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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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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3,321
추천수 :
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09.20 01:21
조회
700
추천
25
글자
9쪽

8-----

DUMMY

붉은 지역이 다시 생성되었다. 그러나 지정할 수 있는 면적의 총합은 변하지 않는다. 알의 표적들은 너무 사방에 흩어져 있었고, 알은 그래서 중구난방으로 점들을 설치했다.

알이 그런 지점들을 한데 모아서 가까운 쪽부터 바깥쪽으로 돌렸다면 어땠을까? 군인들은 너무 넓은 범위라 벗어나지 못하고 몰살당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알은 지능이 높진 않아 보였다. 준과 석대는 계속 뛰었다. 그리고 다른 병사들처럼 위험 지역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요령이 붙자 달리는 도중에 발이 걸려 넘어지지만 않으면 여유가 생겼다.


다시 콩을 볶는 듯한 소리와 함께 요란한 사격이 이어졌다. 멀리 있는 쌍민은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에서 미사일이 위로 치솟아 올랐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이 붉은 낙뢰를 대지에 꽂고 있는 알의 위쪽에 명중했다.


모두가 붉은 연기를 토해내며 갈라지는 알을 보았다. 쩍쩍 금이 가서 아래로 떨어지는 조각에 깔려 죽는 이들이 속출했다.


급격하게 기압이 변하는 듯 대기가 요동치고 끔찍한 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문어의 머리에 여러 개의 노란 눈들이 달린 괴물이었다. 노란 눈들이 빛을 머금기도 전에 여러 개의 다리들이 기차처럼 달려나가 주변을 쓸었다. 그리고 마치 믹서기처럼 움직이려는지 문어가 움직인다.


산과 들은 몸살을 앓았다. 뿌리가 뽑힌 나무들이 이리저리 쓸려나가고 자갈들이 솟아올라 군인들의 방탄헬멧 위를 우박처럼 때린다.


소총을 잡은 손등에 그 돌조각이 튀어 시퍼렇게 멍이 드는 병사도 있었다. 물론 달려드는 기차 같은 다리에 휩쓸린 병사들은 시체조차도 남기지 못했다. 준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옆을 가로지르는 검은색의 다리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문어에게로 눈을 돌렸을 때, 문어의 머리가 뿌옇게 발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노란 눈에서 쏟아지는 일직선의 빔이 지면을 훑는다. 그러자 그 선을 따라 불길이 치솟았다. 주변을 그렇게 지옥으로 만든 거대 문어는 땅을 질질 끌며 앞으로 이동한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모습이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문어의 앞을 탱크들이 가로막았다. 포격이 일어나자 문어의 표면이 터져 나간다. 다행인 것은 지금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단단한 방패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문어는 전보다 빠르고 빛을 난사했지만, 방어력이 약했다.


한번에 모든 것을 다 가진 생물체는 드문 법이다. 살이 뜯겨 나감에도 불구하고 문어는 앞발로 탱크들이 모인 지역을 내리쳤다.


납작하게 쥐포가 된 쇳조각 사이에서 피들이 분수처럼 옆으로 흩어진다. 구불거리는 다리가 부서진 탱크들을 밀어 멀리 치워 버렸다.


모두는 그때 문어가 내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처음 에는 천둥이 치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말하고 있다."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는 아니었지만 분명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인간을 죽이는 거대한 생물체가 있고, 지능이 있으며, 그 지능이 악의를 가지고 인간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는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하지만 군인들은 그것을 음미하고 있을 시간마저도 없었다. 옆으로 쓰러진 차에서 남자들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엠육공을 설치하고 문어를 향해 쏘았다. 다른 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도탄이 일어나고 아군의 총알에 휩쓸려 부상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이대로 녀석을 도시 쪽으로 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어의 뒤쪽에서 폭발이 이었다. 노란색 피가 폭포처럼 흘러나오는 가운데 다시 폭발들이 일어났다.


이제 비명 같은 진동이 하늘과 그 아래를 찢는다. 문어는 화가 난 듯 다리를 모아 머리를 높게 부상시키더니, 노란 빔들을 땅에 죽죽 그었다.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도화지 위를 마구 긋는 것처럼 정해진 패턴이 없었다. 그러나 위력은 압도적이다.


"으아아! 으아아아!"


군인 하나가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노란 불길을 보았다. 밀가루를 뒤집어쓴 것처럼 그의 몸이 뒤로 부서져 나갔다. 그 불길은 그의 턱을 태우고 턱 끈이 없어져 떨어지는 방탄 헬멧마저 삼켜 버렸다. 턱 위쪽으로 부서지는 그의 얼굴은 정작, 불타는 헬멧에 가려 확인할 수 없었다.


노란 불길은 피아를 구분 못하는듯, 문어의 머리마저 태웠다. 자신도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광선들이 폭발한 화산처럼 치솟다가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노란 광선에 쬐인 눈송이처럼 노랗게 물든 근육들이 녹는다.


준은 덜덜 떨며 이동하는 화산을 보았다. 석대는 그의 곁에 쓰러져 있었다. 다행히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팔을 훑고 간 상처가 심하다. 압박붕대로 지혈해준 준의 두 팔은 피로 젖었다. 소년이 감당하기엔 힘든 전장이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거대한 괴물은 상처를 입긴 하지만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준이 소매로 얼굴을 닦아내자 땀에 녹아내린 위장크림이 잔뜩 묻어났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전방에서 불어오는 열기가 차단되는 것을 느꼈다.

준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검은 그림자가 그를 가리고 있다. 그 그림자의 주인은 바로 세진이었다.


"왜 여기에 있니?"

"......"


세진은 소풍 나온 사람처럼 안정된 음성으로 준에게 물었다. 준은 입을 벌렸지만 당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물론 세진은 그런 준을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었다.


"어떻게 알고 왔어요?"


"태진이 와서 이야기해줬어. 네가 없어졌다고 하더군."


준은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리고 세진에게 대답했다.


"너무 이상했어요."

"뭐가?"


"전 아이들 중 가장 크고 빨리 자랐어요. 그런데 가장 약해요. 친구들은 다 엄청나게 강한데 저만 유독 이상하게 약해요.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호기심도 없는데 저만 궁금했어요. 학교를 벗어난 바깥이 어떤지 말이에요. 아이들은 제가 약하니까 보호해 줘야 한다고 극성이었지만, 저는 그것보다도 바깥이 궁금했어요."


세진은 조용히 준을, 99번째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호기심은 행위의 원동력이다. 그런 메커니즘대로 움직이는 것은 준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일일 런지도 모른다. 화내는 대신 세진은 진지하게 물었다.


그가 서 있는 곳에서 멀리, 대기를 달구며 빠르게 움직이는 문어가 보였다. 녀석은 호수를 향해 돌진하는 중이었다.


"바깥은 이제 충분히 봤을 테고, 네 정체가 궁금하니? 왜 다른 아이들과 다른 건지도 궁금하고?"


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네."


정말 원한다면 답을 알려준다. 그게 바로 세진의 스타일이다. 그래서 세진은 준에게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 감당 하느냐 못하느냐는 문제가 아니였다.


"난 믹스에디터로 아이들을 만들었어. 나의 피와 영의 피로 말이야. 그래서 그들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너까지 합쳐 결국 99명이지. 하지만 말이야."


세진은 눈을 준의 눈과 맞추었다.


"내가 만든 건 98명째 아이가 전부야."


"예?"


준은 순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세진은 준의 옆에 쓰러져 있는 석대에게 시선을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원상복귀 시켰다.


"나는 98명의 아이만 만들었어."


"그게 무슨.."


"과거에 여기 이 별에서 내가 죽었을 때, 도시인 네가 나를 살려냈어. 나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지. 어쨌든지 나는 그때의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내가 원했건 아니건 당시의 너는, 호의를 가지고 나에게 그 선의를 베푼 거니까 말이야. 그래서 고맙다. 준. 나를 살려줘서 고마워. 이 도시에서 나를 살아가게 해줘서 고마워."


세진의 손이 준의 머리를 쓸었다. 준이 세진을 살렸다. 그리고 되살아난 세진은 코어가 변한 준을 거두었다. 당연히 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의 준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과거의 그는 정말 어마어마한 존재를 부활시켜 버린 것이다.


"준. 하지만 여긴 너의 전장이 아니야."


준은 세진의 손길을 느끼며 눈을 연신 깜박였다. 사실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장은 그렇다.


"학교에 대해 만족하니?"


"예..."


"그렇다면 호기심으로 위험을 지불하진 마. 그 호기심은 네 친구들을 아는 데 써. 그만큼 순수한 애들을 찾아보는 것도 힘들 테니까 말이야. 돌아가라. 준."


준의 시선이 기절해 있는 석대에게 잠시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야 만다.


준의 긍정을 바라본 세진은 멀리 위치해 있는 문어를 바라보았다. 원래 이 전투에는 관여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제 그러기엔 난감해져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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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6---- +2 17.09.22 819 2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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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4------ +5 17.09.21 679 25 8쪽
53 3------ +1 17.09.20 694 21 9쪽
52 2------ +2 17.09.20 675 20 10쪽
51 1----- +2 17.09.20 702 23 15쪽
50 라이브 +1 17.09.20 730 20 12쪽
49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나는 날. 그 꽃을 찾겠다. +3 17.09.20 713 21 9쪽
» 8----- +4 17.09.20 701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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