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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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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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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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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925

작성
09.11.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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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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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글자
10쪽

B.C.XXX - 44화 더위야 물렀거라! (2) -

DUMMY

- 44화 더위야 물렀거라!


지난 80여일간의 노동은 민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무를 베고 그것을 산 밑으로 끌고 내려오는 것은 아주 단순한 노동이지만 그 일련의 과정에 들어가는 노동은 쉽게 볼것이 아니었다.

먼저 자리를 잡고 나무를 베는것 까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원래 그의 일과중 대부분이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보니 앉아서 꿈쩍하지 않는데에는 이골이 난 상태, 거기에 펜 대신 작은 톱을 들었다는 것만이 다른점 이라 할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렇지 않았다. 비록 어렸을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도와 농사일을 거들며 제법 뼈가 굵었던 민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다니면서 고향을 떠나 농사일에 소흘했던 탓에 점점 근력이 약해져 있었다. 게다가 군대에서도 행정병으로 2년을 보내며 주로 컴퓨터앞에서 자판을 두드렸던 탓에 그 현상은 더욱 심해졌었다. 그런 상황에서 굵고 길다란 통나무를 끌고 산을 내려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일이 아닐수 없었다.

기실 산에서 나무를 끌고 내려오는 일은 보기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내리막길, 처음에 끌어 내리기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무게여야 가능한일, 토막도 내지 않은 완전한 통나무는 왠만해선 움직이려 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가지들을 잘라 냈다고는 하지만 어쩔수 없이 가지의 뿌리는 남는법, 그것들이 여기저기의 나무에 걸리고 흙속에 박혀 민준을 더욱 힘들게 하였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간신히 통나무를 끌고 산 밑으로 내려왔다고 하더라도 끝난것은 아니었다. 이제 남은 일은 통나무를 차곡 차곡 쌓아 집을 만드는 일이었고, 처음엔 그저 조금만 들어도 되었던 것이 점점 벽이 높아지면서 마침내는 그의 머리 위까지 그 굵고 무거운 통나무를 들어올려야 하였던 것이다.

이 모든 일이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그 혼자서 일궈낸 일이었다. 그러는 동안 민준의 팔과 어깨 그리고 허리와 다리등 힘을 쓰는데 필요한 근육들이 다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굴을 파는 민준에게 아주 크나큰 힘이 되어 주었다.


팍! 팍!

“헉, 헉. 이정도 넓이면 충분 하겠지?”

민준은 가로 세로 약 2m 쯤 되는 굴의 입구를 보고 말했다.

산자락과 맞닿은 창고의 뒷문과 이어진 굴의 입구. 그곳은 애초에 집을 지을 당시부터 생각해 두었던 자연 냉장고의 입구 그대로였다. 민준이 이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것은 다름아닌 과거에 보았던 텔레비전 방송에서 였다.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저녁시간대의 방송에선 여기저기서 김장에 들어가는 젓갈에 대해 소개하였고, 거기에는 항상 토굴에서 새우젓을 숙성시키는 유명한 지역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1년 내내 차가운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토굴. 이것은 민준도 직접 경험한바 있었다. 바로 지난 겨울 동굴에서 지내던 당시 얼음과 눈으로 덮어 놓았던 짐승의 고기가 차갑게 얼어 오랜 시간 보관해놓아도 상하거나 썩지를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동굴의 덕을 톡톡히 보았던 민준은 집을 지으면서도 겨우내 먹을 음식을 저장할 창고로 토굴을 생각해 놓았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토굴을 파게된 민준은 일단 입구가 파이자 준비해 놓았던 통나무를 집어 들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동굴이나 암석으로 이루어진 굴과는 달리 산밑을 뚫었기에 온통 흙으로 이루어진 이런 굴은 자칫 잘못하면 흙이 무너질수도 있기에 집을 짓고 남은 통나무로 기둥을 세우려는 것이었다. 민준은 결코 무너진 광산에 갖힌 인부들과 같은 경험을 격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에, 너무 기우나? 그럼 여길 좀더….”

팍팍!

“음, 좋아. 이정도면 들어가겠군. 끄으읍!”

민준은 양쪽에 통나무를 세우며 쓰러지지 않게 고정한뒤 또 다른 통나무를 하나 어깨 위로 짋어 지고는 한번에 번쩍 치켜 올렸다.

“으윽, 좀만 더… 조금만, 됐다!”

후들거리는 팔로 무거운 통나무를 양쪽의 기둥위에 올린 민준은 잘게 경련을 일으키는 팔을 주무르며 자루도 없는 나무 망치를 들었다. 망치라기엔 그냥 짧은 통나무 그 자체였지만 민준에겐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도움을 주었던 분명한 망치였다.

민준은 나무망치로 기둥의 윗부분을 조심스럽게 밀어쳤다. 그러자 약간 기울어져 있던 기동이 곧게 서면서 토굴 천정을 떠받치는 모양을 하고 있는 통나무를 위로 밀어 올렸다. 반대쪽 기둥도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충격에 통나무가 굴러 떨어질까 조심스레 망치질을 하자 이것 역시 토굴 벽에 곧게 붙으며 단단히 고정되었다. 비록 못하나 없는 민준이었지만 성공적으로 토굴의 첫 번째 기둥을 완성한 것이다.

“아이고, 팔아프다. 그래도 이정도면 뭐 못할정도는 아니네. 그럼 조금만 쉬다가 더 파볼까?”


그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

민준이 파고 있는 동굴을 보니 그동안의 성과가 제법 있었는지 족히 2m는 파고 들어간듯 보였다.

팍… 팍…

그런데 어찌된것이 토굴을 파는 민준의 팔엔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게다가 파낸 흙을 퍼들고 나오는 그의 얼굴엔 피로의 지루함의 기색이 역력했고 새로운 도전에 빛나던 그의 눈동자는 어느새 그가 아침에 먹은 물고기의 눈만큼이나 흐리멍텅해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민준이 그동안 파놓은 토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뭔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분명 같은 높이, 같은 넓이라면 앞쪽의 통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아야 할 통나무 기둥들이 이상하게도 그 모습을 모두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한두군데가 그런게 아니었다. 게다가 가장 멀리 있는 기둥은 한눈에도 입구의 기둥보다 작은것이 한눈에 알아차릴수 있을 정도였다.

혹시 이것이 원근감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토굴 입구는 커 보이고, 그 안의 것은 멀리 있기 때문에 작아 보이는…. 아, 때마침 흙더미를 버리고 들어오는 민준의 모습이 보였다.

한손에 가죽을 쥐고 털레털레 걸어들어온 민준은 처음엔 서서 토굴로 들어가더니 한발을 걸을 때마다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더니 결국엔 쭈그려 앉아 토굴을 파는게 아닌가! 분명 원근감 때문에 작아보인것이 아니고 실제로 작은것이 틀림 없었다.

“아 진짜, 이걸 어느 세월에 파고 들어가냐. 여기서 더 작게 만들며 이젠 들어가서 작업도 하지 못할텐데, 지금까진 어차피 창고니까 가로 세로 1m 정도면 충분하다고 자위했지만 더 줄이면 창고도 뭣도 아니게 되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럼 측량을 할수 없어 실수로 점점 작아진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작게 만들었다는 것인가?

사실대로 말하자면 실수가 아니었다.

여기서 잠시 민준의 변호를 해보자면, 세상에 혼자만의 약속을, 초심의 변함 없이 목표를 도달할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는 분명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 없다. 생활 계획표를 짜놓고도 갑자기 전화가 와서 공부할 시간을 조금 빼먹거나,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다가 취침 시간을 지키지 못할수도 있는 것이 보통사람인 것이다.

게다가 주변에 누가 볼사람도 검사할 사람도 없고, 딱히 그래야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라면? 그것은 더더욱 지키기 어려운 것임에 틀림 없다.

민준의 경우도 그랬다. 처음의 시작은 가로 세로 2m의 토굴.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파 들어가는 사이 점점 고된 노동에 스스로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높이가 2m라…. 그렇게 높을 필요가 있나? 어차피 나만 들락날락 할수 있으면 되는거 아냐?’

‘잘 생각해보니 여기다가 침대를 놓을것도 아닌데 너비가 2m나 될 필요가 있나? 조금만 줄여볼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래 뭐 어차피 여기서 생활할 것도 아니고 하루에 한번쯤 들어올때 고개 좀 못 숙일게 뭐 있어.’

‘아, 허리아프다. 그래, 크게 만들면 무너질 위험만 더 크지. 이왕이면 안전한게 좋잖아? 좀만 더 줄이자.’

‘아 몰라! 그냥 들어올수만 있으면 되지. 어차피 온도를 유지하려면 깊게 파야 할텐데 넓게 만들면 거기다 뭘 그렇게 쌓아 놓을수 있겠어. 적당히 하자고 적당히.’

그리하여 토굴의 크기는 지금과 같은 크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준은 지금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으으, 좀 쌀쌀해진것 같은데 벌써 효과가 있는 건가? 그럼 이정도면 겨울엔 더 차갑겠지? 그만 팔까….”

고작 2m. 민준은 벌써부터 토굴 작업을 끝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팍! 팍!

“에휴, 그래. 2m가 뭐냐 2m가. 남자가 말야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어차피 별로 크지도 않은데 하루에 1m는 파겠다.”

다행인 것일까? 다시 마음을 다잡은 민준은 삽과 곡괭이 대신 넓적한 돌과 튼튼한 나뭇가지로 굴을 파기 시작했다.

“에잇, 또 나무 뿌리네. 도대체 어떤 놈 뿌리가 여기까지 파고 들어와!”

민준은 땅속으로 파고 들어 내려와 토굴을 파는데 지대한 방해를 하고 있는 뿌리를 잡고 멀티툴을 꺼내 슥삭슥삭 잘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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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즐거운 주말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한편 올립니다.

그럼 이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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