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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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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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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925

작성
09.12.0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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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B.C.XXX - 54화 올해 추석이 언젠지 알아요? (2) -

DUMMY

- 54화 올해 추석이 언젠지 알아요?


그로부터 다시 며칠이 지났다.

육식동물의 날카로운 발톱에 길다란 상처를 입어 불에 달군 나이프로 지진 상처는 다행스럽게도 발톱에 있던 균이나 화상으로 인한 2차 감염은 없었는지 별다른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데도 무리가 없는걸 보니 크게 다친 상처는 아닌듯 했다. 다만 사(四)선으로 그어진 상처의 감각세포가 죽었는지 손으로 만져 보아도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아 자신의 결정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정말 올마른 치료 방법이었는지, 아니면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해 영화에 삽입한 현실적이지 못한 치료 방법이었는지 잠시 고민한 민준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그렇게 안했으면 병에 걸렸을지 어떻게 알아? 뭐, 이 흉터도 나름 뽀대 나네.”

다시 한번 현대인인 민준이 원시 시대에 홀로 떨어져서도 지금껏 잘 살아남을수 있게 해 주었던 낙관적, 낙천적인 마인드가 민준의 고민을 날려 주었다.

그랬던 저랬던, 며칠간 관망한 결과 팔의 상처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민준은 하루만에 중단되어야 했던 식량 탐험 제2차 원정대를 꾸렸다. 사실 말이 좋아 원정대지 실속은 대바구니를 짊어 진 민준, 달랑 한명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목적지는 콩밭. 지난번 따다 만 콩을 마저 따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대바구니를 하나 더 준비했다.

그리하여 한참을 걸어간 민준, 한번 왔던 장소라 그런지 이번엔 지난번보다 시간을 절반정도 절약할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콩을 따기 위해 바구니를 두 개나 준비해왔건만 콩들은 어디로 갔는지 남은 것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콩깍지가 전부였다.

“아….”

민준이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지난번 보았던 그 새들이거나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가 낱알을 모두 먹거나 가져간게 틀림없었다.

기운이 빠진 민준, 그의 어깨가 축 처젔다.

하지만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콩을 모두 따먹은 그 누군가가 또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식량을 먹어 치우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산과 들 그리고 강에는 주인이 없다. 게다가 민준이 내 땅! 이라고 선언한들 날아다니는 새들이 알아줄것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알아주겠는가. 하물며 아직 찾지도 못한 곳이라면 민준이 찾게 되었을 때에는 지금 콩밭처럼 이렇게 되어 있을수도 있었다.

시간싸움. 누가 먼저 발견하고 그것을 취하는가!

민준의 마음이 급해졌다.

새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며 찾을 것이고, 민준 자신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땅위를 박박 기어야 한다. 그것도 혹시 있을지 모를 짐승들을 피해서 말이다.

민준은 허탈한 마음에 잠시 내려 놓았던 길다란 대바구니를 짊어 지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민준은 집을 중심으로 북북서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며 지그재그로 들판을 탐색했는데 그 모양이 마치 부채꼴과 같았다.

그동안 민준은 조금의 시간과 체력을 아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콩은 손도 대지 않았다. 콩깍지 채로 삶아 먹거나 하면 금방 조리가 가능할진 모르지만 콩만으로 배를 채우려면 얼마나 먹어야할지 몰랐다. 게다가 말이 단백질이지 어쩔수 없는 ‘식물성’, 조금만 걸어도 금방 소화되어 배가 고플게 틀림 없었다.

대신 훈장처럼 왼팔뚝에 자신의 발톱자국을 세겨준 정확히 이름은 알수 없는 고양이과의 사체를 해체했다. 간만이었지만 그래도 몇 번 해봤다고 제법 손에 익었다.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빼냈다. 그런후 크게 몇덩이로 잘라 대바구니에 넣어 토굴 끝의 창고에 넣었다. 과연 얼마나 그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민준은 그 기대가 꽤 컸다.

어쨌든 고기를 저장하고 남은 내장은 옆의 냇가에 가서 깨끗이 씻었다. 지난 겨울엔 계곡물이 꽝꽝 얼어 차마 물속에 손을 넣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간, 위, 내장 등등 부위별로 잘 나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자 제법 먹을만해 보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몇가지는 민준으로서도 손대기가 쉽지 않은 부위가 있었다. 바로 심장과 허파, 쓸개와 오줌보가 그것들 이었다.

어디선가 고양이 심장엔 기생충이 있다는 말 때문에 아무리 익혀 먹는다 하더라도 씹씹함이 가시지 않았고, 허파는 순대와 먹을때와 달리 굉장히 그 모양이 징그러웠다. 혹, 지금껏 온갖 내장을 다 봤으면서 뭐가 그리 징그럽냐 할지도 모르지만 민준으로선 정말 이게 먹어야 하는건지 고민하지 않을수 없었다. 쓸개는 당연히 버렸다. 와신상담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사람은 그사람이고 민준이 그걸 일부러 먹을 이유가 없었다. 당연히 패스. 그리고 마지막 오줌보는 고민 끝에 잘 씻어 말렸다. 혹, 물통이나 하다 못해 심심하면 바람을 넣어 공놀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한번 시간을 내 정리해 토굴에 넣어 두고는 끼니 때마다 간이니 내장 따위를 적당히 잘라 내와 불에 구웠다. 비록 채소를 곁들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물고기만 줄기차게 먹다가 고기를 씹으니 어느정도 입맛이 돌아오는것 같았다. 게다가 지난 겨울과는 다르게 이번엔 소금도 있으니 금상첨화였다. 게다가 대나무를 잘라 통안에 익힌 고기를 넣고 점심에도 먹을수 있으니 체력도 유지할수 있어 더욱 좋았다.

이런식으로 샅샅히 근방을 탐색한 끝에 남쪽 강 근처에서 벼모양과 비슷한 무엇인가를 발견할수 있었다.

하지만 분명 벼는 아니었다. 비록 모양이 벼처럼 끝에 뭉쳐있고 낱알들이 익어 고개를 숙였지만 어렸을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도와 벼농사를 지었던 민준이 벼와 다른것을 구별하지 못할리 없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민준도 그것의 이름을 알진 못했다. 다만 겨를 벗겨내니 낱알이 있는 것으로 봐선 먹을수 있는게 틀림 없었다. 비록 모양이 쌀과 달리 둥글고 색도 좀 회색빛이 도는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낱알을 뿌려 놓고 지켜본 결과 새 몇 마리가 다가와 쪼아 먹는걸 확인하곤 마음을 놓았다. 덕분에 그날은 새고기를 먹을수 있었다.

대바구니를 나뭇가지로 걸쳐 놓고 그 밑에 이름 모를 곡식의 낱알을 뿌려 새를 잡은 민준은 쉬지 않고 낱알을 수확했다.

길다란 등에 메고 온 대바구니는 한쪽에 내려 놓고 뚜껑으로 쓸 요량으로 가져왔던 그보다 작은 대바구니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엔 나이프를 꺼내 낱알을 훑었다.

민준이 한번 훑을 때마다 대바구니 안으로 차르륵, 차르륵 하면서 낱알이 쏟아졌다.

민준에게 이보다 더 흥겨운 소리가 없었다. 절로 흥이 나는건 당연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응? 이건 좀 안맞는데…. 풍년이 와았네~ 풍녀언이 왔어~.”

지난번과 같은 새떼도 없어 더 흥이 났다. 하지만 민준은 방심하지 않고 손을 놀렸다.

“끄응차!”

대바구니 한가득 채운 민준은 즐거운 마음으로 짊어지는데, 지난번 콩을 따오던 날과 다르게 무게가 보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싯적 쌀가마좀 날라본 민준이 이걸 예상하지 못했을리 없었다. 게다가 그동안 통나무를 져 나르느라 단련도 되었기에 충분히 나를수 있었다.

그 뒤로 하루에 한번씩 왕복하며 다섯짐을 해 나르는데 오일이 걸렸다.

민준의 몸통만한 대바구니 가득 다섯이면 제법 많은 양이었다. 비록 말린것도, 껍질을 벗겨 도정한것도 아니라 후에 먹을땐 더욱 줄어있겠지만 누가 기른것도 아니고 저절로 자생한것 치고는 많은 양이라 생각했다.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수레나 지게 같은게 있었더라면 한번에 더 많이 나를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시간도 몇배나 절약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장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다. 어차피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닥쳐오면 남는 것이 시간, 그때 지금 생각해 뒀던 것들을 하나씩 만들어 가기로 했다.


민준은 자생지 한곳을 거덜낸뒤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탐색을 계속했다. 그결과 이번엔 운이 좋았는지 강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가 같은 종을 발견했다. 게다가 이번엔 딱 보기에도 지난번 발견한 장소보다 더 넓은것이 두배는 족히 나올것 같았다.

“와! 장난 아닌데? 한동안 힘좀 쓰겠어. 응? 저게 뭐지?”

민준은 떨어진 낱알을 쪼아 먹고 있는 새들을 발견했다.

“저, 저것들이! 훼에에에이! 훼이!”

민준이 눈에 불을 키며 달려들며 창을 휘둘렀다.

푸더더덕, 푸더더더더덕.

민준이 다가가자 새들은 일제히 날아 올랐다.

“헉, 헉. 저놈들 분명 지난번에 콩을 훔쳐 먹은 녀석들이 틀림 없어.”

어차피 주인도 없는 콩, 누가 훔쳐 먹었다는 건지. 아니, 그렇게 따지자면 주인은 콩 자신이니 민준도 주인 허락도 없이 따온것이 되겠지만 민준의 입장에선 어쨌든 새들과 양립할수 없었다.

그때부터 민준의 수확이 시작되었다. 물론 새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민준이 창을 휘두르면 날아 올랐다가 그가 바구니를 들면 다시 내려앉았다. 또 그러면 민준이 창을 휘두르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민준의 바구니가 가득찼다.

“내가 이대로 집에 가면 내일 왔을땐 또 엄청 줄어 있겠지?”

민준은 마치 눈빛으로 죽일수 있다면 새들을 모조리 쏘아 떨어트릴것 같은 눈길로 새들을 노려봤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대바구니에 든 낱알들을 모조리 땅에 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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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드디어 선작이 3000을 넘겼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음편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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