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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적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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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7.09 08:42
최근연재일 :
2015.11.03 01:07
연재수 :
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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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2,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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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3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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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제단석(祭壇石)을 찾다

DUMMY

진원성이 흑묘파의 일행 열네 명을 붙들어서, 낙양 인근에서 천단을 찾는 일을 맡기게 된 것은 안성맞춤이었다. 진원성은 몸안의 음기덩어리를 없애고 병을 완치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생각하였으며, 두 달 정도 헛걸음을 하게 되자 적목단원들 몇십 명을 동원해야 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참인데, 마침 흑묘파가 나타나 주었으니 아주 시기적절하게 되었다 할 것이다.


진원성은 흑묘파 제자들이 팔을 잘라낸다느니 하는 나쁜 말과 적대적 언행은 모두 잊기로 하였다. 그들이 잘 도와줘서 천단을 찾고 어떤 실마리를 얻어서 병을 고칠 수 있다면, 그들을 모두 공력을 원래대로 회복시켜주려는 약속을 지키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 왜냐하면 진원성에게 들어온 흑묘파의 빙염 공력은 진원성이 공력을 운기함에 따라 시일이 지날수록 진원성의 혼합 음기 공력에 합하여지고, 차츰 정화(淨化)되어갔다. 진원성의 가슴 아래에 넓게 퍼져있는 단전에서 흔적도 없이 녹아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즉 그들에게 돌려주어야할 빙염은 아예 흔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들에게 공력을 원래대로 해줄 수 있겠는가? 진원성은 흑묘파에게 일이 끝난 후에 빙염 대신 은자로 갚아줄 요량을 하였다.


진원성은 흑묘파 제자들을 동원하여 천단 찾는 일을 진행해갔다. 하루는 이쪽 조를 따라가고 다음 날은 저쪽 조를 따라다니며 천단을 찾아 헤맸다. 가끔은 어떤 조가 천단일 가능성이 많다고 해서 쫓아가 검사해보고 실망하기도 여러차례 하였다. 그렇게 낙양 인근의 산들을 다 찾아 헤매는 동안 가을도 지나고 겨울도 지나가면서 해가 바뀌어 만력 36 년(기유 己酉 年, 서기 1609년에 해당됨)이 되었고 진원성은 이제야 열여섯 살이 되어 온전한 성년의 남정(男丁)이 되었다.


북망산은 동쪽일수록 오래된 무덤이 있었으며, 서쪽으로 갈수록 덜 오래된 무덤이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동쪽편에는 허물어지 무덤들이 많은 편이었다. 흑묘파 일곱조 중 북망산 동쪽을 맡은 조원들은 천단을 찾다가 가끔은 지표면에 굴러다니거나 산자락에 파묻혀서 일부만 보이는 그런 골동품 여러 점을 찾아내서, 적목장에 가져와 창고 한쪽에 보관해두기도 하였으나, 천단이 주목표(主目標)이므로, 골동품들은 가치를 떠나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렇게 주워지다시피하여 적목장 창고에 들어오게된 돌덩어리 하나가 있었다. 그 돌덩어리는 잘 가공되지 않은 화강암 사각형 육면체 모양으로써 두자 석자 넉자 정도의 크기이며, 이상한 글자 몇 개가 새겨져 있었지만, 흙도 제대로 털어지지 못한채 창고로 넣어지게 되었다.


== 서기 1609 년 ==


이렇게 성과없는 반 년의 세월이 지나고 3월 초가 되자, 흑묘파 조원들도 좀 지치게 되었으며, 진원성 역시 낙양 인근에 천단이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또 적목단의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들어가는 경비도 누적되어 부담도 되었으므로, 수집된 골동품들을 정리하고 처분할 것들은 처분하리라 하는 생각으로 창고의 수집품들을 일제히 정리하게 되었다. 수집품들은 모두 사십오 품 이었으며, 그것들을 잘 씻고 살피니 적어도 그 동안의 경비는 벌충이 되고도 남았다. 그런 와중에 문제의 화강암 제단석(祭檀石) 돌덩어리가 눈에 띄었으며, 그 돌에 새겨진 글이 발견되었다. 제단석은 오랜 세월 풍우(風雨)에 닳아서 글은 희미해졌으나, 결국 소제의 능력으로 종이에 탁본 된 다음에, 모양 그대로 붓으로 옮겨썼으며 고문자(古文字)를 해석한 결과 다음과 같이 판독(判讀)이 되었다.


'천현지황, 삼오강림, 일규개천 (天玄地黃, 三烏降臨, 一竅開天)'


뜻을 해석하자면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 세 마리의 까마귀가 내려와 임하니, 구멍 하나가 뚫리고 하늘이 열리도다' 이렇게 될 것이었다. 진원성은 고문자를 보기는 해도 읽을 수 없었지만, 흑묘파의 소제가 이것을 판독한 후에, 글귀의 처음과 끝에 하늘 천 글자가 있는 것을 보고 혹시 천단에 관련된 것이 아닐까 하고 진원성에게 보고 하였으며, 이것이 지난 반 년간의 유일한 소득이라 할 것이다.


진원성은 흑묘파의 소제에게 묻게 되었다.


"이게 언제 쓰던 물건인가요? 글씨 모양이 좀 다릅니다. 이게 뭐지요?"


"이게 제단석인데, 글자모양을 보면 한(漢)나라 그러니까 천오백 년전쯤 된 물건입니다."


"한나라면, 조조, 유비, 손권의 삼국지 때 물건이라는 거요?"


"삼국지 시대는 한나라가 망하던 때이니 그보다 대략 그 이전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 뒤라도 글씨는 옛스럽게 써서 새길수 있으니 꼭 정확하지는 않지요."


"하늘이 검고, 땅은 노랗다는데, 이게 맞는가요? 천자문 배울 때에 스승님은 뭐라고 말씀 하셨는데 그땐 내가 너무 어려 묻지못하고 넘어갔지요. 소제 형, 하늘이 정말 검은가요? 저 하늘을 보세요. 내눈에는 파랗게 보이는데 왜 하늘은 검다고 했을까요. 땅이야 황토 땅이 있으니 노랗다고 하더라도 하늘을 검다고 한 것은 왜 일까요?"


"옛날 사람들은 밤에 보이는 하늘의 검은 색이 진짜 하늘색이라 여겼던 것입니다. 아마도 그랬을 거라고 저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 세 구절(句節)을 해석을 해보았는데, 첫 번째 구절인 천현지황은 하늘과 땅의 어떤 상태를 표현하였으며, 두 번째 구절 삼오강림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서 하늘이 그 응답으로 무엇을 내려주시는 것을 표현하며, 세 번째 구절인 일규개천은 제사의 결과로써 일어날 일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렇게 짐작해 보았습니다. 이것은 제사를 올리면서 하늘이 제사를 받아주시고, 어떤 결과를 내려주시기를 기원하는 내용의 글귀입니다."


"천현지황은 제사를 올리는 상태, 삼오강림은 하늘이 땅에 내려주는 것, 일규개천은 제사의 결과 라는 말인가요?"


"예, 제단석은 제사를 올리는 사람의 명패를 올려놓는 곳이므로, 제사를 통해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제단석에 세겨놓았다고 할 것입니다."


진원성은 그날 저녁 사부용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고, 그 다음 날 일행 열네 명과 사부용을 데리고, 그 돌을 발견한 사람에게 물어서, 돌이 묻혀있던 곳을 살펴보려 나섰다. 그 곳은 낙양성에서 동북 쪽으로 약 육십 리에 있는 황하에 인접한 산으로 높이는 백 사십 장 쯤 되었다. 진원성은 발이 불편한 사부용을 등에 업고서 살펴보는 내내 함께 하였다. 제남의 천단과 비교하여 보았는데, 천단의 진입구는 남쪽에 있었으므로 남쪽에서부터 입구를 찾아보았다. 제남에서는 입구가 어떤 위장이 되어 있어서 가보고 싶은 생각마저 나지 않을 정도였으나, 낙양에서는 너무 허물어진 모양이어서, 허물어진 이후로 오랜 세월 비바람에 할퀸 자국 그대로 보여준다할 모양이었다. 또 제남처럼 고둥이 모양으로 올라갈 길이 있어야 할 곳 역시 다 허물어지고 훼손되었으며, 정상에 이르자 한가운데는 움푹 파헤쳐져 있었다. 주변은 혹 무덤인가 하여 어떤 도굴꾼이 손을 대었던 것인지, 크게 파헤쳐서 훼손해버린 모양이었다.


진원성과 사부용은 답사(踏査) 결과로, 이곳이 원래 천단이었으며, 누군가에 의하여 훼손이 되어 방치된 것이라 짐작을 해보았다. 천단은 북쪽이 훤하게 열려서 중극을 보는 데에 아무런 장애가 없어야 하며, 북쪽에서 직접 산에 오르기에는 어려운 그런 모양이어야 하고, 남쪽 입구는 다른 산들로 잘 위장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모두 훼손되었지만, 그런 모양을 짐작하고 바라보니 산의 경사진 것이 세 바퀴 빙빙 돌아서 오르면 바로 정상의 평평한 곳에 다다를 그런 적당한 모습으로, 생각 속에서 제남의 천단 모습을 연상하면 꼭 같은 모양세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다시 돌에서 판독된 글의 내용이 무슨 뜻인가 하는 데에 관심이 모아졌다. 사부용과 흑묘파 소제의 의견을 종합하여 내린 최종 요약은 다음과 같았다. 신선(神仙)들의 이야기를 써놓은 책에서 보니, 까마귀란 검은 새를 말하는 것이다. 검은 새는 옥황상제의 소식을 인간세(人間世)에 전해주는 신조(神鳥)이며, 세 마리라는 것은 소식이 세 번이 되면 그것은 번복할 수 없는 약속이 된다는 뜻이다. 검은 새가 옥황상제가 부른다는 즉 신선이 될 것을 허락한다는 소식을 세 번 전하면, 그 사람은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데, 그 때에 하늘에 하나의 구멍이 열려서 신선은 하늘의 구멍을 통해서 승천(昇天)을 한다는 말이었다. 진원성이 그 말을 모두 듣고보니 분명 천단에 관련된 의미있는 해석인 것은 맞으나, 문제는 이 말들이 진원성의 병 치료에는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부용의 생각에는 낙양성 근처에서 천단을 찾아낸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사부용은 자기가 읽었던 책에서 나온 내용을 보면, 낙양에서 천단이 있음이 사실이라면, 천단에서 찾아낸 글귀가 병치료에 관련이 될 것 역시 사실일 것이라는 의견을 말했으며, 서안(西安 = 장안 長安, 이것은 오랫동안 안녕하다는 뜻이며, 명태조 홍무제는 명나라의 도읍에만 '오랫동안 안녕하다'는 이름을 쓸 수 있어야 하니, 장안을 서쪽의 안녕이란 의미의 서안으로 이름을 바꾸게 한다.)에 있을 것이 분명한 천단에서도 어떤 글귀가 발견된다면 그 글귀 역시 틀림없이 보탬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진원성에게 천단을 찾으러 같이 서안으로 가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진원성은 이런 사부용의 제안이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사부용에게 말하였다.


"석도총관, 나는 서안에 가서 제단을 찾기보다는 제남에 가서 천단을 잘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진랑, 제남의 천단에는 제단석이나 다른 석물(石物)이라도 있던가요?"


"그런 것은 보지 못하였지만, 제단의 모양은 거의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으니 가서 잘 살펴보면 무엇을 깨닫게 되지 않겠어요?"


"저의 생각으로는 어떤 제단석이거나 비석 같은 석물이 있어서, 글자가 나오면 그 내용을 해독하여 도움을 얻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으로 봅니다. 그냥 산모양만 바라보면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너무 막연합니다. 차라리 눈감고 머리 속으로 제남 천단을 상상하면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합시다."


진원성은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판단을 보류하기로 하였다.


** **


2 월 중순이 되자 진원성은 1 년 전 약속한 대로 비룡방 총당에 연락을 하여, 방주를 찾아가게 되었다. 유래타 한사람만 동행시켜서, 두 사람은 말을 타고 처음으로 비룡방 총당에 갔으며, 빈청에서 방주를 만나서, 간단하게 적목단의 현 상황 관련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비룡방에서는 총관이 배석을 하였으며, 적목단에서는 유래타가 배석을 하였고, 한쪽에서는 찻심부름을 하는 여자아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런 자리가 만들어지면 배석자(拜席者) 들은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서 그것을 잘 기억해두는 것이 주 임무가 되었다. 그래서 혹시 나중에 기억이 필요할 경우 배석자들은 그것을 위해 다시 기억해 내는 일을 하였으며, 그 밖으로는 일절 담화의 내용에 대해서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찻심부름을 하는 여자아이 역시 담화의 내용에 대해서 비밀을 지켜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104낙양천단비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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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가난은 황제도 어쩌지 못한다 15.11.02 756 7 14쪽
105 비룡방주를 다시 만나다 15.11.02 795 6 12쪽
» 제단석(祭壇石)을 찾다 15.10.31 753 7 12쪽
103 변경의 늑대들 낙양에 오다 15.10.30 728 7 13쪽
102 오위(吳偉) 세상에 태어난 보람을 느끼다 15.10.29 835 5 15쪽
101 빙염(氷炎)을 흡수하다 15.10.27 753 7 13쪽
100 여덟 명의 공력이 엉키다 +1 15.10.26 570 7 15쪽
99 흑묘파(黑猫派)를 만나다 15.10.25 569 5 13쪽
98 내년부터 미곡 판매 사업을 시작하라 15.10.24 869 5 12쪽
97 조무웅을 적목단주로 임명하다 15.10.24 768 6 13쪽
96 조 사범의 과거(過去) 15.10.22 735 6 12쪽
95 뜻을 추구하는 성격 15.10.22 862 6 11쪽
94 첫번째 월례회의 15.10.21 830 9 13쪽
93 마음으로 하라 15.10.20 837 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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