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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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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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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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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글자
9쪽

B.C.XXX - 39화 민준 부동산 (3) -

DUMMY

- 39화 민준 부동산 -


모처럼 불을 피우고 땅속에 뜨거운 돌을 깔아 허리를 지진 민준은 개운한 얼굴로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그런데 아침부터 작업을 해도 모자랄 판에 왠일인지 뒹굴거리며 가방에서 연습장을 꺼내 끼적거리는 민준이었다.

무엇을 하고 있나 하여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집의 도면을 그리고 있었다. 게다가 밑에는 뭐라뭐라 적기까지 하는게 나름 계획을 세우는듯 보였다.

“아, 그것참 온돌이 문제란 말이야. 분명 내 기억으로는 이렇게 땅을 파고 칸막이를 세우듯이 불길이 지나가는 통로를 만들어 굴뚝까지 연결하면 된다고 본거 같은데, 문제는 바닥이란 말야. 그 위를 어떻게 해야 아궁이로 바닥이 꺼지지 않게 만들수가 있는거지? 나무로 하면 불에 타서 다 무너질테고, 당시에 시멘트나 철근으로 한것도 아닐테고….”

하지만 이렇게 온돌을 깔 생각을 하고 있던 민준의 앞길을 막는 적이 있었으니 바로 구들장이었다. 원래는 온돌 밑에 판판한 돌을 깔고 그 위를 흙을 발라 만드는 것이었으나 텔레비전을 통해 어설프게 본것이 전부였던 민준은 그것까진 알지 못했고 그저 온돌이 아궁이에서 불을 지펴 바닥을 데우는 것 까지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 모르겠다. 이것만 생각하다가 아무것도 못하겠네. 그냥 어떻게 지금처럼 돌을 달궈서 깔고 자거나 해야지, 이러다간 일년내내 이것만 생각하고 있겠네.”

민준은 의외로 온돌에 대해 빨리 포기하더니 다른것에 대해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민준의 빠른 포기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온돌의 우수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기본적인 구조를 알고 있었는데 다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평면적인 구조였고 단면의 구조는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온돌의 구조는 부넘기 처럼 경사각을 줘서 열기가 방끝까지 이동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것까진 알지 못했던 민준이 쉽게 생각하고 온돌을 만들려 했다면 십중팔구 불을 떼는 곳만 열가마가 되고 구석은 냉방인 얼토당토한 온돌이 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이러한 내용은 몰랐지만 어쨌든 좋은 쪽(?)으로 결론을 낸 민준은 다른 방법을 구상해 보았다.

“바닥은 그냥 흙발로 돌아다닐수 있게 하고 잠자리는 침대로 만들어서 서랍식으로 달군 돌을 넣었다 뺐다 할수 있게 하면 어떨까? 흠, 제법 괜찮은것 같은데? 동양과 서양의 퓨전! 좋다 좋아.”

이런식으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 가며 연습장에 그림과 설명을 기입했다.

그렇게 반나절 가량을 뒹굴거리며 집의 내외부적 구조에 대해 아이디어를 짜낸 민준은 스스로 매우 만족하였는지 한마디 하였다.

“아, 보람찬 하루였다. 오늘 할 일은 모두 했으니 나머지 시간은 자유시간으로 써도 되겠지?”

누가 하루에 할 일을 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더 이상 일을 할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 간섭하는 사람도, 옆에서 이것저것 훈수두는 사람도 없이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해야 하기에 때론 부지런하기도 했다가, 또 때로는 게을러지기도 하는 민준이었다.


다음날 부터는 다시 부지런한 민준으로 돌아와 아침 일찍부터 나무를 해오기 시작했다.

산에선 연신 톱질하는 소리와 나무가 넘어가면서 나는 소리들이 산과 들을 울렸다. 놀땐 놀지만 일할때에는 또 열심히 일하는 민준, 제법 괜찮지 않은가.

그러는 사이에도 아무 나무나 마구잡이로 베어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민준은 절대 한 장소에서만 나무를 베지 않았다. 나무가 없어지면 산사태가 나는 것은 현대인들 누구나 알만한 기본적인 상식, 게다가 모든 나무가 목재로 쓰기에 굵고 곧은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해온 나무는 통나무와 굵은 가지, 잔가지들로 나뉘어 차곡차곡 쌓여 갔다.

통나무는 집의 기둥과 벽 지붕등을 만들것이고 굵은 가지는 창문을 만들거나 다른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일 것이다. 또한 잔가지들 역시 자신의 몸을 화려하게 불태워 민준에게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게 될 것이었다.


이렇게 몇날 며칠을 계속하여 소란이 계속되자 소리의 근원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생겨났다.

민준이 정착하기로 결정한 이 지역은 원래 다른 주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회색 털과 날렵한 몸매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늑대들.

근방의 산과 들을 쏘다니며 풍부한 먹이를 사냥하던 늑대 무리는 언제부턴가 그들의 예민한 귀를 자극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꿍. 꿍. 꿍.

잊을만하면 한번씩 들려오는 소리에 늑대 무리는 호기심이 생겼다.

어디선가 들어본 소리.

다른 늑대들보다 반배는 더 커보이는 두목 늑대는 기억을 더듬었다.

북쪽의 험준한 산 다섯을 자신의 영토로 삼은 거대한 갈색 곰.

이것은 마치 놈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나무를 쓰러트릴때와 비슷했다.

그렇다면 놈이 자신의 영토를 벗어나 남쪽까지 내려온 것인가? 자신들의 영역을 넘보기 위해?

있을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었다.

올 봄에 태어난 새끼들은 아직 뛰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그 아이들을 먹여 살리려면 많은 먹이가 필요했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의 짐승들을 가리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먹어치우는 갈색 곰이 이곳으로 내려왔다가 큰일이 아닐수 없었다. 잘못하면 이번 겨울엔 무리의 수가 줄어들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꿍.

다시 소리가 울렸다.

놈은 이 일대가 자신들의 영역임을 모르는 것일까?

우두머리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 북쪽 산의 녀석이 아니라 다른곳에서 온 아직 다 크지 않은 다른 녀석일수도 있었다. 아마 놈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 일대를 자신의 영역으로 선포하기 위해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오오오오.”

“아우우우우우우.”

우두머리가 먼저 길게 울자 뒤를 이어 무리의 수컷들이 한꺼번에 울어재꼈다.

“아오오오오.”

“아우우우우우우.”

이정도면 놈도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이제 막 어미 밑에서 벗어난 녀석이라 하더라도 지 어미 밑에서 보고 배운게 있으리라.

꾸웅.

“크르르….”

우두머리 늑대는 주둥이를 씰룩이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낮게 울었다.

놈이 경고를 무시한 것이다.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둘중 하나의 상황. 북쪽 산의 ‘놈’이 내려온 것이라 자기네들 늑대 무리를 우습게 보고 있거나, 젊은 ‘놈’이 이지역의 원주인인 자신들에 대해 모르고 호기를 부리고 있거나였다.

그르르르…

우두머리의 생각을 아는지 젊은 늑대들이 이빨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하지만 쉽게 볼일이 아니었다.

갈색곰은 만만치 않은 종자들 이었다.

바위처럼 커다란 덩치와 그에 걸맞는 힘. 그리고 질기고 억센 가죽과 털은 자신들의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으로도 감히 승부를 점칠수 없는 상대였던 것이다.

우두머리 늑대는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우두머리 늑대가 아직 젋은 늑대였던 시절. 온 세상이 하얗고 푸르러 지기를 네 번 반복하기 전. 북쪽 산에는 두 마리 갈색곰이 있었고 자신들 무리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50여 마리나 되었었다.

아마 당시 겨울을 대비해 지방을 찌우기 위해 너도나도 혈안이 되어있던 시기였으리라. 강을 따라 산을 내려온 두 마리 곰과 역시 풍부한 지방을 가진 물고기를 먹으러 강가로 몰려온 늑대 무리. 당연하게도 둘은 먹이를 두고 싸움을 벌였고 처절한 사투 끝에 늑대무리는 고작 십수마리만이 살아남게 되었고 곰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었다. 바로 둘중 한놈을 죽이고 다른 한놈의 배에도 깊은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어쨌든 곰은 다시 산으로 돌아갔지만 늑대무리도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비록 영역을 지켜내긴 했지만 무리가 반토막이 난 이상 여기저기서 그들을 노려올게 틀림 없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지금에 이르러서 겨우 새끼들까지 포함해 서른에 가까워졌는데 다시 놈과 부딪힌다면 이번에야 말로 무리의 존속이 위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두머리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후에 태어났던 젊은 늑대들은 아직 혈기가 솟는지 연신 발톱으로 바닥을 긁고 있었다. 아직 곰과 맞붙어본적이 없어서 그런 것일 터였다.

반면 당시에 살아남았던 늑대들은 가만히 있었다. 그들은 우두머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오오오오.”

“아우우우우우우.”

우두머리 늑대는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일단 놈의 정체를 확인한다. 그리고 놈을 쫓아낼지 아니면 운명을 건 싸움을 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

그렇게 늑대 무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

이번편은 선작 1000분 돌파 기념 연참입니다. 쓰고보니 천원돌파하고 어감이 비슷하네요; 천분돌파.. ㅋ 물론 전 천원돌파 그렌라간 이란 애니는 본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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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C.XXX - 39화 민준 부동산 (3) - +32 09.11.17 18,941 9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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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B.C.XXX - 36화 그대의 이름은 소금 (3) - +37 09.11.14 19,449 8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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