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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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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3,328
추천수 :
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09.21 01:06
조회
679
추천
25
글자
8쪽

4------

DUMMY

세진이 터로 고른 곳은 청영과 시타델에서 약간 떨어진 곳이 아니었다.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평원이었다.


레인은 지역 지도를 보더니 의견을 말했다.


"거기에서 바로 공사를 칠순 없어. 1층 정도는 조립식으로 만들어 놓고 옮기는 식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들은 건물을 짓는 방법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 충분히 이야기가 오간 후 세진은 레인에게 말했다.


"나를 따라 올래? 내가 너를 부른 목적은 끝이 났어. 하지만 지금 다시 거기로 돌아갈 것은 아니잖아."


솔직히 확신 없이 던진 말이었지만 의외로 레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에 자리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지."


영과 태진은 세진이 도시 밖으로 나간다고 하자 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잠깐 외유를 한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아이들이야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둘은 다르다.


"퀘스트를 줄 테니 그것대로 움직이면 별문제는 없을 거야. 그렇다고 많은 임무는 주지 않을 테니까 안심하고."


"잠깐. 잠깐만!"


영은 떠나려는 세진을 붙잡았다. 세진은 혼란스러워하는 영의 얼굴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난 지금 네 의도를 모르겠어. 쭉 청영에 있는 거 아니었어? 여긴 너의 도시잖아? 나는 너의 부하고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평야에 건물을 짓고 살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그 최선이 뭔지나 좀 알자! 내가 너의 밑이라서 잠자코 있었는데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할 것 아냐! 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나도 물론 저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적어도 어떻게 키워야 할지는 알아야 제대로 대처할 것 아냐. 무슨 계획을 알아야 태진도 나도 장단을 맞출 것 아니겠어?"


그 외에도 영은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토해냈다. 그러자 멍하니 서있던 태진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분위기가 심각해지면 주저없이 몸을 사리는 타입이 바로 태진이었다.


그는 열심히 일은 하지만 테러로드가 가까이 없다면 환영이었다. 눈치 볼 일이 줄어드니까 말이다. 찔리는 일이 없어도 테러로드가 가까이에 있으면 당연히 긴장투성이가 된다.

그런데 영은 영 아닌가 보다. 세진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영의 이야기를 듣고 입을 열었다.


"영. 언제까지 도망칠 수는 없어."

"뭐?"


"꿈속에서 만나는 녀석 말이야. 녀석과 그들은 결국 널 찾아낼 거야"


영은 흠칫 놀랐다.

"내가 이야기도 안 해줬는데 어떻게 알았어?"


"그건 중요한 게 아냐."


세진은 손을 뻗어 영의 볼을 만졌다. 영은 물론 거부하지 않았다. 가끔 세진은 영을 죽이고도 싶었고, 그녀를 가지고도 싶었다. 그러나 결정을 내렸다. 그는 둘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을 셈이다.


"너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그렇게까지 되풀이되면 그 꿈은 평범한 게 아니야.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꿈이야. 그리고 널 노리고 있어. 그들이 누구겠어? 너도 사실 알고 있잖아. 그들은 천사야. 천사들은 너를 노리고 있다고. 너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어. 그리고 분명히 언젠가."


영은 세진이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너를 찾아낼거야."


"........"


그녀의 머리가 헝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속 시원해지라고 세진을 붙든 것이었는데 오히려 더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왜? 어째서? 그리고 넌 어떻게 그걸 알고 있지? 등등의 의문들이 그녀의 머리를 채우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녔다.


천사도 남에게 배려를 할까? 세진은 영에게 불필요하게 고통을 주고 싶진 않았다. 물론 그가 이런 배려를 하려 한다고 해도 그게 정말 배려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영. 너는 물건이야.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돼. 어차피 네게 자기 결정권은 없어. 아니 잘 찾아보면 포켓 어딘가에 있겠지만 그냥 내 의사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그냥 넌 그렇게 있으면 되는 거야."


영도 두려울 것이다. 밤마다 꿈속에서 말이다. 그녀는 꿈에서 도망치고 싶었을 수도 있었고, 고작 꿈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세진.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겠어."


"다들 착각하는게 있는데 말이야. 뭔가를 안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진 않아."


그리고서 세진은 입을 다물었다. 잠시간의 무거운 침묵 후에 다시 두 입술을 떼었다.


"정말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어? 그렇다면 대답해 주지. 사실 알고 나면 별것도 아니야."


영은 자리에 앉았다. 세진은 그녀가 한참 동안 생각하는 것을 서서 기다려 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천사도 남을 배려할 수 있는 것만 같았다.


영은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이었을 때 말이야."


"그래."


"의사 선생님과 심리치료를 한 적이 있어. 그건 시간이 지날수록 굉장히 고통스럽고 용기를 필요로 해. 일대일로 하는 거니까."


"...."



"나는 그 치료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아버지에게 물어봤던 적이 있어. 왜 도중에 그만두었냐고 말이야. 아버지는 그때 내게 말했어. 이 치료를 끝마치면 나는 새로 태어날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이야. 과거의 자신을 벗어 던지고, 새 출발 할 수 있음을 깨달았고 실감했다고 말이지. 하지만 그만둔 이유는 새로 태어난다는 게. 과거의 과오와 부딪히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야. 알아? 사람은 다시 태어날 수는 있어. 그런데 그러려면 죽어야 해. 죽는 고통이 뒤따른다고. "


"그걸 경험해 보지 못한 자는 이해하지 못할 말이지."


세진도 그것을 경험했다. 오늘의 나는 과거의 과오들도 모여서 빚어 만들어낸 나이다. 모든 잘못을 뿌리치고 결별한다는 것은 해피엔딩이지만 죽는다는 말이나 진배없다. 죽으면 물론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죽어야 한다면 다시 태어나는 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새사람이 된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른 나인데.


"나는 그걸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녀는 손만 뻗으면 진실을 얻을 수 있었다. 세진은 기꺼이 이야기해줄 것이다. 그런데 그 진실이 그녀에게 환희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 심연과도 같은 공포와 아득한 고통을 안겨 줄는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했다.


천사들이 친구 맺자고 영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들은 이미 한번 여기에 왔지만 너의 정확한 위치를 몰라. 왜냐면 지구 같은 땅들은 흔해 빠져서 우주에 무수하게 많거든. 모래사장에서 특정한 개미를 찾는 일이지. 언젠가 찾아내겠지만 당장은 아니야. 너는 지금처럼 살면 돼."


영은 세진에게 묻고 싶었다. 그의 정체를 말이다. 테러로드들은 원래 이런 일도 척척 알아내는 것일까? 그게 정상인가? 하지만 그녀는 궁금증을 접어두었다.


"도시에는 천사들을 만든 신도 있어. 하지만 별 도움은 안될 거야. 본인이 신인 줄 모르거든."


"신이 있는데 정작 본인이 신인 줄 모른다고?"


"그래."


영은 세진이 분위기를 풀려고 농담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것참···. 신 치고는 병신 같은 신이네."


세진이 웃었다.


"그래 그렇지."


천사들이 애타게 영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막길수가 천사들을 만든 신이라면, 영은 인간들을 창조한 신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 본인은 자신이 신인 줄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하는 말은 어찌 보면, 막길수 뿐만이 아닌, 자기 자신도 욕하는 셈이 된다.


영은 세진이 웃는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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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금빛 시계의 주인. +5 17.09.28 669 19 14쪽
63 3---- +2 17.09.28 643 15 9쪽
62 2---- +3 17.09.28 656 14 13쪽
61 1---- +3 17.09.28 603 17 8쪽
60 금빛 시계 +4 17.09.27 684 19 13쪽
59 뉴비의 라이브 +2 17.09.27 637 21 10쪽
58 8---- +5 17.09.27 674 19 10쪽
57 7---- +4 17.09.27 644 20 17쪽
56 6---- +2 17.09.22 819 21 17쪽
55 5---- +2 17.09.22 680 18 12쪽
» 4------ +5 17.09.21 680 25 8쪽
53 3------ +1 17.09.20 694 21 9쪽
52 2------ +2 17.09.20 675 20 10쪽
51 1----- +2 17.09.20 702 23 15쪽
50 라이브 +1 17.09.20 731 20 12쪽
49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나는 날. 그 꽃을 찾겠다. +3 17.09.20 713 21 9쪽
48 8----- +4 17.09.20 701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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