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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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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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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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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1.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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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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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
9쪽

B.C.XXX - 50화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1) -

DUMMY

- 50화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


팍! 팍! 팍! 팍!

“오우 쉿! 하마터면 넘쳐서 사방에 온통 똥물바다가 될뻔 했네. 그래도 이정도면 집 쪽으론 안 흐를테지?”

민준은 화장실로 쓰던 구덩이 둘레를 빙 둘러 판뒤 남쪽으로 물길을 내었다. 급히 팠지만 그래도 늦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으으으, 춥다 추워. 또 감기걸리기 전에 빨리 마무리 하고 들어가서 불이나 쬐야겠다.

민준은 다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집 둘레에 물길을 파야했다.

시간이 한참 걸렸지만 결국 마무리를 진 민준은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되어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툭, 툭, 툭.

그가 걸을 때마다 긴 머리와 홀딱 젖은 옷에서 물이 떨어졌다. 게다가 신발도 속까지 모조리 젖어 걸을 때마다 쩔꺽 쩔꺽 하는 소리가 났다.

“으, 으, 얏!” 민준은 몸에 찰싹 달라붙은 옷들을 모조리 벗었다.

“으아, 덜덜덜. 무슨 여름이 이렇게 추워지냐. 진짜 감기 걸리겠네.”촤아악!

민준이 창 밖으로 젖은 옷과 양말을 짰다.

“컥! 무슨 옷이 걸레냐? 으음, 그러고보니 이곳에 온 뒤로 빨래는 한번도 안한것 같긴 하네.”

같긴 하네가 아니라 한번도 안한게 맞았다. 게다가 목욕도 한적이 없다.

물론 물가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는 장소였고, 민준은 절대 위험을 무릅쓸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예전에 물을 건너다가 습격을 당한 뒤로는 더욱 굳어졌다. 아마 당시의 충격이 트라우마로 굳어졌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흙먼지와 뒹굴고, 땀에 절으면서도 한번도 목욕과 빨래를 하지 않다니. 혼자 생활하고 있으니 다행이지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는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 혹시 민준에게서 고약한 냄새가 나서 그동안 민준을 습격한 짐승이 없었는지도 몰랐다. 그게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에… 그럼 이번 기회에 빨래라도 한번 해볼까? 이정도 비면 물가에 나가지 않아도 충분할텐데.”

민준은 스스로도 너무하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실행에 옮겼다. 옆면이 찌그러져 어차피 구실을 하지 못할것 같은 토기 하나를 굴려 집 밖으로 내온뒤 물이 차길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목욕도 안했었지. 어디… 으악! 그냥 손으로 훑었는데 땟국물이! 아, 안돼겠다. 어차피 젖은거 감기에 걸릴거면 벌써 걸렸겠지. 이 기회에 목욕도 좀 해야겠다.”

민준은 걸치고 있던 눅눅한 가죽마저 벗어 던지고 집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그리고 내리는 비에 몸을 맏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으로 문질러 씻기 시작했다.

박박박.

“으으, 머리가 미끌거려! 흡 퉷퉷.”

민준은 입을 열었다가 흘러 들어간 빗물인지 땟물인지 모를 무엇인가를 뱉고는 다시 씻는데 열중했다.

차가운 기온에 비까지 맞은터라 온몸이 떨려 왔지만 그래도 훌렁 벗고 하늘 아래에서 몸을 씻고 있으니 이보다 더 개운할수 없었다.

“으어, 좋다. 일단 이정도로 하고 옷도 빨아야겠다.”


“하아아, 따뜻하다. 역시 가죽보다는 겨울잠바가 최고야. 그나저나 저거 제법 쓸만한데? 나중에도 물 떠다가 저기서 빨래하고 목욕도 할수 있겠어. 흐으으, 좋다.”

민준은 모닥불 앞에서 불을 쬐며 젖은 몸을 말렸다.

“그나저나 이 비가 언제 그치려나? 밤새 내리려나? 아니면 내일쯤엔 그치겠지?”

하지만 이러한 민준의 예상과는 다르게 비는 멈추지 않고 내려 열흘이 훨씬 넘은 뒤에야 구름 한점 없는 파아란 하늘을 드러냈다.


“이야! 하늘봐라, 아주 파란게 진짜 물감으로 칠한것 같네.”

민준은 열흘만에 갠 하늘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동안 그칠줄을 모르고 내리는 비에 걱정하던 것들이 모두 날아가는 것 같았다.

민준은 그동안 많은 걱정을 했다. 혹시 지붕과 벽에 발라둔 흙들이 떨어져 나가 물이 새진 않을까? 아니면 토굴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또는 이 비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 등등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비는 그쳤고 하늘은 더없이 맑고 높았다.

“그러고보니 비가 내린 뒤로는 날이 선선해졌네? 설마 여긴 장마가 끝나자마자 가을인건가? 신기하네….”

그렇다. 가을이 왔다. 고작 두어달 정도로 짧았던 여름은 갑자기 내린 장마와 함께 끝이 났고 수확의 계절이 가을이 온것이다.

“그런데 난 뭘 수확하지?”

민준이 머리를 긁었다. 그는 심은게 없으니 수확할것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준도 할 일이 많았다.

먼저 미뤄뒀던 일들도 끝내야 할때인 것이다.

그동안 창고에서 마르던 토기들을 꺼내 열흘간 모아둔 재를 탄 물에 담궜다 빼내 다시 가을 바람에 말렸다. 그리고는 적당히 나무를 쌓고 그 위에 토기들을 쌓아 구웠다.

작업은 며칠간 계속 되었다. 불이 꺼지면 토기가 식기를 기다려 멀쩡한 것들을 꺼내고 다시 불을 지펴 남은 토기들을 굽는 작업을 쉬지 않고 계속했다.

불속에선 이따금씩 파삭! 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때마다 민준의 얼굴엔 수심이 깊어져 갔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크고 작은 토기 열두개를 건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호롱으로 쓰려던 토기는 모양이 너무 복잡했는지 깨져 흔적도 찾지 못했다.

그래도 민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접시모양으로 깨진 토기를 건졌고 민준은 그것으로 등잔을 하기로 정했다.

깨진 토기들도 그냥 버리지 않았다. 너무 잘지 않은 것들을 모아 잠자리 위 지풍에 깔았다. 이정도면 비가 오고 눈이 오더라도 잠자리 만큼은 비가 샐 걱정을 안해도 될 터였다.


또한 겨울을 날 준비도 할겸 겸사겸사 등잔에 쓸 기름도 모으기로 했다.

냇가에는 비온뒤 어디선가 몰려든 물고기들고 물반 고기반 이었기에 민준은 창을 쓰지 않고도 물고기를 건져 올릴수 있었다. 이때 대나무 바구니가 유용하게 쓰였다. 워낙 크고 힘이 넘치는 녀석들이라 맨손으로 잡기엔 어려운데 대바구니로 건져 올리니 상처도 나지 않고 안전하게 건져 올릴수 있었다.

이렇게 건져 올린 물고기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해체해 내장만 따로 담았다. 또한 내장을 뺀 물고기는 다시 물에 헹궈 나뭇가지에 꿴 뒤, 미리 준비한 대나무대에 널어 말렸다. 비록 바닷물고기도 아니고 소금에 절인것도 아니지만 그 방법 밖에 없는 터라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이었다. 그래도 아예 가만 둔것은 아니고, 혹시나 날벌레들이 꼬이지 않을까 싶어 밑에 불을 피우고 산에서 잘라온 생가지들을 같이 태웠다. 그러면서 은근히 훈제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민준이었다.

어차피 쉽게 상하는 내장은 따로 모아 불속에서 살아남은 토기에 담아 물을 붓고 끓였다. 끓이고 또 끓여서 물 위로 기름이 뜨면 건져내고 다시 기름이 올라오면 건져내 다른 그릇에 모았다.

그러는 사이 물고기를 잡아 손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고기를 잡아 손질하고 말리고 내장을 모아 끓이며 기름을 모으는 행동을 반복했다.

사실 그동안 거의 대부분의 식사를 생선으로 때웠던 민준은 내장 끓는 냄새와 비린내가 지겹고 토할것 같았지만 쭉 바빠 다른일을 할수 없었던 터라 올해만 참자 라는 심정으로 작업에 열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이 갈수록 기름도 점점 많이 모였다.

위에 알수 없는, 아마 내장에서 흘러나왔으리라 생각되는 부유물들이 떠 있었지만 굴러다니는 잎새를 들어 건져냈다.

그리고 접시에 기름을 붓고 겨울잠바의 안쪽 실밥을 튿어 안에 있는 솜을 얼마간 빼냈다. 이럴땐 오리털잠바를 사주지 않으신 어머니가 그렇게 고마울수 없었다.

솜은 가늘게 뽑아 비벼 심지를 만드는데 최고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심지를 생선기름이 담긴 그릇에 걸쳐 불을 붙였다.

히죽.

민준이 웃었다.

등잔은 성공적으로 완성되었다.

하지만 이미 날씨는 쌀쌀해졌고, 모닥불은 언제나 타고 있어야 했다.

결국 등잔은 다음해 여름을 기약하며 한쪽 구석에 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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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오늘은 토요일! 주말입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뭔가 할말이 있었던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 다음에 기억이 날때까지 패스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내일은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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