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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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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23
추천수 :
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10.02 21:44
조회
628
추천
15
글자
11쪽

1-----

DUMMY

"애프터 서비스가 형편없군."


영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대답 없는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지쳐서 아래로 내려놓았다. 세진에게 마음을 고백한지도 며칠이 지났다. 그녀가 휴대폰의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세진은 메시지 하나 없었다.


침대 위에 누워있던 그녀는 발차기를 하며 그 반동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나갈 채비를 했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태진과 마주친다.


"어디 가십니까?"


"세진에게 가려고"


그러면서 영은 태진의 안색을 살폈다. 오래전에 그와 나누었던 대화가 기억났기 때문이다.


'세진님에게 마음이 있으신 겁니까?'


'......'


그녀는 부정하지 않았다. 태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계속했고 말이다.


'영님. 주제넘지만 제가 몇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왜인지 남 일 같아 보이지 않아서 그럽니다.'


'해봐.'


'테러로드님은 우리와 다른 존재입니다. 영님, 당신의 감정에 상대가 응답하리란 생각은 꽤 위험하고 가망없는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테러로드가 얼마나 지독하고 자기 자신만 아는 생물인지를 말이다. 그는 그래도 안면이 있는 영이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까 봐 조금 걱정하는 것도 같았다.


"그렇군요."


그런데 오늘의 태진은 고개만을 끄덕인 채 걸어갈 뿐이었다. 링거 거치대와 물뿌리개를 잡고 말이다. 화단에 물을 주려나 보다. 이제 영과 세진의 기류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멀어지는 태진을 바라보다가, 바이크에 올라탄 영은 헬멧을 뒤집어쓰고 출발했다. 그녀는 점점 그녀 자신의 감정 앞에서 대담해지고 있었다. 세기말이라서 더욱 그런 걸까?



***


천사가 다시 지구에 강림하자 천사의 알들은 활발하게 움직였다. 레인은 한밤중에 밖으로 나와 움직이는 검은 산들을 구경했다.


그는 그와 세진이 세운 빌딩을 등진 상태였는데, 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갑옷의 뒤쪽을 물들였다.


후광처럼 망토에 두른 빛이 석상처럼 서 있는 레인의 테두리를 부각시켜 주었다. 검은 기사는 빌딩의 에너지를 향해 점점 다가오는 산들 앞에서 태연함을 유지했다. 세진은 지금 외출 중이다. 그러므로 저 알들을 막을 자는 여기 자신밖에 없는 것이다.


쿵! 쿠쿵. 쿵쿵!


평야 위를 움직이는 집게발들이 땅에 스칠 때마다 멀리 울리는 소리와 진동을 만들었다. 그 울림은 레인의 어깨마저 떨게 했다. 그렇다고 그가 공포에 질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레인은 앞으로 움직였다. 알들이 빌딩을 스쳐 지나가 청영으로 갈지, 빌딩에 부딪힐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두고 볼 수는 없었으니까.


그의 망토가 펄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움직임과 바람에 물결치는 파란 망토 밑을 스치며 묵직한 헬버드가 나타났다. 레인은 양손에 헬버드를 들고 있었다. 그것의 끝의 땅에 찍었다가 들어 올려 옆으로 뉘이는데, 마치 그의 옆으로 날개가 돋아난 듯만 같았다.


"귀찮게."


중얼거린 그는 눈으로 노란 빔을 쏘아냈다. 그 빛이 알들 중 하나를 관통하자, 알이 옆으로 기울며 묵직한 신음을 쏟아낸다. 빛이 관통한 알의 표면에서 푸른 물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레인의 노란 렌즈 두 개는 그것을 직시하며 점점 확대했다. 레인이 질풍처럼 앞으로 달려간 것이다.


쉬익!


헬버드의 금속 창대가 약간 구부려 지면서 공기를 마찰시켰다. 그리고 그 끝이 거대한 알의 표면과 충돌하자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충격파가 주변을 휩쓴다.


깊게 파여진 표면의 균열이 거미줄처럼 주변으로 뻗어 나가기도 전에 빛에 꿰뚫리고 헬버드에 맞은 알이 부서지면서 푸른 물을 사방에 뿌렸다. 그 물길에 레인도 휩쓸렸지만, 그는 뒤로 나자빠지지 않았다.


레인이 양손을 휘두르자 노란 불길이 일었다. 그리고 엄청난 힘이 지면을 타고 뻗어 나간다. 옆에 있던 알이 박살나며 아래로 무너져 내린다. 다른 알은 주변의 동료가 부서지는 것을 보며 황급히 안의 내용물을 꺼냈다.


아래로 떨어지는 껍질들 위로 불쑥 머리를 내민 것은 거대한 나방의 머리였다. 녀석의 양 날개는 아직도 젖어서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다. 머리에 달라붙은 더듬이처럼 말이다. 물론 레인은 놈이 날아오를 때까지 친절히 기다려줄 생각은 아니었다.


천사의 알들은 청영을 목적지로 삼고 있었다. 빌딩에도 흥미를 느끼긴 했지만 레인 같은 작은 물체가 자신들에게 어떤 위해를 끼치리란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고 말이다.


하지만 레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장난처럼 헬버드를 휘둘렀다. 그러자 다른 알들에서 쏟아져 나온 중갑병들이 모래알처럼 터져 나갔다.


헬버드를 교차한 레인이 양옆으로 떨쳐내자 충격파가 좌우를 휩쓸며 터져나간다. 거기에 맞은 것들의 형체가 뒤로 분수처럼 터져 나갈 때 그는 헬버드를 앞으로 집어 던진다.


콰앙!


대폭발이 일어나고 지면이 흔들렸다. 순간 빌딩이 내뿜는 빛을 집어삼키는 환한 빛이 지상 위를 태웠다. 서서히 증발하는 알들이 꼬리를 물었다. 이제 금속의 기사는 몸을 옆으로 빼내 나방의 앞다리를 피한다.


그그그극!


나방의 거대한 다리가 땅을 가르며 끔찍한 흔적을 남길 때 레인의 육중한 몸이 하늘을 날았다.


그의 손이 나방의 더듬이를 잡는다. 그리고 힘껏 바깥쪽으로 뽑아냈다.


콰직!


나방의 머리 한쪽이 뜯겨 나가면서 붉은 피가 위에서 아래로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그중 태반이 레인의 몸 위에 쏟아져 내렸지만, 망토가 반원을 그리며 힘껏 떨쳐낸다.


레인의 손바닥이 아래를 향한 주먹이 나방의 몸에 적중하자 허공을 뿌옇게 만드는 충격파가 안개처럼 퍼져 나갔다. 그리고 나방의 몸이 허물어지면서 뒤로 물러난다.


그는 일방적으로 주변에 보이는 알들을 박살 냈다. 자비 없이 날뛰는 바람에 알들은 내용물을 꺼내든 그렇지 못하든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렸다. 망치로 계란들을 내려치는 듯 압도적인 힘이었다.


그는 드워프들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였으므로 이런 힘을 뽑아내는 데 그리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모든 거슬리는 것들을 물리치고 제자리로 돌아온 레인은 생수 드럼통으로 갑옷을 씻는다. 그리고 태연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시간을 보냈다.


영이 방문했을 때는 바로 그 다음이다.


"....."


바이크를 세운 영은 난장판이 된 빌딩 주변을 보았다. 그러면서 세진이 한 짓인가? 라고 생각하던 그녀는 이윽고 빌딩 앞에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금속 물체를 인식한다.


빈틈없이 온몸을 갑옷으로 둘러싼 기사도 물끄러미 영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안녕."


영은 먼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세진이 만든 골렘인가 생각하면서 말이다.


"세진은 여기에 없어."


"........"


인사대신 영의 심중을 읽기라도 한 듯이 대답하는 레인이었다. 그의 음성은 여전히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기계음처럼 들렸다.


레인의 대답을 들은 영은 빌딩을 바라보았다. 그런 영을 레인은 한참 동안 관찰했고 말이다.


"이 빌딩은 뭐지?"


"압정 같은 거야."


"압정?"


"종이를 뚫는 압정 같은 거. 그보다 먹을래? "


레인이 먹다 남은 삼계탕을 가리키자 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허기보다는 여기에 이 건물을 왜 만든 것일까 의문을 가지는 듯했다.


"세진이 언제 돌아오는지 알아?"


"여기로 돌아올 것이란 건 알지만,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몰라."


대답을 하는 레인도, 그리고 영도 세진이 금방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면 레인 입장에서 청영에 세진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영의 입장에서는 세진이 이 빌딩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른 갈 곳이 없으니 금방 돌아오겠지.


그런 기다림을 굳이 밖에서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레인은 그녀를 빌딩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빌딩 내부를 구경시켜 주었다.


"넌 이 건물의 용도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겠어?"


레인은 영의 요구에 투구를 긁적거렸다.


"두 번째 재앙이 시작됐어. 지금 천사가 내려온 걸 알지? 지금의 지구에게는 희망이 없어. 그래서 이 건물을 만든 거야. 종이를 뚫는 압정 역할을 기대하면서 말이야. 뭐 더이상은.."


그는 말끝을 흐리며 자신의 지하실도 구경시켜 주었다. 영은 그가 말을 얼버무린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하실의 광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영이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물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토르소는 뭐야?"


그녀가 금속으로 빚어 만든 흉부 상을 가리키자 레인이 대답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맴돌던 상이야. 그런데 최근에 얼굴이 떠올랐어. 그래서 이제 세밀하게 이목구비를 조각할 생각이야."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영은 금속상의 표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레인은 옆에서 영이 그 상을 만지는 것을 허락해 주었고 말이다. 그는 영에게 적대적이지 않았다. 꼭 신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여자에게 친절한 게 그의 본성인 걸까?


"제목은 정했어?"


"......"


레인의 대답을 들은 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완전한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상을 바라보며 생각하기를 잠시, 몸을 돌린다.


"이 상의 부제는 희망이야. 완성되면 너에게 선물해 줄게."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물론 네 작품을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말이야."


"....."


****



빌딩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 시타델과 가까운 장소에서 움직이는 무리가 있었다. 네 명의 여자들이었는데 두건이 달린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무거워 죽겠어. "


"금방 교대해 줄게 참아."


"언니. 군화를 신고 올걸 그랬나 봐. 발이 아파."


"여기까지 와서 징징댈 거야?"


그녀들은 수다를 떨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금속 탐지기로 보이는 물건을 들었는데, 땅속의 뭔가를 찾는 듯 좌우로 움직였다.


그런데 그녀들은 물건이 묻힌 정확한 지점을 알고 이렇게 탐지를 하는 것이 아녔다. 당연히 모래사장에서 개미 더듬이 한 조각 찾기다. 하루를 꼬박 이렇게 헤매고 다니니 여자의 몸으로서 무리가 오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초췌한 안색의 그녀들은 금속 탐지기를 들고 계속 걸었다. 투덜거리면서도 말이다.


"분명 여기 근처일 거야. 자동차가 여기 섰었다고 했었어."


"술에 취한 주정뱅이 말을 믿어? 여긴 너무 넓다고. 그렇다고 무슨 이정표를 만들어 놓았을 리도 없고 말이야. 언제 찾지?"


"정말로 여기에 파묻었다고 이정표를 만들어 놨다면 그건 그거대로 정말 웃기겠군."


"잠깐 얘들아!"


그때 여자들은 전방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땅만 바라보며 빙빙 도느라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누구지?"


"이런 곳에 혼자 있는 걸 보면 유저인가? 유저면 도움을 요청해 보면 어떨까?"


이 와중에도 수다를 멈추지 않는 그녀들은 속삭이면서 권총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접근했다.


검은 머리의 남자는 땅에 쓰러져 있는 시체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다시 지상에 강림한 천사의 영향을 받은 괴물은 가슴이 갈라진 채 죽어 있는 상태다.


남자. 세진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겁도 없이 여기까지 나돌아다니는 여자들을 담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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