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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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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3,308
추천수 :
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10.02 19:20
조회
613
추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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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예정된

DUMMY

전과 다른 차원의 검색이 이루어지는 바람에, 지구의 하늘은 파란색을 유지하다가 초록색이 되었다. 아주 무더운 여름날 물이 유지하는 아름다운 에메랄드색이 아닌 아주 선명한 녹색이었다. 녹조 현상처럼 걸쭉한 풀색 하늘이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졌다. 밤이 되어도 별빛을 볼 수가 없었다.


지상에는 군대처럼 움직이는 괴물들이 살육을 벌였다. 방어전을 잘 치르는 테러로드들도 있었고 아닌 쪽도 있었다.


단테가 직접 모습을 보였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을 것이다. 제주도나 부산. 대구 쪽처럼 속수무책으로 파괴당했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그를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어디로 간 걸까?


단테의 행방을 레인이 알아차렸다.


그는 청영 안쪽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세워진 영의 동상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전에도 본 적이 있는 동상 앞에서 레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몇 시간째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제 기억이 나는 것 같아.."


그는 의미 모를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세진의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단테가 어디 있는지 그에게서 전해 들었다. 아마도 세진은 단테의 행방을 레인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렇군. 알았어."


레인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영의 얼굴만 물끄러미, 다시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드워프들이 사는 세계는 외부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테러로드들이 공략했지만 정작 코어 지역은 아직 침범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외부인의 방문을 받게 되었다. 드워프들은 그 외부인의 침입을 거부하긴커녕 두 팔 벌려 맞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천사가 그들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모든 드워프들은 넓은 광장으로 몰려나와 환호성을 지르며 단테를 환영했다.


하얀 천사. 하얀 얼굴의 단테는 드워프들이 지은 가장 높은 건물의 지붕 첨탑 위에 섰다. 그리고 고고한 얼굴로 아래를 가득 메운 드워프들을 굽어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이 깊숙한 지저 세계에 오는데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드워프들은 천사를 열렬히 추종하고 있었다. 그래서 테러로드들과 맞서 싸울 때와는 다르게 열렬히 반기며 문을 열어 주었다.


단테가 이 깊숙한 세계에 오기까지, 땀 한 방울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이 광신도들은 광폭한 살해자를 자신의 심처로 기꺼이 안내한 것이다.


소리를 지르던 드워프들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위로 올렸다. 그러면서 감격에 겨운 소리를 질렀다.


그런 군중 앞에는 드워프들의 지도자나 마찬가지인 늙은이가 있었다. 대체 얼마나 나이를 먹은 것인지 주름이 가득한 그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치매기도 있어 보이는 굴드는 단테를 보며 다른 드워프들과 마찬가지로 소리를 질렀다.


"오 천사님! 나의 천사님! 우리의 천사님!"


신열에 들끓는 듯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노인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감격에 겨운 그는 천사를 부르짖으며 지팡이를 짚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쳤다. 감동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의 발바닥 밑에서 천사를 부르짖는 드워프들을 바라보는 단테는 무언가를 기다렸다. 그의 기다림은 응답을 받았다.


"뭐라고? 확실한가?


새의 머리를 한 인간 형태의 종들이 날아와 단테에게 전해준 소식은 그로서는 의외였다.


"여기가 아니라고?"


단테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굴드만이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굴드는 대체 누가 천사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 했는지 괴로워하며 땅에 엎드렸다. 그의 주변에는 노인의 손자와 아들도 있었지만, 같이 땅에 머리를 처박느라, 연로한 노인의 행동을 말릴 수 없었다.


단테의 종들은 벌써 몇 번이나 확인했다고 주인에게 속삭였다.


"여기에 신이나 다른 천사의 흔적은 없습니다. 단테님."


"으음···."


단테는 곤혹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는 당연히 검색이 못미친 드워프들의 세계를 첫째로 의심했었다.


'신이나 천사가 숨을 곳이 있다면 땅 아래가 틀림없다.'


그래서 대군을 이끌고 지하로 내려온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부하들을 이끌고 올 필요도 없었지만 말이다. 지하로 내려온 단테는 침범할 수 없는 봉인의 흔적에 놀랐다. 자신이 생각한 경계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봉인의 잔재가 곳곳에 보였다.


솔직히 말해 이 천사도 봉인이 건재했다면 드워들의 심처로 오는 것은 불가능했으리라.

다만 봉인은 이미 박살 나 있었고, 게다가 남은 방어 시설마저도 드워프들이 자진하여 문을 열어줘 버렸다.


'드워프들쪽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방어력을 보니 단테는 오히려 심증을 굳히며 확신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여기다. 여기에 신이나 천사가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런데 종들의 보고를 들어보니 아니라고 한다.


단테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이놈들은 단지 봉인에 특화된 종족에 불과할 뿐이란 말인가?"


단테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장을 채운 드워프들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지하에 숨어 있던 드워프들이란 드워프들은 모조리 몰려나온 것만 같았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나와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생각해보면 엄청난 능력을 갖춘 놈들이다. 하지만 단테에게 쓸모없는 능력이었다. 그는 방어하는 쪽이 아니라 침범하고 학살하는 자이니까 말이다.


시간만 낭비했다고 탄식한 단테는 굴드와 다른 드워프들을 향해 입을 연다. 그의 음성은 은은하게 시작되어 벽력의 메아리처럼 광장 끝으로 번져 나갔다.


-너희들에게 심판을 내리겠다.-


"오오. 심판이다!"


"심판!"


"심판이다! 심판!"


드워프들은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고, 침 범벅이 된 입으로 심판이라고 소리쳤다. 땀을 뻘뻘 흘리며 감격에 젖은 그들의 얼굴은 광기로 뒤죽박죽이었다.


그들은 엄청난 과학력을 가지고 있었다. 무력도 굉장하다. 그런 지성과 힘을 가지고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면 커다란 파란을 일으켰을 것이다.


하지만 지하에 갇혀 살았고, 그 이유를 너무 오래되어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지하는 넓었으므로 그들이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겠지만 결국 이것이 드워프들의 미래였다.


단테가 말한 심판이란 다름 아닌 죽음이었는데도 드워프들은 기뻐하며 날뛰었다. 그들에게 있어 죽음은 종결이 아니라 천국의 진입로였기 때문이다.


물론 단테는 이들에게 사탕발림조차 한 적이 없다. 드워프들이 멋대로 상상하고 약속받았다 생각하는 것이다.


지적인 것과 힘은 믿음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 가능한 현실이 여기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럼 죽어라.-


단테의 선언과 함께 학살이 시작되었다. 그와 그의 종들이 날뛰는 광경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고 잔인한 것들이었다. 목불인견의 참상이 벌어졌지만 드워프들은 오히려 그런 죽음을 반기며 맞이했다.


무기는 들고나오지도 않은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 별별 고문을 다 당하며 말이다. 육체적으로 고통에 시달려도 뇌는 그것을 고통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니 직시하면 고통임이 분명했어도, 천국의 문을 공짜로 열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굴드는 죽어 나가는 자신의 가족을 보며 소리쳤다. 그것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그에게 있어 저들은 죽은 것이 아니다. 천국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다.


단테는 피에 젖은 상태로 걸어와 달뜬 굴드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굴드의 머리를 잡고 뽑아버렸다.


피가 솟구친다. 목이 찢겨진 굴드의 눈이 흡떴고 입이 뻐금거렸다. 그 입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혓바닥을 뽑은 단테는 그 혀를 자신의 입에 넣고 질컹질컹 씹었다.


지하는 드워프들이 흘린 피로 강을 이루었다. 그 수위는 점점 차올라 단테의 종아리 위쪽까지 적셨다. 그의 종들은 마음껏 드워프들을 유린하며 문을 스스로 열어준 그들의 무지를 비웃었다.


여성체들을 강간하고 남성체들을 찢어 먹었다. 그런 지옥 속에서도 드워프들은 행복해하며 죽어갔다. 그래서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단테가 중얼거린다.


"시간만 낭비했군."


드워프들의 영혼을 흡수한 종들이 피에 목욕한 상태로 바닥을 헤엄쳐 다녔다. 주인을 잃은 팔과 다리들이 가라앉아 있는 바닥에 행여나 생존자가 있을까 봐 훑는 것이다. 하지만 드워프들은 모두 죽은 상태였다. 지상에 남아 있는 레인만 빼고 말이다.


시체와 피가 풍기는 냄새가 지하의 검은 암벽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 아찔한 죽음의 냄새는 지하의 하늘을 날고 있는 새도 휘청이게 만들 만큼 지독하다.


엄청난 생명의 숫자가 사라진 지하에 새로운 지하수가 생겨났다. 피로 이루어진 강이다.그 강이 만들어 지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무리 나 죽여 달라고 무저항 상태로 있는 놈들이라도, 너무 많은 숫자라서 오랜 시간을 잡아먹은 것이다.


그동안 지상은 단테의 기준으로 봤을 때 평화로웠겠지만 그것도 오늘까지만이다.


“그렇다면 지상에 있단 말인가..”


드워프들이 받아들인 행복한 지옥속에 서있는 단테는 무너진 건물 위에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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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5---- +2 17.10.06 563 17 9쪽
69 4----- +5 17.10.04 600 20 12쪽
68 3---- +2 17.10.03 618 19 11쪽
67 2----- +2 17.10.03 548 15 10쪽
66 1----- +4 17.10.02 628 15 11쪽
» 예정된 +2 17.10.02 614 12 10쪽
64 금빛 시계의 주인. +5 17.09.28 668 19 14쪽
63 3---- +2 17.09.28 643 15 9쪽
62 2---- +3 17.09.28 656 14 13쪽
61 1---- +3 17.09.28 602 17 8쪽
60 금빛 시계 +4 17.09.27 683 19 13쪽
59 뉴비의 라이브 +2 17.09.27 636 21 10쪽
58 8---- +5 17.09.27 674 1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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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6---- +2 17.09.22 818 21 17쪽
55 5---- +2 17.09.22 679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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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3------ +1 17.09.20 694 21 9쪽
52 2------ +2 17.09.20 674 20 10쪽
51 1----- +2 17.09.20 701 23 15쪽
50 라이브 +1 17.09.20 730 20 12쪽
49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나는 날. 그 꽃을 찾겠다. +3 17.09.20 712 21 9쪽
48 8----- +4 17.09.20 700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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