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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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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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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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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0,683

작성
17.09.2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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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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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뉴비의 라이브

DUMMY

세상은 전보다 더욱 개판이 되었다. 어떤 테러로드는 도시와 함께 다른 나라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 과정에서 대학살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드워프 들과의 싸움은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몬스터들은 떼를 지어 이동하고 보이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테러나이트에 의해 변이된 생물들, 천사들의 강림에 영향을 받아 변이된 것들은 생물들뿐만 아니라 자연에도 영향을 끼쳤다. 휴화산이 다시 분화되고 화산재들로 근방을 뒤덮어 버렸다. 해일이 일어나고 시가지가 거기에 휩쓸렸다.


서로의 규칙들이 대립하고 가치관들이 뒤엉켰다. 그 안에서 인간들은 자신들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찾지도 못했다. 통신망을 믿을 수 없게 된 이후부터도 그랬지만 완벽한 장님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어떤 곳에서 인간은 사육당하며 철저히 착취당하고 버려졌다. 어떤 곳에서 유저인 인간들은 그래도 대우받는 소작농이 되거나 기사 역할을 했다. 중세 시대로 되돌아가 버린 곳도 있었고 현대사회의 문명을 유지하는 곳도 있었는데 여기에서 청영은 후자에 속했다.


***


세진은 형광 운동복을 입은 채 청영에 들어섰다. 그런 그의 옷차림은 거리를 채운 인파에 파묻혔다. 다들 현란한 옷들을 입고 거리로 몰려나와 있다. 아마도 축제 기간인가 보다. 물론 뭘 기념하는 축제인지는 너무 오랜만에 청영을 찾은 세진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사실 관심도 없었고 말이다.


핫팬츠를 입은 소녀들이 야광 신발을 신고 수다를 떨며 세진의 몸에 부딪혔다. 그들은 이야기에 취해 있어서 세진과 부딪혔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세진은 그들이 입은 교복과 가방을 눈여겨보았다.


"학교도 생겼군."


주변이 시끄러워서 그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하지만 노랫소리를 뚫고 소음이 들어온다.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풍선과 한문이 적힌 등이 가득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반짝이는 사각형 가루들이 가득 날렸다. 어디선가 폭죽을 터트리는 소리도 들려온다.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고 높게 늘어선 건물에는 알 수 없는 문구들이 가득 흘렀다.


얼굴에 반짝이를 붙인 젊은이들은 응원을 나가는지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나뉘었다.


활기찬 얼굴로 거리를 메운 사람들은 야광볼을 서로에게 던졌다. 그러면서 낄낄거렸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은 도로를 가로질러갔다. 그러고 보니 움직이는 자동차들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정차되어 있었다. 웃음소리의 물결에 떠밀리듯 걸어 다니는 세진은 거리를 실컷 구경했다. 영의 거리는, 그녀가 관리하는 구역은 점점 팽창되어 꽤 넓은 지역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안의 건물들은 증축되어 하늘을 찔러대고 있었고, 군중은 행복해 보였다.


예술 작품들이 가득한 곳에는 젊은 아이들이 멋진 패션을 하고 휴대폰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들의 허리춤에는 러블리 스티커가 붙인 무기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시가행진을 하는 피에로들이 허공으로 저글링을 하며 선두를 차지한다. 그 뒤를 초록색 코끼리들이 따라 걸었고, 등 위에는 인형 탈을 쓴 사람들이 손을 흔들었다.


거기에서 눈을 돌린 세진은 원통형의 유리 부스 안에서 춤을 추고 있는 요정을 바라보았다. 강아지 크기의 요정과 눈이 마주치자 세진이 입을 연다.


"누가 널 거기에 가두었지?"


"아무도 날 가두지 않았어요. 지금 아르바이트 하는 거예요. 실례지만 외부인이세요?"


대꾸하지 않은 그는 영화관을 찾았다. 표를 끊고 들어간 영화관은 썰렁하다. 손님이라고는 그 하나뿐이다. 고도리를 기다리며 와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영화를 틀어주고 있었다. 스크린 크기가 마음에 든 세진은 한참 동안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보니 거리는 낮보다 더 빛났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십 주년 기념! 방송되는 라디오! 뉴비의 라이브입니다!"


거리를 메운 사람들이 동시에 안녕하세요! 를 외쳤다. 거기에 화답하듯이, 건물들과 지면에 깔린 전송석을 통해 여성의 음성이 메아리친다.


"오늘도 엔지니어인 에리카에게 갈굼을 당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축제 때도 제 정강이 차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셈 같아요."


라디오 방송에 사람들이 웃었다. 야광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가 세진에게 하나 먹어보라고 권유했다. 길과 바닥이 번쩍번쩍 빛났다. 그러면서 입체적으로 화살표가 떠올랐는데, 그 화살표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세진은 아이스크림을 든 채 화살표가 유도하는 곳으로 걷는다. 그동안에도 영 스트리트를 울리는 라디오 방송은 계속되었다.


"축제는 일주일 동안 계속됩니다! 허리띠를 풀고 즐기세요! 마구 즐기세요! 22번가에서 받은 신청곡을 틀겠습니다! 에반 에센스의 싱크로 나이트입니다!"


빛을 내는 전선들이 나무들과 가로등에 걸쳐 있었다. 그 아래로 수은 등이 빛났다. 나무들은 잎사귀를 투명하게 만드는 밝은 빛을 뿜어냈다. 나뭇잎의 디테일과 맞물려 빛을 발하는 한그루 한그루가 예술 작품이 된 것만 같았다.


무리 지어 몰려다니는 사람들은 세진이 알 수 없는 구호를 외쳤고 환호했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폭죽들이 연이어 터졌다.


거리는 하늘을 장식하는 초록색. 붉은색·노란색에 맞춰 컨셉을 변화시킨다. 일순간에 같은 초록색으로 변하는 곳은 전체가 에메랄드 같았고, 노랗게 변할 때는 사람들이 딛고 선 모든 곳이 토파즈가 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활짝 열린 창문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꽃들이었고 밤을 몰아내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열기였다.


"이봐 알!"


세진과 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장성한 알은 탄탄한 체격에 헐벗은 옷차림이었지만 누구도 그런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에는 인간들뿐만 아니라 여러 종족, 심지어 몬스터들마저 몰려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몬스터로 분장한 인간을 보면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세진의 근처에서 고개를 돌린 알에게 한 남자가 뛰어와 팔로 목을 휘감았다.


"구매했어?"


"일등석이야!"


"좋았어!"


뉴비의 라이브는 도시 축제를 실황 중계했다. 청영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바로 그녀의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몇 년 동안 이어지는 테스트 기간 동안 그녀는 자신의 방송 실력을 여지없이 발휘했던 것이다.


그 후에 정식으로 출발한 뉴비의 방송은 종을 뛰어 넘어버렸다. 그녀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중계했고, 고발했으며, 때로는 여과 없이 감싸 안았다. 통역기가 없어도 그녀의 방송을 듣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다.


"왜냐면 음악은 모든 것을 초월하니까요."


바로 그것이 그녀 프로그램의 모토이다. 그래서 그녀는 인간들의 음악 뿐만이 아니라 여러 종족의 노래를 선곡해서 틀었다. 그 노래들은 다른 종족에 대한 적대감을 희석시키고, 앞날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진통제가 되어 주었다.


라디오의 매력은 일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꼭 청각적인 것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지프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시각적인 요소를 넣기 위해 밀림을 탐험해서 전송석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아름다운 식물들. 무서운 괴물들. 독 늪 지대에서 자라는 경이로운 생명체들, 위험하지만 고고할 만큼 숨 막히는 분위기를 뿜어내는 괴물들을, 지프는 파헤쳤다.


뉴비는 에리카의 도움을 받으며 많은 존재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저명인사뿐만 아니라 청소부나 갓 태어난 요정족도 그 인터뷰 목록에 들어 있었다.


청영은 이제 뉴비와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며 울고 웃었다. 테러로드에 대해 직접적인 발언을 한 것도 뉴비이다. 그녀는 용감한 발언을 클로징 멘트로 날렸다.


"저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제가 잠들 수 있는 이유는 그녀 때문이에요. 솔직히 말해 그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기분 나빠 하지 않는다면, 저에게는 그것을 표현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선물을 받고도 기뻐하지 않는다면 제게 선물을 준 상대를 무시하는 게 되는 것일 테니까요."


그게 효시였다. 다양한 종족들은 영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을 넘어 그녀를 재해석하며 마음 깊이 받아들였다. 심지어 영을 마스코트로 만들어 파는 종족도 있었다. 티셔츠나 조각품 등이다.


화살표를 따라 간 곳은 바로 원형 경기장이었다. 세진은 서서 왼쪽에서 일어나는 물결들을 보았다. 앉아 있다가 서는 인파들은 초록색 램프를 들며 환호했다. 그 물결과 환호성들이 파도처럼 세진에게 몰려왔다. 그는 모두가 하나가 된 듯이 움직이는 것을 경험했다. 그 환호가 그를 통과해 오른쪽으로 번져간다.


열기와 응원에 관통 당하는 기분은 사람의 손에 쥐어졌을때 화형당하는 물고기, 작살에 뚫린듯 퍼득이면서도 희열에 신음하는 화형당하는 마녀 같았다.


시타델에서도 많이 나온 듯 군복 차림의 가족들도 보이는 가운데 경기가 시작되었다.


심판들의 호루라기가 울리고 벌어지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나온 아이돌들과 몬스터가 보이자 모두가 소리를 질렀다. 대형 전광판 불빛을 받는 것 외에도,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그린 위에서 선수들은 힘차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응원이 더욱 커진다.


세진은 한참 축구경기를 구경하다가, 전반전이 끝났음을 알리고 흑인 가수가 나와 브레이커 하트를 열창할때.


그곳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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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1---- +3 17.09.28 602 17 8쪽
60 금빛 시계 +4 17.09.27 684 19 13쪽
» 뉴비의 라이브 +2 17.09.27 637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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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6---- +2 17.09.22 819 21 17쪽
55 5---- +2 17.09.22 679 18 12쪽
54 4------ +5 17.09.21 679 25 8쪽
53 3------ +1 17.09.20 694 21 9쪽
52 2------ +2 17.09.20 675 20 10쪽
51 1----- +2 17.09.20 702 23 15쪽
50 라이브 +1 17.09.20 730 20 12쪽
49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나는 날. 그 꽃을 찾겠다. +3 17.09.20 713 21 9쪽
48 8----- +4 17.09.20 700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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