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ㅇㅅㅇ

던전 안의 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3,317
추천수 :
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09.22 21:24
조회
818
추천
21
글자
17쪽

6----

DUMMY

레인은 드워프들 중에서도 강하고 고귀한 신분이었다. 그 말은 가뜩이나 외곬인 드워프의 성정인데, 레인으로서는 더더욱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그는 당연히 혼자 노는 법을 마스터 하고 있었다. 온갖 생체 실험과 잡기에 관심을 기울인 시절도 있었고 말이다. 건축하다가 필을 받은 날이면 건물 위에 올라가 연주를 하는 것도 혼자 놀기의 맥락이었다. 전자 바이올린의 현이 숨 가쁘게 진동하며 음악을 흘려내자 그는 거기에 젖어 들었다.


'사실 연주하는 것보다 듣는 게 좋아. 편하고 말이야. 하지만 이렇게 직접 스트레스 푸는 것도 중요하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고 연주를 하다가 다시 눈을 떴다. 그런데 아래쪽에서 세진이 손을 젓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연주를 멈추고 아래로 내려오는 그이다.


"왜?"


"잠깐 조용히 좀 하라고."


그들은 비를 맞으며 텔레비전을 주시했다. 외국은 한국 테러로드들의 침공으로 난리도 아니었다. 무참히 밟히는 인간들. 인간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흑인이라고 색깔 더럽다고 죽이고. 백인이라고 재앙의 원흉이라고 죽이고. 중국인이라고 죽이고. 여자라고 죽이고. 남자라고 죽이고. 이유도 가지각색이군."


"다 핑계야. 그냥 죽이고 싶은데 이유가 필요할 뿐이지."


"이렇게 마구 죽여도 돼?"


레인이 손가락으로 불타는 파리를 가리켰다. 가뜩이나 프랑스 상태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는데 한 테러로드는 거기에 쐐기를 박아 놓고 있었다. 애완견들을 거대화시켜 프랑스인들을 잡아먹게 하는 중이다. 그래도 방송을 찍는 녀석은 진취적인 테러로드였다. 서양까지 몸소 행차하신 걸 보면 말이다.


'달팽이 먹는 야만인들아. 개고기 먹는다고 지랄한 대가를 치러라.'


이렇게 듣자니 아무래도 저건 시청자들을 의식한 멘트 같은데 말이다. 개에게 별짓을 다 당하는 프랑스인들을 보며 레인이 말했다.


"가뜩이나 이제 남은 프랑스인들도 없는데 저러다가 씨가 마르겠어."


"말은 저렇게 해도 다 죽이지는 않을 거야. 도시에 인간은 필요하니까.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


"아. 그렇지. 도시가 유지되려면 인간이 필요하다고 그랬지."


레인은 세진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이 작은 상자 안에 세상에 대한 소식들이 다 휘몰아치고 있었다. 대개는 테러로드들의 방탕함과 광기와 맞물린 사건들이다. 그들은 거침없이 살육을 자행하며 인간들을 지옥에 몰아넣었다. 시청률 경쟁인지 별별 방법으로 인간을 고문하고 살해한다.


"설령 인간들을 다 죽이고 싶은 테러로드가 있더라도 인간에게 종말을 가져다줄 수는 없어. 도시가 원하지 않으니까. 도시는 테러로드의 정체성이야."


"인간 집단을 고집하는 도시에 대해 의문이 든 적이 있었어. 집단을 유지해야 하는 게 도시의 필요충분조건이라면, 인간 집단이 아니어도 될 텐데 말이야."


언젠가 영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세진은 도시를 옮길 것을 고려하겠다는 테러로드들의 성명을 텔레비전을 통해 전해 들었다. 도시는 물론 옮길 수 있었다. 과거 역사 속에서도 대이주나 천도에 대해 나온다. 새로운 도시가 태어나거나 이주하는 인간들을 따라 도시도 이름을 탈바꿈하며 따라간다.


도시는 왜 그렇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인간에 구애받아야 하는 걸까?


"왜 이렇게 인간이 많은 걸까?"


세진의 말에 레인은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지구 같은 땅은 우주에 아주 널려있어. 환경이 좀 다른 곳도 있지만 말이야. 이런 행성은 흔하고 흔해. 그런 행성들에 비하면 지구는 아름다운 곳도 아니지. 미추를 떠나 인간들이 가득가득 땅 위를 채우고 있어. 가끔 드워프들이 보면 인간들이 이렇게 많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거야."


"짝짓기를 잘하니까. 수가 많은 건 이해해."


"짝짓기는 다른 생물들도 자주 하는 게 많아. 차이라면 생물 중에 유독 인간만 그런 유리한 점들이 몰려 있지. 순식간에 번성하고 땅을 가득 채웠어. 그들의 언벨런스 함은 누구나 알아. 눈에 확 띌 정도지.


너무 유리한 점을 몰아줬고 형평성이 없어. 또 유리하게 만들거면 좀더 디테일하게 설계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없잖아? 처음부터 왜 그렇게 설계된 걸까?"


"......."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하지 못한 사실을 보고 유추할수 있는 것은, 인간을 만들 당시 신에게 여유가 없었다는 사실이야. 사실 뭐 하나 만드는데 일주일 남짓은 너무 짧은 시간이거든. 우리 눈앞의 텔레비전도 일주일만에 뚝딱 하고 만들면 좀 찜찜하잖아? 좋은 제품에는 그만큼 시간이 걸려. 하지만 신이 그걸 몰랐을까?"



영의 꿈속에서 스포일러가. 다른 천사가 이렇게 말했었다. 성서 같은 서적에 일부의 진실이 있다고 말이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그랬는지, 아니면 소설성에 집중했느라 그랬는지. 기록물 형식을 띄워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성서 같은 경우에는 비교적 그런 부분적인 진실이 잘 나와 있었다.


"신은 전능하지 않아. 인간은 인간이 위대하니까 그런 인간을 탄생 시키려면 더 위대해야 한다는 자만감의 논리에 빠져 전능을 끼워 넣었어. 그런 생각은 어린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부모에 대해 흔히 갖는 착각이잖아."


"······."


"성직자들의 혓바닥에 놀아나지 않고 진실을 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어. 신도 실수를 해. 자신의 잘못을 뉘우쳐. 오류를 수정해. 완벽하지 않고 전능하지 않아.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해. 왜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하지? 기회를 주기 위해서?


그건 사자가 새끼를 벼랑 밑으로 떨어뜨린 말이나 비슷한 생각이야. 현실성이 없지. 시험하는 이유는 그래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야. 시험 자체가 신의 연약한 부분을 말하는 거야."


"좋아. 천사가 들려주는 신학개론이군. 잘 듣겠어."


레인은 과장하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보통의 드워프라면 이런 말을 듣고 도끼를 들어 올렸을 텐데 그는 아니었다. 텔레비전 안의 죽어나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세진은 설명을 계속했다. 도시는 왜 인간에게서 독립할 수 없는가에 대한 답을 위해서 말이다.


"비로소 신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답은 가까워지지. 그리고 의문이 생겨나."


-왜 이렇게 인간들이 많은 걸까?


다른 행성이야 여기의 인간들이 알 수 없다 쳐도, 지구상의 인간들을 보면 숫자가 너무 많다. 그리고 의문은 또 하나 있다.


-왜 신은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들었을까?


외로워서? 신이 전지전능하고 강하기만 하다면 외롭다는 말이 맞지 않는다.


"왜 신은 자신을 본떠 인간을 많고 그렇게 많이 증식하도록 놔두었을까? 단순히 대장 놀이를 하고 싶어서? 신이 연약한 존재라고 생각해봐. 지금은 천사들이 나타났으니 더욱 이해하기 쉽겠지. 신은 천사들에게서 도망쳐야만 했어."


영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영은 천사들을 피해 도망가야만 했다. 하지만 언젠가 천사들은 그녀를 찾아낼 것이다. 틀림없었다. 그녀는 우주에서 유일한 코드였으니까 말이다. 단 하나뿐인 존재니까 검색되기도 쉬웠다.


그때 그녀는 머리를 굴렸다. 생각을 비틀어 봤던 시점도 바로 그때이다.


"책에도 천사가 인간보다 먼저라고 나와. 시간상으로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게 써놨지. 다만 천사가 가장 먼저였어. 천사들의 아버지가 먼저 천사를 만들고, 천사들은 여자를 만들었어. 그들은 남자뿐인 자신들에게서 여자를 태어나게 하고 싶었던 거야."


"......."


"여자를 태어나게 한다는 건 이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그들도 신의 반열에 들겠다는 의지야. 이미 여동생이자 딸을 창조했을 때 그들은 자격을 가진 거야. 남은 것은 그녀를 활용하는 것이었지. 창조한 목적대로 말이야. 다른 입장을 강요한 거야.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들에게서 도망쳤어. "


"그들의 도구가 되기 싫어서?"


레인의 반문을 무시하며 세진은 설명을 계속했다.


"추적을 피해 가까스로 멀리 달아난 그녀는 머리를 굴렸어. 그리고 오히려 역발상을 했지."


영은 독특한 존재였다. 우주 어딘가에 있어도 드러나는 개성이라면? 오히려 그 개성을 지워 버리면 된다. 특이점을 지워 버리는 것이다.


"그녀가 어디서든 반짝이는 유리 조각이라면, 차라리 거대한 모래사장을 만들어서 그 속에 파묻어 버리면 돼. 아무리 찾고 싶어도 찾으려면 한참 걸리는 배경을 창조하면 돼. 그리고 그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말이야. 그래서 태어난 거야. 아득하게 펼쳐진 하늘. 광활한 대지. 그 중간을 채우는 인간들."


"······."


에덴에서 쫓겨난 이브는 정말 쫓겨난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걸어 나온 것일까? 에덴에는 아버지인 막길수가 있었고. 아담 격인 천사들이 구름처럼 덮고 있었다. 아담이라는 것은 흔히 알듯이 단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모두들 눈을 빛내며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로서는 숨이 막혔을 것이다. 그래서 도망친다.


이렇게 레인은 상상했다. 그는 성서를 좋아했으니까 이렇게 상상할 수 있었다.


"인간들은 필요에 의해서 태어난 거야. 그녀의 복제물로 말이야. 지구로 치면 인간이 있던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했지. 그리고 가득 찬 상태로 바글거리며 살아갔어.


천사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는 셈이지. 봐봐. 그녀를 죽일 수는 없어. 천사들은 그녀가 필요해. 그녀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그 경이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대가가 따랐는지 너는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 그렇게 간신히 기적을 뚫고 태어난 게 그녀야. 그런데 그녀는 인간들 속에 숨어 버렸어. 우주에 인간들이 가득 차고 가득찼어."


"........"


"흔해빠진 생명체치고는 함부로 죽일 수도 없어.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흔들기를 했던 거야. 꿈속에서 접촉하고. 인간들을 학살하기도 해봤어. 하지만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어.그들은 인간들을 죽이면서도 두려워졌어.


한꺼번에 너무 많은 학살 중에 디테일하게 감시 하는 게 가능할까? 혹시 영이 제정신이 아니면 어쩌지? 인간인 척 하고 죽어 버리면? 등등. 여러 변수는 언제나 존재하지.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몰라."


"여기가 습격 받은 이유는 뭐지? 서양인들이 초죽음 당했잖아."


"천사들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드워프들도 그렇듯이 말이야. 지구가 발견되면 의무상 여기까지 와야 해. 멀고 먼 변두리까지 말이야.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지. 인간들이 넘쳐나는 곳은 쌓였는데 말이ㅑ. 그래서 분풀이를 한 거야. 그래도 그 학살 내에서 기본적인 검색 과정은 거쳤을 거야. 그러면서도 정작 그녀가 여기 있는지는 몰랐지. 알았다면 억울해서 땅을 쳤겠지."


세상이, 그녀가 아는 세상이 온통 거대한 검색대나 마찬가지였다. 천사들은 과연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꿈을 통해 말을 걸어봐도 그녀는 자아마저 완벽히 속이고 있었다. 본인이 신이라는 것을 모르니 더더욱 자세한 위치를 알 수가 없다.


***


"도시가 왜 인간에게서 독립할 수 없냐면, 천사들이 그녀를 찾아내기 위해 한 수많은 조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야. 생각해봐. 인간의 본성은 부모를 따라가기 마련이야. 인간들의 본성 중 하나가 뭐겠어?"


"외로워하고 무리를 짓고 사는 거지. 사회적인 동물이니까."


"인간이 서너 명만 모여도 집단이 만들어지고 암묵적인 리더가 생겨. 인간은 단수를 지향하지 않아. 인간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야. 그래서 집단과 사회는 필연적으로 생겨나. 그래서 천사들은 그런 패턴에 검색을 부여한 거야. 좀 더 능동적으로 말이야.


그래서 도시의 자아가 태어났어. 하지만 오래 방치하다 보면 시스템은 자동 업그레이드되기도 하지. 그리고 외성을 향해 발전하기도 해. 그중에서 망각도 하고 말이야. 이런 변두리의 추한 행성의 시스템들은 어떨까?"


그래서 도시는 점점 기본적인 목적을 망각하고 생존에 목메게 되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인간을 검색하기 위해 태어난 프로그램이니 인간에 구애 받는 메커니즘을 벗어던질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새 영의 발견보다는 생존이 우선시 되어 버렸다.


많은 도시가 죽고, 다시 증식하여 태어나며, 그들은 특이한 힘도 가지게 되었다. 그 힘으로 생명체를 부활시키면 그 대가는 하나뿐이다. 우리가 너를 살렸으니 너희도 우리를 살려 달라는 것이다.


마치 아이처럼 부르짖는 그 외침에 테러로드들은 기꺼이 화답했다. 다만 인간들에게는 아니다. 인간들은 그냥 연료다. 그것도 도시를 번거롭게 하는 질 낮은 연료 말이다. 테러로드들은 왜 굳이 인간에게 도시가 얽매여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근절 시킬 수는 없었다.


천사들 입장에서는 우주 전체에 넘쳐나는 인간들이 문제였다. 너무 흔하고 미약한 존재들이라서 신경을 끄자면 대수롭지 않은 개체들이었지만···.


-인간 어딘가에. 이 숨 막히게 악취 나는 쓰레기들 어딘가에 보물이 숨어있다.


그게 그들을 괴롭게, 천사들끼리도 서로 갈등하게 했고 미치게 했다.


"그녀는 고통을 피해 도망친 건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수모를 피하고자?"


레인의 대답에 세진은 입을 다물었다. 세상은 그녀에게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녀를 찾기를 바란다. 간절히. 너무나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천사들의 미래가 바로 그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를 수치스러워하고, 원망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녀는 배신자였다. 공동체의 바람을 피해 도망쳤다. 또 어떻게 보면 피해자였다.


막길수가 자신을 외면했던 것도 이런 고민이 묻어난 이유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여기에 와 있으면서 자신을 잃은 이유는 영의 위치를 고자질하지 않겠다는 뜻일지도 모르지. 그 많은 별 중에서 굳이 행성에, 영이 있는 여기에 와있다는 게 너무 공교로우니까.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지나쳐.'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영을 태어나게 한 아들들의 입장에 서야 할지, 그들의 염원을 알면서도 영의 입장에 서야 할지 너무나도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렇게 막길수는 차라리 아버지의 입장에서 내려왔다. 신의 권좌에서 내려왔다. 그는 평범한 돌멩이가 되었다. 그게 그의 부정이었다. 어떤 일도 말리지 못했지만, 그는 그대로 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


"신은 강한 존재가 아니야. 정작 신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신을 받든 인간들이 자랑질하듯 신을 그렇게 말하고, 그에게 가는 길을 끊으며, 그의 본 모습을 가리고 있지.


그게 비록 신이 원하는 위장된 진실이라 하여도, 그 자식들은 너무 서슴없이 그렇게 하고 있지. 결국, 신의 진실한 편은 없는 셈이야. 모든 것을 알고 그 편이 되어주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신을 잘 안다고 하는 자들은 그렇게 신의 위장을 도와주고 있어. 그렇게 떠드는 자들로 인해, 아무도 신인 그에게 다가갈 수 없으며, 신은 자신이 신인 것마저 잊고 존재하고 있지."


인간 그들이 만들어낸 신의 설정대로라면, 아무도 진실한 신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었다. 인간들이 영의 참모습을 알고 나서, 그런 필요 때문에 인간을 창조한 것에 화를 내어야 하는지 동정하고 용서해야 하는지조차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



레인이라는 드워프는 세진의 편이었다. 그는 이 건설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그렇다는 것은 이 건물의 목적에 찬성한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세상이 굴러가는 것을 잘 알면서도 세진의 뜻에 동조하는 지지자였다.


그의 선택은 그의 동족처럼 신앙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영이나 태진처럼, 쌍민처럼 입장때문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세진은 이런 이야기까지 해주었다. 레인은 세진의 아군이자 뜻을 함께하는 지지자이니까.


"내가 이런 말을 설령 다른 드워프들에게 해줘도 믿지 않을 거야. 신성 모독이니까."


"그랬다간 넌 화형당할수도 있어. 지하에서도 화형은 즐겨 하겠지? 편소 네가 노는 꼴을 보니까 넌 왠지 구실만 주어진다면 집단 내에서 적극적으로 화형 당할 것 같아. "


"생각만큼 자주 하진 않아."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천사가 드워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 천사는 유독 흐린 하늘을 좋아했다.


지금과도 같은 하늘을 좋아했다.


그 천사는 평소 자기 분수를 지키는 것을 고집하며 살았고,


이 지구에 추락했으며,


이제 와 그가 가진 날개는 단 한 장 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안의 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소설이 끝났습니다. +12 17.10.06 1,447 0 -
76 에필로그 3. +14 17.10.06 1,175 31 7쪽
75 에필로그 2 +3 17.10.06 695 27 6쪽
74 에필로그 1 +4 17.10.06 789 28 11쪽
73 예정된 시작과 결말. +8 17.10.06 788 18 10쪽
72 7---- +2 17.10.06 602 14 16쪽
71 6---- +2 17.10.06 553 17 21쪽
70 5---- +2 17.10.06 563 17 9쪽
69 4----- +5 17.10.04 600 20 12쪽
68 3---- +2 17.10.03 618 19 11쪽
67 2----- +2 17.10.03 549 15 10쪽
66 1----- +4 17.10.02 628 15 11쪽
65 예정된 +2 17.10.02 614 12 10쪽
64 금빛 시계의 주인. +5 17.09.28 669 19 14쪽
63 3---- +2 17.09.28 643 15 9쪽
62 2---- +3 17.09.28 656 14 13쪽
61 1---- +3 17.09.28 602 17 8쪽
60 금빛 시계 +4 17.09.27 684 19 13쪽
59 뉴비의 라이브 +2 17.09.27 636 21 10쪽
58 8---- +5 17.09.27 674 19 10쪽
57 7---- +4 17.09.27 644 20 17쪽
» 6---- +2 17.09.22 819 21 17쪽
55 5---- +2 17.09.22 679 18 12쪽
54 4------ +5 17.09.21 679 25 8쪽
53 3------ +1 17.09.20 694 21 9쪽
52 2------ +2 17.09.20 675 20 10쪽
51 1----- +2 17.09.20 702 23 15쪽
50 라이브 +1 17.09.20 730 20 12쪽
49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나는 날. 그 꽃을 찾겠다. +3 17.09.20 713 21 9쪽
48 8----- +4 17.09.20 700 2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