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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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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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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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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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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

DUMMY

-48시간 전-



절망은 드워프 들의 동태로 인해 충분히 예고되었다. 충고도 있었다. 하지만 진영은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망칠 곳이 없어 보였다. 지구촌은 좁았다.


결국, 죽는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가 주위에 특별한 애착 대상이 없었다는 것도 진영의 결심을 부추겼다. 진영은 도시를 운영하며 쾌락적으로 살지 않았다. 그래서 집착하는 것도 없었다.


물론 죽는다는 것은 달갑지 않다.


'내 최후는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진영은 제주도가 불바다가 되었다는 보고를 들었다. 지구에 강림한 천사는 개체 하나로 보인다. 그러나 전처럼 하급들이 떼거리로 왔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꽤 상위 천사가 홀로 지구에 내려왔다.


그의 목적은 뻔했다.


한국의 가장 아래쪽을 지배하는 진영의 도시들은 꽤 방비가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방어를 믿기엔, 상대가 너무 말도 안 되는 존재다.


바다 쪽 위의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물었다. 그리고 낙뢰가 치는 것이 육안으로도 충분히 확인되었다. 진영은 모니터를 통해 해일이 밀려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해안가의 고층빌딩들이 도미노처럼 차례차례 무너져 내렸다.


마치 거인이 장난을 친 것에 된통 당하는 것만 같았다.


"해상에 대규모 검색 장치가 떴습니다. 제주도와 마찬가지입니다. 학살을 당하기 전에 검색부터 실시했어요. 주인님.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이 딜레이가 마지막 기회입니다."


옆에서 그의 보좌관인 정진이 보고를 해왔다. 천사는 학살을 하기 전에 생명체들을 충분히 스캔해 보았다. 그리고서 공격을 했다.


진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하얗게 질려 있는 정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진은 진영의 심복이었다. 그는 다른 테러로드들 밑에서 고통받는 인간들을 보다가 진영의 밑으로 와서 감복했다. 과연 인간다운 삶인가? 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진영은 인간들을 멋대로 다루지 않았다.


진영의 시선이 정진의 눈 밑에 있는 눈물점을 훑었다. 진영은 힘겹게 입술을 떼어내며 정진에게 속삭였다.


"너라도 도망가라."

"주인님은요?"


"이 도시는 나를 살렸어. 이 도시를 남겨두고 갈 수는 없어. "


인간들보다 도시를 먼저 생각하는 진영은 정진의 처지에서 보면 악마와 다름없었다. 지옥에 떨어져야 할 존재는 천사뿐만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정진은 발을 떼지 못했다.

그는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된 거.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너는 네 결정을 후회할 거야. 나도 내 결정을 이미 후회하기 시작했거든."


"......."


푸르스름한 빛은 지상 위를 숨 가쁘게 훑으며 비추었다. 그리고 가끔 상공에 오로라 비슷한 것이 일어났다. 시민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웅성거렸다. 정진은 그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해 주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히 알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다.


시내에서는 당연히 폭동이 일어났다. 서로 먼저 도망가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그 순간 상륙이 시작되었다.


커다란 게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왔다. 그들의 등딱지 위에는 제주도에서 학살한 사람들의 머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마치 전리품처럼 말이다. 퉁퉁 불어 있는 머리를 관통한 가시 끝은 갈고리 모양이었다. 밀려드는 게들이 해안선의 무너지지 않은 성벽과 일차 충돌을 일으켰다.


그 진동을 수백 미터 밖에서도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비행기들이 떴다. 그리고 폭격을 게들에게 퍼부었다. 게들이 박살 나면서 하얀 액체들을 사방에 튀겨대었다. 마치 기름에 볶아내는 것처럼 불바다 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이차로 밀려오는 것은 충차처럼 생긴 길쭉한 머리를 가진 생물들이었다. 공룡 같은 덩치를 보며 진영은 제주도의 생물체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즉 본대는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다는 소리다.


하지만 폭탄을 아낄 생각은 없었다. 전투기에서 쏘아진 미사일이 날아가 공룡의 옆구리에 충돌했다. 불기둥이 솟아오르며 대낮에 터트린 조명탄처럼 주위를 밝혔다. 그림자를 지우는 폭발이었다. 그 위력에 그림자들은 숨을 죽이고 몸을 낮추는 듯 한동안 위아래로 움직였다.


다시 해일이 해안가를 휩쓸었다. 이번 해일은 강력한 녀석은 아니었다. 다만 병력을 육지에 남겨놓고 후퇴했다.


스캔이 끝났다는 신호처럼 하늘이 붉은색으로 불타올랐다. 인공적인 석양 아래에서 도시는 강력한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금속 말을 탄 괴물이 손을 휘두르자 성벽이 무너졌다. 그 무너지는 돌무더기에 동료들이 깔렸지만, 그들은 뾰족한 머리로 파편들을 헤치고 나왔다.


그리고 인간들을 찾아 분주히 발을 놀리며 땅 위를 기어 다닌다. 지상에서 쏘아진 파괴 광선이 비행체들을 두 조각낸다. 비행기가 추락하기 전에 탈출한 파일럿의 몸이 좌석째로 혀에 휘감긴다. 바다에서 날아오른 청새치가 혀를 움직여 입안에 넣고 씹었다.


파일럿의 육편이 청새치의 주둥아리를 타고 흘러내린다. 청새치는 땅으로 착지하며 여섯 개의 발로 몸체를 지탱했다. 그의 몸체는 전차 한 칸 크기였다. 물에 젖은 넉 장의 날개를 파르르 떨던 녀석의 머리에 총알들이 날아와 박혔다. 눈이 날아가고 하얗고 끈적한 액체가 땅이 튀었다. 하지만 청새치는 너덜너덜해진 머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화염과 함께 도시가 연기에 휩싸였다. 천사의 장난질에 그 안에 있는 생명체들은 철저히 유린당하며 비명을 질렀다. 소의 머리를 한 괴물이 식칼로 인간들을 도살하고 다녔다. 그러면 뒤따라 오던 작은 괴물들이 인간들의 조각난 몸에 유황 냄새가 나는 액체들을 들이붓는다.


그러면 인간들의 육편이 합쳐지며 기괴한 생명체가 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꼭대기에 달린 인간이 비명을 지르며 피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바닥에 닿을 듯이 밀착되었다. 인간의 머리들을 삼각형으로 모아 몸을 일으킨 도마뱀이, 높이 곧추세웠던 몸을 납작 엎드렸기 때문이다.


가시 돋아난 꼬리를 휘두르는데, 도망가던 군인의 몸이 그 꼬리에 맞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도마뱀에 달린 인간의 머리들은 아직도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하지만 공황 상태에 빠진 그들의 머리들은 곧 박살 난 군인의 시체를 으적으적 씹어 먹어야만 했다.


도마뱀의 식욕은 무서운 것이었다. 배가 고프다는 괴로움이 인간들의 뇌를 붙잡고 물에 젖은 스펀지를 쥐어짜듯이 유린했다.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배를 채워야만 했다. 그래서 허겁지겁 군인의 살과 피를 입술로 빨아댔다.


황금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마름모꼴의 진형을 이루며 전진했다. 그러면서 검을 휘두르는데 거기에 닿는 것들은 무엇이든 잘려나갔다. 그들이 통과하면 건물들이 내려앉고 앞에 마주 서는 것들은 박살이 나서 흩어졌다.


기마단도 출발했다. 검은 소를 탄 돼지들은 창을 휘둘렀다. 총탄들이 따갑게 그들의 플레이트 메일을 때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화염 방사기에서 흘러나온 불꽃이 기마단의 반을 집어삼켰지만 불타는 돼지들은 그 상태로 창을 찍어댔다.


결국, 불타는 창에 꿰인 인간들의 몸이 하늘 높이 떴다. 그리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불타는 파편들이 가득한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으웩!"


입에서 피 화살을 뱉어내는 인간들을 낄낄거리며 바라보는 괴물들이었다. 검은 재가 수북이 쌓인 땅이 터져나가고, 팔이 여섯 개 달린 괴물이 일어섰을 때, 제사장처럼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있는 그 괴물의 철가면을 향해 개틀링 포가 불을 뿜었다.


여섯 개의 팔을 번개같이 휘둘러 탄들을 조각낸 괴물은 앞으로 돌진해왔다. 그리고 개틀링이 장착된 차에 몸을 부딪쳐 두집어 버렸다. 비명과 함께 허공에 뜬 인간들의 몸을 그의 단검이 긋고 지나갔다.


팔다리들이 우수수 떨어져 지면 위에서 펄떡였다. 쇠 나막신으로 그것을 밟은 괴물은 포효하며 눈에서 푸른 불꽃을 뿜었다. 그 불길은 모든 것을 용암처럼 끈적하게 만들어버렸다. 녹아 들어가는 인간들에게 발차기를 날린 괴물은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학살을 벌였다.


독가스가 뿌려졌다. 폭탄이 날아다녔다. 드론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사격을 했지만 괴물들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공격을 당할수록 더욱 증식하며 인간들을 죽이거나 고문했다. 태연히 욕을 보이는 괴물들도 발견되었다.


도시는 아수라장이 된 지 오래였고 불타고 다시 불탔다. 학살당하는 자들의 피가 페인트처럼 벽에 발라졌다. 그리고 불길에 말라붙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겹겹이 반복되고, 기름을 먹인듯 두꺼운 층을 이룬다. 온갖 악취가 진동하는 가운데 인간들의 가죽이 벗겨졌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거대한 개구리였다. 두 발로 시체들을 밟고 서 있는 개구리는 두 개의 새빨간 눈을 뒤룩뒤룩 움직이며 쌍검을 휘둘러 댄다. 그는 은빛의 갑옷을 걸쳤다. 그리고 침처럼 길고 가는 꼬리도 두 개나 있었다.


어찌나 귀신같이 검을 휘두르는지 진영이 만들어냈던 기사들은 조각나서 바닥에 떨어졌다. 빨갛고 둥근 눈알의 중앙에는 흰 동공이 좌우로 깜박이고 있었다.


진영은 스태프를 들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괴물을 때려죽였다. 그리고 가끔 라이트닝을 쏘아내며 주위를 마비시키고 다시 스태프를 휘둘렀다.


그의 주위로 시체들의 원이 생겨났다. 그리고 고속이동하는 진영을 따라 징검다리처럼 형태를 이루었다.


그러나 진영은 이미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있었다. 얼마나 적들을 죽였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괴물들이 한가득이었다.


하늘은 검은 메뚜기 떼로 뒤덮였다. 무너진 건물들은 이제 악의에 침식되어 생물체처럼 꿈틀거리며, 강간당한 결과물들을 뱉어내고 있었다. 그 아래 붉게 변한 땅도 끊임없이 피를 내뱉는 듯 했다.


돼지의 내리치는 창을 스태프로 막고, 소를 찔러 무너뜨린 진영의 시선이 비명을 지르는 소에게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인간들의 창자를 목걸이처럼 두른 청동 거인이, 머리가 없는 거인이, 뾰쪽한 경추 끝에 정진의 머리를 박아 넣는 것이 보였다.


정진의 얼굴은 자신의 몸에서 분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목 아래가 찔릴 때 고통을 느끼는지 악귀처럼 일그러뜨려 지고 있었다.


"제법이구나. 한눈도 팔고 말이야."


안타까운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던 진영의 목덜미를 시원하게 하는 음성이 있었다.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스태프로 검날을 막아냈다. 그런데 마치 기차와 정면충돌한 것 같다.

진영의 몸이 주르륵 옆으로 밀려나며 스태프가 세로로 섰다. 그리고 번쩍이는 번개 줄기가 태풍처럼 지면을 휩쓸었다.


그 바람에 이격을 날리려던 개구리는 몸을 움찔거리며 경직된 팔을 멈추었다. 번개 죽기가 이어지는 듯한 속도로 스태프를 찔러대던 진영의 공격은 개구리의 입에서 뻗어져 나온 혀에 막혔다.


진영은 눈앞에서 개구리가 사라졌다고 느꼈다.


그때 파충류 특유의 미끈하고 역겨운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늪지대의 진흙 냄새 같은 비린내가 훅하고 끼쳐올 때, 두꺼운 기둥이 채찍처럼 그의 목을 휘감았다.


개구리의 팔 표면에는 타원형의 검은 무늬가 가득했다. 징그러웠다.


"너는 생포해야 하겠다. 너 테러로드 맞지?"


정신을 차려야만 하는데, 시야가 흐릿해졌다. 말도 안 되는 힘이었다. 개구리의 속삭임이 마치 오래된 테이프처럼 늘어지더니, 검은 무늬들이 쭈욱 하고 옆으로 길어진다.


개구리는 정신을 잃은 테러로드를 제물처럼 위로 번쩍 치켜 올렸다.


그러자 화답하듯 주위에서 폭발적인 함성이 있었다.


"식탁! 식탁!"


"우리의 식탁!"


그때 개구리가 소리쳤다. 처절한 비명처럼 그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우리의 식탁이다! 먹어라!"


환희에 찬 괴물들이 오열하듯이 무릎을 꿇고 몸을 부들거렸다. 그들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입가에 거품을 물었다.


심장 아래의 위장이 관자놀이 옆으로 숨 가쁘게 뛰는 맥처럼 날뛰고 있었다.


이제 이 도시의 인간들은 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몸안에 가득 차는 광기와 숨가쁜 요구와는 대조적으로, 이제 괴물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천천이 고통을 줘가며 음식을 즐길수 있을까?


마치 인간들이 생선 머리를 남겨두고 몸을 기름에 튀기는 것처럼,


살아있는 생선 머리 밑의 살점을 젓가락으로 떼어 먹는 것처럼.


그들도 미식가로 돌변했다.


이때 생선보다 인간이 나은 점은 식사 도중에 살아있는 머리와 보다 깊은,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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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금빛 시계 +4 17.09.27 684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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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2------ +2 17.09.20 675 2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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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나는 날. 그 꽃을 찾겠다. +3 17.09.20 713 21 9쪽
48 8----- +4 17.09.20 701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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