거야.)


Oh, Dingwall takes a shot, He missed another goal -

(오, 딩월이 슛을 해, 그가 또 골을 놓쳤네.)

Hi-ho, the derry-o, Still, we truly love him -

(하이-호, 데리-오, 그래도 우린 그를 정말로 사랑해.)



“아니, 잠깐만. 내 파트만 왜 이래······.”


딩월은 뛰다 말고 자신을 놀리는 가사에 불평을 늘어놓았다.


“다른 녀석들 파트는 멋진데, 왜 나만 저러냐고.”


“그러니까 작작 놓쳤어야지, 에이든.”


캐리가 지나가며 던진 장난기 섞인 핀잔은 딩월의 승부욕이 불타오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좋아. 그렇다 이거지? 지금 당장 가사를 고칠 마음이 들게 해주겠어. 잘 보라고!”


마침 톰슨의 압박에 상대가 다급히 처리하여 갈 곳을 잃은 루즈볼이 딩월 쪽으로 굴러왔고, 딩월은 골문을 노려보며 회심의 중장거리 슛을 날렸다.


뻐엉 -


아마도 ‘딩월의 중거리 슛은 대포알처럼 강력해.’ 대충 이런 내용으로 바뀌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날린 한 방인 듯했지만.


그 염원에 힘이 너무 실린 모양인지 볼은 상향곡선을 그리며 끝도 없이 치솟아 올라갔다.


하하하 -


숫사슴들과 함께 어울려 챈트를 부르던 관중들은 참지 못하고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만약 바뀐다면 ‘딩월의 슛은 정말 강력해서 인공위성까지 쏘아 올리지.’ 정도로 수정될 순 있을 것이다.


“잘 봤다.”


캐리가 또 한마디 하며 지나갔고, 딩월은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면서 마구 얼굴을 비벼댔다.


“하······ 이게 아닌데.”


딩월은 후반전 70분경에 들어온 필립 로스가 맥긴의 스루패스를 받아 쐐기 골을 기록한 와중에도 끝끝내 사람들 앞에서 증명해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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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 카운티 3 : 0 하이버니언 >

리 월리스(8‘)

제임스 블랜차드(17‘)

필립 로스(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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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ottish Sports ] 하이버니언, 벤 휴즈 감독 경질



매 라운드마다 요동치는 변화의 바람은 이쪽도 피해 갈 수 없었다.


하이버니언은 하위권이긴 해도 최근 칼을 뽑아 든 팀들에 비하면 강등권에서 안전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감독을 바꾸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안정권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뛰어오르고 싶다는 야망을 보인 교체였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다음 감독을 선임했다.



[ The Scotsman ] 알렉스 매클리시, 하이버니언으로 돌아오다


[ Scottish Sports ] 하이버니언, KRC 헹크에서 상당한 보상금을 물어주고 매클리시를 선임



알렉스 매클리시(Alex McLeish). 과거 1998/99 시즌에 승격을 이루며 지금까지 하이버니언이 프리미어십에 머물 수 있도록 터전을 만들어 준 감독.


이후 레인저스를 포함해 버밍엄 시티와 아스톤 빌라 등 다양한 클럽을 전전했으며, 스코틀랜드 국가대표팀 사령탑에도 앉아본 적 있는 상당히 굵직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다.


하이버니언은 피터 휴스턴을 다시 데려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는 중인 던디 유나이티드의 방식을 선택한 셈이었다.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매클리시는 생각보다 훨씬 더 원대한 꿈을 내비쳤다.


“단순히 팀을 구하기 위해 온 게 아닙니다. 하이버니언의 포부가 저를 설득했고, 그래서 고향에 돌아온 거죠. 스코틀랜드의 주요 도시하면 글래스고와 에든버러인데, 이 바닥에서는 항상 올드 펌이 있는 글래스고만 강세였습니다. 이제 바뀔 때가 됐어요. 로스 카운티가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흐름은 이미 타기 시작했죠. 하트 오브 미들로시언이 아직 프리미어십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하이버니언을 에든버러 최고의 팀으로, 그리고 셀틱보다 더 나은 팀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부임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2000/2001 시즌에 3위를 기록하며 올드 펌의 발밑까지 추격했던 전적이 있었으니 마냥 허황된 목표만은 아니었다.


프리미어십은 점점 어설픈 자들은 하나둘 낙오되고, 진짜배기들만 모여드는 숨 막히는 생태계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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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16 Scottish Premiership 24 Round >

로스 카운티 : 애버딘

2016년 1월 24일 (일) 14:00

햄던 파크 (관중 수 : 46,039명)



[로스 카운티 / 4-1-2-3]

FW : 잭 마틴 / 에이든 딩월 / 필립 로스

CM : 존 맥긴 / 리차드 브리튼

DM : 라이언 잭

DF : 리 월리스 / 폰투스 얀손 / 스콧 보이드 / 아메드 델샤드

GK : 마크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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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 카운티 1 : 0 애버딘 >

리차드 브리튼(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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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감독은 꾸준히 선발로 기용하던 캐리를 빼면서 약간 실험을 가미한 듯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승점을 압도적으로 벌어놓은 자가 부릴 수 있는 여유였다.


그런 이유와 함께 톰슨까지 명단에 빠지면서 로스 카운티의 공격력은 평소보다 매섭지 못했다.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라고 할 수 있었지만, 애버딘은 힘을 뺀 로스 카운티를 상대하면서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하필 휴식을 취해 완벽한 컨디션이 된 리차드 브리튼이 최상급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며 중앙을 장악했고, 그가 결승 골까지 넣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측면을 파고든 리 월리스의 크로스에 맞춰 박스 안으로 침투한 브리튼의 슛으로 경기는 종결되었다.


그것 외에는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정작 더 중요한 건 다른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마침내 올 것이 오고 만 것이다.



[ Scottish Sports ] 인버네스 칼레도니언 시슬, 스티브 클라크 경질



무, 패, 패.


인버네스 CT는 앞선 로스 카운티의 3연승과 완전히 대조되는 성적을 거두는 중이었다.


올해 내리 부진한 스티브 클라크의 숨통을 끊은 건 공교롭게도 세인트 존스톤이었다.


델 레오네가 프리미어십에서 인정했던 두 남자의 격돌. 라이언 고드프리가 3 : 0으로 완승을 거두었고, 이를 지켜보던 인버네스의 보드진들은 결단을 내렸다.


한때는 이탈리안에게서 상대 전적도 앞섰던 호적수. 그러나 이제 상대조차 안 되는 수준으로 전락한 실패자가 된 꼴이라니. 클라크를 욕하며 나가라고 외치던 팬들도 소식을 접한 뒤 허탈한 심정으로 씁쓸한 상념에 잠겼다.


원인을 따져보면 보드진이 감독에게 지원을 제대로 안 해준 탓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냉정한 승부의 세계인 것을.


사실 보드진은 클라크를 저버린 지 오래였고, 그를 내칠 시기만 엿보는 중이었다. 고드프리가 인버네스를 묵사발 내버린 게 명분으로 작용했을 뿐이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후임자 물색 작업을 은밀히 해왔었다.


파틱 시슬이 세인트 존스톤의 전례를 따라 제2의 고드프리를 찾기 위한 도박 수를 걸었고, 하이버니언은 구단에 좋은 기억을 심어주었던 클래식 레전드를 다시 소환하는 던디 유나이티드의 방식을 따랐다면.


인버네스 CT는 그 둘과 다른 수법을 써서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


어쨌거나 연고지 라이벌이라고 로스 카운티가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근원지를 쳐다봤던 것이다.


전술의 나라 이탈리아. 그곳에서 저 도무지 당해낼 자가 없는 안토니오 델 레오네의 대항마를 찾아본다. 인버네스 보드진의 계획이었다.


열등감에서 비롯된 무모한 발상이었지만, 그런 것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클라크가 흔들리던 올 시즌부터 많은 인력을 투자한 그들은 반 개월간 꽤 착실하게 탐색해 나갔고, 상당히 괜찮은 인물을 발견해 냈다.


세리에 C의 칼초 포자 1920(Calcio Foggia 1920)을 맡아 올 시즌 상위권으로 도약시킨 젊은 감독이었다.


최근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의 명성도 상당히 올랐기에 세리에 C의 감독을 꼬드기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었다.


그건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원수지간인 로스 카운티가 리그의 위상을 올려준 덕이 크겠지만.


하지만 인버네스 CT는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구단을 설득하여 보상금을 지불하는 단계까지는 어렵지 않게 통과했지만, 감독 본인이 당장 이탈리아 밖을 나가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며칠 실랑이한 끝에 보드진은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더 강한 설득과 더 많은 돈을 제안했다면 데려올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정도 가치를 가진 인물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무엇보다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은근슬쩍 자신들을 업신여기는 듯한 오만함과 직설적인 언행에 기분이 상한 탓도 컸다.


빈손으로 다시 하일랜드행 비행기를 타면서 대표 이사 지미 노블은 고개를 내저었다.


대체 로스 카운티는 어떻게 해서 한참 멀리 떨어진 타지에서 건너온 델 레오네를 얻을 수 있었던 걸까? 보통은 저렇게 이탈리아 밖을 나가기도 싫어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일 텐데.


천운이 따랐다고밖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보드진은 어떻게 해서든 그를 설득했어야만 했다. 고개를 숙여서라도 모셔 왔어야만 했다.


그랬다면 노블과 보드진이 그토록 바라마지않던, 안토니오 델 레오네를 위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장을 보았을지도 몰랐다.


델 레오네와 고드프리에 견줄 수 있는 재목. 나아가 축구 전술이 더욱더 체계화되는 수년 뒤에 주목받게 되는 인물을 저 스스로 놓쳐버렸으니.


이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 Scottish Sports ] 로베르토 데 제르비, 인버네스행 불발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을 더 단축하도록 계속 노력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 _)


소중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모아두상 님

정학 님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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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4 다크기사
    작성일
    23.10.31 21:49
    No. 1

    잘보고 갑니다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k1033
    작성일
    23.10.31 23:43
    No. 2

    데제르비를 ㅋㅋ. 델레오네도 언제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볼수 있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3.11.01 02:07
    No. 3

    Is sprinting 아니면 in (full) sprint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모아두상
    작성일
    23.11.01 09:08
    No. 4

    점점 다양함 사람들이 나오면서 기억력의 한계를 느끼네..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Miguel35..
    작성일
    23.11.01 17:01
    No. 5

    재미와 별개로 이 소설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

    글에도 나오다시피 하필 무대가 SPL임.
    ㅈ도 아무도 관심없는 변방리그,
    2팀만 우승하는 그들만의 리그,
    챔스는 나가지만 조별리그 위론 절대 못 올라가는 리그,
    PL에 편입되려고 발악하지만 받아주지 않는 작은 섬,
    자본이 올 리 만무해 영국 챔피언쉽 보다 중계권이 싼 리그.

    이런 팀이 소설 속 세계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대장정 끝에 챔스를 따내도
    선수팔아 연명하는 구멍가게들만 모인
    스코티시 리그일 뿐.

    빨리 감독의 무대를 진정한 경쟁의 장으로 옮겨주세요
    지지부진 한 건 둘째치고 긴장감이 없어진 지 너무 오래입니다
    PL도 좋고 라리가도 좋고 세리아도 좋으니 탈출 좀!

    찬성: 0 | 반대: 6

  • 작성자
    Lv.99 양자포
    작성일
    23.11.08 08:25
    No. 6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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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197. 팀의 완성도 +8 24.01.04 813 43 24쪽
196 196. 신뢰의 결실 +5 23.12.23 868 38 28쪽
195 195. 한 마리의 송골매 +5 23.12.10 855 40 23쪽
194 194. 두 마리의 사자 (2) +5 23.12.02 864 42 25쪽
193 193. 두 마리의 사자 +4 23.11.22 925 43 25쪽
192 192. 캡틴 잭 +3 23.11.10 878 40 26쪽
» 191.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6 23.10.31 938 35 28쪽
190 190. 계몽의 시대 (3) +3 23.10.20 961 44 23쪽
189 189. 계몽의 시대 (2) +5 23.10.08 971 39 26쪽
188 188. 계몽의 시대 +4 23.09.26 1,012 42 26쪽
187 187. 새로운 국면 (5) +7 23.09.15 1,065 45 22쪽
186 186. 새로운 국면 (4) +6 23.09.03 1,094 4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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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182. 지상 최고의 팀 (4) +8 23.06.28 1,278 50 29쪽
181 181. 지상 최고의 팀 (3) +5 23.06.16 1,169 39 24쪽
180 180. 지상 최고의 팀 (2) +6 23.05.27 1,282 5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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