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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3,311
추천수 :
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10.06 16:41
조회
787
추천
18
글자
10쪽

예정된 시작과 결말.

DUMMY

"당신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나는 여기에서 맹세합니다. 당신이 남겨준 유산에 저의 모든 것을 쏟아붓겠습니다."



세진은 슬픈 눈으로 태진의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태진은 결연한 표정이었다.


"쌍민의 일은 안타까워."


"아니요. 여기까지 배려해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그의 선택이니까 존중해줘."


태진은 세진에게 배려와 진심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위치는 테러로드의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호의를 받고 나니 배신하려야 배신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는 정말 최선을 다해 게이트 너머의 거주지에서 노력할 생각이었다.


한눈팔지 않고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둘은 옮겨온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진은 청영과 시타델이 떠들썩한 것과 별개로 이 강을 구입했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파란 강은 운치도 있고 좋았다. 무엇보다 물기를 머금은 바람을 실어다 주었다.


"받아라 홀리 디스트로이어다."


태진은 세진이 넘겨주는 성검을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경계를 유지하는 증표가 될 거야. 영원이란 것은 없지만 꽤 긴 시간을 견고히 할 수 있을 거다. 너희는 이제 완전한 시스템의 도움을 외부의 방해 없이 받는 거야. 거기의 격리는 완벽하니까 말이야."


인간들은.. 여러 생명체는 지상에 강림한 절망을 떠나, 시스템이라는 보완성을 가지고 새 출발 한다면 과연 그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적어도 여기의 태진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종말에서 벗어나 완벽한 자유 속에서 다시 문명을 쌓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흥분시키고 불타오르게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거기에 갈수 없다. 결계를 외부에서 유지하게 하는 힘도 필요해. 위장망처럼."



"절대! 절대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단언하는 태진을 세진은 우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봐."


"예! 말씀하십시오!"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어."


"....."


"뭐든지 끝이 있어. 오래 사는 것들이 있어서 짧게 사는 것들이 보기에 영원 같아도 영원은 없어. 순환하고 다시 태어나도 그건 이미 순환되기 이전의 그것이 아니야. 그 순환은 그냥 슬픈 재구성이고 재활용이지. 나를 돌려쓰지 말라고 저항하고 싶어도 소용없이 이루어지는 시스템 같은 거."


세진은 팔짱을 끼고 강을 바라보았다.


"우린 불행해. 불행하게 시작돼.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죽게 되어 있어. 인간들도 그렇잖아. 다들 알고 있지. 가족 중 누군가는 자신보다 먼저 죽는다는 것을 말이야. 그건 변하지 않아. 인간은 알고 있어. 언젠가 장례식장에서 오열하게 되리란 걸 말이야.


그리고 그런 죽음은 분명히 언젠가 자신에게도 온다고. 그게 불안해서 다들 모여 머리를 맞대고 쑥덕거리며 게임의 룰을 만들어 보지만 천국도 지옥도 없어. 그냥 우주 어딘가에서 영혼을 빨아들여 재활용 하는 것은 분명해. 하지만 디스크 안의 정보가. 일기와 인격이 다 지워지고 다른 포맷이 일어났는데 그건 지워지기 전의 자신이 아니잖아.


죽으면 아무것도 없어. 죽음은 피할 수 없어. 죽음을 불행이라고 생각하고 비극적인 종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좋아. 하지만 피할 수 없어. 그것을 빨리 받아들여야 우린 오늘을 온전히 살수 있는거야. 더구나 좋게 받아들이자면 죽기전에 시간은 충분해."


태진은 상대가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그는 쌍민의 일로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벅차올랐다.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시작이 그의 앞에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세진의 설명대로라면 그것은 틀림없었다.


그런데 왜 굳이 이런 말을 해주는 걸까?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뜻일까?


"태진. 유예를 아무리 줘도 유예일 뿐이야. 피할 수 없는 건 피하지 못하는 거야.그냥..뭔가 애써 증명하거나 이루려고 하지 말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 오래오래 말이야. 그게 선물이야."


"예. 명심하겠습니다."


알아들었건 아니건 태진은 고개를 깊숙이 숙여 보였다. 어쨌든 그는 세진에게 깊이 감복했다.


***


세진은 막길수가 있는 곳에 들렀다.


"어떤 미친년이 내 글에 마구 악플을 달고 있어. 막 쌍욕을 하는데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너 소설 쓰고 있었어?"


세진이 시치미를 떼자 막길수가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짜증을 냈다.


"지하에서 손님도 없고 심심하니까 글 좀 썼지! 인기는 지지리도 없지만! 어쨌든 온 힘을 다해 썼다고! 그런데 갑자기 최근에 웬 미친년이 쌍욕을 하면서 마구 악플을 다는데 말이야! 아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뭔 밑도 끝도 없이! 어제 하루종일 걔랑 씨름했다니까?"


"......"


세진은 그 미친년이 누군지 알 수 있었지만, 잠자코 있었다. 어차피 영 안의 영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막길수의 소설이 끝난다면 그녀의 관찰도 종결될 것이었다. 그렇게 잊힌 신이 되는 거겠지.


"막길수."


"왜 불러?"


"게이트 너머로 갈 생각 없어?"


막길수가 바라보자 세진이 계속 말했다.


"너 여기 있다간 죽어. 너도 알고 있잖아. "


"바보야. 누구나 끝을 피할 수는 없어. "


"그래 그러니까 되도록 끝이 나중에 오도록 늘려보란 이야기야. 여기 있으면 넌 비참하게 죽게 될거야."


"......."


하지만 막길수는 손사래를 쳐보이고는 라면을 내왔다. 그러면서 나무젓가락을 쫙하고 쪼갰다. 김치 대신 단무지를 내온 그는 노릇노릇한 라면 면발을 후후 불어댔다.


"세진아."


"왜?"


"안 외롭냐?"


"........"


영을 찾지 못한다면 찬사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우주를 샅샅이 뒤지고도 찾지 못한다면 말이다. 정말 또 희박한 확률에 거는 거지만 영같은 신을 다시 만들 수도 있겠다. 노력하고 매달리면 언젠가 또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세진은 파랗게 빛을 내는 도시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시타델에 아무도 남지 않을 줄 알았는데 군인 대부분이 남겠다고 한 것은 그로서도 의외였다.


"떠나갈 사람들은 떠나가야지."


어느새 곁에 다가온 레인이 아래로 사라져가는 청영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세진은 침묵을 유지하며 휴대폰을 들었다.


영이라고 찍힌 번호가 울리고 있다.


레인은 곁에서 그가 든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세진은 휴대폰을 껐다. 그리고 주머니 안에 넣었다.


어제 영은 마지막으로 와서 그에게 저주와 성질을 퍼붓고 갔다. 레인은 멀리에서 그걸 감상했고 말이다.


"설명 정도는 해주지 그랬어. 적어도 주변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 권리 정도는 있었잖아."


레인의 중얼거림에 세진은 딴소리를 했다.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청영은 점점 비하로 사라져 갔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말이다. 단테와 같은 천사도 침범할 수 없는 결계 속으로...


"그녀가 만든 인간들처럼, 그녀도 그렇게 사랑할 줄 알았어."


"......."


"천사들의 자식이지만 그녀는 자신과 닮은 인간을 만들어 냈어. 그래서 사랑도 그렇게 인간들처럼 할 줄 알았어. 무엇보다 그녀는.."


외부인격은 원래 안의 인격을 닮기 마련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잠깐 빠졌던 사랑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을줄 알았다.


"그냥 인간들처럼 쉽게 사랑하고 살이 비벼지면 원래의 사랑을 잊고 쉽게 돌변하고. 끌리면 끌리는 대로, 내키는 대로 육체의 문을 활짝 열고."


"........"


푸르스름한 빛이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듯 하늘을 비추었다. 그 아래에서 많은 생명이 떠났다. 그들을 보호해주는 곳으로 말이다. 이제 그들은 자유였다. 뭐든지 잉태하고 뭐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질적으로 시스템이 보완해 주었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정신적인 교훈까지 주어졌다. 지구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있었다. 그런 경험을 밑거름 삼아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내게 말한 감정도 내가 품은 감정과 다른 것인 줄 알았어. 나는 그녀가 인간과 가까우리라 생각한 거야. 지금은 사랑한다 말하겠지. 하지만 멀리 떨어지고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인간들처럼 가까운 남자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잊어버리겠지. 그리고서 그가 주는 쾌락에 취해 밤에 안달할 거야. 그리고 필요하면 합리화도 해가면서 살아가겠지.


오래오래 시간이 흐르면 말이야. 그럴수록 그런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즐거워하겠지. 인간의 사랑에는 진심이 없잖아. 유행처럼 벌이고 취하지. 배신하고 의심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거야. 파도 위의 배를 타는 것처럼."


"그런데?"


그때 레인이 완전히 사라진 청영에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해?"


세진은 도시가 사라진 자리를 보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힘겹게 말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


"이봐 세진."


"왜?"


레인의 투구에 달린 노란 렌즈 두 개가 깜박였다. 기압 조절을 하는 것 같았다. 레인은 의외의 말을 했다.


"네 잘못을 인정했으면 사과해."


세진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어디선가에서 울고 있을 영을 생각했다. 지금 그녀는 분명히 울고 있을 것이다.


"미안해."


"잘 안 들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틀렸어."


"......."


그는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내가 잘못했어. 제발 나를 용서해줘."


그러자 레인이 천천히 헬멧을 벗었다. 김이 새어 나오는 가운데 금속 투구가 그의 얼굴에서 벗겨졌다.


시원한 바람에 하얀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그러나 긴 하얀 머리를 흩날리는 그녀의 얼굴은 하나도 늙지 않았다.


그녀는 전보다 아름다워져 있었다. 어떤···.


예상이지만 어떤 동화가 있었던 모양인지 원래의 알맹이와 조화를 이룬 것도 같았다.

옆에 드러난 영의 아름다운 얼굴 앞에서 세진은 다시 말했다.


"미안해. 영."


영의 눈빛이 세진의 얼굴을 새삼스레 훑었다. 그녀는 입술을 움직여 대답했다.


"네 사과를 받아들일께"


"......."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풍경 속에서 영이 웃었다.




세진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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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6---- +2 17.10.06 553 17 21쪽
70 5---- +2 17.10.06 563 17 9쪽
69 4----- +5 17.10.04 600 20 12쪽
68 3---- +2 17.10.03 618 19 11쪽
67 2----- +2 17.10.03 548 15 10쪽
66 1----- +4 17.10.02 628 15 11쪽
65 예정된 +2 17.10.02 614 12 10쪽
64 금빛 시계의 주인. +5 17.09.28 669 19 14쪽
63 3---- +2 17.09.28 643 15 9쪽
62 2---- +3 17.09.28 656 14 13쪽
61 1---- +3 17.09.28 602 17 8쪽
60 금빛 시계 +4 17.09.27 683 19 13쪽
59 뉴비의 라이브 +2 17.09.27 636 21 10쪽
58 8---- +5 17.09.27 674 19 10쪽
57 7---- +4 17.09.27 644 20 17쪽
56 6---- +2 17.09.22 818 21 17쪽
55 5---- +2 17.09.22 679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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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3------ +1 17.09.20 694 21 9쪽
52 2------ +2 17.09.20 674 2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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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라이브 +1 17.09.20 730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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