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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3,336
추천수 :
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10.03 22:55
조회
618
추천
19
글자
11쪽

3----

DUMMY

끝내주는 미녀가 있었다. 그녀는 신이 빚어 만든 조각품인 듯 완벽했다. 목소리와 몸매. 얼굴. 심지어 배경마저도 대단했다. 매우 건강했고 언제나 엄청난 사치를 누렸다. 그녀가 하는 일은 모조리 잘되었고 문제 하나 없었다.


내키는 대로 비싼 옷을 사들이고 버렸다. 전적이 화려한 요리사 팀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한 입만 먹고 남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급 스포츠카. 금보다 비싼 향수 등이 언제나 구비되어 있었고 그녀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집. 배. 건물. 보석. 돈. 의류와 술. 가구와 예술품들. 뭐 하나 모자란 것이 없는 그녀.


그녀는 정말 완벽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숨겨진 세상의 권력가가 바로 그녀였고 최고의 미인이 바로 그녀였다. 모든 풍요로운 것들이 바로 그녀의 소유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커다란 수영장 앞에서 노트북을 보곤 했다. 그녀의 저택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었는데, 지금 묵고 있는 곳은 수도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금으로 만들어진 수제 노트북을 연 그녀는 선글라스를 아래로 약간 내렸다. 덕분에 아름다운 그녀의 두 눈이 드러났다. 마치 별빛을 담은 양 아름다운 봉목은 노트북 화면을 향한다.


과연 그녀의 취미는 뭘까? 이토록이나 완벽한 그녀는 노트북을 통해 무엇을 보려 하는 것일까?


이상하게도 그녀는 자신 소유의 회사와 관련된 정보를 보고 있지 않았다. 하다못해 쇼핑을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어느 문학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었다.


연재 글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당장 그녀가 원한다면 그녀 소유의 별장 곳곳에 있는 별채 도서관에서 비싼 고서들과 온갖 문학작품. 또는 영향력을 발휘하여 출간되지도 않은 원고 초본을 볼 수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 고작 문학 사이트의 연재 글에 대한 것이라니···.


아무리 봐도 국제적으로 돈을 뿌리는 그녀가 신경 쓰기에, 아침 바람부터 노트북을 열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보는 연재글의 조회 수는 처참했으며 선작수는 개미 눈물만큼 미미했다. 즉 인기도 없고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않은 소설이란 소리다. 전개도 그렇고 작가가 문제가 많아 보였다.


던전 안의 신. 이라는 소설은 세진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배경은 세기말인데 암울하기 그지없어 보기 짜증 날 정도였다. 독자를 보다 잘 이해시키기 위한 장치도 없었고, 흠을 잡자면 한도 끝도 없었다. 읽다보면 주저없이 작가 싸대기를 날리고 싶은 소설이었다.


하지만 여성은 글을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그것도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이다. 그녀는 정말 적은 선작자중 한 명이었다.


물론 댓글을 달고 있지는 않다. 독자가 어느 정도냐를 떠나 일단 소설이 더럽게 재미가 없었다.


그녀는 나름 열심히 던전 안의 신이라는 소설을 보고 있었지만, 소설 안에 모든 것이 다 쓰여 있지는 않았다.


가령 지금 세진이 누구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같은 것 말이다.



*****


세진은 좀비여성과 함께 개를 데리고 길을 걸었다.


그들은 황폐한 도시를 관통하고 있는 중이었다. 블루 노바 카페는 멀리 떨어져 있었으므로 밤에 영과 스포일러가 만나고 있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들의 밀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세진은 여자와 개를 인도했다. 스포일러와 다른 천사들은 머지않아 영과 접속이 끊길 것이다.


도시를 지나자 사막이 나타났다. 그러나 아득하게 펼쳐져 있던 사막을 관통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곳은 영의 안에 있는 깊숙한 의식 영역이었다. 이제 세진과 동행자들은 더 깊숙한 영역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래로 푹 꺼진 음울한 어둠을 지나 아래로,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천사들도 갈 수 없었던 곳을 세진은 스스럼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누군가가 그에게 링크를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다만 링크를 남겨둔 쪽은 세진이 홀로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한국.


한국의 대통령은 남자였다. 미국의 대통령은 트럼프란 사람이다. 북한은 미사일 실험 중이었고 일본인들은 신사 참배를 멈추지 않았다. 지구 어딘가에서는 전쟁 중이었고 크고 작은 분쟁 지역들이 존재했다.


영국은 신사인 척 하며 많은 훌리건을 여전히 뱉어냈다. 어떤 저널에서는 영국에서는 한국을 백의민족의 나라라고 불러주지 않는데도 한국에서는 신사의 나라라고 부른다고 비평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휴전선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도, 사람들이 가득한 서울의 거리도, 번창한 도시 안의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인들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사장이 떼먹은 월급에 충격 받는 젊은이들도, 평화로운 일상의 연장 안에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배를 채우겠다고 덤벼드는 괴물들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목에 붉은 나비 문신이 있는 여성은 이제 잠자리 선글라스를 얼굴에 끼었다. 그녀는 붉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덕분에 탐스럽고 날씬한 그녀의 다리가 부각되었다. 하얀 상의와 붉은 하이힐은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했다.


서울에서 그녀를 좀비라고 의심할 인간은 없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좀비와 그녀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의 회색 피부는 투명하고 하얀 살결을 자랑했다.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선글라스 속의 섬세한 속눈썹들이 반짝거렸고, 그녀의 눈동자는 아름다운 에메랄드색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금줄이 잡혀 있었는데, 그 끝에 있는 것은 개목걸이를 찬 검은 개다.

개는 평범한 개처럼 세진을 올려다보았다.


"여기에서 살아. 너희 둘쯤 여기에서 살아도 모를 거야."


당연히 많은 사람은 여기로 올 수가 없다. 이곳은 영이 의식하지 못하는 깊숙한 영역이지만 방어기제가 활동하고 있었다. 영 본인도 여기에 올 수 없었다.


세진은 그들을 거리에 남겨두고 가면서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지구를 복사한 이곳은 우주에서 오로지 지구뿐이었다. 즉 천사도 뭣도 외부에 없었다.


그러니 여전히 바보 같은 놈들이 외계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도 안전하다. 과학적으로 이 넓은 우주에 인간만이 존재할리 없다고 말하는 놈들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좀비인 여자는 그대로도 강했지만, 바로 곁에 정확한 능력이 측정 불가인 개도 함께였다. 녀석과 함께라면 전투기도 무섭지 않다.


"사람이라는 친구가 근처에 없으면 유기견일 뿐일 테니까."


그런 말이 마지막이었다. 여자와 묶인 개는 신호등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 상태로 세진과 이별했다. 횡단보도를 걷는 사람 중에서는 미모의 여성과 잘빠진 몸매의 검은 개를 힐끔힐끔 훔쳐보기도 했지만, 정작그런 시선을 받고 있는 여자와 개는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방금 전까지 세진이 있었던 빈자리를 보고 있었나?


그녀의 긴 손가락이 선글라스를 위로 고쳐 올렸다. 그리고 줄을 가볍게 당겼다. 검정 개는 순응하며 그녀와 함께 걸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알 수 없다.


두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은 이제 완벽히 자유였고 아주 안전해졌다는 사실이다.



****


세진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시내를 걸었다. 문이 활짝 열린 가게에서는 최신 유행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는지 모르는지 세진이 느끼기에 행인들의 발걸음 소리는 경쾌했다. 그들이 내는 웃음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가 음악에 묻혀 합주하고 있었다.


날씨는 더없이 화창하고 적당한 기온을 가지고 있었기에 신선했다. 거리 곳곳에는 즐거운 추석이란 명목으로 슬로건들이 걸렸다.


두 손에 잔뜩 뭔가를 들고 이동하는 사람들은 순둥이처럼 세진에게 느껴졌다.


그는 어렵지 않게 여자가 머무는 저택을 찾았다. 링크를 통해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그이다. 집까지 찾아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육중한 검은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저절로 열렸다. 정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원들은 앞으로 나와 대로에 있는 장애물을 치워 주었다. 차를 몰고 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집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세진은 으리으리한 건물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하인들이 나오고 그를 수영장 쪽으로 안내한다.


거기의 하얀 의자 위에는 영이 앉아 있었다. 물론 현실 속의 영과는 완전히 다른 영이다. 매우 아름답게 가꾸었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정확히 가지고 있는 자아였다. 즉 인간들을 창조한 신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녀는 노트북을 보고 있지는 않았다. 노트북은 닫은 지 오래였고 잠시 낮잠을 잤던 상태인 것 같았다. 선글라스를 고쳐 쓰다가 아예 벗어버린 그녀는 세진에게 말을 건넸다.


아주 아름다운 음성이 세진의 귀를 자극한다. 그 음성 속에는 어마어마한 마력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경비병이었던 천사를 홀리게 하는 마력 말이다.


"낮잠을 잤는데 짧은 꿈을 꾸었어요. 얼핏 개와 여자를 본 것 같았는데 말이죠."


이곳은 그녀가 만들어낸 세상이다. 물론 이 세상 사람들은 그녀의 존재를 전혀 모르지만 말이다. 지구의 신인 그녀는 약간의 이물감을 느낀 것만 같았다.


남한. 북한. 미국. 일본. 트럼프 대통령. 고이즈미. 아베. 빌 게이츠. 링컨. 아파치. 북핵. 내전. 삼각김밥. 도쿄. 시진핑. 코카콜라. 사이다. 셜록홈즈. 등등의 캐릭터들. 물건들. 화제들이 존재하는 현대는 그녀의 이불 속이었다.


그녀는 영의 내면에 숨어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자신이 지낼 장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살았다. 수많은 전쟁과 갈등들은 그녀의 불안감이 알게 모르게 반영된 결과이다.


소설을 통해 바깥을 지켜보고 흘러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이곳은 천사들이 침범할 수 없는 심처였다. 자신을 봉인한 그녀는 외부에 힘을 쓸 수는 없었지만 지켜보는 것은 가능했다. 앞서 말한 대로 소설을 통해서 말이다.


그런 그녀가 세진에게 링크를 남겨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초대장은 세진 하나만을 위한 것이다.


"잘못 본 것이겠지."


시치미를 떼는 세진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그러자 영이 웃었다.


"뭐 중요한건 그게 아니니까요."


그녀는 아찔한 가슴골을 의도적으로 내밀어 보였다. 현실 속의 영이 가지지 못한 대담함. 그리고 자신감이 그녀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녀는 한껏 만개한 아찔한 꽃과 비슷하다. 치명적인 매혹이 서려있는 미소. 같은 얼굴이지만 이런 느낌으로도 다가올수 있구나 싶은 것이, 가상 인격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존재감은 이곳에서조차...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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