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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3,312
추천수 :
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10.06 18:37
조회
788
추천
28
글자
11쪽

에필로그 1

DUMMY

세진은 생각했다. 자신을 다시 살게 한 도시에게 시간을 주자.


더불어 그를 둘러싼 존재들에게도 시간을 주자.


누구나 죽음을 피할수 없다. 종결은 찾아오게 되어 있었다. 종결 전까지의 과정이 종결을 준비하는 과정에 불과한 것인지 다른 무엇인지 알수가 없었다. 각자 정의하기 나름인것도 같았다. 다만 가금 그런 생각을 해보곤 했다.


적어도 그들이 원하는 신을 만들어서 군림시키는 것이 방법은 될수 없다고 말이다. 그렇게 군림시킨 신은 공포의 군주일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누가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누군가는 종말 이후를 상상해서 만들어 내는 방법으로 공포를 잊으려 한다. 누군가는 그 짧은 종말을 위해 과정을 희생하기도 하며, 다른 누군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굳이 말하자면 세진은 마지막에 가까웠다.


그는 단테에게서 필요한 재료를 뽑아낼 계획을 세웠고 이행되었다. 그리고 굴절된 지구의 내부 안에 밀어 넣었다.


우주로 피난시킨들 거기서 거기였다. 적당한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는데 지구 내부가 바로 안성맞춤이었다.


모든 것이 잘못될 구석이 없어 보였다. 태진은 사명감에 불타오르고 있었고, 영은 본인이 모르지만 신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청영의 인간 지구를 관리하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 보였다.


지하의 다른 시간대로 던져지기 전에도 도시는 스스로 굴러가는 균형을 갖춘 상태였다. 지하에서 어떤 변수가 생기더라도 강력한 존재들이 가득한 도시였다. 위협이 있을 리도 없었지만, 위협이 있다 해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전송석 게이트를 통해 아래로 내려간 도시는 결계 안에서 역회전을 시작했다. 그들의 시간은 그들이 느끼기에 정상적으로 빠르게 흘렀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아주 더디게 과거로 흘러갔다.


세진이 외부의 결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짧은 시간이면 충분했다. 몇 년. 혹은 몇십 년.

그동안 지구 안에서 실존하는 도시는 역주행된 다른 시간 속에서 몇천 년 이상을 보냈다.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착착 잘 진행되어갔다. 태진은 지하세계의 운영과 유지에 힘썼다. 고된 노동도 사실 필요 없었다. 시스템은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 그들에게 풍성한 대가를 가져다주었다.


보완된 레벨링 속에서 모든 존재가 풍요를 누렸다. 점점 그들은 강해졌고 무제한으로 풀린듯한 생명의 길이 속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천사들이 주는 공포도 없었고 테러로드의 공포도 없었다. 그들이 아는 유일한 테러로드인 영은 자신의 보금자리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했다.


그래도 그녀의 권위는 절대 도전받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주위에는 천사와 신의 피를 믹스에디터한 생명체가 98명이나 있었다.


그들은 가장 강한 힘을 지녔기에 나이트라고 불렸다. 나이트들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에서 존재하는 강자들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영을 어머니처럼 따랐다. 물론 99번째 아이도 행복하게 지냈다.


에리카는 점점 넓혀가는 새로운 세계 속에서 열심히 활동했고 뉴비와 지프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백년. 이백년이 흘렀다.


모든 것이 좋았다.


그렇게 피난한 지 삼백년 사백년이 흘렀다.


계속 좋았다.


이미 손해 본 장사는 아니었다. 세기말에서 피신한 그들은 원래 생각했던 수명보다 배로 살았다.


더더욱 좋은 소식은 모든 게 더욱 풍요로워지고 있었고 그들은 앞으로도 한참 오래 살 수 있을 거란 사실이다. 모든 즐거움이 거기에 존재했다.


영과 아이들은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행복하게 지냈다. 태진은 존경받는 시장이 되어서 명예롭게 활동했고 말이다.


그리고 그 후로 몇백 년이 흘렀다.


"뭐 좀 신나는 게 없을까?"


그린 후커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리고 오래전에 자신들의 콘서트장에서 흘러나왔던 화면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천사들이 모두를 구원해 주었다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다들 기억이 희미할 때쯤 과거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들은 자신들의 지지도를 위해 음악을 만들어 냈고.


그 음악과 내재된 스토리가 끝내줬다는 사실이다.


"우린 언제나 끝내줘. 그걸 증명하는 것은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야. 하지만 종종 되새겨 줘야만 하지. 최강이란 건 그런 거거든."


멤버 중 하나가 우스갯소리를 하자 모두가 웃었다. 그들의 얼굴은 쾌락에 찌들어 있었다. 삶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은 남의 생활방식에 터치하지 않았다. 그런 기조가 강해지자 이 아티스트들은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우린 이미 많은 팬을 거느렸지만 좀 더 위대해지고 싶어! 그건 우리의 숙명이야!"


"천사를 이용해 좀 더 끝내주는 걸 만들자!"


"우리가 진실의 전달자이고 진정한 영웅들이다!"


"우리의 영향력을 더 강하게!"


뭐 그들은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천년 정도가 지나자 물론 행복에 겨웠지만 다들 뭔가 색다른 우상을 원하기 시작했다. 본능이었기 때문이다.


그 본능적인 기호에 그린후커들이 응답한 셈이다.


영은 정작 보금자리에 틀어박혀 당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그녀의 기사들과 함께 모여 살았다. 그들이 행복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가슴 속 깊이 입은 상처에 외부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녀 자신이 허락한 부분 외에 아무것도 말이다.


이천 년 정도가 지나자 물론 모두가 행복했는데...


정신이 혼미해졌다. 태진의 정신도 약간 오락가락하기 시작했다. 나이트들은 하나둘씩 숨을 거두었다. 물론 그들은 더 오래 살수도 있었지만 이미 2천 년이나 살았다. 그들은 그들이 누린 사람에 충분히 만족하고 죽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어요. "

"너무 행복하고 즐겁게, 지나치게 살았어요"

"그것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말이죠."

"최고였어요.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99번째 아이도 아주 만족스럽게 죽었다.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가족과 함께였다.


천년 넘게 산 그들의 선택을 짧게 사는 생물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적당히 오래 살다가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한날한시에 말이다.


마지막이었던 99번째 아이가 아내인 에리카와 함께 땅에 묻히자 영만이 홀로 남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은 끝까지 그녀를 걱정했지만, 영이 먼저 너희들 원하는 대로 죽음에 들라고 이야기해주었던 것이다.


여왕의 허락을 맡은 기사들은 깨어나지 않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 당시 그녀는 엄청나게 강해져 있었고 도시에서 그녀를 위협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문제라면 외로움과 지루함이 문제였다.


다만 신이니까 정신이 와르르 무너지진 않는다. 무뎌질 뿐.


그렇게 몇백 년이 다시 흘러갔다. 좋은 사람들이 숙면에 들었다. 그들은 만족하며 죽어갔다. 영원에 닿아, 그것이 실제 영원이 아닐지라도 받아들이는 쪽이 영원으로 느끼는 길이에 닿아, 거기에 자아가 녹아들어 아무것도 분리하지 못하는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죽음을 택한다.


거기에는 충분히 살았고 기막힌 풍요를 맛보았다는 만족감들이 서려 있었다. 나락에서 천국으로 빠진 그들은 감사하며 죽어갔다. 충분히 살았다. 넘치도록 살았다.


지프의 가족도. 뉴비와 그녀의 가족도 웃으면서 즐겁게 끝을 맺었다.


그리고 또 몇천년이 흘러갔다.


영은 일절 외부에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이 있어야 이곳이 유지된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신경 쓰는 것도 귀찮았다. 그래 원한다면 계속 있어주지 생명이 걸린 일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이상을 내게 바라지는 마.


그냥 그런식으로 홀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주아주 오랜 옛날 레인이라는 드워프가 준 선물을 다시 보게 되었다.


밀봉되어 창고에 쌓여있던 그 물건을 영은 다시 본다.


조각상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 레인이 작별 선물로 싫다는 걸 굳이 이걸 주고 떠났던 것 같은데..


"부제는 희망."


영은 토르소 아래에 적힌 글씨를 보았다. 이상하게 낯이 익은데? 난 왜 그동안 포장을 벗기지 않았던 거지?


그리고 제목을 보았다.


"자화상."


영의 시선이 조각상의 얼굴에 닿았다.


거기에 있는 것은 영의 아름다운 얼굴이다.


"........."


그녀는 창고 안에서 한참, 아주 한참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레인이 그녀에게 전해 준 메세지를 이해하기 위하여.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녀는 갑옷을 직접 만들어 입었다. 자신이 자신을 잊어버리기 전에 말이다. 그 갑옷은 매우 특별했고 튼튼해서 외부에서 열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영은 어느새 레인이 되었다.


광기가 그녀를 무너뜨리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세진이 결핍된 삶 속에서 스스로를 잊었다. 세진을 그리워하는 자신을 망각하고 비로소 편해졌다.


머리는 하얗게 변했지만, 외모는 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태진과 다른 생명체들은 만년을 훌쩍 넘기는 시간 앞에서 자신들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어른이 한살 두살 때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과거보다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


정신이 발효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적당히 발효가 되어 한계치에 도달했을때 끝맺음을 하지 못한 그들은 당연히 썩어갔다. 붕괴되고 다시 그 위에 정신이 건설되다가 멋대로 뻗어 나갔다. 광기 그리고 다시 광기.


"우리는 누구지?"


"......"


"우리는 드워프다."


그들은 완전히 과거를 잊었다. 과거의 기록과 유산들은 오랜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풍화되어 사라져갔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걸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다만 그린 후커들이 만든 맹목적인 노래만이 남아 그들의 귓가에 맴돌았다.


끊임없이.


"천사가 우리의 구원자다."


"우린 천사의 은혜를 입었어!"


"이 어두운 굴 안에서 우리를 다시 꺼내줄 희망!"


"우리를 피신시켰으니 다시 우리를 꺼내줄거야! 그분들이 원할때?"


"우린 그분들에게. 혹은 하나의 천사 앞에서..."


"아니야! 우린 충성심을! 이 숭고한 믿음을 먼저 천사에게 증명해야 해! "


시간이 더 지나자 광신자들이 전부를 꽉 채웠다. 그들의 추종 열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용암처럼 뜨거워지며 분출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진. 아니 굴드는 명령했다.


"그분들이 언젠가 오실 것이다! 이렇게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지! 지상으로 통하는 망루를 세워라! 그들을 능동적으로 기다리자!“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굴드의 명령에 따라 안 그래도 약해 있던 경계가 90% 이상 부서졌다. 홀리디스트로이어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그렇게 뻗어 나간 망루가 지상을 뚫고 나와 테러로드들에게 목격되었던 것이다.


천사들이 지구에 강림하고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을 염탐한 드워프들은 폭탄을 제조하자는 생각에 이른다.


물론 그 계획이 결실을 맺는데 실패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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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1----- +4 17.10.02 628 15 11쪽
65 예정된 +2 17.10.02 614 12 10쪽
64 금빛 시계의 주인. +5 17.09.28 669 19 14쪽
63 3---- +2 17.09.28 643 15 9쪽
62 2---- +3 17.09.28 656 14 13쪽
61 1---- +3 17.09.28 602 17 8쪽
60 금빛 시계 +4 17.09.27 683 19 13쪽
59 뉴비의 라이브 +2 17.09.27 636 21 10쪽
58 8---- +5 17.09.27 674 19 10쪽
57 7---- +4 17.09.27 644 20 17쪽
56 6---- +2 17.09.22 818 21 17쪽
55 5---- +2 17.09.22 679 18 12쪽
54 4------ +5 17.09.21 679 25 8쪽
53 3------ +1 17.09.20 694 21 9쪽
52 2------ +2 17.09.20 674 2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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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라이브 +1 17.09.20 730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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