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XXX - 40화 민준 건설 (1) -
- 40화 민준 건설 -
우두머리 늑대는 무리를 놔둔채 젊은 늑대 한 마리와 나이든 늑대 한 마리를 데리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달렸다.
먼길을 떠나는 거였다면 무리를 전부 데리고 가는 것이 옳았겠지만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그다지 멀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마 넉넉잡고 이틀이면 무리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올수 있으리라.
원래는 그나마도 혼자 다녀올 생각이었다. 일반 늑대들 보다 반배는 큰 덩치에 무리에서 가장 강하고 지혜로운 우두머리 늑대는 그 편이 더 빨리 다녀올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두머리가 된 뒤로도 언제나 그를 따라다니며 이런저런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던 늙은 늑대는 이번에도 그의 뒤를 따라 붙었고, 장차 다음대 우두머리가 될 싹수를 보이는 이 젊은 늑대는 자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붙을 기세라 말리지도 않았다.
늙었다고는 하지만 자연의 섭리 안에서 도태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충분히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의미. 이 나이든 늑대는 간간히 헐떡이면서도 젊은 늑대 못지않게 우두머리의 뒤를 바짝 쫓았다. 젊은 늑대는 그것이 마음이 들지 않는듯 찔끔찔끔 앞으로 치고 나가려 했지만 실제로 우두머리를 앞서진 못했다. 우두머리 늑대는 그런 젊은 늑대가 가소로웠지만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래 우두머리 자리를 넘겨주고 나서도 저 늙은 늑대처럼 그의 옆에 붙어 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날이 어두워지기전 세 마리의 늑대는 눈에 띈 들짐승 한 마리를 잡아 나눠먹었다.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세 번의 소리가 울렸으니 어차피 오늘은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란걸 안 우두머리 늑대는 내일 날이 밝으면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기로 했다.
쿵!
벌떡.
늑대들은 아침 일찍 들려온 소리에 귀를 쫑긋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 태세를 갖췄다. 소리가 근방에서 난 것이다. 이상한 생각에 코를 씰룩거리며 냄새를 맡아 보았지만 갈색곰의 냄새는 나지 않았다. 다행히 북쪽 산의 놈은 아닌듯 싶었다.
대신 소리가 났던 방향 쪽에서 아주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우두머리 늑대가 아는 한 이렇게 썩은 내를 풍기며 다니는 녀석은 본적이 없었다. 하다못해 썩은 고기를 먹고 다니는 녀석을 만났을 때에도 이런 냄새는 나지 않았었다. 분명 우두머리 늑대도 생전 보지 못한 녀석임에 틀림 없었다.
사사삭, 사삭.
늑대들은 풀숲을 가로지르며 냄새를 쫓아 산으로 들어갔다. 덕분에 당분간은 사냥감을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있을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혹여 무리에 위협이 될수 있는 녀석을 피할순 없었다. 놈의 정체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산에 오른 늑대는 나무 사이를 지나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녀석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하지만 냄새나는 놈은 나무 앞에 웅크리고 앉아 앞발을 흔들고 있을뿐 자신들을 발견하거나 경계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쿠우웅!
사삿.
늑대들은 거대한 나무가 쓰러지는 모습에 놀라 황급히 자세를 낮췄다. 분명 냄새나는 녀석이 앞발로 긁적이던 나무가 틀림 없었다.
엄청난 발톱을 가진 녀석!
북쪽 산의 녀석도 저정도 나무를 쓰러트리려면 뒷발로 일어서 체중이 실린 앞발로 후려쳐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냄새나는 녀석은 덩치도 곰처럼 크지도 않으면서 앞발로 몇 번 긁적이는 것 같더니 나무를 쓰러트렸다.
우두머리 늑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 비슷한 냄새를 가진 놈이 없는것을 보니 분명 혼자 생활하는 놈이 틀림 없었다. 그런 녀석들은 둘중 하나였다. 아주 강해서 동료가 필요없는 놈, 바로 북쪽 산의 갈색곰 같은 녀석이다. 또 하나는 무리에서 문제를 일으켰거나 다른 무리가 모두 죽어 혼자가 된 녀석이다. 하지만 저런 놈이 우두머리를 하진 못할망정 쫓겨날 일은 없으니 분명 동료가 필요 없을 만큼 강한 녀석이 틀림 없었다
우두머리 늑대는 쓰러진 나무를 산 밑으로 굴리는 녀석의 면면을 살펴 무리에 득이될 것인지 실이될 것인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주둥이? 납작했다. 뭔가 물어 뜯는데 약한게 틀림 없었다. 이빨 역시 짧고 날카롭지 못했다.
가죽? 알수 없다. 늙은 늑대도 처음 보는듯 고개를 저었다.
발톱? 음…. 겉보기와 달리 숨겨놓은 한수가 있는게 틀림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얼마나 많은 양의 고기를 먹느냐, 그것이 이번 탐색의 주요한 목적중 하나였다.
하지만 놈은 밤이 되어서야 산을 내려가더니 물고기를 조금 뜯어 먹는게 전부였다.
우두머리 늑대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저정도라면 없었을 때랑 지금이랑 별로 차이도 나지 않을게 분명했다.
우두머리 늑대는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엄청난 발톱을 가진데다가 상대하기 껄끄러운 불을 다루는 녀석. 게다가 예민한 후각마저 망가트리는 놈의 냄새. 이런 녀석을 적대하는 것은 무리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게 틀림 없었다. 때문에 놈이 먼저 무리를 적대하기 전 까지는 주요 관찰 대상으로 두기로 했다.
우두머리 늑대는 몸을 돌렸다. 이제 무리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런 우두머리 늑대를 따라 늙은 늑대와 젊은 늑대 역시 몸을 돌렸다. 민준에게서 몸을 돌린 녀석들의 꼬리는 왠지 엉덩이 밑, 다리 사이로 말려 들어가 있었다.
그것을 인지 하고 있는지 아닌지 우두머리 늑대는 자신들이 왔다 갔음을 알리기 위해 길게 울부짖었다. 이걸로 무리에 있는 다른 늑대들도 안심하게 될 터였다.
“아우우우우.”
“아우우우우.”
“뭐, 뭐야!”
민준은 살을 발라먹던 물고기를 던지듯 내려놓고 창을 들고 일어섰다.
휙! 휙!
전 후 좌 우, 어디에서도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살금살금 손을 뻗은 민준은 불이 붙은 나뭇가지를 하나 들고 사방을 훑어 보고 나서야 자리에 앉을수 있었다. 물론 손에는 창을 쥐고 있는 상태였다.
“깜짝이야, 진짜 놀랐네.”
민준은 순간적으로 너무 긴장을 했는지 몸이 후끈 하면서 등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긁적긁적.
손을 뒤로 넘겨 옷속으로 등을 긁은 민준은 습관적으로 손톱을 들어 살폈다. 놀랍게도 손톱에는 거뭇한 무엇인가가 잔뜩 끼어 있었다.
스윽 스윽.
민준은 그것을 다른 손톱으로 파내 뭉치더니 불속으로 튕겨 넣었다.
“드러, 안씻어서 그런가? 킁킁, 냄새는 안나는 것 같은데.”
팔을 들어 냄새를 맡아봤지만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후각. 냄새가 날리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곳에 온뒤로는 한번도 목욕을 안했네. 벌서 몇 달이야.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헤엑! 일곱달? 반년이 넘었잖아!”
민준은 스스로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벌렸다. 그러고보니 칫솔질을 한것도 만만치 않은것 같았다.
그는 왜? 그동안 목욕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습격의 위험 때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쯤 전 산에서 흘러 내려와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내를 건너기 위해 옷을 벗었던 민준은 채 바지를 입기도 전에 자신을 향해 뛰어오른 정체 불명의 무엇인가와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다행스럽게도 질긴 청바지와 겨울잠바 덕분에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기억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사건임에는 틀림 없었다. 그뒤로 민준은 개활지에서 함부로 옷을 벗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목욕하고는 점점 멀어졌고 지금의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목욕을 한다 해도 어차피 매일매일 더러워지는 데다가 흉을 보거나 혼낼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좀 더럽네. 어떻게 집을 짓고 나면 안전하게 씻을수 있는 방법이라도 생각해 봐야 하려나….”
그래도 당장 씻어야 겠다고는 하지 않는 민준이었다. 하지만 민준에게만 뭐라 할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민준은 본능적으로 무엇이 더 안전한 것인가를 알고 있는게 틀림 없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밤이 깊어졌다.
때는 오월 말. 점점 여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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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늑대들이 쫄아서 꼬리를 말고 도망갔네요. 음.. 혹시 늑대들과 한판승을 원했던 분들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ㅎㅎ
저도 늑대를 기르게 해볼까 말까 생각중이긴 한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야생 늑대를 기른다는 것은 아무리 새끼라 하더라도 위험할것 같거든요
어쨌든 벌써 1주일이 지나서 다시 수요일 이군요. 미남이시네요도 이제 4회뿐이 안남았습니다 어흐흐흐흫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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