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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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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3,337
추천수 :
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10.06 10:34
조회
563
추천
17
글자
9쪽

5----

DUMMY

독수리 머리를 한 괴물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두 마리는 빛을 뿜는 빌딩을 발견하고 접근했다. 지상으로 내려선 그들은 인간형이 되었다.


붉은 눈알을 굴리며 빌딩 주변을 살피는 가운데 앉아 있는 인간을 발견했다. 그들은 그 인간이 일어서고, 뭔가를 꺼내는 것을 보았다. 금속에 반사된 햇빛이 그중 한 마리의 눈에 아른거렸다. 그래서 눈가를 찡그리는 찰나 목이 날아갔다.


세진은 목이 잘리고서도 몸을 부풀리며 덤벼드는 스캐빈저를 발로 찼다. 가슴이 박살나며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는 스캐빈저였다. 놈의 사지를 잘라내는 동안 그걸 지켜보는 다른 스캐빈저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알았지만 방해하지 않았다.


하얀 피가 땅을 적시는 가운데 세진은 허공의 점이 되어 있는 스캐빈저를 바라본다.


그래 날아가라 멀리멀리. 그래서 네 주인을 여기로 끌고 와라.


***


청영의 건물에 영이 아닌 다른 얼굴이 떠올랐다. 전 지역에 걸쳐서 말이다. 전송석들이 입체적으로 띄운 화면은 상공에도 자리 잡고 있었다.


시타델까지 이어지는 통신 채널에 세진이 관여했다. 뉴비의 라이브만 빼놓고 모든 채널을 점령한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아는 자는 몇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존재가 당혹스러워하는 가운데 세진의 발표가 있었다.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이야기했다. 경고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모든 것이 그의 소유였지만 그들은 생명을 지니고 있다. 죽이고 살리는 것과 좀 다른 문제가 그들에게 직면해 있었다.


그 이야기의 요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너희들에게 선택권을 주겠다."


청영과 시타델의 시민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세진은 다시 말했다.


"떠나고 싶은 존재들은 떠나라."


"······."


그리고 통신이 끊어졌다. 소란이 벌어졌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장난이라고 보기엔 너무 광범위하게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누구도 여기에 유쾌한 해석을 덧붙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들은 결정해야만 했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


빌딩 안으로 들어가 본 세진은 레인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지금 영과 있는 모양이다.


"하긴.."


영에게 조각상을 주러 갔다는 메시지를 본 세진은 빌딩 앞으로 나와 바위 위에 앉았다. 그리고 단테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스캐빈저의 보고를 받은 단테는 한국의 반대편에서 득달같이 달려왔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허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이명현상을 부추겼다. 공기의 냄새가 바뀌고 천둥이 쳤다.


서쪽에서 먹구름이 가득 몰려와 세진의 머리 위를 가득 채웠다.


세진은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천사를 보았다. 그 천사는 하얗게 빛나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거룩하고 성스러운 모습이었다.


단테의 얼굴은 잘 깎아 만든 대리석 조각상 같았다.


전송해온 단테는 멀리 있는 청영을 느꼈지만, 그에 대해선 별말을 하지 않았다. 세진이 살아 있는 것을 직접 확인하게 되었지만 살아있었군. 이라는 말조차 건네지 않았다.


그는 빌딩을 한차례 바라보았다. 단테가 빌딩이 무엇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제단에 제물을 바칠 때 쓰는 삼지창이다. 세진 스스로 제물로 바치려던 걸까? 그렇게 단테는 생각해 보았다.


땅에 발을 디딘 그는 세진의 상태를 유심히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차갑고 낮은 음성이 고막을 때린다.


"왜?"


그의 물음 앞에서 대답하지 않은 세진이 일어났다.


"이해할 수 없군."


단테는 빌딩과 세진을 번갈아 보며 신음을 터트렸다. 그는 세진의 평소 성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만나게 되면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를 간혹 상상해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광경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는 솔직히 현재의 세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들을 위한 제단인가? 지금이라도 내 종속들을 시켜 네가 세운 모래성을 허물어 버릴 수도 있어."


"지금 거긴 네 종의 총합보다는 강할 거야."


도시의 시민들은 무지막지하게 강해져 있었고 아이들의 상태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너를 죽인 후에 내가 직접 휩쓸어 버리면 되지."


단테는 세진과 이야기를 깊게 나누는 것을 포기했다. 상대의 저능함을 깨우쳐 주는 것도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세진은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가 좀 고약하지만, 임종 직전의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어서 뭘 하겠는가?


단테가 걸어올 때마다 미약한 지진이 일어났다. 세진은 광포한 기세를 숨기지 않는, 이 자만심에 가득 찬 천사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원래 강했던 전보다 더더욱 강해져 있었다. 날개의 숫자도 많았고 지금이 전성기나 다름없었다.


단테의 신형이 사라졌을 때 세진의 앞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눈으로 좇아갈 수 없는 폭력의 교환이 이루어졌다. 소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흐름 속에서 둘은 거센 전투를 벌였다.


땅과 하늘이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옆으로 누웠다가 일어서길 반복했다. 지구의 처지에서 보면 두 초월자가 자신을 무대로 다투는 살벌한 광경이었다. 그 속에서는 평범한 법칙이나 시스템이 개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흉험한 싸움 속에서도 둘은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자신을 포기한 것 같지는 않으니 마지막 한 장을 꺼낼 것이다. 그것이 변수다.'


빛과 함께 움직이는 단테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물론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날개도 많았다. 하지만 세진의 마지막 날개는 최후의 비수 한 자루가 될 수 있음이었다. 평범한 천사라면 몰라도 이 녀석은 과거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던 천사다.


위로 솟아오르는 섬광이 단테와 세진의 사이를 찢어발겼다. 어느새 뒤로 물러난 둘은 수직으로 치솟아 오르는 빛을 감상했다. 그리고 서로 시선을 맞추었다.


단테는 옆으로 걸었다. 반원을 그리면서 말이다. 세진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은 육체가 밀착된 순간에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려 할까? 개방된 상대의 흐름에 동조는 하되 과연 알맹이를 보려 할까? 아니면 육체가 주는 황홀감을 파도처럼 타며 스포츠처럼, 밀접한 순간을 즐길까?


이 순간 둘은 서로의 생각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최선의 상태가 되었다. 의도는 살해 의지였지만 서로의 내심을 읽으려는 눈빛을 교환했다. 이만큼이나 강렬하게 자아가 타인을 의식하는 순간도 드물 것이다. 목숨이 걸린 일이다.


그 와중에 단테가 여유로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엄청난 힘을 가졌다. 하지만 방심하는 우는 범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그의 압승은 예고되었다.


단테의 몸이 길쭉하게 변형되었다. 앞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흰 선이 지면 위를 직선으로 날아가 세진에게 부딪혔다.


세진은 옆으로 빙글빙글 돌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흙투성이가 된 그의 얼굴이 땅에서 떨어졌을 때 그 위를 점거한 단테의 그림자가 있었다.


꽝!


단테는 세진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비스듬히 맞은 펀치에 골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세진의 머리가 땅에 다시 충돌했다.


꽝! 꽝!


단테는 계속 주먹을 망치처럼 내리쳤다. 그런 폭력을 행사하는 와중에도 그의 다른 손은 허리 쪽에 갈무리된 상태였다. 마지막 날개를 대비하는 것이다.


날아오는 발에 맞은 세진의 몸이 기역으로 꺾였다. 그리고 반대쪽으로 날아가 폭발을 일으켰다. 흩날리는 흙먼지 속을 흰 선이 뚫었다. 그리고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 속에서 치명적인 공격이 있었다. 세진은 신나게 얻어맞는 가운데 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손날을 피했다.


단테가 쏘아낸 하얀 광선이 전투를 종결시키고 싶다는 듯 세진의 몸을 세로로 갈랐다. 하지만 세진은 좌우로 나누어지지 않았다. 굴절된 광선에 맞은 땅만 용암을 일으켰을 뿐이다.


단테의 얼굴에 짜증의 빛이 서렸다. 순식간에 결판을 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때 자물쇠처럼 잠겨있던 세진의 입술이 열렸다.


"네가 찾고 있는 신이 여기 있어. 그녀가 여기 있다고."


"목숨을 구걸하는 거냐?"


"뿐만 아니라 천사들의 아버지도 여기에 있다."


"........"


단테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잠시, 아주 짧게 세진의 말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냉정함을 유지하며 멀리에서 세진을 끝내려 했던 기세가 잠시 주춤거리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세진의 말 속에서 이상함을 하나 느꼈다.


"너는 왜.."


그때 세진이 움직였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빠르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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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3---- +2 17.10.03 619 19 11쪽
67 2----- +2 17.10.03 549 15 10쪽
66 1----- +4 17.10.02 629 15 11쪽
65 예정된 +2 17.10.02 614 12 10쪽
64 금빛 시계의 주인. +5 17.09.28 669 19 14쪽
63 3---- +2 17.09.28 644 15 9쪽
62 2---- +3 17.09.28 657 14 13쪽
61 1---- +3 17.09.28 603 17 8쪽
60 금빛 시계 +4 17.09.27 684 19 13쪽
59 뉴비의 라이브 +2 17.09.27 637 21 10쪽
58 8---- +5 17.09.27 675 19 10쪽
57 7---- +4 17.09.27 645 20 17쪽
56 6---- +2 17.09.22 819 21 17쪽
55 5---- +2 17.09.22 680 18 12쪽
54 4------ +5 17.09.21 680 25 8쪽
53 3------ +1 17.09.20 695 21 9쪽
52 2------ +2 17.09.20 675 20 10쪽
51 1----- +2 17.09.20 702 23 15쪽
50 라이브 +1 17.09.20 731 20 12쪽
49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나는 날. 그 꽃을 찾겠다. +3 17.09.20 713 21 9쪽
48 8----- +4 17.09.20 701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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