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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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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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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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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라이브

DUMMY

스탠드마저도 켜놓지 않은 어두운 지하실에는 모니터 불빛들만이 가득했다. 레인은 그 모니터들 앞에 앉아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다.


두껍고 뭉툭한 장갑으로 바이올린을 붙잡고 섬세한 연주를 펼치는 것도 능력이다. 지하실에는 그뿐만이었으므로 자신에게 들려주는 연주였을 것이다.


아름다운 선율이 지하실에 메아리친다. 그리고 철문이 열리고 세진이 나타났다.


"누가 보면 지하실에 가둬놓은 줄 알겠어."

"웬일이지?"


세진은 바이올린 켜는 것을 멈추지 않는 레인의 앞으로 다가와 불쑥 울트라 토파즈를 내밀었다. 그 토파즈는 레인의 투구에 달린 노란 렌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밝다.

"임시 동력원이야. 이걸 건네주려고 들렸다. 그런데 지하가 불편하진 않아?"


"푹신한 카스텔라 빵이 있지? 우유와 함께 먹으면 끝내줘. 지하실과 설계의 상관성은 그런 거야. 아주 찰떡궁합이라고."


세진은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다. 아름다운 선율로 이루어진 곡이었다. 서사시를 읊는듯한 웅장한 느낌마저 들었다. 가냘프게 현이 울릴 땐 슬픔을 이야기하는 듯했고, 빠르게 질주할 땐 전투와 달리는 말들을 묘사하는 듯했다.


"네가 작곡한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나를 따라온 걸 후회해?"


"별로, 지금 생각해 봐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내겐 네가 그곳을 떠나는 핑계였어. 동포들을 저버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주는 장치 같은 거지. 그들은 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이런 거 있잖아. 천사를 따라간다는 구실이라면 그들도 이해해 주겠지라는 나 혼자만의 만족감."


"설계도를 봤으니 내 의도를 알겠지. 어떻게 생각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 다만 많은 고급재료가 들 거야. 핵심적인 부분에 있어서는..연성해야 하는 것도 많겠지. 들어가는 물품들의 가치가 어마어마할 것이고. 어떻게 충당할 생각이야? 그중 몇개를 구하는 것만 해도 한세월 걸릴 텐데."


"그거야 다 방법이 있지."


연주가 끝나진 않았지만 세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 레인이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날개가 한장 밖에 없다는 게 불편하지 않아? 날 수 없잖아."


그가 천천히 레인을 바라보았지만, 레인은 천연덕스럽게 연주를 계속했다. 세진은 극도로 예민한 질문으로서 상대가 자신과의 거리를 설정하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글쎄... 레인을 바라보며 세진은 생각에 잠겼다.


드워프는 그가 천사라는 동족 이외에 처음으로 만나보는 고등종족이었다. 영적으로 질적인 측면에서는 천사들이나 드워프나 별로였지만 기본적으로 가진 능력이 컸다.


드워프들은 재주가 많다. 전투력도 강하다. 타고난 예술가들이다. 예술가니까 치열한 광기도 내재되어 있었다. 그 광기가 신앙심으로 흘렀다는 게 비극이긴 하지만..


"네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아."


"부서진 날개라는 건 참 슬픈 것 같아. 그들은 네게 정말 못된 짓을 했어."


세진은 상대의 발언에서 주제넘은 참견보다는 슬픔과 동정 같은 것을 느꼈다. 세상에는 동정 앞에서 화내는 사람과 그걸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었다. 자존심 문제로 치느냐 아니냐의 차이였다. 세진은 동정 안에 든 순수한 감정이 느껴져서 피식하고 웃었다.


"적어도 한 쌍은 남겨둬야 날 수 있었을 텐데. 언젠가 날개가 하나밖에 없는 부서진 천사에 대한 곡을 써볼까도 생각 중이야."


"뭘 해도 좋지만 그 곡안에 스포일러는 넣지 마라."


어깨를 으쓱인 세진은 지하실을 떠났다.


***


청영에는 전송석이 깔려 있었다. 공용어를 몰라도 그것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교류와 디스플레이가 가능했다. 재료가 필요하면 퀘스트로 내려서 가져오게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세진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고블린 노인을 시켜서 그 비싼 전송석을 사서 더 깔았다. 그리고 곳곳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을 설치했는데, 공중전화 박스가 바로 그것이다.


생각해 보면 원시림 안에 있는 노란 전화 박스가 참 언벨런스 하기도 하다. 하지만 세진이 필요하다 싶으면 그냥 설치하는 것이었다. 일단 그렇게 설치되면 누구도 그것을 파손하지 않았다.


전송석을 통해 그는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일도 전달받았다. 보고 싶은 장면이 있으면 전송석이 바로바로 휴대폰 화면에 링크해 주었다.


처음에 수레바퀴를 굴리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도시 수준을 끌어올리고 레벨링을 굴리기 시작하자 도태되고 싶지 않아 하는 생명체들이 열심히 따라오기 시작했다. 이제 좀비들은 그들의 공간을 구축했다. 그리고 더럽게 몸을 굴리지 않았다. 좀비들마저도 점점 강해지는 추세다.


대지 위를 덮은 기본 시스템은 운동에 대한 보상과도 관련되어 있다. 도시 내에서 더 큰 힘으로 더 크고 치열한 활동이 벌어지면 분배방식을 높게 적용한다. 하이 리스크에는 하이 리턴이 붙는다.


같은 활동이라도 청영에서 벌어지는 순환에 고가치 보상이 붙었다. 거기에다가 세진은 자신의 레벨링을 덧붙이는 식이다.


청영에서 고등생명체들이 계속 태어났다. 인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몬스터들 사이에서 말이다. 그들은 전 세대와 차원이 다른 유전적 형질을 지니고 있었다. 괴물이라도 노래를 부르고 문학을 만들 정도의 지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몇몇 종족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천공에는 별빛들이 비처럼 내리고, 대지 위에는 반딧불들이 소용돌이치는 밤. 아득하게 펼쳐진 수해 위에서. 속에서, 그들은 나무줄기 위에 앉아 뭔가를 찬송하곤 했다. 그것이 세진인지 아닌지는 대놓고 물어보지 않아서 모른다.


카드 수치로 바라본다면 9999 정도는 가뿐히 뛰어넘는 마법 특화 생명체도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그들의 정보를 관람할수 있는 위치의 세진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지고 보면 테러로드들이 도시를 발전시킬 이유가 없었다. 도시 자체는 그저 자신이 살아남길 바라지 수준을 격상시키는 것에 관심이 없다. 수준을 높여봐야 그걸 향유하는건 시민들일 뿐이니까 말이다.


시민들의 수준을 올리는 것에는 지배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보통 테러로드들에게 있어 측근들 말고는 사육하는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청결 상태에 신경 써주는 것도 고역이었다. 정해진 가축을 누군가가 마음대로 빼간다면 물론 화가 난다. 하지만 인간들은 끊임없이 그 짓을 하니까 새끼들이 늘어났다. 또 그게 아니더라도 부랑자가 넘쳐 흘렀다. 그들의 죽음은 스펙터클 하지 않고 무기력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가거나 얼어 죽는 식이다.


정해진 숫자보다 없어지면 곤란하지만 넘쳐나면 더럽게 귀찮기만 하다. 수효 문제도 그렇고 제대로 된 통치는 더 골치가 아팠다.


세진처럼 도시에 투자를 많이 하는 케이스는 극단적으로 드물었다. 테러로들이 사조직에 투자한다면 몰라도 대중의 행복에 신경 쓴다는 것 자체가 좀 어울리지 않는다.


-테러 퀘스트입니다.

-특수 강화된 유리 조각을 납품 하십시오

-보수는 ???

-능력치의 랜덤증가.


-테러 퀘스트입니다. 테러 퀘스트는 모든 퀘스트 중에서 우선합니다.

-도시를 위협하는 들판의 방랑자들을 청소하십시오

-보수는 ???

-능력치의 큰 폭 증가.


전송석을 통해 전되는 퀘스트에 응하느냐 안 응하느냐는 선택의 문제였지만 높은 보상이 약속되어 있으니까, 다들 세진의 의도대로 움직였다. 굳이 강압적으로 명령할 필요가 없었다.


원래 과실을 약속하면 목숨마저 불사하는 사람의 패턴에 익숙해져 있는 인간들도 많았다.


그런 퀘스트를 하면서 많은 개체는 또 강해졌다. 세진은 무술대회 같은 것도 열었다. 상품은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고가치 금속 같은 것이었다. 나중이 되자 헬이 헬을 벌어오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눈덩이처럼 수익이 늘어나고, 시민들은 도시의 주인에게 세금처럼 헬을 바쳤다. 그런 활동은 그들의 생활과 깊게 연관되어 있었다.


"범죄를 일으키면 죽여서 그 부산물을 보수로 지급한다."


평소 원한이 있었던 존재에게 보상으로 걸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원수의 시체는 매력적이다.



강해지려는 욕구. 보상을 바라는 욕구는 생명체들을 황야로, 그들만의 전쟁터로 내몰았다. 그 안에서 그들은 자기 자신과도 싸운다. 그것도 기꺼이 말이다.


학교에 들른 세진은 태진에게 물었다.


"영은?"


"산에서 수련하고 있는데 불러올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그보다 아이들 상태를 점검하지."


세진은 태진 앞에서 아이들의 육성 카드를 들춰 보았다. 이제 소년 소녀티가 나는 아이들은 엄청난 능력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게다가 전투 기술도 수준급이다. 물론 준만 빼고 말이다.


"학교를 벗어날 날이 머지않았군."


세진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태진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간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말이다. 그 기색을 눈치챈 세진이 다시 말한다.


"뭐 당장은 아니야. 난 정말 강한 소수 정예를 원해."


"지금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정도입니다. 하나하나가 레이드 때 대면하는 보스와도 같아요. 그런데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을 원하십니까?"


"적어도 지금보다 몇십 배는 더 강해질 수 있어."


그때 태진은 세진이 세상을 정복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아이들 수준은 농담이 아니었다. 순진하게 행동하고 있어서 그렇지 전투력이 엄청났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태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경이를 목격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세진이 온 것을 깨달은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세진의 주변을 채운다. 피의 끌림 때문에 영이나 세진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는 아이들이다. 그 외의 존재에게는 은근히 거리감을 두었고, 그것은 태진에게도 적용되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교문 밖으로 나서는 세진은 영과 마주쳤다.


"오래간만이네."


"영. 드디어 때가 되었다.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


"그래 축하한다. 그런데 그다음 단계라는 게 뭔데?"


순간 세진이 갑자기 생각 난 듯이 영에게 말했다. 나름 정색하고 말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요즘 하늘이 너무 맑다고 생각하지 않냐? 언제나 푸른 하늘이란 거 정말 재수 없다고. 주구장창 푸른 하늘이라니."


영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재수 없다는 표현까지 불사할 문제였나···."


흐린 하늘 취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엾어빠진 그녀에게, 세진은 처음으로 돌아와 보상 문제를 이야기했다.


"임무 보상으로 테러 나이트를 풀 생각이다. 그 외에 아주 값진 물건들을 생각하고 있다."


"........."


"물론 너와 아이들에게는 까다로운 임무 없이 빨리빨리 풀 것이다. 이로써 엄청나게 강해지겠지. 더욱 강해져라. 밤낮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말고 강해지라고."


"그래. 그런데 왜 강해져야 하는 건데?"


"강해지는 데 이유가 필요하냐? 내가 왜 태어났을까? 라는 질문처럼 애초에 답이 없는 질문은 남에게 던지는 게 아냐. 그냥 눈 가린 말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뛰라고. 맹목적으로 말이야. "


영은 인상 깊은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이런 씨발."


이놈이랑 깊게 말을 섞고 있는 내가 미친년이지. 정말 욕을 안 하려고 해도 욕이 절로 나온다니까. 여자에게 눈 가린 말처럼 입에 거품 물고 뛰라니···.


"어쨌든 테러 나이트를 푼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인 거다. 물론 쉽게 얻을 수는 없고 엄청난 난이도의 연계 퀘스트를 해야겠지. 끊임없는 지옥 난이도 속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감로수 같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너나 애들이나 말도 안 되는 특혜를 받는 셈이잖아. 거저 얻는 대박이니까. 진짜 이렇게 받아먹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 할 텐데. 세상에 온통 은혜도 모르는 생물 천지라 내가 고민이다. "


중얼거리며 멀어지는 세진의 뒤에서 그녀는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무지하게 고마워 죽겠는데 말이야. 대체 테러나이트란게 뭔데? 일단 그게 뭔지나 알자."


하지만 세진은 자기 생각에 빠져 대답해줄 수 없었다. 그냥 중얼거리면서 멀어져갈 뿐이다. 그녀는 또 절로 터져 나오려는 욕지기를 참고, 샤워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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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1---- +3 17.09.28 603 17 8쪽
60 금빛 시계 +4 17.09.27 684 19 13쪽
59 뉴비의 라이브 +2 17.09.27 637 21 10쪽
58 8---- +5 17.09.27 674 19 10쪽
57 7---- +4 17.09.27 644 20 17쪽
56 6---- +2 17.09.22 819 2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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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3------ +1 17.09.20 694 21 9쪽
52 2------ +2 17.09.20 675 20 10쪽
51 1----- +2 17.09.20 702 23 15쪽
» 라이브 +1 17.09.20 731 20 12쪽
49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나는 날. 그 꽃을 찾겠다. +3 17.09.20 713 21 9쪽
48 8----- +4 17.09.20 701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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