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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3,330
추천수 :
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10.06 13:23
조회
553
추천
17
글자
21쪽

6----

DUMMY

단테는 세진이 날개를 꺼내는 징조를 살피고 있었다. 거기에 신경의 절반 이상을 쏟아붓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진은 끝까지 그런 징조를 보이지 않았다. 불리한 겨루기였다. 상대는 세진의 패를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전개될지도 다 예상하고 있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까지는 아니지만 모든 게 그에게 불리했다. 판돈도 그렇고 뭣 하나 세진에게 유리해 보이는 게 없었다. 적어도 겉보기엔 말이다.


단테는 세진이 그가 생각하는 비수를 꺼내고 그것을 휘두르는 것을 방비했다. 머릿속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세진이 손을 가슴 속에 넣고. 흉기를 꺼내는 것을 예상하며 그 동선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다는 소리다.


그가 이상함을 느낀 것은 세진이 막길수를 이야기 할 때, 천사들을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아닌 투로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대한 의문이 사그라들기 전에 세진이 검을 빼내었다. 물론 날개를 꺼내는 과정은 아니었다. 그래서 순간 단테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적어도 그 검이 날아와 자신의 가슴에 박히기 전까진 말이다.


"이런 미친···."


정수리를 타고 오르는 고통보다도 황당함에 충격을 받은 단테가 중얼거렸다. 그의 가슴에서는 피가 펑펑 쏟아져 나왔다. 비틀거리는 그가 검을 뽑으려 했지만, 세진이 던진 장검은 창처럼 그의 육신을 관통해 있었다.


단테의 눈과 콧구멍. 그리고 벌려진 입에서 별빛 같은 아찔한 힘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너 스스로 마지막 한 장 남은 날개를 뽑아 버렸구나.."


적이지만 세진이 벌인 엽기적인 짓에 기가 질릴 정도였다. 이건 자살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짓거리임이 분명했다. 어쨌든 그 결과는 그의 가슴에 박힌 채 스스로 뽑을 수 없는 검이었다. 단테의 양손이 검에 닿았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이래서야 날개가 한 장이든 수십장이든, 단테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인다.


"무슨 짓을 한 거냐? 이 짐승아! 스스로 자신의 격을 진창에 처박다니! 부끄러운 줄 알라!"


단테의 이성이 마지막 끈을 놓치기 전에 저주처럼 외침을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울분에 가득한 고통이 가득 차 있었다. 극도로 혐오스러운 것을 목격한 기분. 근원적인···. 마치 꿈틀거리는 벌레를 보고 얼굴을 찡그리는 그런···. 기피감이 서려 있었다.


세진은 칠공에서 빛을 뿜어내며 하얀 연기를 무럭무럭 피워내는 단테 앞에서 한마디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천사의 질타를 받아냈을 뿐이었다. 최후의 보루인 날개를 뽑아냄으로써 그는 천사 이하의 것이 되었다. 천사들의 아버지가 누구고 어디에 있느냐를 떠나, 그는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자아를 포기해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인간이라면 개와 섹스를 하는 인간을 보고 충격을 받을 것이다. 원숭이와 섹스를 하는 인간을 보면 형용할 수 없는 역겨움에 몸서리 칠 것이다. 단테는 그런 극도의 혐오감을 세진에게서 느꼈고, 세진은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경멸해야만 하는 지점을 경멸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모든 게 계획대로 될 뿐이다."


그가 중얼거리는 가운데 대지 위에 솟구쳐 오르는 하얀 구름이 무럭무럭 자라나 평야의 한쪽을 먹어치워 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길게 우는 본능의 소리가 하늘을 찢었다. 뇌성벽력이 몰아칠 때 하얀 연기 위로 솟구쳐 오르는 것들이 있었다.


세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천사의 민낯을 지켜보았다.


차례차례 솟아오르는 얼굴들을.


****


"괜찮겠어 뉴비?"


"지금 벌어지는 일을 시민들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어."


지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빌딩의 옥상에 착륙한 헬기와 뉴비를 번갈아 보았다. 뉴비는 지금 도시 밖으로 나가 벌어지는 일을 중계하려는 중이었다.


"문제는 말이야. 나도 지금 벌어지는 일을 설명할 수 없다는거지만.."


"뉴비. 그 의무에 우리라는 말을 넣어야 하지 않아?"


"......"


지프는 카메라를 짊어졌다. 결혼한 지프 때문에 약간의 다툼이 있었지만 뉴비와 지프는 헬리콥터를 통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공으로 출발했다.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리 속에서 지프가 한쪽 귀를 막고 뉴비에게 소리를 질렀다.


"화면 중계는 어떻게 할 거야?"


"콘서트장의 화면을 따야지 뭐."


"허락 받은 거야?"


"......."


사전에 협의가 이뤄진 거냐고 지프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뉴비는 귀를 새끼손가락으로 후비적거리며 못 들은 척을 했다. 뭐 뒷처리는 다 에리카의 몫이다.


***


일단 문화의 단맛을 알고 나면 인간은 문화를 떠나 살 수가 없었다.


집단도 그런 스타일을 가졌다. 단체가 가지는 스타일이란 바로 문화였다. 문화를 통해 하부 개개인과 신경망을 유지하고 느낌을 주고받았다. 때론 최상부에서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거기에 반하거나 간택 받지 못하면 뮤지션들이 뭘 노래하고 어떤 가사를 써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종종 기발한 천재는 그런 흐름을 거스르기도 한다. 여기 녹색 반짝이 정장을 입은 그린후커라는 그룹이 바로 그런 천재들이었다.


그들의 천재성은 단순했다. 한계 없는 자극성을 찾아 킬리만자로를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어슬렁어슬렁 거리는 것이었다.


네 엄마 말고 바로 너 .란 곡을 히트시킨 것도 모자라. 볼 빨간 갱년기 같은 서정적인 발라드를 넘나드는 미청년 4인조는 콘서트의 풍운아들이었다. 이번의 타이틀곡은 바로 너 말고 네 엄마라는 곡이었다.


-네가 사는 그 집. 네 엄마.

-다 내 것이었어야만 해.

-네 딸은 내 딸이었어!


금발의 미청년이 나와 전기 기타를 쳤다. 에나멜을 듬뿍 바른 듯한 전자 기타는 녹색 광선을 사방에 뿜어냈다. 드럼을 치는 까무잡잡한 청년은 신들린 듯이 스틱을 휘둘렀다. 그들은 마치 거하게 마약을 빨다가 스테이지 위에 올라선 쓰레기들 같았다.


폭탄 맞은 머리를 한 보컬은 맨발로 무대 위를 누비면서 괴성을 질러댔다. 치킨이 기름에 튀겨질 때의 느낌을 한껏 끌어낸 그 괴성에 팬들은 환호했다.


"우리가 이런 가사를 붙여도 허용되는 건 너희들에게 도덕성이 없기 때문이야! 닥치고 이거나 빨아! 그리고 우리에게 용서를 구해! 우리에게 한 짓에 죄의식을 가져!"


평소 과격성으로 사랑받고 있는 25센트라는 이름을 가진 래퍼가 소리를 지르며 중지를 추어올렸다. 그러자 팬들이 자지러지며 물풍선들을 던졌다. 그것에 맞은 무대는 위험지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린 후커들은 그것을 즐기는 듯 중구난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래를 계속했다.


전자기타 음이 물에 젖은 전선 위들을 달리고 허공에서 물결쳤다. 그 물결은 젊은이들의 머리카락과 심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보컬을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었고, 전자기타는 전투기가 이륙하는 소리를 내다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백댄서들이 나와 군무를 추다가 허공으로 총을 쏘는 가운데 건물 전체에서는 사전에 협의된 내용말고 세진이 있는 곳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약에 취한 그린후커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고, 팬들은 그냥 평소의 스테레스를 풀기 위해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그린후커 공식 팬클럽인 훌리건들이 나누어준 발광 스틱을 미친 듯이 흔들며 호응하는 그들이다.


연기 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머리들 아래에서는 하얀 비늘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파충류의 목을 가진 얼굴들이 이빨들을 드러내었다.


긴 목들이 춤추는 가운데 세진은 손을 뻗었다. 그러자 뱀처럼 솟아오른 목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 굉음에 날아오던 헬기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드래곤의 가슴팍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날아오며 그 뜨거운 피를 떨쳐낸 검이 세진의 손에 잡혔다.


세진은 검을 아래로 떨치며 뛰었다. 아주 느리게 몸을 세운 드래곤의 형태가 좌우로 돌아가고 있었다. 멀리에서 저주와 원독에 찬 소리를 질러대는 드래곤은 천사의 발가벗겨진 이드의 화신이었다. 판단력이 전제된 이성도 없고 절제도 없었다.


그러니까 힘은 넘치지만, 전보다 상대하기 더 편해졌다는 소리다.


붕붕거리는 소리와 함께 벌떼처럼 단테의 종들이 밀집되었다. 공간을 격하여 이동해온 괴물들이 소나기처럼 달리는 세진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다.


귀찮다는 듯이 장검을 휘두르자 우산처럼 하얀빛이 생겨났다. 거기에 부딪힌 괴물들이 터져 나가며 피 분수를 만들었다. 그 분수는 선을 이으며 점점 길어지더니 사방으로 폭사 되었다.


"지프! 찍고 있어?"


지프는 덜덜 흔들리는 카메라를 진정시키려 안간힘을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크가 들어있는 마스크를 쓰는 뉴비는 지금의 상황을 중계하기 시작한다.


드래곤들의 머리는 파리처럼 근처에서 웽웽거리는 헬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세진을 뒤쫓았다.


콰앙!


머리 하나가 대지에 처박히자 충격파가 인근을 휩쓸었다. 박살 난 암석들이 떠오르며 우박처럼 괴물들에게 쏟아진다. 거기에 맞은 괴물들은 부서진 등딱지 안에 박힌 돌을 빼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나뒹굴었다.


화악!


땅에 처박힌 드래곤의 아가리가 벌려지며 하얀 불꽃을 뿜어냈다. 그러자 하얀 화염이 지면을 타고 흐른다. 그 뜨거운 입김에 평야가 달아오를 때 세진은 검을 휘둘렀다.


드래곤의 목이 베어지며 흘러내리는 피에 때아닌 홍수가 땅 위에 몰아친다.


쿵쿵! 쿵!


연이어 대지를 들썩이게 하는 드래곤 머리들이 지면에 처박혔다. 그리고 하얀 화염을 쏟아내었다. 세진은 망설이지 않고 다시 검을 휘둘렀고 드래곤의 머리들은 목에서 분리되었다.


하얀 화염을 토해내는 머리가 분사하는 힘에 빙글빙글 느리게 몇 바퀴 돌았다. 그러면서 지면을 하얀 불바다로 만들었다. 펄떡거리는 하얀 목들이 구불칠 때, 몸뚱이에서 여러 개의 얼굴들이 솟아올랐다. 그들은 각기 다른 표정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 그 구멍을 통해 하얀 포탄들이 펑펑 위로 쏘아졌다. 높이 떠올랐다가 바닥에 부딪혔을 때 대폭발이 일어난다.


드래곤이 발을 지면에 박아 놓고 그렇게 폭격을 하자 주변에서 버섯구름이 솟아올랐다.

그린후커들은 상의를 벗어 던졌다. 그때 보컬이 물에 젖은 바닥에서 미끄덩하고 옆으로 넘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감전된 줄 알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펄떡펄떡 몸을 움직이며 감전된 시늉을 했다. 하지만 아무도 긴장하지 않았고 노래는 계속되었다.


-네가 사는 네 집!

-네가 타고 다니는 네 자동차!

-네 엄마! 네 딸!

-모두 다!


스틱으로 드럼을 후려치는 드러머의 이마에 힘줄들이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입에서 침을 흘리는 드럼연주자는 괴성을 질렀다. 기타를 치던 기타리스트는 기타를 휘둘러 앰프를 박살 냈다. 물론 수많은 앰프가 즐비했기 때문에 문제는 되지 않았다.


"모두 다!"


화답하는 팬들 사이에서 야광 페인트가 퍽퍽 터져 나갔다. 푸른색. 빨간색. 노란색으로 번져나가는 폭발 속에서 남녀들은 환호했다. 그러면서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뛰었다. 마치 집단으로 접신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네 집! 네 딸! 네 아들! 모두 내 거야! 내거!


보컬은 하얀 눈을 치켜뜨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 자신의 상의를 찢어발겼다. 문신이 드러났다. 그러자 여자들이 꺄악거리는 소리를 지른다. 곤두선 손톱으로 북북 살갗을 긁어내리며 노래하고 다시 노래한다. 그는 성행위를 하는 흉내를 내며 아래턱이 빠지라 입을 벌렸다. 벌벌 떨며 소리를 지르는 그 음성이 허공을 찢고 포탄처럼 쏟아졌다.


그 포탄들은 듣는 자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심장과 뇌를 짓밟고 있었다. 환희의 곡선이 포물선이 아닌 직선으로 올라갔다. 그리하여 머리 정중앙을 관통했을때 뇌는 오르가즘으로 받아들였다. 리드미컬하게 밀고 들어오는 쾌감이 아니라 불타는 링을 거칠게 관통하는 쾌락의 기둥이었다.


- 너 말고 네 엄마!

- 네 집! 네 자동차! 네 남편! 네 아비 대신 내가 거기 있었어야만 해!

- 거기가 내 자리였다고!

- 이 천한 것아! 내 자리였다고!

- 네 모든 것은 내거라고! 이 망할 년아!

- 알아들어!? 알아듣냐고!


자신의 뺨을 철썩철썩 때리며 울부짖는 보컬의 모습에 모두가 감동 받은듯싶었다. 곧이어 백댄서들이 옷을 찢어발기며 수영복만을 입은 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세진이 있는 곳은 불과 얼음이 서로 춤을 추는 곳 같았다. 추락한 하얀 불꽃들이 터져 나가며 주변을 냉기로 뒤덮었고, 잘린 머리가 토해내는 입김에 다시 불바다가 되었다. 백색의 악마들이 머리를 풀고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종종 이 지옥에서 살아남은 단테의 종들이 얼음 파편들을 부수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세진은 검도 쓰지 않고 맨손으로 그들의 머리를 잡고 몸에서 뽑아냈다. 사방에 피와 고통 소리가 가득 찼다. 곤죽이 된 파편들을 밟으며 이동하는 가운데 드래곤의 거대한 몸뚱어리가 점점, 그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가 검을 들어올렸다.


-네가 알고 있는 당연한 네 것!

-그것들은 모두 다 내 것이야! 내 것이었어야만 해!


-우리가 누구지?"


"그린 후커!"


-목소리가 작아 이것들아! 우리가 누구냐고!


"그린 후커!"



-우린 그린 후커! 네 집에 들어가 너희들을 칼로 찔러죽인다는 가사를 써도 너희들은 헤헤헤 하고 웃지!


-우리 인기가 곧 권력이니까!


하얀 뇌전이 검을 타고 치솟았다. 그 뇌전은 떨어져 내리는 드래곤의 목을 절단했고, 그것도 모자라 믿을 수 없는 힘이 주위를 휩쓸었다. 미친 듯이 달려들던 괴물들은 일제히 뒤로 몸을 뉘며 머리가 터져나갔다. 그러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 그렇게 처 웃어!

-니 엄마! 네 딸! 네 차! 다 내 거야! 우리 거라고! 네 남편 말고 우리가 거기 있다!


"옆을 바라보면 네 남편 말고 내가 있어. 내가 베개로 네 얼굴을 짓누를 거야. 그러면 너는 헐떡거리면서 나에게 빌겠지. 살려 달라고 말이야.


하지만 기억해. 이 고마워 할 줄 모르는 년아. 내가 침입자는 아니야. 모든 것은 당연히 다 내 것이었어. 내 정당한 권리를 찾는 것일 뿐이야. 네 딸. 네 아들의 방으로 이제 내가 갈 거야. 내 정당한 권리를 위해. 그러니까 빌어도 소용없어. 이 멍청한 년아. 알아들어?"


-웃어! 웃으라고! 처 웃어! 이 머리 빈 깡통년놈들아!

-집 내놔! 네 딸! 네 아들! 네 몸! 네 엄마! 다 내놔!



섬광이 몰아치고 다시 몰아쳤다. 하늘과 땅 사이를 긋는 폭력이 드래곤의 거대한 몸을 내리치고 다시 내리친다. 단단한 껍질로 무장하고 있던 놈은 처음에는 다리에 힘주어 버티더니 결국 가슴을 지면에 대었다. 납작 엎드린 형국이 된 성채와도 같은 몸은 내리긋는 힘에 옆구리가 터져나갔다.


바다가 밀려오는 듯이 하얀 해일이 일어났을 때 세진은 그 자리에 없었다.


-내 거다! 당연히 우리의 거야!

-우리 거라고! 네 모든 것은 우리거야! 이 망할 년아! 알아들어?

-이런 노래를 듣고도 좋다고 헤헤 웃는 이 멍청한 년아! 알아듣냐고?

-우린 잘못이 없어! 모든 게 좋아하는 너희 탓이야!

-우린 선의의 피해자야!


보컬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었다. 팬들도 호응하며 울어댔다. 그러면서 남녀가 서로 부둥켜안고 위로 뛰었다.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체온이 마찰되며 콘서트장을 달구었다. 그 자리에서 호응하는 팬들이건 아니건, 전송석을 통해 드래곤과 싸우는 세진의 모습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마다 제각기 다른 심정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전투는 계속 이어진다.


하늘에서 어둠이 떨어져 내리고 모루 위에서 몸부림치던 드래곤을 해방시키려고 할 때, 그런 의도조차 분쇄하는 힘이 있었다. 이 순간 세진이 손에 든 검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의 도구였다. 그 강렬하고 압도적인 힘 앞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것은 없고, 거스를 수 있는 것도 존재치 않을 것만 같았다.


천사가 자신을 포기하며 손에 넣은 힘이었다.


대지가 펄펄 끓는 하얀 용암에 휩싸였다. 붉은 혓바닥들이 갈라진 드래곤의 몸속에서 솟아오르다가 추락하며 불기둥이 되었다. 흘렸던 피가 다시 되돌아와 불길과 만나 수증기를 일으키고, 충격파가 만들어낸 구덩이 안에서 물과 불이 춤추었다.


거대한 드래곤의 몸이 부서져 나갈 때 세진은 그 중앙부에 있었다.


단테의 몸은 이제 급속도로 결정화되어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의 머리 부분에서 생명이 붉은빛으로 깜박였다. 그런 붉은 램프 앞에 세진이 섰을 때 단테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의 아래턱으로 금들이 번져 나갔다.


"대체 왜 이런 짓을 하지? 너는 저들이 구원 받을 거라 믿어? 용서나 회개? 다시 태어나는 것? 기회 같은 것을 믿고 있는 건가?"


세진은 단테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새삼 이렇게 정색하기는 오랫만이다.


"미쳤어?"

"그럼 왜?"


세진은 단테의 곁에 앉았다. 그리고 드래곤의 육신을 뚫고 치솟아 오른 빌딩을 바라보았다. 하얀 수증기가 빌딩을 타고 올라 횃불처럼 보였다. 어두운 먹구름 아래로 성화가 피어난 듯이 흔들거리는 가운데 멀어져 가는 헬리콥터가 보인다.


어쨌든 단테는 세진의 눈빛에서 그도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를 읽었다.


"네가 하는 짓은 희생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일이다.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세진은 손을 들어 단테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러자 돌조각처럼 단테의 머리가 깨져나갔다. 목만 남은 그의 주검을 바라보던 세진은 그의 가슴에서 심장을 뽑아낸다.


상위 몬스터의 머리에 박혀 있는 보석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결정체가 그의 손안에 들어왔다. 많은 날개까지 갈무리한 보석이었다.


그 보석이 자신을 집어삼키라는 듯이 세진의 손안에서 빛을 뿜었다. 그 빛은 깜박이며 세진의 손가락 사이사이에서 그를 유혹하고 끌어당기려 했다.


하지만 세진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검에 그 보석을 박아 넣었다.


그때 그 보석이 비명을 질렀다. 마치 여기에 왜 나를 집어 넣냐고 항의하는 듯한 울음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세진은 그 비명을 똑똑히 들었다.


그린후커들은 훌륭한 반항아들이었다. 그들은 펑펑 울면서 콘서트의 마지막에 대중의 어리석음을 고발했다.


"우리도 이런 자극적인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부르는 것이 아니야!"

"모든 것은 너희들 때문이야!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

"우린 아무 잘못이 없어! 우린 허수아비에 불과하니까!"


그들은 팬들에 의해 풍요로운 삶을 약속받고 있었다. 여자들을 끼고 살았으며 날마다 갈아 치웠다. 마약도 실컷 했다. 전투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쓰는 약이 아니라 쾌락을 위한 마약 복용이었다.


팬들의 조공을 당연한 듯이 받아먹으면서 평가질하기 바빴다. 그러면서 전투에서 죽는 군인들이 학살하는 생명체들에 대한 곡을 쓰기도 했다. 그 곡은 서정적인 발라드에 생명의 소중함을 고발하는 비탄으로 잠겨 있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총 쏘는 방법도 모른다.


더 많은 수입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그것은 고스란히 아티스트의 고된 길의 아픔이 되었다. 그 승화에 팬들은 눈물을 철철 흘리며 감동 받았다. 기타를 너무 치느라 손가락이 걸레처럼 되면 같이 아파하고 같이 울었다.


영과 태진이 신경 쓰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자라난 잡초 같은 그들은 대중을 욕했다. 그러면서 대중에게 사랑받았다. 누릴 수 있는 것을 모두 누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들은 스스로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데, 어느 순간 누군가의 모범적인 롤 모델이 되었고 꿈이 되었다.


왜냐면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상 심리들은 그들을 아꼈고 필요로 했다. 공기와 물처럼 말이다.


"당신은 우리의 영웅이에요!"


소녀 하나가 그렇게 외치자 그린 후커들이 앵콜송으로 화답했다. 그들의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바쁘게 기타가 달리고 후커들은 연주를 시작했다. 보컬의 새된 목소리가 분위기를 달구자 다들 감동에 젖어 소리를 질렀다.


누구나 영웅을 필요로 한다.


그 영웅이 잘생겼으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고, 그것도 모자라 멋진 포즈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안성맞춤이다.


누가 어리석다. 틀렸다 말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깊은 원시림 속의 인간들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린 끊임없이 영웅을 갈망해 왔다.


적어도 그들은 대중이 필요로 하는, 간절히 원하는 그 지점에 정확히 서있어 주었다.


희생은 누구나 하는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며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니까. 거기에 구질구질하게 크고 작음을 따지는 것도 쿨하게 보이지 않았다.


희생을 떠나 정작 필요할때, 지금처럼 외롭고 불안할때 곁에 있어주는 자가 영웅이다.


익숙하게 곁에서 숨결을 공유하는 멋진자가 곧 영웅이다.


많은 존재들이 생각하기에 그런 존재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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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뉴비의 라이브 +2 17.09.27 637 21 10쪽
58 8---- +5 17.09.27 675 19 10쪽
57 7---- +4 17.09.27 644 20 17쪽
56 6---- +2 17.09.22 819 21 17쪽
55 5---- +2 17.09.22 680 18 12쪽
54 4------ +5 17.09.21 680 25 8쪽
53 3------ +1 17.09.20 694 21 9쪽
52 2------ +2 17.09.20 675 20 10쪽
51 1----- +2 17.09.20 702 23 15쪽
50 라이브 +1 17.09.20 731 20 12쪽
49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나는 날. 그 꽃을 찾겠다. +3 17.09.20 713 21 9쪽
48 8----- +4 17.09.20 701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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