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XXX - 48화 마데 인 민준 (2) -
- 48화 마데 인 민준
“에헤라 디여.”
차락 차라락.
민준은 바람을 등지고 어제 엮은 대나무 판에 흙을 얹어 위 아래로 흔들었다. 그러자 고운 흙만이 바람에 날려 앞에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체에 치듯이 밑으로 돌맹이들이 걸러진 흙이 아래로 빠지는 것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너무 촘촘히 짜여졌는지 돌맹이 뿐만 아니라 흙까지 밑으로 빠지질 못했다. 해서 잠시 자리에 앉아 틈을 약간씩 벌려 보았지만 이번엔 돌맹이까지 빠지고, 게다가 몇 흔들지도 못하고 한쪽은 확 벌어지고 한쪽은 틈이 막히는 등 문제가 있어서 지금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다행히 바람이 불어줬으니 망정이니 바람마저 없었더라면 그마저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결국 자잘한 돌부스러기 마저 모두 걸러낸 민준. 이번엔 물을 약간씩 넣어가며 밀가루 반죽을 하듯이 두 손으로 힘껏 주물러 흙덩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곧바로 등잔을 만든것은 아니었다. 동그란 흙덩이를 눌러 판판하게 만들고는 그 위에 흙을 비벼 만든 길다란 흙반죽을 빙글빙글 감아 올렸다. 물론 틈이 생기지 않도록 꾹꾹 누르고 메꾸는것도 잊지 않았다. 마치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찰흙을 가지고 자유주재로 만드는 듯한 모습이었다.
금새 컵 하나를 만든 민준은 이번엔 그 컵에 물을 떠 오더니 다시 흙을 반죽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좀전 보다 더 많이 반죽을 한탓에 아예 신발을 벗고 발로 밟으며 반죽을 하였다. 하지만 역시 흙의 종류가 달랐던 것일까? 오래지 않아 물이 마르며 갈라지기 시작하였는데 처덕거리는 흙을 밟는 재미에 빠져있던 민준은 다시 물을 붓고 반죽을 했다.
컵모양, 세숫대야 모양, 찌그러진 도자기 모양 등등 다양한 모양으로 흙을 빚은 민준은 조심스럽게 창고로 옮겼다. 비록 바람은 잘 통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늘이 양지보다는 나을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여지없이 밖으로 나온 민준은 흙을 고르고 반죽해 점점 크게 만들었다. 지겨우리만치 반복되는 작업. 하지만 민준의 손에서 나오는 것들은 하나라도 똑같은 모습을 한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것들을 창고로 옮겨저 굳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날때마다 조금씩 금이 가는 것들이 또 다른 토기를 말리러 들어온 민준의 눈에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준은 토기를 만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창고 건물이 다양한 모양의 토기로 가득 차 발디딜틈이 없어지고 나서야 흙을 만지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러는 동안 민준은 쓸데없는데 입을 벌리지 않았다. 혹시 숨은 쉬는지 궁금할 정도로 앙다문 그의 입. 다행히 코로는 숨을 쉬고 있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산에서 나무를 할때에도, 집을 지을때에도 또 토굴을 파고 저장 창고를 만들 때에도 식사할때와 물을 마실때를 제외하고는 작업중에는 거의 입을 벌리지 않았다. 평소 이런저런 헛소리를 주절거리던 모습과는 정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혹시 먼지가 들어갈까 그랬던 것일까? 하지만 그의 진지한 얼굴을 보자면 그러 이유는 아닌듯 했다. 아마 그는 잡소리할 생각도 잊을 정도로 그가 할 일에 집중하는게 틀림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입을 연 것은 더 이상 토기 만드는 일을 그만 두었을 때였다.
“아이고 팔이야, 허리야 어깨야. 며칠을 흙만 주물러 댔더니 힘들어 죽겠네. 그나저나 이것들을 언제까지 말려야 하나? 일주일이면 되나? 아니면 더 말려야하나? 뭐, 오래 말린다고 깨질게 안깨지는 것도 아니고 이건 다음에 생각날 때 까지 놔두고. 자, 이번엔 대나무로 소쿠리를 만들어 볼까?”
민준은 마당에 굴러다니던 대나무체를 툭툭 털어 가지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집 안에는 여전히 모닥불이 타고 있었다.
철푸덕.
그 옆에 자리를 깔고 앉은 민준은 다시 칼과 대나무를 들어 쪼갰다.
쪼개고 또 쪼개고, 계속 쪼개다 보니 이제 박자까지 맞춰가면서 쪼개기 시작했다.
탁 탁! 찌이익. 탁 탁! 찌이익.
그렇게 한참을 쪼개 두손으로 잡아도 삐져 나올정도가 되어서야 마침내 칼을 내리고 대나무살을 짜기 시작했다.
방법은 전과 똑같았다. 위 아래로 지그재그로 넣어가며 점점 넓이를 넓혀갔다.
“그런데 이걸 둥글게 쌓아 올려야 소쿠리가 되든 뭐가 됬든 뭘 담을수 있을텐데 말야.”
다시 머리를 굴려야할 시간이 돌아왔다. 이전까지의 작업은 그저 두 손만 있으면 누구든 할수 있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 다음 단계인 모양을 잡고 마무리를 하는 것은 민준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지 못했다.
“에, 일단 불을 대서 구부리는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말야. 마무리가 문제란 말야. 마무리가….”
그러면서도 손은 벌써 대나무살을 불에 가져가고 있었다.
“앗 뜨뜨뜨. 요, 요걸 이렇게 이렇게 힘을 줘서….”
민준은 양쪽 잡고 살짝 살짝 힘을 줘가며 구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처음엔 구부려도 다시 본래 모양으로 돌아가던 것이, 불에 닿아 검은 그을음이 생기면서 조금씩 조금씩 모양이 잡히기 시작했다.
“어어, 그래. 일단 이정도면 됐고, 다음.”
대나무살이 꺾인 모양이 마음에 들었는지 돌려서 그 옆에 있던 살도 마저 구부렸다. 그렇게 한바퀴를 모두 돌고나자 그 모양이 마치 문어발처럼 원판 위에 대나무살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좋아 좋아. 그 다음엔 이렇게 빙 둘러서 대나무살을 끼우는데… 끝을 어떻게 마무리 져야하지? 그냥 두면 풀려 나가거나 어디에 걸려 깨질텐데.”
민준은 손에 쥔 대나무살을 다른 손바닥에 짝짝 때려가며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곧 무슨 생각을 했는지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 민준은 구부러진 대나무살 테두리를 따라 살을 씨워넣기 시작했다.
좌우로 한바퀴를 빙 둘러가며 살을 끼운 민준은 시작과 끝이 한점에 모이자 칼을 들어 두 끝이 겹질수 있도록 잘라 냈다. 그리곤 한쪽은 아래에, 또 한쪽은 위에 반씩 칼집을 내어 두 끝을 끼워 맞췄다.
“쉽네. 크으, 나 좀 짱인듯?”
일단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 되자 그 다음부터는 다시 일사천리였다. 계속 살을 끼워 넣어 올리고 또 올리고. 마침내 두뼘 정도의 높이가 되자 더 이상 살을 끼워넣는 것을 멈추었다.
“이 끝은 또 생각한게 있지.”
민준은 나이프로 만든 창을 가져와 칼등을 불에 달궜다. 얼마나 불에 달궈야 하는지는 몰랐지만 참고 기다렸다.
지겨운 기다림의 시간. 하지만 결국 때는 오기 마련이었고 나이프 또한 불에 달궈졌다. 물론 선철이 뿜어져 나오듯 붉게 달궈진것이 아니라 그저 그을린듯 아닌듯 잘 표도 나지 않았지만 남은 대나무살을 하나 대고 휘어보니 민준이 생각했던 것처럼 대나무는 쉽게 휘어졌다.
“아! 아까도 이렇게 했으면 더 쉽게 했을수도 있는데. 뭐 아쉽지만 다음것 부터는 그렇게 하면 되지.”
민준은 위로 뻗어 흔들거리는 대나무살을 잡고 가로로 끼운 살이 끝나는 부분에 달궈진 나이프를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는 솟은 살을 다른손으로 잡고 살짝 힘을 줘가며 아래로 구부렸다. 그리고 나이프를 빼고 잠시 대나무살이 식는 동안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손으로 꼭 잡아 주었다.
구부러진 살에 열기가 사라지자 잡고 있던 손을 놓아보니 둥글게 말린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어서 옆에도, 또 옆에도. 그렇게 한바퀴를 돌며 살을 구부리고 나자 마침내 소쿠리(?)가 완성되었다.
“에… 이건 원통도 아니고 사각통도 아니고… 뭐 어때. 안에 뭘 담을수만 있으면 되는거지. … 그래도 이건 소쿠리 보다는 무슨 쓰레기통처럼 생기긴 했지만…, 괜찮아. 어차피 하나만 만들것도 아니고 계속 만들다 보면 모양도 점점 나아지겠지. 그럼 당분간 토기가 마를 때까진 이거나 만들면서 있어야 겠다. 어차피 겨울날 준비를 하려면 먹을수 있는 것들을 이것저것 잔뜩 모아야 하니 보관할 그릇은 많을수록 좋겠지. 자 그럼 어디 하나 더 만들어 볼까?”
----------------------
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요즘 보면 대여점 사업도 잘 안되는것 같더군요.
워낙에 공유사이트가 활발하다보니 재미있는 책 신간이 나오면 며칠내로 꼭 뜨더군요.
덕분에 동네에 있던 책방에 책이 안들어옵니다;; 사장아저씨도 거의 포기하신듯 오전에는 불도 안키고 있답니다.. 책도 별로 안들이고.
책이 들어와야 가서 골라 보던 할텐데 책을 안들이니 점점 발길도 끊기고.. 그럼또 책을 더 안들이고..반복입니다.
사서 보면 좋겠지만 뒷표지만 보고 집어들기도 그렇고...뭐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Comment '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