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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886,803
추천수 :
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2.0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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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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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글자
10쪽

B.C.XXX - 60화 가내수공업 (1) -

DUMMY

- 60화 가내수공업


돼랑이는 민준에게 제법 도움이 되었다. 원래 돼지라는 종이 똑똑한 것인지, 아니면 돼랑이가 특히 눈치가 빠른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돼랑이는 며칠만에 민준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파악한것처럼 행동했다.

처음엔 민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기도 하고, 쓸데없이 풀밭에 눌러 앉거나 괜한 곳을 파기도 하던것이 고작 나흘이 지난 후에는 민준이 목줄을 잡기만 하면 알아서 코를 킁킁거리며 먹을것이 있는 곳으로 민준을 안내했다.

물론 민준도 이런 돼랑이의 수고로움에 포상하듯이 그날 수확한 식재료중 일부를 덜어 돼랑이와 그 새끼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마 돼랑이도 이런것을 눈치 챘기에 민준에게 협조적으로 행동하는지도 몰랐다.

어느덧 돼랑이와 함께 주변을 탐색하는 일도 허탕을 치는 날이 많아졌다. 민준 혼자 다닐때와는 다르게 말이 통하지 않는 돼랑이를 끌고 다니다 보니 하루에 갈수 있는 거리가 훨씬 짧아졌고, 그러다보니 그 범위 내에 있는 식재료들이 어느새 민준의 토굴 창고에 쌓이게 되었던 것이다.

그쯤에 민준은 돼랑이를 끌고 식재료 탐사에 나가는것을 그만 두고 다른일을 시작하였다.

먼저 한일은 돼랑이들이 밖에서 돌아다닐수 있는 우리를 만드는 일이었다. 사실 우리라고는 하지만 분명 들돼지는 들돼지. 집돼지와 같을수는 없는 노릇이라 항상 밖에 둘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직까진 그런 조짐은 없었지만 혹여 돼랑이들을 잡아먹으려 들짐승이 밤새 습격해 물어갈수도 있지 않은가. 때문에 민준은 대나무 말뚝을 잔뜩 만들어 집 앞마당에 울타리를 치듯 둥글고 촘촘하게 박아 낮에는 그 안에 돼랑이들을 풀어 놓고 저녁이 되면 다시 창고로 들이는 생활을 하였다.


일단 돼랑이들에 관한 일들이 대충 마무리 지어지자 그다음엔 그동안 미뤄두었던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드는데 시간을 쏟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만든것은 바로 지게였다.

민준이 제일 먼저 지게를 만들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민준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중 가장 만들기 쉽다는 것이다. 민준의 재산중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들을 뒤져 곧은 가지에 곁가지가 난 가지들중 크기가 비슷한 두 개를 골라 중간중간에 홈을 파고 그 사이에 막대기를 끼운후 작은 나무조각으로 쐐기를 박아 빠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 다음에 거기에 가죽끈을 연결해 멜수 있도록 하면 그것으로 지게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기는 했다. 눈으로 볼때에는 두 개의 가지 무개가 같아 보였는데 막상 등에 져보면 한쪽으로 기울기도 하고 등판에 나무가 닿아 등이 아프기도 했다. 결국 여러번 손을 보고 가죽 한 장을 온전히 감고 나서야 등도 아프지 않고 좌우의 무게 중심도 어느정도 맞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게로 한일은 다름아닌 죠리퐁의 짚을 베어 집으로 가져오는 일이었다.

짚은 정말 많은 용도로 쓰여질수 있는 아주 훌륭한 재료이다. 가까이로는 고작 짚을 비벼 새끼줄을 만드는것 만으로도 지게에 짚단을 높게 쌓아도 무너지지 않도록 할수도 있고, 돗자리를 만들고 또 나무를 벨 때에도 줄을 연결해 나무가 쓰러지는 방향을 조절하거나 나무를 묶어 산밑으로 끌어 내릴수도 있는 것이다.

민준은 한동안 짚단을 묶어 창고에 쌓는데 주력했다. 가끔 무거운 등짐을 지고 걸을 때에는 수레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수레는 만들기도 쉽지 않았고 만든다 하더라도 길도 없는 이곳에서 무거운 짐을 싣고 끌다가는 어느 웅덩이에 빠지거나 돌에 걸려 끌어내지도 못하고 이도저도 안돼는 상황이 올수도 있었다.

이렇게 민준이 짚을 베어 창고에 쌓는 동안에 하늘에선 몇차례 비를 내려 주었다.

이 비들은 한번 내릴 때마다 낙옆을 떨어지게하고 기온을 뚝뚝 떨어트리더니 결국엔 민준도 겨울옷을 다시 입지 않고서는 밖엘 나가지 못할 정도로 추워지게 되었다.

“하아.”

하얀 입김이 민준의 눈앞을 가렸다. 손에 입김을 불어 몇 번 비비던 민준은 이내 옷깃을 세워 목을 감싸고는 항아리 하나를 들고 냇가로 향했다.

잘그락 잘그락.

민준의 발 밑에서 자갈들이 밟히며 소리를 냈다.

“어? 얼음이 얼었네. 그렇구나… 벌써 1년이네.”

냇가에 도착한 민준은 살얼음을 창대로 깨치고는 물을 떠 담았다.


민준이 만든 달력에 의하면 대략 10월 말. 하지만 언제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겨울에 가까워져 있었다.

이쯤에는 돼랑이와 새끼들 역시 낮에도 밖에 나가려 하지 않아 민준은 아예 창고 한쪽 구석에 울타리를 세우고 그 안에 짚을 깔아 주었다. 창고가 집과 붙어 있는 관계로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겨왔지만 이미 땅이 얼어붙은 뒤라 돼지우리를 따로 만들어 주진 못하였다.

11월이 되자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뚝뚝 떨어졌다. 눈만 안내렸다 뿐이지 누가 보아도 완연한 겨울, 이 추운 날씨에 집을 놔두고 어딜 쏘다니는 짓도 할짓이 못되었다.

때문에 집에서 할 일없이 빈둥빈둥 시간만 보내던 민준은 그동안 필요하지만 다른 일들에 치여 만들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을 만들기로 했다.

가장 먼저 만든 것은 다름아닌 장갑 이었다. 작년 겨울에도 장갑이 없어 후회했던 민준은 올해 역시도 물을 뜨러 나갈때마다 시린 손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장갑을 만드는 것은 간단했다. 남는 가죽을 반으로 접어 손바닥이 들어갈 정도로 넉넉히 자른후 테두리에 구멍을 뚫어 바느질 하듯 가죽끈으로 붙이면 끝 이었다. 거기에 긴 가죽끈으로 두 장갑을 연결해 목에 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장갑이 만들어진 뒤로는 물을 뜨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장갑을 만들고 나서 다음으로 한 일은 눈삽을 만드는 것이었다. 원래는 내년에 쓸 수레를 만들생각이었는데, 문득 지난 겨울 사람 키만큼이나 높게 쌓이던 눈이 생각나 늦기 전에 미리 눈삽을 먼저 만들기로 한 것이다.

민준은 짚을 가져다 쌓아 놓은 것을 몇 번이나 스스로 칭찬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짚으로 새끼줄을 만들어 사용하면서부터 그의 생활이 훨씬 편해졌던 것이다. 이번에 눈삽을 만드는 일만 하더라도, 전에라면 넓적한 판자를 구하기 위해 여러모로 머리를 굴렸어야 했을 텐데 새끼줄이란 것이 하나 추가되면서 다른쪽으로 발상을 전환할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너무 굵지도 또 너무 가늘지도 않은 대나무들을 베어다가 엮은 후, 대나무 장대를 붙여 새끼줄로 묶는 것만으로 눈삽을 완성하였다. 기술의 진보였다.


날이 차지 않았을 때에는 몰랐는데 바람이 불고 기온이 떨어지자 창문과 문틈 여기저기에서 찬바람이 새는 것을 알게되었다. 민준이 흙을 개어 붙여 틈을 메웠지만 그동안 수차례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동안 알게모르게 조금씩 부서져 문틈으로 바람이 솔솔 새어 들어온 것이다.

다시 진흙을 발라 틈을 메운다 하더라도 어차피 임시방편, 미봉책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든 바람이 새어 들어올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민준은 이번에도 짚을 이용해 바람을 막기로 했다.

멍석. 민준이 생각한 방법은 바로 멍석이었다.

원래는 바닥에 깔아 사용하는 것이지만 이번엔 창가에 커튼을 치듯이 멍석으로 문과 창문을 덮어 바람을 막기로 했다.

멍석을 만드는 방법은 민준이 알고 있었다. 어렸을적 할아버지댁에서 멍석을 만드는 방법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지금껏 잊지 않고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어린 민준에겐 지푸라기로 커다란 멍석이 만들어지는 것이 꽤나 신기하게 보였었던 것일런지도 몰랐다.

시간이 남는 민준에게 조급함은 없었다. 아직 겨울이 가려면 수개월은 더 있어야 할 것이고 그동안 민준이 할수있는 일이라곤 이처럼 집 안에서 할수있는게 전부였다. 밖에 나가봤자 돌아다니는 동물도 거의 없고 풀들도 이미 얼은 뒤였다.

그런 민준에게 새끼줄을 가늘게 꼬고, 그것을 이용해 짚을 짜 멍석을 만드는 것은 재미있는 놀이와 마찬가지였다. 마치 RPG게임에서 사냥을 하고 퀘스트를 할수록 자신의 케릭터가 레벨업 하듯이 조금씩 조금씩 길어져 가는 멍석은 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재미를 주었다.

멍석을 만드는 재미에 빠진 민준은 어느새 창문과 문을 막는데에 사용할 것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집 바닥에도 온통 멍석을 깔아 신발을 벗고 돌아다닐수 있게 되었다. 물론 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했음은 물론이었다.


그러는 동안 겨울은 점점 깊어져만 갔고 어느덧 민준이 사는 집과 뒷산, 그리고 앞마당에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눈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하얀 설국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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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음...역시 떡밥이 좋으니 댓글이 많이 달리는군요 ㅎㅎ

연참은... 이제 조금 있으면 선작 4000을 돌파할듯하니 그때 한번 드랍해보겠습니다. 아, 물론 추천해달라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언젠가 운영자님이 그런거 하지 말라고 한것 같더군요. 그럴생각도 없고요.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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