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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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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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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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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10.03 21:05
조회
548
추천
15
글자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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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세진은 전을 부쳤다. 야외에서 천연덕스럽게 프라이팬 위의 동그랑땡을 뒤집는 모습은, 겁도 없이 여자들끼리 돌아다니는 것과 비슷했다.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그를 떠나지 못했다.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무거운 금속 탐지기를 가지고 돌아다닌지라 지치기도 많이 지쳤다.


그런 여자들의 속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진은 전을 부쳤고 여자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동그랑땡은 고소하고 맛있었다. 녹두전. 김치전 등등은 뜨겁게 입안에서 부서지며 기름기 가득한 풍미를 선사했다.


"맛있네! 이거."


"너 유저니? 아까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세진은 스스럼없이 대답해 주었다.


"내가 초대한 놈이 정말로 왔는지 보고 있었어. 남들은 볼 수 없지만, 종놈들에 새겨진 표식을 보면 주인을 대충 알아볼 수 있거든. 내 뜻대로 놈이 온 것 같아서 다행이야."


"...."


물론 사실대로 말해준다고 해도 알아들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여자들은 세진이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는 것을 보며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듯 했다. 그 구실을 세진이 제공하는 면도 없잖아 있었다.


왜 여기에서 전을 부치고 있냐는 말에 엉뚱한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서는 전을 부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거든."


여자들은 미친놈일지도 모른다고 수군거렸지만 적어도 세진은 그들에게 총구를 들이미는 대신 먹을 것을 대접하고 있었다. 그들은 의심하지 않고 전을 날름날름 받아먹었다.


화장지로 프라이팬을 닦아낸 세진은 다시 식용유를 두르고 만두를 올려놓았다. 고기로 가득 찬 만두가 그 위에서 펑퍼짐하게 내려 앉을 때 손을 놀려 뒤집는다. 여자들은 전을 먹어치우고도 침을 꼴깍 삼켰다.


만두가 정말 먹음직스럽게 노릇노릇 튀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기왓장 같은 굳기의 만두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튀김 만두다.


"여자들끼리 여기에 무슨 일이지?"


"땅속에 있는 뭔가를 찾고 있어. 왜 그래? 도움받으면 좋잖아? 먹을 걸 나눠준 사람이야.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세진에게 말하던 여자는 옆구리를 쿡쿡 찔리자 성질을 냈다. 그녀의 코는 추위 때문에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눈가에 피곤이 가득 매달렸다. 어서 찾는 것을 찾고 후딱 이곳을 떠나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주를 꺼내 마개를 땄다.


여자들은 어떻게 바라보면 되는대로 막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별 저항감 없이 술판을 벌였다. 추위를 쫓을 수 있겠다고 달려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여자들은 앞다투어 뭘 찾고 있는지 털어놓았다.


"찾지 못할 거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놈들이랑 한편이야?"


딸꾹질을 하며 잔뜩 취한 여자가 술주정을 떨자 옆에서 말렸지만, 그녀는 되려 성을 내며 팔을 휘둘렀다. 그 팔에 머리를 맞은 여자가 일어서며 쌍욕을 날린다.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다른 여자들은 낄낄거리며 소주잔을 비웠다.


세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의리였다. 이런 곳에 올 정도면 말이다. 관리하는 사람도 그녀들을 말리지 못한 게 틀림없다.


그는 종이를 가지고 뭔가를 쓱쓱 써주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백지 수표를 써주는 줄 알 정도다.


"이걸 가지고 돌아가."


"이게 뭔데?"


"가서 시타델에 이걸 내밀어."


여자중 두 명이 정색을 했다. 시타델이란 말을 듣고 세진이 거기의 관계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 뭐야?"


세진은 계속 종이를 내밀기만 했다. 그것을 받아든 여자가 픽하고 웃음을 터트렸지만 어쨌든 종이를 찢지는 않았다. 그녀들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세진이 기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무시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세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가스레인지와 프라이팬 위에 있는 음식들을 챙기지 않았다. 대신 말 몇 마디만을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났다.


"술과 마약 기운이 없어지기 전에 떠나, 약 기운을 빌려 여기까지 온건 멍청한 짓이었어. 그녀는 이제 너희들의 그런 의리를 받고 고마워할 수 없어."


"........"



*****


다음날 시타델의 쌍민은 세진이 여자들에게 써주었던 종이를 받아보게 되었다.


"이게 뭔데?"

"아침에 창녀들이 가져 왔습니다."


부하의 말에 인상을 쓰는 쌍민은 종이에 적힌 내용을 다시 읽어 보았다.


-특별 살인권.

-시타델에 거주하는 군인 중 4명을 재판 없이 살해할 수 있는 살해권

-진호. 명준. 명진. 호진을 죽일 수 있습니다.

-고문권도 별도 첨부.


쌍민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리고 휴대폰을 통해 종이를 스캔해 보았다. 놀랍게도 이 쿠폰은 유효하다고 표시되었다.


종이를 내려놓은 쌍민은 부하를 닦달해 자세한 사정을 전해 들었다.


종이에 적힌 네 명은 명문대 출신으로 의사가 된 놈들이었다. 현재 시타델에서 군의관으로 활동 중인 이들은 리퍼라는 클럽을 조직하고 여자들을 납치해서 살인하길 즐겼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이것을 잘 알지 못했다. 세상이 엉망이 돼도 명문대 출신들은 믿을 만 하다는 인식이 채 제거되지 않은 지금 그들에 대한 신용도는 다른 사람들보다 탄탄했다.


최근에 그들은 창녀 하나를 납치해서...


"그래서 동료들이 그 시체를 찾자고 밖을 싸돌아다녔단 말이야? 포주는 얘들 관리 안 하고 뭐했는데?"


쌍민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군의관 4명의 처형을 준비했다. 어차피 지금 시타델이 재판이고 나발이고 그런 게 적용되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는 4명의 변호를 듣지 않았다. 그냥 잡아 왔고 창녀들 앞에서 처형했다.


억울하다고. 변호사를 불러달라고 울부짖는 남자들 앞에서 쌍민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가 서울도 아니고 어디서 변호사같은 고급창녀를 구해? 멍청이들아."


창녀들은 남자 네 명의 처형을 지켜보며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눈앞의 광경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들의 뺨에 달군 쇠집게가 대어졌다. 비명이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 근육질의 남자들이 린치를 가했다. 몽둥이 찜질 이후에는 예리한 칼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후에는 끌고 나온 군견들이 남자들이 사타구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여러 과정을 거친 후에 다시 군인들이 다가가 남자들의 배를 갈랐다. 그러자 내장이 갈라진 배 아래로 흘러내렸다.


***


밤이 되었지만 세진은 빌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검은 개를 불렀고 개를 시켜 뭔가를 찾게 했다. 검정 개는 초록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포식을 통해 무엇을 먹어치웠는지 탐지 능력과 스테미너가 비약적으로 상승해 있었다.


주인의 명령에 따라 코를 땅 위에 대고 킁킁거리며 한참을 돌아다닌 개는 땅 위에 주저앉았다.


세진은 개의 옆에 다가가 서며 기다렸다. 그리고 생각을 했다.


겁이 나는 자가 숨기 쉬운 곳이 어딜까?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대개의 도피처는 이불 속이다. 개도 돼지도. 인간도. 신도. 천사도 다름아니었다.


이불 속에 숨었다고 생각하는 자는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 도피처를 넘어선 자신만의 이상향.


하지만 그 속에서 행복할수는 없었다. 왜냐면 그 일불속 안에서 하는 상상은 거짓말이고 비현실적이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는 것이다. 이불 속의 상상은 풍로롭지만 현실이 아니다. 대신 현실은 더욱 가혹하기 마련이다.




별빛 없는 밤하늘 아래 세진의 기다림은 어느덧 결실을 맺었다.


개가 벌떡 일어나 옆으로 피한다. 땅이 들썩였기 때문이다.


납에 사형당한 남자들은 말쑥한 외모와 신용 있는 경력을 가지고 온갖 짓을 다 했다. 수면 마취 때 여자들의 몸을 만지는 것은 가벼운 쪽에 속했다. 사회는 그들에게 관대했다. 아니 최소한 판사들은 그들의 편이었다.


전도유망한 새싹들은 용서받았고 많은 행복한 일이 여자들에게 일어났다. 판사들의 딸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그러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판사들도 그렇게 판결을 내려줬던 것이고 말이다. 변화사와 법관들이 용납해준 숱한 희생자들. 지금 땅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자도 그런 희생자들 중 하나다.


회색빛 피부를 가진 그녀는 땅의 거죽을 뚫고 위로 올라왔다. 검은 개와 세진은 알몸으로 일어나는 여자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흙이 묻은 치렁치렁한 금발을 늘어뜨린 여자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리고 실오라기 한 올도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였다.


남자들이 칼로 그어댔던 몸은 멀쩡히 복원되어 있었지만 이제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리라. 왜냐면 남자들에게 잡혀 살해당한 이 여자는 이제 좀비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세진은 그녀의 목덜미에 문신이 되어 있는 붉은 나비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여자는 비틀거리더니 중심을 잡고 고개를 홱 치켜들었다. 달빛 아래 오뚝한 콧날과 탐스러운 붉은 입술이 드러났다.


맨발을 움직이는 그녀는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얼굴은 시타델 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세진이 그런 그녀의 움직임을 잡았다.


"네가 갈 곳은 그곳이 아니야."


흐릿한 그녀의 눈동자가 구슬처럼 구르고 세진으로 향했을 때, 세진은 다시 말했다.


"그 남자들은 오늘 죽었어. 배를 가르고 고문했거든. 좀비가 되지 못하게 불태웠고 말이야. 모든 과정이 그들의 가족 입회하에 벌어졌어. 그러니 넌 지금 시타델에 가봐야 복수 대상을 찾지 못해. 그리고 그 몸으로 전과 같은 일을 하기에는.."


세진은 턱을 어루만지면서 여자의 몸을 훑더니 생각을 정정했다.


"뭐 불가능하진 않겠군."


그래도 그녀는 그가 원하는 곳에 가야만 했다. 그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검은 개를 위해서였다.


금발 머리의, 목에 붉은 나비 문신을 한 여성은 세진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그리고 세진의 움직임을 따라 이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검은 개도 함께이다.


그들은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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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2------ +2 17.09.20 674 2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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