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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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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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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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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9.12.1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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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B.C.XXX - 63화 봄바람 총각 (2) -

DUMMY

- 63화 봄바람 총각


전에 있었던 몇차례의 습격을 통해 오히려 자위를 함으로서 본의 아니게 신선한 고기를 습득하게 되었던 민준은, 육식동물에게 습격당했다는 충격에 제대로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거의 본능에 의해 뒤처리를 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누가 뭐래도 민준 스스로가 포식자의 입장에서 사냥감을 노리고 사냥에 성공한 케이스였다. 충분히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전에는 일단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게 최우선 과제였다면 이번엔 그동안 피가 굳은 질기고 냄새나는 고기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맛있는 고기를 먹을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기 위해선 고기 사이사이에 피가 굳기 전에 피를 빼내 주어야 했다.

“자자, 동맥인지 경맥인지 어디 있느냐….”

민준은 아직 헐떡거리고 있는 동물의 목을 더듬어 펄떡거리고 있는 굵은 핏줄을 찾아냈다. 그리곤 폴더나이프를 꺼내 단숨에 찔러 넣고는 핏줄을 걸어 잘라냈다. 멱을 딴 것이다.

핏! 치이이이

선홍색의 뜨거운 피가 힘차게 솟아 올랐다. 하지만 민준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피가 묻은 나이프를 동물의 가죽에 문질러 닦아낸 후 다시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꿈뻑 꿈뻑.

점점 자신이 죽어감을 느낀 동물이 선량한 눈망울로 민준을 바라 보았지만 민준은 그저 등을 몇 번 다독여 주고는 손으로 눈을 가려 버렸다. 아무리 민준이 이곳 생활에 적응했다손 치더라도 역시 죽어가는 눈을 마주치며 끝까지 바라볼 만한 강심장은 되지 않았다. 대신 점점 약해져가는 핏줄기를 바라보며 명복을 빌어 주었다.

“그런데 이놈도 사슴하고 비슷하게 생기긴 했던데, 정말 사슴피가 몸에 좋을까?”

민준은 문득 중학교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한창 혈기왕성한 남학생들 사이에서 팔씨름은 자신의 힘을 과시할수 있는 좋은 놀이였다. 민준 역시 주말마다 할아버지댁 일을 도우던 때라 나름 힘에는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도 남들보다 뼈도 굵고 힘도 쎄, 남학생만 45명쯤 되는 반에서 2, 3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번도 1등을 하진 못했다. 아니 민준 뿐만 아니라 같은 학년을 통틀어 그 친구를 이길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키도 다른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덩치도 중학생이라곤 할수 없었던 그 친구에겐 남다른 비결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 친구네 집이 사슴 농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사슴 피를 먹고 그렇게 힘이 좋아졌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그것이 사실인지는 확인할수 없었다. 다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뿔뿔히 흩어지기 전까지 그 친구를 이긴 학생은 아무도 없었을 뿐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지금껏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사슴 생피에 대해 호기심이 들긴 했지만 다른 한편에 떠오른 기억에 고개를 가로 젖고 말았다.

“그래, 잘못하다가 기생충이라도 감염되면 안돼지. 정말로 사슴 피를 먹어서 힘이 좋아지면 세상에 역도 선수들은 삼시세끼 생피만 먹게?”

생피의 유혹에서 벗어난 민준은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자 동물의 사체를 목뒤로 들쳐 멘후 집이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컨테이너박스 같은 민준의 집이 보였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게다가 굴뚝도 없어서 연기가 차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하는 엉터이 같은 집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신의 손으로 만든 그만의 집이었다.

민준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만의 집을 보며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시 한걸음 내딛었다.

처벅.

차닥 차닥.

“응?”

앞의 발소리는 분명 민준의 것이 맞는데 뒤에 이어진 발소리는 아무리 봐도 민준의 것이 아니었다. 민준도 의아했는지 다시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보니 작고 하얀 털뭉치 같은 것이 폴짝 폴짝 뛰어 도망치고 있었다.

얼마 전에도 이와 같은 장면을 본것 같은 생각에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사냥감을 놓친 고양이나 삵처럼 생긴 아무튼 고양이과의 짐승이 민준을 노려보며 앞발로 땅을 긁고 있었다.

“하앍…”

부주의한 걸음으로 자신의 사냥을 망친 민준에게 투덜대는 것일까? 털을 바짝 세우며 낮게 울었다.

“아, 설마 아까 그놈인가? 이거 미안한데, …이거 라도 먹을래?”

민준도 민망했는지 머리를 긁적이고는 들쳐메고 있던 사체의 허벅지 살을 베어 던져 주었다.

하지만 민준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흠칫 놀라하며 뒷걸음질 치더니 이내 도도하게도 목을 빳빳히 세우고는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얼, 귀여운데? 거참 저런 녀석 한 마리 키우면 심심하지도 않고 좋을텐데….”

민준이 집에 없을 때마다 창고 안에 갇혀 아무것도 없는 땅바닥에 코를 박고 킁킁 거리고 있을 돼랑이들이 들었다면 서운해할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민준은 어깨에 둘러 멘 사냥감을 추스르고는 집으로 향했다.


일단 겨울이 가고 봄이 오자 눈은 빠른 속도로 녹아내렸고 더 이상 주변에선 하얀색이라곤 찾아볼수 없게 되었다. 대신 눈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초록빛 파릇파릇한 풀잎들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런 따사로운 햇살과 싱그러운 자연속에 사는 민준은 어찌된 영문인지 똥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 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며칠전 민준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날로 돌아가야 한다.

겨울이 끝나고 첫 사냥에서 성공한 민준은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돼랑이들이 들어 있는 창고 쪽에서 끄륵 끄륵 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겠는가. 혹시 민준이 없는 사이에 들짐승들이 돼랑이들의 냄새를 따라 이곳까지 온것은 아닐까 싶어 조심스럽게 메고 있던것을 내려 놓은뒤 발소리를 죽이며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소리가 나는 곳은 다름 아닌 창고의 문. 그곳에 회색의 무언가가 열심히 머리를 문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머리를 비비며 흔들거리는 엉덩이를 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모양새였다.

“들…돼지?”

“뀌익?”

문에 머리를 비비던 회색 들돼지는 민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더니 이내 쏜살같이 집을 돌아 산속으로 뛰어가 버렸다.

“뭐야 저건?”

민준은 괜히 가슴을 졸였다며 내려 놓았던 사체를 다시 옮겼다.

그리곤 혹시나 돼랑이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았나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돼랑이 마저 문 안쪽에서 머리를 비비고 있는게 아닌가.

“이건 또 왜이래?”

그때는 몰랐다. 돼랑이가 왜 그랬는지, 또 왜 밖에서 회색 들돼지가 머리를 들이밀려고 하고 있었는지.

그런데 며칠뒤 돼랑이들을 밖의 대나무 울타리 안에 풀어 놓았더니, 이것들이 좋다고 진흙속을 뒹굴다 갑자기 그네들끼리 올라타는게 아닌가.

민준은 깜짝 놀라 달려들다 말고 갑자기 생각나는게 있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설마 이것들 발정기라던가 뭐 그런건가?”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 봄. 봄에는 새로운 싹과 잎이 피어나고 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시기임이 분명했다. 그렇잖아도 얼마전엔 새알을 훔쳐먹지 않았던가.

물론 돼지는 특별히 봄이라고 발정기가 오는게 아니라 사시사철 일정 주기로 발정을 하지만, 돼랑이들이 현대의 돼지는 아니니 단정지을수는 없었다. 게다가 민준은 돼지가 언제 발정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 돼랑이 새끼들은 지들끼리 엉겨 붙어 시도때도 없이 붕가붕가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작년 늦은봄 쯤에 태어난 돼랑이 새끼들이 겨우내 자라 어른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첫 발정이 온 것인데 공교롭게도 봄이 오는 이맘때와 겹쳤던 것이다.

그리고 일전의 그 회색 들돼지 역시 발정난 돼랑이의 냄새를 따라 민준의 집까지 내려왔던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돼랑이는 발정이 났었지만 관심이 없었던 민준이 몰랐던것 뿐이었다.

어쨌든 돼랑이들이 발정이 와서 엉겨붙는 모습을 본 뒤로는 어딜 보아도 온통 짝짓기 하는 모습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동물들은 물론이오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작은 벌레들까지 서로 겹쳐 있는 것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물론 민준은 그때마다 손가락을 튕겨 둘 또는 셋을 떼어놨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돼랑이 새끼들은 아무리 떼어놔도 잠시만 틈을 보이면 서로 올라타기에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저것들이 짝짓기를 해서 번식을 하면 할수록 좋다는 생각에 더 이상 방해도 하지 못했다. 원래 돼랑이들을 잡은 계획이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들썩 들썩!

“뀍 뀍, 꾸익 뀍!”

민준은 열심히 용을 쓰는 돼랑이 새끼들을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고 투덜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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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날씨가 좋습니다. 하지만 제 컴퓨터는 오늘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군요. 오늘도 아침부터 컴퓨터가 안켜져서 한참을 씨름했습니다.

매번 컴퓨터가 안켜질때마다 혹시 그동안 쓴 글들이 날아가진 않을까 두근두근합니다.

외장하드에 백업을 해놓긴 했지만 그래도 최근에 수정한 분량은 없기 때문이죠. 매일 하고 싶긴 하지만 역시 번거로워서;;;

그럼 음..다음주에 뵙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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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B.C.XXX - 57화 돼지 1호 출격! (1) - +42 09.12.05 16,760 78 9쪽
56 B.C.XXX - 56화 올해 추석이 언젠지 알아요? (4) - +42 09.12.04 16,704 71 10쪽
55 B.C.XXX - 55화 올해 추석이 언젠지 알아요? (3) - +43 09.12.03 16,228 76 9쪽
54 B.C.XXX - 54화 올해 추석이 언젠지 알아요? (2) - +16 09.12.03 16,060 74 10쪽
53 B.C.XXX - 53화 올해 추석이 언젠지 알아요? (1) - +56 09.12.02 16,684 8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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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B.C.XXX - 50화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1) - +37 09.11.28 17,536 76 9쪽
49 B.C.XXX - 49화 마데 인 민준 (3) - +35 09.11.27 17,629 75 8쪽
48 B.C.XXX - 48화 마데 인 민준 (2) - +36 09.11.26 17,700 82 9쪽
47 B.C.XXX - 47화 마데 인 민준 (1) - +29 09.11.25 18,281 81 9쪽
46 B.C.XXX - 46화 외전 : ‘똑딱 휙 삐리’의 이야기 (2) - +18 09.11.25 16,767 7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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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B.C.XXX - 44화 더위야 물렀거라! (2) - +31 09.11.23 17,803 79 10쪽
43 B.C.XXX - 43화 더위야 물렀거라! (1) - +27 09.11.21 18,640 82 10쪽
42 B.C.XXX - 42화 민준 건설 (3) - +36 09.11.20 18,884 81 11쪽
41 B.C.XXX - 41화 민준 건설 (2) - +37 09.11.19 18,754 88 10쪽
40 B.C.XXX - 40화 민준 건설 (1) - +36 09.11.18 18,816 86 9쪽
39 B.C.XXX - 39화 민준 부동산 (3) - +32 09.11.17 18,940 94 9쪽
38 B.C.XXX - 38화 민준 부동산 (2) - +20 09.11.17 19,047 96 11쪽
37 B.C.XXX - 37화 민준 부동산 (1) - +38 09.11.16 20,329 94 10쪽
36 B.C.XXX - 36화 그대의 이름은 소금 (3) - +37 09.11.14 19,449 8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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