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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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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최근연재일 :
2024.04.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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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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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1쪽

201. 공간 싸움 (2)

DUMMY

“제임스는 정말 에고가 강한 녀석이에요. 그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마 감독님 한 명밖에 없을 겁니다. 게다가 지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죠. 괜히 승부욕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에요. 실제로 자신감도 넘쳐흐르고요. 그 녀석이 실제로 인정하는 선수는 몇 명 안 될 겁니다. 다른 팀은 물론이고, 우리 팀 동료마저도······ 아, 딱 하나 있어요. 그렇게 자존심이 강한 제임스가 유일하게 자기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흔쾌히 인정하는 한 명. 그 선수가 바로······.” - 수석 코치 ‘닐 스튜어트(Neil Stewart)’ -


*******


“······저게 말이 돼?”


피터 블랙은 방금까지 흥분에 빠져 소리를 질렀었다.


분명 완벽하게 열린 뒷공간이었다.


좌우로 치닫는 맥긴과 딩월에게 현혹된 보아텡이 끌려 나오면서 기회가 만들어졌고, 톰슨의 빠른 발로 볼을 잡아 단독으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노이어가 페널티 에어리어를 벗어나 거의 센터서클 부근까지 달려 나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스타일이자 색다른 절망감.


톰슨의 질주가 이런 식으로 끊긴 적은 처음이지 않던가? 보통은 그 폭발적인 스피드에 엄두조차 못 내고 박스에 머물러 있어야 할 골키퍼가 대범하게 뛰쳐나와 볼 경합을 벌이고, 먼저 가로채기까지.


뮌헨에선 꽤 흔한 장면이긴 했지만, 이에 생소한 블랙과 숫사슴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또?”


그리고 그게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걸 몸소 증명하고 있었다.


중앙에서 비달을 순간 삼면으로 압박하여 볼을 탈취하는 데 성공한 로스 카운티. 캐리가 블랜차드에게 기막힌 스루패스를 찔러주었지만, 이마저도 노이어가 절묘한 타이밍에 달려 나와 먼저 걷어낸다.


“으아아, 대체 뭐냐고! 저 미친놈은!”


정확한 패스였는데. 원래대로라면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어야 할 장면이었는데. 선수들도 팬들도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매섭게 몰아치는 공세를 버틴 뒤, 회심의 패스를 찔러 뮌헨의 수비진을 꿰뚫어도 성과를 낼 수가 없다.


마누엘 노이어의 존재 하나 때문에.


“선방만 잘하면 되는 시대가 슬슬 저물어간다더니만······.”


페널티 에어리어 구역을 벗어나 함께 빌드업을 수행하고, 뒷공간 패스를 사전에 차단하는 플레이가 현대 축구의 흐름으로 대두되면서 골키퍼도 발밑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 있다.


하지만 저렇게 광활한 수비 범위를 통제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끊어낼 수 있으려면 언제 움직일지 아는 확실한 판단력과 망설이지 않는 대범함이 크게 요구된다.


자칫하면 치명적인 실책으로 실점의 빌미가 될 수 있으니까.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영역인 셈이다.


그런데 하필 이 고난도 플레이를 처음으로 접한 게 현대 축구의 스위퍼 키퍼 개념을 재정립하고 완성시켰다 평가받는 노이어라니. 하늘 높이 솟아 끝이 보이지 않는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수문장이자 최종 수비수.


팀 내에서 제일 정교한 플레이메이커 알렉산더 캐리의 패스조차 저런 식으로 막히는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로스 카운티가 품은 비장의 무기를 봉쇄당해 버린 느낌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 독일산 거인이 스위퍼 플레이만 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


간신히 공격권을 잡은 양상에서 브리튼이 우측 상단 구석을 노린 날카로운 중거리 슛을 날렸으나, 길게 팔을 뻗어 막아내는 노이어. 입에서 아쉬움의 비명보다 좌절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살면서 내가 본 골키퍼 중 가장 무지막지한 놈인 것 같군.”


보다 못한 홉킨스가 한마디 내뱉었고.


이어진 코너킥에서 찍어 내린 얀손의 헤더 슛까지 동물적인 감각으로 선방하는 걸 본 블랙이 끄덕이며 동조했다.


“괜히 현역 최고라 불리는 게 아니야.”


*******


사실 로스 카운티는 꽤 잘해주고 있는 편이었다.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주눅 들지 않고 맞서 싸울 팀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는 유일할 것이다.


물론 뮌헨이 열 번 가까이 두들겨대는 동안 브리튼의 중거리와 얀손의 헤더, 이 유효 슈팅 두 개가 그나마 골문을 위협한 전부였지만.


간신히 저들의 화력을 버텨내면서 명치를 여러 번 노려보기도 했으나, 결국은 죄다 노이어 앞에서 막혀버린 꼴이다. 이쯤 되자 선수들은 도저히 뚫어낼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이 들었다.


계속되는 좌절은 심리와 연관된다.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못하면 몸에 쌓인 피로감은 더 가중되어 발을 점차 무겁게 만든다.


맥긴과 캐리가 특히 그랬다. 둘은 신체의 모든 힘을 다 끌어내서 뛰는 중이었다. 심지어 캐리는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소화해 전반전이 끝나기 전부터 급격히 지칠 만큼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였다.


그들은 경기에 집중하느라 이마에서 땀줄기가 흘러내리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로스 카운티의 좌측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 역시.


이 와중에도 다시금 공격을 들어오는 로번. 몇 분 전, 맥긴이 한발 늦은 태클로 옐로카드를 받으면서 살짝 위축된 상황. 그 빈틈을 발견해 직선으로 돌파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터진 스피드에 맥긴이 떨어져 나가고, 월리스가 미처 달라붙기도 전에 옆으로 벗겨내며 안으로 파고드는 드리블. 패터슨이 가까스로 막아서지만, 거대한 함성에 경기장이 진동한다.


찰나의 일대일 대치. 뮌헨팬들이 숱하게 보던 장면이며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패터슨보다 한 박자 빠르게 움직여 타이밍을 빼앗는 왼쪽 드리블, 계속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캐리마저 쉽게 제쳐낸 뒤 아크 서클에서 감아 차는 슛. 브라운 키퍼가 몸을 날리지만, 손끝을 피하며 구석으로 꽂히는 볼.


철썩 -


아르연 로번의 시그니처 무브이자 전매특허와도 같은 패턴이 통하면서 기어이 그물을 흔들고 만다.


알고도 막을 수 없는 플레이. 일부는 단순한 매크로라 지적하지만, 로번을 진정으로 두렵게 만드는 무기. 로스 카운티가 쌓아 올린 요새도 그 빤하게 일관된 반복 동작으로 인해 허물어진 셈이었다.


이후 상대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던 비달의 박스 안 침투를 놓치며 멀뚱히 쳐다보는가 하면, 람에게 중장거리 슛을 내주면서 브라운 키퍼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중앙에 단단한 블록을 쌓아둔 채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으로 막아내던 수비진이 동요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뮌헨이란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용맹하게 버티던 그들이었지만, 균열이 생기면 그 틈으로 물이 새어 들어오게 마련. 네덜란드산 특급 윙에게 벽이 깨진 로스 카운티는 점점 거센 물살에 밀려, 아니 쓸려나가려 하고 있었다.


과르디올라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가 혼란해진 틈을 타 뮐러와 비달의 위치를 교묘하게 바꾸고, 로스 카운티의 좌측 공략에 더 무게를 실었다.


우측은 딩월이 포진한 영역이라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오지만, 좌측은 맥긴이 로번 마크를 돕기 위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점. 중앙을 맡은 캐리가 한계치에 도달해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


그런 이유로 하프 스페이스 방비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부분을 간파한 대응이었다.


묘수는 적중했다.


내려가서 람의 패스를 받아주는 뮐러. 캐리를 등진 채 측면으로 볼을 넘기고, 로번은 다시 한번 맥긴을 제치며 중앙 쪽으로 파고든다.


맥긴이 후속 대처를 하기도 전에 볼을 짧게 보내는 로번. 어느새 캐리를 따돌리며 앞으로 이동한 뮐러가 받는다. 동시에 움직임을 눈치챈 브리튼이 곧장 끊어낼 생각으로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하지만.


와아아 -


받자마자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되돌려주는 원터치. 뮐러와 그의 발을 떠난 볼 사이로 브리튼이 허무하게 지나쳐버리고, 순식간에 로스 카운티의 중앙 저지선 두 명이 나가떨어진다.


이어받아 측면으로 치고 나가는 로번. 어쩔 수 없이 딸려 나가서 휑한 측면을 커버하는 월리스.


그러나 로번의 비스듬한 횡패스가 월리스의 옆을 스치며 박스 외곽까지 접근한 뮐러에게 도달하고, 이번에도 짧게 앞으로 밀어 넣는 빠른 템포의 패스가 이루어진다.


엉거주춤 자세를 잡은 패터슨의 뒤로 완벽하게 빠져나간 레반도프스키. 골문 쪽으로 몸을 틀며 깔아 찬 슛이 브라운 키퍼의 다리 사이를 통과하며 그물을 흔들어낸다.


라움도이터 토마스 뮐러의 물 흐르는 듯한 연계, 예리한 침투와 센스 있는 플레이로 만들어진 추가 골.


이를 적절하게 이용한 과르디올라의 용병술이 결국은 굳건하던 성문을 열어버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삐익 -



전반전이 끝나고 양 팀 선수들의 얼굴은 벌써부터 희비가 엇갈렸다.


여유롭게 웃는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과 이제야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유니폼으로 닦으며 숨 고르기 바쁜 로스 카운티 선수들. 그 모습에서 암담한 심정이 느껴졌다.


독일 축구의 최강자, 언제나 세계 정상을 다투는 실세 중 하나. 적어도 오늘만큼은 이제껏 붙었던 어떤 강팀들보다도 더 까마득한 레벨을 체감했을지도 모른다.


‘이 정도의 격차인가.’


아직 꺾여선 안 되는데 점점 고개가 무겁게 아래로 내려가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오직 한 명만이 꼿꼿이 정면을 바라보며 터널을 걸어가는 중이었다. 좌절은커녕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인 채.


그런 그에게 슬며시 다가온 누군가의 한마디.


“Ich bin enttäuscht.”

(실망했어.)


“······.”


블랜차드는 독일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뮐러의 표정과 뉘앙스로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


‘그렇게 큰소리치더니 이 정도밖에 안 돼?’


적대적인 상대가 자신에게 어필할 만한 메시지는 하나뿐이었으니까.


아주 잠깐 서로의 눈을 째려보더니 각자의 라커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 블랜차드와 뮐러.


처음에는 언론과 제삼자들이 제멋대로 만든 구도였지만, 약간의 해프닝과 신경전 때문인지 이제는 정말로 둘 사이에서 미세한 라이벌 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


[비달의 측면 패스. 리베리, 돌파하려다가 몸을 틀어 반대편으로 크게 전환합니다.]


“······.”


[수비와 대치하는 로번, 밀어주는 패스. 뒤로 돌아 들어간 람이 받아서 크로스! 얀손의 클리어! 수비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주도권은 뮌헨이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 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조지 맥도넬의 펍. 빈자리 하나 없이 꽉 들어찬 공간에서 실로 오래간만에 고요한 분위기를 맛보는 중이었다.


경기를 지배하는 홈팀과 막아내기에 급급한 원정팀. 크게 달라진 것 없는 후반전에 모두가 쥐 죽은 듯 중계 화면만 바라봐야 했다.


델 레오네 감독이 손을 놓아버린 건 아니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백스리 대형을 포기하면서 공격적인 태세를 취한 로스 카운티인데요. 뮌헨의 압력이 생각 이상으로 강합니다.]


해설자의 말대로 조정에 들어가긴 한 것 같은데, 단지 역부족인 거다.


[맥긴은 아예 존재감이 사라진 것 같아요. 경고도 한 장 있는 상태라서 빠른 교체를 해주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두 골을 내준 뒤, 마냥 방어만 할 수 없게 된 처지. 맥긴을 더 위로 올려 중앙 싸움에 힘을 실은 로스 카운티였지만, 효과는 그다지 못 보고 있었다.


딱 한 번. 블랜차드의 뒷공간 침투와 캐리의 스루패스가 맞아떨어지면서 결정적인 찬스가 나오긴 했는데, 그마저도 튀어나온 노이어에게 또다시 차단되는 걸 보며 맥도넬은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런 허탈함을 처음 느껴본 건 아니다.


나폴리에 세 골을 내주었을 땐 정말 끝장났다는 심정이었고, 조별 리그에서 만났던 레알 마드리드는 초자연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슈퍼컵에서는 선제골을 먼저 넣었지만, 이후 바르셀로나에 처참히 박살 나며 차가운 세계의 벽을 실감하기도 했다.


지금 마주하는 바이에른 뮌헨도 비슷했지만,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사방이 좁은 벽으로 둘러싸여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는, 모든 게 틀어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기분.


맥도넬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동안 붙어온 강팀들과의 싸움에서는 공통점이 하나 존재했다.


막막한 흐름 속에서도 단 하나의 믿을 구석, 전부 다 밀리더라도 이 부분만큼은 절대 꿀리지 않을 거란 확신. 어떤 강적을 만난다 해도 최소한 지략 대결에서는 쉽게 지지 않을 거란 자부심.


점수를 내줘도, 선수들이 무너져도 감독만 건재하다면 로스 카운티를 쓰러뜨렸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그가 곧 이 팀의 본체이기 때문이다.


감독의 역량으로 불리한 판을 뒤집어낸 걸 어디 한두 번 목격했던가?


훨씬 더 월등한 힘을 가진 팀들은 많았지만, 이때까지 쭉 살아남은 건 로스 카운티였다. 대부분 그 유리함에 취해 있다가 이탈리안의 묘수에 말려들어 희생양으로 전락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 최초로 모든 것이 뒤처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최후의 보루였던 감독마저 말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항상 긍정적인 태도로 지켜보자며 호들갑떠는 자신을 진정시키던 해리 윌슨조차 어두운 낯빛으로 조용히 중계만 보는 중이다. 그것만으로도 현재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


후반전에 들어가서도 수습이 안 돼서 당하기만 하다니. 천하의 안토니오 델 레오네도 펩 과르디올라 앞에서는 수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가?


카메라맨도 두 감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걸 잘 아는 모양이었다. 뮌헨 벤치를 비춰주는 TV 화면. 여유롭게 리드하고 있음에도 만족 못 한 얼굴로 선수들을 향해 무언가를 외치는 과르디올라의 모습이 보였다.


“방심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군.”


잠자코 지켜보던 크레이그 던컨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어서 대조하듯 클로즈업된 델 레오네는 팔짱을 낀 채 심각한 얼굴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했다.


[델 레오네 감독, 지금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한 것 같습니다. 교체 카드를 써서 변화를 줄 시간이 다가오는데요. 캐리의 퍼포먼스가 급격히 저하되고 있으니 그를 빼야 할까요?]


[글쎄요. 캐리가 점점 힘에 부치는 모습이긴 해도, 막상 그가 빠지면 뮌헨 진영으로 볼을 전개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선택이 중요한데 그 선택이 쉽지 않아요.]


캐리는 이제 저지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 그러나 동시에 뮌헨을 상대로 그나마 예리한 패스가 되는 유일한 선수.


비록 노이어의 말도 안 되는 커버 범위 때문에 여러 번 차단되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캐리를 빼면 그런 패스를 넣는 시도조차 불가능해져서 포위망에 더 완벽히 가둬지는 사태가 나올지도 모른다.


인내하며 한 방의 패스를 기대해 봐야 하는가? 포기하고 급히 다른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가?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폭격당하고 있는 로스 카운티의 진영.


[로번! 옆으로 빠지면서 슈웃! 패터슨이 등을 돌려막아냅니다! 하마터면 똑같은 방식으로 추가 골을 내줄 뻔했어요!]


모든 게 압도되어 버린 경기.


[로스 카운티가 볼을 가져오지만, 마땅히 앞으로 줄 곳이 없습니다. 뮌헨 선수들이 거의 다 중앙선을 넘어와서 타이트하게 압박을 가하는 중이에요.]


저들은 공격만 잘하는 게 아니다. 볼 소유권을 잃으면 즉시 압박으로 빠르게 되찾아오는 걸 중시하는 과르디올라의 선수들답게 조직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솔직한 감상은 그동안 만났던 강팀들과 비교해서도 압박 수준이 다르다.


그들은 순수하게 선수단의 퀄리티만 좋았을 뿐이지 시스템이 체계적인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일순간 어설픈 허점이 드러날 때 로스 카운티가 파고들어 재미를 보곤 했다.


저 바이에른 뮌헨은 여지조차 주지 않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반코트 게임이 된 것 같은데요. 후반전에 로스 카운티가 뮌헨 진영까지 올라가 본 게 몇 번이죠?]


“······.”


이대로 가면 델 레오네가 과르디올라와의 전술 대결에서 완패한다. 그렇다고 그를 질책할 수 있는가?


맥도넬은 고개를 내저었다. 단순히 이탈리안 감독이 팬들에게 수많은 행복과 추억을 안겨주어서만이 아니다.


그냥 최선을 다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떤 패착을 저질렀다기보다는 모든 걸 시도해 봤음에도 통하지 않았을 뿐.


그러나 과르디올라가 뛰어날지언정 델 레오네가 아예 그의 상대도 못 된다는 생각까진 들지 않았다. 단지 둘은 시작부터 가지고 있는 패가 달랐다.


풀 하우스를 냈지만, 상대는 로열 플러시를 내보인 그런 느낌.


장장 2년 가까이 유럽 대항전의 여정을 지켜보면서 로스 카운티도 꽤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차원이 다른 초호화 군단 앞에서는 여전히 작은 스코티시 팀에 불과했다.


[브리튼의 태클이 한발 늦게 들어가며 뮐러를 넘어뜨립니다. 주심의 옐로카드. 이렇게 되면 그는 경고 세 번 누적으로 2차전을 나오지 못하는데요.]


“최악의 최악만 겹치는군.”


오랜만에 입을 뗀 케니 풀러의 목소리는 잠겨있었다.


이어진 프리킥 상황에서는 알론소가 올린 볼을 이마에 맞춘 보아텡의 헤더 슛과 브라운 키퍼의 선방이 나왔고.


코너킥에서는 매섭게 쇄도하는 알라바를 이겨내며 델샤드가 먼저 머리로 클리어하는 데 성공한다.


[끝나지 않은 뮌헨의 공격. 람의 측면 전개. 로번이 직선으로 돌파하면서 크로스를 올립니다!]


[세트피스에 가담했던 뮌헨 센터백들이 아직 남아 있어요!]


[이번엔 얀손의 클리어! 튕겨 나간 볼! 비달의 슛! 패터슨이 몸으로 막아내고! 다시 뮌헨의 공격!]


[세컨드 볼을 계속 내주면 위험한데요.]


[람의 얼리 크로스! 알라바, 옆으로 토스하는 헤더! 레반도프스키, 받아서 슛! 밀착한 패터슨이 발로 막아냅니다! 흘러나온 볼을 잡은 리베리! 감아 차는 슈웃! 브라운 키퍼의 선방! 그리고······.]


[철썩 -]


“아······.”


[아아, 집중력 높은 수비를 보여준 로스 카운티였으나 마크가 없는 뮐러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네요.]


[브라운 키퍼가 몸을 던지며 잘 막았는데요. 하필 볼을 쳐낸 곳으로 뮐러가 서 있었습니다. 그를 탓할 순 없어요. 뮐러의 위치가 너무 좋았던 거죠.]


3 : 0의 스코어. 사실상 쐐기를 박아 넣는 골이었다.


제자리에서 만세 하듯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승자의 여유를 만끽하는 뮐러와 무표정으로 등을 돌려 걷는 블랜차드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카메라.


Deutscher Fußballmeister -

Deutscher Fußballmeister -

Deutscher Fußballmeister -

Deutscher Fußballmeister, FCB -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한 ‘독일 축구 챔피언’ 응원가가 울려 퍼지고, 홈팬들은 블랜차드를 손가락질하며 조롱하고 있었다.


“······뭐, 상대가 뮌헨인데.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지.”


펍에 모인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본인의 감정에 관대해지는 것뿐이었다.


나폴리에 세 골을 내줄 때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얻어터지진 않았다. 전력도 전술도 뭐 하나 넘어설 수가 없다. 상대가 너무 강해서 벌어진 일에 화를 내서 뭐 하겠는가?


인정하기는 싫지만, 하일랜드 전사들이 모든 면에서 굴복당한 날이었다.


[맥긴이 교체됩니다. 잭 마틴이 투입되는군요. 이 흐름에서 기대해 볼 만한 건 역시 해결사의 한 방밖에 없죠.]


[수긍이 되는 교체이긴 하나, 미드필더가 하나 빠지는 셈인데요. 자칫하다 더 실점하는 거 아닐지······. 물론 선택의 여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반면 과르디올라는 로번과 알론소를 불러들이고, 더글라스 코스타와 티아고 알칸타라를 투입한다.


“내내 측면을 들쑤셔놓던 선수를 빼고도 자신 있다는 거지. 얄밉지만 한편으론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풀러의 말대로 전술적 고민 따위 할 필요도 없는 체력 관리 차원의 교체일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응원은 해주자고, 케니.”


윌슨은 후반전 킥오프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어느덧 80분이 넘어가고, 뮌헨도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힘을 서서히 빼기 시작할 무렵.


[마르티네스의 전진 패스. 브리튼의 볼 차단. 캐리가 받자마자 원터치로 스루패스! 아앗, 이번엔 정확히 침투하는 잭 마틴의 발 앞으로!]


“오?”


골키퍼가 먼저 나와서 가로챌 수 없을 만큼 침투하는 공격수에게 바짝 붙여준 정교한 스루패스.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팔팔한 체력을 가진 잭 마틴이 지친 수비수들을 앞질러 나가자 시들어 있던 펍의 공기가 되살아난다.


“가······ 가자!”


[잭 마틴! 단독 찬스! 마틴! 잭 마틴! 로스 카운티의 해결······ 으아아, 이걸 막아내는 마누엘 노이어!]


“아니······.”


박스 안으로 진입하여 우측 하단 구석으로 깔아 차는 침착한 슛. 그러나 왼쪽 다리를 뻗어 발로 막아내는 노이어의 슈퍼 세이브에 들떠있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저게 말이 돼?”


“잭 마틴의 슛이······ 막힌다고?”


캐리가 혼신을 다해 보낸 패스였는데. 어수선한 틈을 잘 파고든 잭 마틴의 주특기가 맞아떨어진 결정적인 찬스였는데.


어쩌면 최후의 저항이었을지도 모르는 로스 카운티의 마지막 한 방마저 허무하게 제압되고 만 것이었다.


“저걸 어떻게 뚫으라는 거야······.”


일말의 희망마저 철저히 깨부수는 뮌헨의 잔혹성에 맥도넬은 결국 견디지 못하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철썩 -]


“응?”


청량한 그물 소리. TV 속 관중들과 함께 폭발하는 펍 내부의 환호에 화들짝 놀란 맥도넬은 황급히 올려다보았다.


[고오올! 블랜차드의 만회 골! 늦은 시간에 한 골 추격하는 로스 카운티!]


[이 팀의 해결사는 잭 마틴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역전까지는 어려워 보이긴 합니다만, 축구란 스포츠는 이래서 끝날 때까지 몰라요!]


야유가 쏟아지는 알리안츠 아레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 일부러 막아서는 노이어를 어깨로 거칠게 밀치며 볼을 줍는 블랜차드. 중앙선으로 달리는 그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블랜차드, 저 녀석은 정말로 대단한 놈이야!”


“조지, 봤어? 우리가 뮌헨한테 골을 넣었어!”


금세 밝아진 펍 안의 공기. 여전히 패색은 짙었으나, 무득점과 점수 하나를 따라간 것의 차이는 생각 외로 컸다.


이어진 리플레이에서는 니어 포스트로 기습 쇄도한 블랜차드가 볼의 방향만 살짝 돌리는 헤더로 득점하는 장면이 나왔다.


[하비 마르티네스가 그를 마크하고 있었는데요. 가운데로 파고드는 척 왼쪽으로 상체를 움직이면서 마르티네스의 몸을 쏠리게 만든 뒤, 빠르게 오른쪽으로 틀면서 완벽하게 따돌렸어요.]


[약속된 움직임일까요? 그리고 캐리를 안 뺀 게 결국 유효했네요. 잭 마틴을 향한 스루패스, 그로 인해 나온 코너킥으로 어시스트까지. 중요한 승부처에서 북아일랜드의 레지스타를 빼는 건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


노이어가 뻗은 팔 아래로 스치며 빠져나간 볼. 저 헤더 슛이 들어가는 직전까지도 기어이 반응해 내다니. 살짝만 더 어긋났다면 막힐 수도 있었다는 게 소름 끼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금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건 저 괴물 같은 골키퍼의 반사신경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맥도넬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이러면······ 또 이러면······. 우리도 포기할 수가 없잖아!”


*******


블랜차드가 터뜨린 골이 영향을 끼친 건 팬들뿐만이 아니었다.


“힘내자! 침착하게 하나만 더 만들어 보는 거야!”


손뼉을 치면서 독려하는 주장 브리튼. 사실 더 크게 자극받은 건 코앞에서 지켜보던 그의 동료들이었다.


우우우우우 -


킥오프를 진행하고 나서도 귀를 따갑게 만드는 성난 뮌헨팬들의 야유. 하지만 그 폭우와도 같은 비난 속에서 어렴풋이, 점점 뚜렷하게 들려왔다.


카운티 - 카운티 -


희미하면서도 선명한 숫사슴들의 구호가.


‘제임스도 팀원들도, 팬들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소심한 성격의 앤드류 톰슨조차 이 흐름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그의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전반전에 몇 번 모습을 비췄다가 후반전은 뮌헨 수비들에게 꽁꽁 묶이며 아예 필드에서 지워졌다.


존재감을 상실한 채 멀리서 로스 카운티의 진영이 파괴되는 걸 방관하고 있어야만 했다.


뮌헨의 무지막지한 위용에 불씨가 점점 꺼져가던 하일랜더 정신을 블랜차드가 팀원들에게 일깨워주었고, 그건 톰슨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제일 크게 꺾였던 만큼 더욱 자극받을 수밖에 없었다.


뭔가를 해야만 한다. 공격이 안 되면 수비라도 도와서 이 이상 실점하지 않도록 반드시 지켜내야만 한다.


부담감을 넘어선 사명감이 톰슨의 몸을 휘감았고.


“일단 전원 수비해! 더 내주지 마!”


벤치에서는 닐 스튜어트 코치의 외침이 들려왔다.


잭 마틴을 향하는 전진 패스가 끊기면서 뮌헨이 잡은 공격 턴.


람의 로빙 패스가 리베리에게 도달하고, 곧이어 터지는 뮌헨팬들의 함성.


나름대로 잘 버텨내 왔던 델샤드가 리베리의 드리블에 무너지며 측면을 크게 내줬고, 뮌헨 공격진들이 그에 맞춰 일제히 쇄도한다.


대각선으로 파고드는 리베리. 얀손과의 어깨싸움을 이겨내며 먼저 앞서는 레반도프스키.


발을 갖다 대기만 하면 들어가는 경로에 맞춰 낮게 깔아주는 크로스.


우와아 -


그 길목으로 슬라이딩하며 볼을 코너 라인으로 걷어내는 누군가. 바로 톰슨이었다.


측면이 뚫리자마자 전력 질주로 내려와 몸을 던지면서 해낸 결정적인 수비. 그가 아니었으면 분명 실점이 확실했던 장면이었다.


“잘했어, 앤드류!”


“네가 한 골 막은 거야!”


델샤드를 포함한 팀원들이 하나둘 그의 머리를 두드리며 파이팅을 불어넣었고, 브라운의 손을 잡고 일어난 톰슨의 귓가로 팬들의 응원이 들어왔다.


“멋졌다, 톰슨!”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


순간, 묘한 이명이 머릿속을 울렸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의 함성과는 뭔가 다른, 좀 더 생생한 소리. 긴장감과는 거리가 먼, 몸이 붕 뜨는 듯한 감각.


‘경기장이 이렇게 넓었나?’


탁 트인 것처럼 이전과는 뭔가 다르게 보이는 필드.


살면서 이런 상태를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지만,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끓어오르는 사명감과 함께 이상하리만치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치솟아 올랐다.


뭔가를 해야만 한다가 아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대기심이 터치라인으로 걸어 나와 3분의 추가시간을 알리고, 마지막으로 뮐러가 불려 나간다.


1골 1어시스트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팬들이 열렬한 박수를 보내주도록 하기 위함이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마저 소멸시키려는 의도 역시 숨어있는 교체.


뮐러를 대신해 요주아 키미히가 들어왔고, 그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하면서 알칸타라가 좀 더 올라간다. 뮌헨의 전체 진형은 아래로.


수비를 굳히면서 슬슬 마무리하려는 움직임. 이제 로스 카운티는 한 번 정도의 제대로 된 공격 기회가 남아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줄 곳을 찾던 캐리가 찍어 차듯 횡패스를 넘겼고, 볼을 받은 톰슨은 골문 쪽으로 몸을 향한 채 대각선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보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팀원들과 경계하는 뮌헨 선수들. 모든 게 한눈에 들어올 만큼 환해진 시야.


바로 옆에서 자세를 낮추고 대치하는 알라바를 인식하고 몸을 움직이기까지 불과 일 초밖에 걸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왼쪽 허벅지에 살짝 실려 있는 알라바의 무게 중심. 직선 돌파를 경계하는 자세다.


보통은 터치라인을 타고 달리는 걸 선호했으니까. 그것만 자신 있어서 오늘도 똑같은 시도만 되풀이했으니까.


‘너는 오른발, 오른쪽에 너무 의존해. 왼발을 같이 섞어봐.’


문득 떠나간 동료 소피앙 부팔의 말이 떠올랐다. 그의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기며 변화하려 노력했었지만, 뮌헨같이 강력한 팀의 수비를 만나면 스스로 위축되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라면 도전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톰슨이 왼발로 볼을 치며 안으로 파고들었고,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균형이 흐트러진 알라바를 손쉽게 제쳐낸다.


왼쪽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비달, 앞을 가로막아 서는 키미히, 자세를 고쳐 잡고 뒤에서 쫓아오는 알라바의 인기척.


우측으로 빠지면서 패스를 받아주려는 딩월. 몇 분 전이었다면 주저 없이 그에게 밀어주었을 테지만, 동시에 시선이 끌려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은 보아텡까지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그의 헌신을 더미 런으로 이용하자.


판단을 마친 톰슨의 선택은 더 안으로 파고드는 드리블. 0.1초 만에 결정을 내린 것이니 판단이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까웠다.


한발 빠른 터치로 비달이 완전히 붙기 전에 떨쳐내고, 뒤로 물러서며 대치하는 키미히에 집중한다.


중요한 것은 툭이 아닌 톡. 측면에서 치고 달리던 습관을 버려야 한다. 지금은 가속보다 감속이 중요하다. 팀 훈련이 끝나고 나서 밤늦게까지 남아 꾸준히 연습해 왔던 대로.


톡. 톡. 톡.


의도를 알아챈 보아텡이 무섭게 뛰어온다. 실패하면 이대로 끝날지도 모른다. 소중한 팀원들의 기회를 혼자서 날려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항상 이타적으로 해왔지만, 이번엔 끝까지 이기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키미히보다 먼저 달려드는 보아텡. 멈춰있으면 안 된다. 저 수비와 거리가 좁혀지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야 한다.


한 걸음, 아직.


두 걸음, 좀 더.


세 걸음, 지금!


오른발로 볼을 틀며 보아텡의 다리를 피하자 기다렸다는 듯 뻗어오는 키미히의 태클.


오른발로 가져온 볼을 즉시 왼발로 터치하며 벗어난다.


어디로? 키미히와 보아텡 사이에 벌어진 틈새로.


여전히 이명이 섞여 울리는 환호성. 무언가 열심히 외치는 벤치의 목소리.


어느새 정면에 보이는 건 톰슨을 마주 보는 노이어 단 한 명. 그와 함께 옆으로 보이는 건 잭 마틴의 쇄도.


옆으로 상체를 살짝 돌리면서 크로스를 낮게 깔아주려는 움직임에 반응하는 노이어. 이대로 잭 마틴에게 보내면 그의 손에 막힐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의 뒤로 바짝 붙은 마르티네스에게 끊길 수도 있다.


그러면 선택지는 하나.


상체를 다시 되돌리고 무게를 실어 오른발 인사이드로 힘껏 밀어 찬다.


철썩 -


“하아······ 하아······.”


갑자기 급격하게 몰려오는 가쁜 숨. 뒤로 털썩 주저앉은 노이어와 골대 안에서 굴러 나오는 볼.


“······어?”


정신을 차려보니 톰슨 자신이 해놓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있었다.



=============================

< 바이에른 뮌헨 FC 3 : 2 로스 카운티 >

아르연 로번(25‘)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7‘)

토마스 뮐러(68‘)

+++++++++++++++++++++++++++++

제임스 블랜차드(86‘)

앤드류 톰슨(90+2‘)


=============================


작가의말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쓰는데 좀 고민이 많았습니다.

실망하시는 분들의 심정도 이해하고

계속 기다려 주시는 분들께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빨리 쓰겠다는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네요.

그럴수록 더 늦어져 버리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소중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kkatnip 님

모아두상 님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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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195. 한 마리의 송골매 +5 23.12.10 855 40 23쪽
194 194. 두 마리의 사자 (2) +5 23.12.02 864 42 25쪽
193 193. 두 마리의 사자 +4 23.11.22 925 43 25쪽
192 192. 캡틴 잭 +3 23.11.10 878 40 26쪽
191 191.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6 23.10.31 937 35 28쪽
190 190. 계몽의 시대 (3) +3 23.10.20 961 44 23쪽
189 189. 계몽의 시대 (2) +5 23.10.08 971 39 26쪽
188 188. 계몽의 시대 +4 23.09.26 1,012 42 26쪽
187 187. 새로운 국면 (5) +7 23.09.15 1,065 45 22쪽
186 186. 새로운 국면 (4) +6 23.09.03 1,094 4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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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183. 새로운 국면 +7 23.07.13 1,302 56 22쪽
182 182. 지상 최고의 팀 (4) +8 23.06.28 1,278 50 29쪽
181 181. 지상 최고의 팀 (3) +5 23.06.16 1,169 39 24쪽
180 180. 지상 최고의 팀 (2) +6 23.05.27 1,282 50 24쪽
179 179. 지상 최고의 팀 +5 23.05.07 1,369 50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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