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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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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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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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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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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09.28 11:00
조회
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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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9쪽

3----

DUMMY

- 52시간 전-


정래는 휴대폰으로 진영에게 연락했다.


'어쩐 일이야? 제주도에서 바쁘게 일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뭐···. 그렇게 되었어."


'여기 들리지도 않아서 무지 바쁜 줄 알았지. 그런데 연락할 시간도 있고 말이야. 관광차 갔나 보네?'


진영의 말에 유난히 머뭇거리는 정래였다. 그는 말을 빙빙 돌리다가 이상한 질문들을 진영에게 던졌다. 진영이 다스리는 도시에 관한 것들이었다.


진영은 안색이 무거워지더니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넌지시 물었다.


'있잖아. 정래. 언젠가 너를 이기고 싶었어.'


"그래?"


'마작에서 한판 정도는 져줘도 되잖아.'


"나중을 기약하자고."


그렇게 대답한 정래는 계속 뭔가를 물었고 진영은 대답했다. 그리고 통신이 두절되었다.


"왜 거짓말을 하셨습니까?"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 정진 앞에서 진영이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제주도에 이변이 일어난 것 같아. 정래와 체스를 둔 적은 있어도 마작은 하지 않았거든."


"······."


"정래가 전에 말했었지 드워프들의 동태가 이상하다고 말이야.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벌어졌군."


진영은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드워프들의 폭탄 만드는 움직임이 멈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설마설마했었다. 그들이 폭탄을 만드는 이유는 자진해서 신앙심을 증명하기 위해였다. 그런데 천사가 강림해 버리면 거기다 대고 폭탄을 터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우일지도 모르니 ..제주도를 스캔해봐. 거기가 멀쩡하다면 스캔에 대한 사과문을 보내면 될 일이니까 말이야."


"네."


진영의 명령에 따른 정진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한편 식은땀을 흘리는 정래의 머리 위로 손이 얹어졌다. 평소의 당당함은 어디로 갔는지 그는 비굴하게도 목숨을 구걸하기 바빴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정래는 남을 염탐하기 좋아했고 야망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공명심도 충분했다. 탁상공론가였고 탁자 위에서 그는 대의에 몸 바친 군주. 멋진 파이터가 되었다. 하지만 이럴 때에 그의 그런 성질은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살아남고 싶었다. 왜 죽어야 한단 말인가? 세상에 달콤한 게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야속하게도 여러 개의 손은 그의 머리를 붙잡고 몸에서 찢어냈다. 그리고 그들이 벌어진 입에서 이상한 액체들이 흘러나와 정래를 조립해, 다시 태어나게 했다.


개구리.


양쪽으로 불거진 붉은 눈에 흰 동공이 박힌 개구리 한 마리로 그는 다시 태어났다. 그 개구리는 부들부들 떨며 쌍검을 양손에 쥐었다.


"이제 너는 프로그맨이다."


"저는 프로그맨입니다."


이제 목숨을 구걸하던 정래는 이제 여기에 없었다. 크고 흉측한 개구리는 눈을 반달 모양으로 휘며 웃었다.



-67시간 전.-


며칠 전부터 제주도에 파란 오로라가 떴다. 그곳의 테러로드들은 그런 기후를 세팅한 적이 없는데 이상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에러인가 보지."


정래의 계획을 듣기 위해 제주도의 테러로드들은 한 자리로 몰려들었고 제주도는 손님맞이로 몸살을 맞이하고 있었다.


벌거벗은 여자. 남자. 술. 고기들이 회의장에 가득 찼다. 그리고 회의가 시작되려는 찰나. 하늘에서 하얀 물체들이 내려왔다.


마치 석고로 만든 조각상처럼 생긴 그것들은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들은 제주도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물론 제주도는 자체적인 방어막을 가지고 있었다. 무기들도 많았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모든 것이 괴물들 앞에서 처참하게 녹아내렸다.


그리고 대규모 학살들이 벌어졌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잔인한 일들이 유행처럼 괴물들 사이에서 번졌다.


천사의 충실한 종들은 하늘에서 내려와 생물체들을 어육으로 만들어 먹었다. 우리에 가두고 고문했다. 다행이라면 고문의 강도는 강했지만 오래 걸리진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에 갇힌 채 불에 타죽은 인간들이 쌓이고 쌓였다. 그들의 뼈들이 녹아서 흐물흐물 해질 때 산림에 불을 질렀다. 문화재들을 파괴하고 조각상을 무너뜨렸다. 옥토에 피고름을 풀어 놓고 땅의 속살을 헤집었다.


이런 행위들은 지구 전역에 걸쳐 곳곳에 일어나고 있었다. 딱히 어떤 전략을 가지고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지구 전체를 뒤덮을 것이다.


격렬히 저항하는 테러로드도 있었고 도망치는 테러로드도 있었다. 대부분은 잡혀 어육이 되었다. 그리고 거대한 입안으로 들어갔다.


천사의 영적인 여파가 땅 위에 몰아치자 땅은 끔찍한 변형을 일으켰다. 식물들의 뿌리를 찢어발길 정도로 딱딱해졌고 색이 변했다. 진한 선홍빛을 띄거나 파란색을 띄우는 땅도 있었다. 지진이 일어나고 검게 굳어버린 땅은 양쪽으로 쩌억 하고 갈라졌다.


그리고 노란 이빨들을 드러냈다. 지면에 생겨난 입 위로 검은 구멍 두 개가 생겨났다. 그 구멍은 뜨거운 콧김을 푸륵푸륵 뿜어냈다. 역겨운 냄새를 머금은 수증기가 간헐천처럼 하늘 높이 뿌옇게 일어났다가 사라져 간다.


멈출 수 없는 증오가 땅 위에 역사했다. 그 무형의 힘들은 노동자처럼 움직이며 땅을 어떻게 하면 더 황폐하게, 끔찍하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만 같았다. 생명체들은 검은 구멍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외마디 비명만을 남긴 채 말이다.


그들은 깊은 곳 지옥 속에서 다시 태어났고, 수백 수천 마리의 개로 화하여 땅 위로 다시 기어 올라왔다. 불타는 인간의 얼굴이 붙은 개의 형상으로 말이다.


제주도는 피바다가 되었지만 정작 단테는 거기 있지 않았다. 그는 어디에 있었을까?




-시간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한참 전-


단테는 천사들 중에서도 전사로서 크게 인정받는 존재였다. 그의 발언권을 무시하기란 어려웠다.


그래서 원로 격인 천사들은 참고 단테의 발언을 들어줘야만 했던 것이다. 단테의 열변을 듣고 난 한 원로가 손을 들어 질문한다.


"이보게 단테. 자네의 말은 잘 들었네. 그래 좋아. 그런 쓰레기 같은 땅에 자네가 말하는 그 배덕자가 있다 치세."


"분명히 있는 게 확실합니다. 그는 살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다 치고, 그래도 그는 죗값을 받았어. 만에 하나 살아있다 쳐도 시체나 다름없다고. 그런데 그를 찾아내서 여죄를 추궁하겠다고? 대체 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러자 단테는 눈을 번들거렸다.


"그라면 그녀의 행방도 정확하게 알고 있을 테니까요."


원로들은 수군거렸다. 천사들은 분명 언젠가 영을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자기 자신까지 봉인해 버린 자아를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포일러도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것 아닌가?


"그래. 유능한 전사라면 찍기 실력도 차원이 다르겠지. 암 그렇고말고."


단테는 혀를 끌끌 차며 비꼬는 한 원로를 표독스럽게 노려보았다. 그러자 다른 원로가 진정하라는 듯이 탁자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단테. 정말로 그녀를 찾고 싶어 하는 건가? 아니면 그에 대한 호승심 때문인가? 그가 살아 있다 해도 자네의 적수가 되지 못해. 그는 이미 벌을 받으며 철저히 망가졌어. 아니 죽었어."


"그는 살아 있습니다!"


이건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돌림노래였다. 단테의 주장에 뭔가 타당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감이란다. 감.


결국, 원로들은 포기했다. 유능한 전사가 쓰레기장에 가겠다는 것을 말리고 싶었지만 저런 고집에는 만류도 한계가 있었다.


"그 감이란 거 참 설득력이 떨어지는군."


"이 느낌을 저로서는 거부할수가 없습니다. 뚜렷한 증거를 제시할수 없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무엇보다도 그에게서 빼앗은 날개들이 제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테의 등에는 세진에게서 빼앗은 날개들이 달려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전보다 더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그의 탐욕은 마지막 한 장마저 원한다. 그 결과 세진이 짐승 이하의 격으로 떨어지든 말든 그가 알바는 아니었다.


단테는 속이 뻔히 보이는 속셈을 감추려 하지 않으며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승인을 받아낸 것이다. 원로들 입장에서는 채우지 못할 욕망때문에 심력만 낭비하는 단테가 어리석기 그지없어 보였다.


'날개에 입이 달렸나? 어떻게 알려줘? 욕망에 몸이 달아서는..'


"그래 허락하네. 목적 성취보다는 왕복하는데 오히려 더 시간을 잡아먹겠지만 말이야."


그 변두리까지 가려면 한동안 단테의 얼굴은 보지 못할 것이다.


"그 천사는 죽었어. 가봤자 시체도 찾지 못할 텐데 대체 왜 저러는 건지."


"자신의 몸만 피곤한 거지 뭐."


원로들은 그런 말을 나누면서 멀리 떠나는 단테를 배웅했다. 참 어수선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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