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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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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최근연재일 :
2024.05.02 21:1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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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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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159. 로스 카운티의 이적 시장은

DUMMY

[ Scottish Sports ] 세인트 미렌의 존 맥긴을 노리는 스코티시 구단들


[ The Scotsman ] 로스 카운티, 일 년 남은 존 맥긴의 이적료로 1m 파운드(약 16억 원)를 책정


[ Glasgow Press ] 셀틱, 3m 파운드(약 50억 원)로 존 맥긴 영입에 참전


[ Daily Mirror ] 셀틱의 파격적인 대우에도 불구하고 로스 카운티 소속이 되는 것을 선호하는 존 맥긴


[ Daily Telegraph ] 세인트 미렌은 선수 의사를 존중해 로스 카운티와 진지한 협상 테이블을 열었다


[ Daily Express ] 로스 카운티가 좀 더 나은 제안을 해주길 원하는 세인트 미렌


[ Dingwall Football Press ] 로스 카운티, 추가 비드 시작


[ Scottish Sports ] 로스 카운티, 1m+1m 옵션 총 2m 파운드(약 33억 원)를 제시할 예정


[ Daily Mail ] 셀틱 4m 파운드(약 67억 원)로 하이재킹 시도


[ Goal.com ] 존 맥긴은 돈보다 우승을 원할 것


[ Sky Sports ] 합의가 좁혀지는 두 팀, 존 맥긴 이적 임박


[ Celtic Official ] 접촉한 것은 맞지만, 하이재킹은 사실무근



[ BBC ] 존 맥긴, 1.5m+1m 옵션 총 2.5m 파운드(약 42억 원)에 로스 카운티로 이적 완료


*******


“됐습니다! 토니, 당신이 요청한 대로 빠른······ 거래를······.”


대런 코너가 들뜬 마음으로 감독실에 들어섰을 때 그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중요한 손님이 오셨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


안토니오 델 레오네는 곧바로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멍하니 서 있는 단장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일이 수월하게 진척된 모양이군요.”


“그렇게 됐습니다만, 괜히 통화를 방해한 건 아닌지······.”


“아닙니다. 제 에이전트에게서 온 거라 나중에 해도 될 이야기니까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단장님과의 대화가 아니겠습니까?”


“아······. 에이전트 말이군요.”


코너는 대답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로스 카운티의 대성공 이후 거대해진 관심.


지지해주는 축구팬들이 부쩍 늘어난 건 좋은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음흉한 군침을 흘리는 구단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가벼운 선수 이적 문의는 거의 매일 같이 들어오는 중이었고, 언론에서는 로스 카운티의 사소한 현황을 하나하나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이적 시장이 아직 열리지도 않은 6월인데도 벌써 맷슨 클락과 에드빈 데 루어는 새로운 구단으로 판매되어 팀을 떠났다.


제일 링크가 많이 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감독 쪽이었다.


AC 밀란(AC Milan)

SSC 나폴리(SSC Napoli)

에버튼 FC(Everton FC)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Olympique de Marseille)

발렌시아 CF(Valencia CF)

TSG 1899 호펜하임(TSG 1899 Hoffenheim)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 구단들이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알아버린 거다. 약체로 인식되던 로스 카운티가 갑자기 왜 강해졌고, 그들을 이만큼 키워낸 게 누군지.


그리고 몰락한 혹은 무너져가는 자신들의 팀을 구제해 줄 인물이 될 거라며 점찍은 게 틀림없었다.


겉으로 관심을 드러낸 곳만 추려도 이 정도. 실제로는 더 많은 시선이 향해 있을 터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비공개 리스트들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많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 리스트는 아마 에이전트에게 있을 테고, 방금 나눈 대화는 역시······.’


구체적인 접근은 아직 없지만, 코너는 매일 뉴스를 확인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상황만 보면 이런 보잘것없는 하류 클럽 따위 버리고 떠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여기저기 명성이 높은 곳에서 앞다투어 구애의 손짓을 계속 보내온다면 과연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로스 카운티처럼 힘없는 구단이 그를 붙잡을 수나 있을까?


그런 단장의 표정을 본 이탈리안이 대뜸 코웃음을 흘렸다.


“걱정 놓으셔도 됩니다. 제가 당장 어디로 갈 일은 없으니. 로스 카운티에만 온종일 몰두해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아, 그렇습······ 아니. 하하, 알지요.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서 잠시······.”


코너는 약간 화색이 밝아졌다.


선수들과 코치진이 시즌 레이스를 잘 마무리한 이후엔 프런트에서 열심히 뛰어다닐 차례.


다음 시즌을 완벽히 준비하려면 전력 보강을 위한 영입 협상을 발 빠르게 진행해야만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돌아오는 프리시즌 기간부터 합류한 이적생과 함께 호흡을 맞춰볼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감독은 여느 때와 그렇듯 클럽 하우스에 남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영입 리스트만 전달해주고 본인은 휴식을 가져도 될 법한데, 그럴 작자가 아니라는 건 이제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


‘우리가 성공을 이어 나가려면 쉴 틈이 없습니다. 리그를 우승한 것에 안주하기보다 이럴 때일수록 더 다가올 일정을 착실하게 준비해야 하지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아예 휴가를 반납해버렸다. 작년처럼 이탈리아를 잠시 다녀올 생각조차 없는 모양이었다.


“협상이 벌써 완료되었다니, 좋은 출발이군요.”


감독은 맥긴을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고 얘기했었다.


스카우트 팀이 작성한 보고서를 일일이 체크하며 까다로운 조건으로 매물을 따지던 그가 ‘반드시’라는 말을 꺼냈다.


코너는 어떻게든 영입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최대 5m 파운드의 지출까지 감수할 각오로 협상판에 뛰어들었다.


셀틱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갓 스물을 넘긴 어린 선수에게 거금을 쏟아붓는 일이 벌어질 뻔했다.


이미 제시한 돈으로도 클럽 레코드를 갱신해버리긴 했지만.


“그럼 다음으로 정해놓은 타깃은 누굽니까?”


코너는 맥긴의 영입 요청 외엔 아무것도 전달받지 못했다. 그래도 감독이 여기 남아 있으니까 나중에 전달해주겠거니 여겼을 뿐이었다.


그 이유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으로 돌아왔다.


“없습니다.”


“······예? 없다고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필히 확보해야 할 가치가 보이는 매물이 없다고 해야 되겠군요.”


델 레오네는 책상에 팔을 올린 채 양 손가락 끝을 가지런히 맞붙였다.


“맥긴에게 어느 정도 투자해서라도 데려오길 바랐던 건 다른 영입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였습니다.”


“그러면······.”


“차후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선 추가 영입 계획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마음에 드는 대상이 없으니 무의미한 돈을 쓰기보다는 있는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얘기인가?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코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소피앙 부팔이 나갔고, 에드빈 데 루어도 나갔다.


2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던 선수가 둘이나 이탈했는데 기존 멤버로 팀을 꾸리는 게 가능한 일일까?


물론 오른쪽은 일 년 동안 꾸준히 성장한 앤드류 톰슨이 책임져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왼쪽은?


만일 제임스 블랜차드를 다시 측면에 세우려는 거고, 새로 중앙을 채우려 맥긴을 강력히 요청한 거였다면 이해는 되겠으나.


‘그가 없는 시즌 초반에는 어쩌려고······.’


유로파 리그 우승 이후 블랜차드는 악화되어 있는 발목을 치료하기 위해서 수술대에 올랐다.


복귀하려면 빨라도 9월 말은 되어야 할 텐데.


“무엇을 우려하고 계신지는 압니다.”


이탈리안이 말했다.


“저라고 전력 보강을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다만 로스 카운티의 위치가 크게 바뀐 만큼 영입 기준도 예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입 기준?”


“더 이상 우리는 스코틀랜드의 흔한 팀 중 하나가 아닌 리그의 챔피언. 따라서 이 왕좌를 지켜낼 힘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건 그렇지요.”


“더 나아가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팀으로서 더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죠. 올해 진출하게 될 유럽 무대,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는 걸 소홀히 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아······.”


챔피언스 리그(Champions League).


수많은 감동을 안겨줬던 그 유로파 리그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훨씬 더 화려한. 모든 유럽 구단과 선수들이 동경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무대.


그 이름을 듣자 일순간 전율이 코너의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로스 카운티가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다니. 살아생전 평생 볼 수 없을 꿈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여전히 중소 구단에게는 유로파 리그가 영광스러운 길이겠으나, 그 위의 구단에게는 아니다.


챔피언스 리그에 익숙한 팀들은 유로파 리그를 일정만 버겁게 만드는 걸림돌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팀들은 유로파 리그에 나가는 걸 치욕스럽게 여기기까지 한다.


2012년에는 아예 폐지하고, 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하는 팀을 64개로 늘리자는 안건이 UEFA 회장 입에서 나올 정도였다. 결국 반발이 심해 무산되었지만, 두 대회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그렇게나 갈망하고, 모든 걸 내걸면서 싸우고, 끝내 쟁취하여 스코틀랜드 전역을 들썩였던 유로파 리그가 누군가에겐 그저 쓸모없는 대회라니.


헛웃음이 나올 일이었지만, 코너 본인조차도 느끼지 않았는가. 챔피언스 리그의 이름을 듣는 즉시 일으켰던 몸의 반응을.


“저번처럼 플레이오프 예선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유로파 리그 챔피언이 본선에서 망신당하는 일은 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피해야지요.”


주최 측인 UEFA는 점점 추락하는 유로파 리그의 위상을 되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는데, 바로 우승팀이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 무혈 입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정확히 작년, 2014/15 시즌부터 개정된 규칙이었다.


자국 리그에서 순위를 밀려도 유로파 리그를 우승하면 챔피언스 리그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거다.


바뀐 혜택으로 관심도가 높아져서인지, 세계의 이목을 끈 로스 카운티의 놀라운 선전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로파 리그는 예상보다 더 큰 흥행을 거두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그러니까 리그 우승권 유지와 챔피언스 리그 출전을 기준으로 잡아야 하니 어중간한 영입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거군요?”


코너의 물음에 감독은 짧은 미소로 대답했다.


“이게 참 어려운 것이······.”


그리고 의자 등받이에 천천히 몸을 기대며 말했다.


“새롭게 맞춘 기준으로 보면 영입할 만한 대상이 대폭 축소됩니다. 특정 포지션으로 간추리면 거기서 리스트가 또 줄어들죠.”


“그렇겠지요.”


“추려내고 남은 대상들은 대부분 애석하게도 스코티시 리그에서 뛰는 걸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합류하는 걸 수락할 프로필이 몇 명 있긴 해도 이적료나 주급을 로스 카운티가 감당하기 어려운 선수들이고요.”


“음······.”


“소피앙을 데려왔을 때처럼 임대라도 가능하면 모르겠으나 이번에 그런 기회를 잡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군요······.”


“그렇게 다 걸러내고 나면 극소수가 남기는 합니다.”


“오오?”


“문제는 소속팀이 셀틱이란 점이죠. 리그 우승을 저지한 방해꾼에게 흔쾌히 내줄 리가 없을 겁니다. 설령 후보라도 말이죠.”


“아······.”


“딱 하나. 애버딘에 관심 가는 선수가 있긴 합니다만······. 우선은 존 맥긴이 더 뛰어난 재능으로 판단되기에 서둘러 영입할 필요는 없고, 느긋하게 성장세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정작 보강이 시급한 윙은 지켜볼 매물도 없다는 말이군요.”


코너는 끝내 팔을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예전보다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올 시즌. 두 개 대회 우승과 각종 스폰서의 후원금으로 구단 수입이 지출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겁게 짓누르는 부채가 쌓여있음에도 엄청난 흑자를 낸 덕에 넉넉히 재정을 관리할 여유까지 생겼는데.


그래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전폭적으로 감독을 지원해주고 싶었는데.


코너는 시무룩하며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별안간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 그러면! 토니 당신이 설득해서 데려올 만한 선수는 없습니까? 그 왜 있잖습니까? 그래! 토리노로 가기 직전이었던 얀손 선수를 데려왔을 때처럼!”


“······.”


“당신이 거부감을 보이던 그를 설득해서 발길을 이쪽으로 돌리게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때처럼 어딘가에서 데려올 만한 좋은······ 그런······ 정말로 없는 건지······.”


하지만 말을 끝까지 잇지는 못했다. 계속되는 침묵에서 답안은 나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확실히 작년은 일이 잘 풀렸었죠.”


감독이 말했다.


“말씀하신 얀손 뿐만 아니라, 레인저스에서 월리스 같은 걸출한 풀백을 얻을 수 있었고, 델샤드처럼 숨은 실력자도 데려왔으니까요.”


“그래요! 내 말이 그겁니다! 이번엔 안 되는 건지······.”


“아무래도 그런 행운은 작년에 다 써버린 모양입니다.”


“······.”


“게다가 이적 시장에서 보통 공격수는 수비수보다 더 높은 가치를 요구하는지라. 설득에 성공하더라도 급료 협상에서 엎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끄응······.”


절로 신음이 나왔다.


팀의 수준을 한층 드높일 선수가 올 수만 있다면 무리한 제안을 해서라도 영입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럴 만한 자금 또한 꽤 확보되어 있다.


그러나 감독이 반대할 것이다.


그는 주급 체계가 붕괴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테니까. 데려올 수 있어도 차라리 영입을 포기하겠다고 말할 게 분명했다.


갑자기 고액 주급자가 생기면 팀 내부에서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테니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말이다.


코너는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일 년 동안 스카우트 팀이 열심히 조사해서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방대한 자료 속에서도 로스 카운티에 올 선수는 정녕 없단 말인가.


새삼 느껴졌다.


스코틀랜드 국민이 사랑하는 모두의 팀으로 거듭났지만, 단순히 응원하는 팬과 이적하여 직접 뛰는 선수의 처지는 확연히 다르다는걸.


작은 규모의 구단과 경기장, 낡고 뒤떨어지는 시설들, 적은 급료, 여가 생활을 즐기기엔 한참 부족한 촌 동네.


결정적으로 여전히 변방 리그에 지나지 않는 스코티시 리그.


‘그래······. 셀틱을 거부하고 여기로 오려는 맥긴이 특이한 거지. 보통은 로스 카운티를 꺼리는 게 당연할지도.’


낭만이 현실을 다 충족시켜줄 수는 없을 테니까.


“너무 낙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독의 말이었다.


“추가 영입 계획이 없다고 한 것은······ 지금 갖춰진 스쿼드로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해서니까요. 그마저도 안 될 상황이었다면 영입 조건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보강을 요청했을 겁니다.”


“큰 문제가 없다고요? 한 포지션에 둘이 나갔는데도?”


“사실 이 정도쯤은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안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덤덤한 얼굴로 아까 읽고 있던 서류를 집어 들었다.


“유능한 스카우트 친구가 몇 달 전부터 매물 조사를 다 끝마쳐둔 상태라서 말이죠. 저 또한 그 의견을 반영해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플랜을 짜두었기에 팀을 재정비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결국 뚫린 곳을 급하게 꿰매는 것뿐 아닙니까? 토니, 당신 말대로라면 전력을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지요.”


“보기에 따라서요?”


“단장님. 선수들은 계속 성장합니다. 저번 시즌도 훌륭히 성장했죠. 우리처럼 평균 연령이 낮은 팀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합니다.”


그가 계속 말했다.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들, 껍데기를 깨고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선수들, 그리고 아직은 웅크린 채 때를 기다리는 선수들까지. 로스 카운티에는 좋은 재능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믿기지는 않았다.


두 명의 측면 플레이어가 나갔고, 블랜차드가 부상으로 잠시 이탈한 상태에서 영입 없이 개막전을 치러야 할 텐데.


당장 왼쪽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는데.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감독은 이상하리만치 자신만만해 보였다.


저 남자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숱하게 봐오긴 했지만.


아니, 어딘가에 근거가 있을 거다. 단지 지금은 보이지 않을 뿐.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그에게 무슨 생각이 있는 거겠지.’


코너는 이제 델 레오네란 인물에게 한 톨의 의심조차 들지 않았다.


“돈이 있어도 쓸 수 없는 건 좀 아쉽네요. 모처럼 팀을 힘껏 지원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들떠있었는데.”


“영입은 필요 없지만, 돈을 쓸 곳이 없다고 말하진 않았습니다.”


그가 천천히 일어나며 대답했다.


“코너 씨께서 꼭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꼭 해야 할 일이요? 그게 뭡니까?”


“어쩌면 영입보다 더 중요한 일이죠.”


감독은 코너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양어깨를 붙잡았다.


“태생적으로 이적 시장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팀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면 이것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에이든 딩월, 앤드류 톰슨, 제임스 블랜차드, 대니 패터슨.”


“······응?”


“로스 카운티가 더블 우승을 이룩하는 데에 크게 일조한 이 선수들의 이적료는 0원.”


코너는 잠깐 머리를 굴리다가 깨달았다는 듯 외쳤다.


“아아!”


“이해하셨습니까?”


감독이 말했다.


“우리는 현재보다 미래를 더 유심히 바라봐야 합니다. 팀의 근본은 탄탄한 기초에서부터 나오는 법이니까요. 열악한 환경에서 나온 게 이 정도라면 투자했을 때의 성과가 어떨지 기대되지 않습니까?”


그는 꽉 잡았던 단장의 어깨를 놓아주며 웃음을 지었다.


“남은 돈과 시간은 전부 그쪽에 지원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곳 프리미어십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카운티의 아이들을 양성해야만 합니다.”


*******


한편 같은 시각.


쾅 -


“뭣이? 존 맥긴을 뺏겼다고?”


셀틱의 단장 피터 로웰(Peter Lawwell)은 협상 담당관에게 실패했단 소식을 듣자 격분하며 책상을 내리쳤다.


셀틱이 제시한 액수는 일시불로 3m 파운드, 로스 카운티는 옵션을 포함한 2.5m 파운드.


굳이 추가 비드를 하지 않아도 당연히 올 거라 믿고 있었건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최대한 이익을 봐야 하는 구단이 더 적은 비드를 제시한 로스 카운티에게 판매했다는 건 선수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되었다는 뜻.


이보다 치욕스러울 수가 없다.


적어도 스코틀랜드 내에서 영입 경쟁이 일어나면 패배한 적이 없었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도 여기에 오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한 트럭이었는데.


셀틱의 손길을 거부하면서 외딴 구석에 틀어박힌 팀에 갔다고?


로웰은 손으로 이마를 붙잡았다. 그의 관자놀이에 튀어나온 심줄이 선명하게 꿈틀거렸다.


1965/66 시즌부터 1973/74 시즌까지 무려 9년 연속 리그 우승을 거두었던 희대의 명장 조크 스테인(Jock Stein)과 그의 휘하에서 용맹하게 필드를 누볐던 리스본의 사자들.


찬란하게 빛나던 영광의 시대가 저문 뒤로 셀틱은 여전히 스코티시의 강자였지만, 그들의 위업을 쫓아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수십 년이 흐르는 세월 동안 2005/06 시즌부터 2007/08 시즌까지 리그 3연패를 거둔 게 그나마 최고 성적.


그리고 2011/12 시즌부터 시작되어 2013/14 시즌 우승으로 재차 3연패를 이룩했을 때, 선대들의 발자취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었다.


2000년대 들어 최고의 전력이라 평가받았고, 더불어 눈엣가시였던 레인저스는 바닥으로 추락했으니 리그 제패를 막아설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안중에도 없던 팀이 튀어나와 4년 연속 우승에 제동을 걸어 버린 거다.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어그러뜨린 것도 모자라 셀틱이 노리고 있던 선수까지 가로채다니.


“도저히 용인할 수가 없군.”


이마를 붙잡고 있던 손이 얼굴을 한 차례 쓸어내렸다.


“이대로 가면 셀틱의 위신이 떨어지고 말 거야.”


“그럼······ 어떻게 할 계획이십니까?”


“어떻게 하긴. 로스 카운티의 전력을 뜯어 와야지.”


로웰은 쓸어내린 손으로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안 그래도 노려볼 참이긴 했어. 작년엔 확신이 없었지만, 올해는 제대로 기량을 확인했으니까.”


인정하고 싶진 않으나 로스 카운티에 있는 몇몇 재능은 셀틱 이상이다.


악감정을 배제하고 보면 탐나는 매물들이 넘쳐나는 팀. 로웰도 경기를 지켜보면서 혹했던 선수가 제법 있었다.


그중에서도 역시 제일 눈길이 가는 건 그 선수.


올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리고, 벌써 만만찮은 인기를 구가하며 스코틀랜드를 대표할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 중인.


그 선수만 데려올 수 있다면 전력 상승과 동시에 셀틱이 스코티시 일인자로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전국에 똑똑히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거야!”


로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여름 안에 제임스 블랜차드를 꼬드겨서 데려와! 무슨 수가 있더라도 반드시!”


작가의말

언제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불금과 주말 모두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_ _)


소중한 추천글을 써주신

n9590_gch04515 님

감사합니다. (_ _)

연재도 느린 글이 이런 추천을 받아도 될지...

이럴 수록 제가 더 빨리 써야 되는데

더 빨리 찾아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로 찾아주신 분들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소중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모아두상 님

foir 님

후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_ 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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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201. 공간 싸움 (2) +11 24.02.27 671 39 31쪽
200 200. 공간 싸움 +6 24.02.06 776 38 26쪽
199 199. 대립 +5 24.01.25 816 34 26쪽
198 198. 대면 +5 24.01.14 867 36 25쪽
197 197. 팀의 완성도 +8 24.01.04 836 43 24쪽
196 196. 신뢰의 결실 +5 23.12.23 887 38 28쪽
195 195. 한 마리의 송골매 +5 23.12.10 872 40 23쪽
194 194. 두 마리의 사자 (2) +5 23.12.02 881 42 25쪽
193 193. 두 마리의 사자 +4 23.11.22 942 43 25쪽
192 192. 캡틴 잭 +3 23.11.10 895 40 26쪽
191 191.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6 23.10.31 955 35 28쪽
190 190. 계몽의 시대 (3) +3 23.10.20 981 44 23쪽
189 189. 계몽의 시대 (2) +5 23.10.08 987 39 26쪽
188 188. 계몽의 시대 +4 23.09.26 1,028 42 26쪽
187 187. 새로운 국면 (5) +7 23.09.15 1,083 45 22쪽
186 186. 새로운 국면 (4) +6 23.09.03 1,112 42 25쪽
185 185. 새로운 국면 (3) +8 23.08.19 1,192 45 22쪽
184 184. 새로운 국면 (2) +8 23.08.04 1,241 40 26쪽
183 183. 새로운 국면 +7 23.07.13 1,319 56 22쪽
182 182. 지상 최고의 팀 (4) +8 23.06.28 1,292 50 29쪽
181 181. 지상 최고의 팀 (3) +5 23.06.16 1,186 39 24쪽
180 180. 지상 최고의 팀 (2) +6 23.05.27 1,299 5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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