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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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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3,309
추천수 :
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09.20 08:17
조회
712
추천
21
글자
9쪽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나는 날. 그 꽃을 찾겠다.

DUMMY

청영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 호수는 쌍민의 카운터 펀치였다. 호수는 길게 옆으로 누워서 진로를 방해하고 있었고 매우 깊다. 여기에 천사의 알을 몰아넣고 어떻게든 끝장을 볼 심산이었던 것이다.


호수에 다다르기 전까지 집중 사격으로 실드를 약화 시켜 놓고 진이 빠진 놈을 물속에 밀어 넣는다. 그러나 그건 문어인 줄 몰랐을 때의 이야기다. 오히려 문어는 물을 보자 반가운 듯이 속도를 높였다.


세진은 멀리 보이는 문어를 향해 뛰었다. 그러다가 정지되어 있는 차에 올라타고는 운전대를 잡았다. 시동을 걸자 사륜구동차가 힘차게 타이어를 움직였다.


유리창 너머로 쌍민이 있는 쪽에서 공격하는 게 보였다. 문어는 무방비 상태로 그것을 얻어맞다가 눈들을 번쩍였다. 그러자 노란색의 빛줄기가 지면을 타고 흘렀다.


그 길을 따라 다시 불바다가 일어난다. 우연인지 세진이 몰고 있는 차에게도 빛의 끝자락이 닿았다. 출발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폭발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자동차였다. 불타는 타이어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와중에 세진은 땅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귀찮게 하는군."


문어는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호수 속으로 몸을 담갔다. 파도가 일어나며 덤벼드는 군인들을 집어삼킨다. 그 거센 흐름에 호수 가장자리로 밀려날 때 커다란 다리들을 끌어모으며 호수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문어였다.


"폭발물을 터트려라!"


굉음과 함께 물기둥들이 솟아올랐지만 문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반쯤 끊어진 다리만이 수면 위에서 아우성을 쳤을 뿐이다.


"빌어먹을!"


쌍민이 물속으로 뛰어들려고 했을 때 그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다. 돌아보니 세진이었다.


"너 언제 왔어? 못 온다며?"


정확히는 못 오는 게 아니라 안 오는 거였지만 수정할 생각이 없었던 세진은 쌍민 대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호수는 어찌나 깊은지 시커먼 색이었다. 그리고 차가웠다. 마치 절벽처럼 아래로 깍아지르는 공간 안으로 세진이 들어섰다.


그는 공기 방울 속에서도 눈을 뜨고 앞을 살폈다. 굳이 안쪽으로 들어가려 애를 쓸 필요는 없었는데, 거대한 문어가 가라앉으면서 아래쪽으로 향하는 거센 물흐름이 생겼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세진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 투명하고 강력한 손들은 깊은 밑바닥으로 세진을 가라앉혔다.


차갑고 무거운 어둠 속에 미리 내려앉아 있는 생명체가 보인다. 녀석은 그 크기 때문에 마치 하나의 섬처럼 느껴졌다. 고요한 공간 속에서 놈은 열심히 몸을 수복시키는 중이었다.


문어 입장에서 세진은 티끌보다도 못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물은 문어의 독무대였다. 지금은 열심히 회복 중이었으므로 세진을 잡기 위해 발을 움직이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작은 인간 하나 잡자고 큰 다리를 움직여 소모하는 열량이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세진은 침묵하고 있는 노란 눈들 사이로 헤엄쳐갔다. 그러자 본능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했는지, 문어의 머리가 움직였다.


분리된 촉수 같은 것들이 세진을 향해 뻗쳐온다. 세진은 그것들이 팔과 다리를 휘어 감도록 내버려 두었다.


촉수의 움직임은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눈에 티끌이 들어갔을 때 눈꺼풀을 깜박이는 행동과 비슷했다.


촉수들은 이제 세진을 가까이 끌어당겨 노란 눈에 찰싹 붙였다. 그리고 노란 눈의 표면이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한다.


직접 세진을 흡수해 영양분으로 삼으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무식하게 커다란 문어가 미처 알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으니, 세진은 천사라는 것이다. 문어를 움직이게 한 것은 천사들이었으니 결국 세진도 명령권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문어가 한 짓은 외부자 앞에서 스스로 암호를 풀고 핵심 프로그램에 접근시켜준 꼴이다.


***


초조하게 호수를 서성거리던 쌍민은 물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세진을 발견했다.


"살았구나! 녀석은?"


세진은 문어에게 빼온 주먹만 한 토파즈를 숨겼다.


-울트라 토파즈

-초고밀도의 에너지 결정체

-값을 따질 수 없는 물건.

-복잡한 회로가 새겨져 있어 최상급 토파즈보다 가치가 수백 배.


"죽었어."


"뭐?"

"죽었다고."

"그게 다야?"


쌍민은 미련이 남는 듯 잠잠한 검은 수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잠수부를 투입하기도 애매했다. 그렇다고 잠수함을 넣을 리도 없었다.


세진은 쌍민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수고했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곳을 떠났다.

결론적으로 시타델은 자신의 값어치를 증명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리고 군인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도시에 쓸모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입증했다.


다만 문어의 시체를 보지 못한 그들로서는 이게 정말로 승리인지 애매했다.


그런 감정을 뒤로 한 채, 군인들은 사후처리에 집중했다. 엉망이 된 지형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시신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최소한 묻어주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보초병들이 주위에 서 있는 가운데 손수레를 밀며 이동하는 장정들이 땅 위를 메웠다.


삽질과 곡괭이질 하는 소리가 땅 위에 가득 찼다. 산다는 게 이렇게나 무섭고 피곤하다. 땀방울들을 울리는 남자들의 얼굴에는 피곤과 고통으로 범벅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가능한 여러 밤을 보내지 않아야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트럭으로 싣고 갔다가 공동에 한꺼번에 묻는 게 낫지 않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어. 좀비가 될지도 모르잖아. 여기서 끝내자고."


담배를 입에 문 남자들은 열심히 일하다가 가끔 소주를 입에 댔다. 더운지 상의를 탈의한 상반신은 문신과 근육투성이였다.


서로를 가르던 편견은 없어졌고 이제 그들은 전우가 되었다.


그때였다. 군인들은 익숙한 음악 소리에 하나둘씩 고개를 들었다.


"이건.."

"애국가군."


태극기들을 잔뜩 실은 트럭이 매설지대 옆에 도착했다. 쌍민은 그 안에서 태극기들을 땅으로 던져 내렸다.


"같이 파묻자고. "


지아이제인 특공대는 아침과 저녁마다 애국가를 부르는 시타델에 투신하기로 결심한 바가 있다. 한국에서 태극기가 사라지는 요즘 그건 그들에게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였던 것이다.


"가끔 조국이 증오스럽기도 해."


"나라가 나와 내 가족에게 해준 게 무엇이 있나.하는 회의가 들어."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버릴 수 없는 이유는 그 나라 안에 자신과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이 들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총을 들지 않아도 언젠가 알 수 있었고,


총을 들고 타인을 죽이면 언젠가 태산처럼 다가와 부딪혔다. 그 절절한 의미가 말이다.

차마 눈에 담기 끔찍한 시체들은 태극기에 가려졌다. 시체들을 태극기로 둘둘 말아 땅에 매장하는 사내들의 눈시울은 붉었다.


이 전투는 애국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이 전장은 소모품이 되어버린 인간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이 전투엔 당연히 걸어야할 가치가 없었고 의의도 없었다. 심지어 인간에게 모독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자들은 함께 싸웠던 전우가 태극기와 함께 땅에 묻힌다는 것에 위안 삼았다.


애국가는 확성기를 통해 계속 되풀이 돼서 흘러나왔다. 4절까지 가사를 못 외우는 사람들도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다. 어떤 사람들은 삽질을 멈추고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대기도 했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그러고 보니 애국가에서도 하나님이 나오는군."


쌍민은 누군가가 말하는 것을 들은 후 중얼거렸다. 하나님은 어디서든 빠지지 않아.라고 말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라기 보단, 그냥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이다.


이틀이 걸려 모든 시체를 태극기와 함께 매장하고 난 후에 군인들은 트럭에 탔다. 흙먼지와 땀으로 얼룩진 그들은 잠과 목욕 생각이 간절했다.


트럭은 하나둘씩 그곳을 떠나갔다. 그들로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몬스터가 언젠가 땅에 묻은 사체를 하나둘씩, 곶감 빼먹듯이 꺼내어 먹는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죽은 자를 뒤로 한 채 산자를 태운 트럭은 먼지를 일으키며 길 위를 달린다.


그때 누군가가 군가를 불렀다.


엔진 소리에 섞였지만, 그 군가는 끝까지 부서지지 않고 귀에서 귀로 전달되었다.



포성이 멈추고 한 송이 꽃이 피었네...


평화의 화신처럼.

난 그 꽃을 보았네. 거칠어진 벌판에 버려진 용사들의 넋처럼.


오, 나의 전우여. 오 나의 전우여.

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내 너를 찾으리.


오, 나의 전우여. 오 나의 전우여.


이 전쟁이 끝나고 언젠가 평화가 오면,



우린···.




언젠가 너를 잊지 않고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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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6---- +2 17.09.22 818 2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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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나는 날. 그 꽃을 찾겠다. +3 17.09.20 713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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