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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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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7.09 08:42
최근연재일 :
2015.11.03 01:07
연재수 :
107 회
조회수 :
103,953
추천수 :
1,266
글자수 :
682,490

작성
15.10.22 01:08
조회
734
추천
6
글자
12쪽

조 사범의 과거(過去)

DUMMY

"제가 부천호로 있으면서, 저를 따르던 부하들이 지금 산서성 대동(大同) 안문관 밖 어느 산골이나 삭주(朔州) 산 속에서 제가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숫자가 아마 백이십 명은 될 것입니다."


"흐음, 그 부하들은 나를 모르는데, 조 사범님이 나를 주군으로 삼으면, 그들은 어찌 되는 것이오?"


"그들은 나를 따라서 자연 단주님을 주군으로 모시게 되는 것이지요."


"흐음, 한가지만 더 물어 보겠소. 만일에 내가 지금 거절하면 그 때는 어찌할 생각이오?"


"아! 그것은 아직 생각해 보지 못해서, 그러니 당장 뭐라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그 답을 생각해내서 내일 이맘 때에 다시 만나 말해주시겠소? 그리고 만일에 지금은 내가 허락을 하여서 주군이 되었는데, 내가 병을 끝내 고치지 못하거나, 아니면 나중에 사정이 바뀌어서 내가 주군 노릇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그 때에는 어찌할 것인가도 내일 이야기 해주겠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자리가 되었으니, 제가 부천호의 자리를 버리고 대동진(大同鎭) 장성수비대(長城守備隊)에서 뛰쳐나왔던 이야기를 좀 해야지 싶습니다만. 들어주시겠는지요?"


"그 이야기는 꼭 들어보아야 할 것 같군요, 그렇지요?"


"저는 개봉부(開封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철 들고서는 소림사(小林寺)의 지파(支派)였던 개봉부 한 무관에서 무술을 배우다가 나이 스물이 되었을 때에 무과에 나가 급제를 하였지요. 그 때는 봉국인 조선과 왜나라 간에 전쟁이 있었던 때며, 명나라에서는 봉국 조선을 구원하기 위해서 대병(大兵)을 파견하게 되었고, 제가 마침 무관으로 첫 발을 내딛기에 좋은 때였지요. 하지만 바로 조왜전쟁(朝倭戰爭)이 끝나자, 조선국으로 갈뻔했던 것이 무산되고, 뽑아놓은 대병들 역시 갈 곳을 잃었습니다. 대병은 여러 곳에 흩어졌고, 저는 병사들과 함께 산서 대동에 있는 안문위(雁門衛)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장성에 있는 안문관은 기러기도 힘들게 넘어야한다는 높고 험한 지형에 있습니다. 한 명이 지키면 백 명의 적을 막을 수 있다고도 하지요."


"......"


"안문위에 도착하여, 군관을 시작하였습니다. 마침 안문위에 새로 배치되어 온 신입 병들이 있었고, 이들은 바로 충군형(充軍刑)을 받고, 안문위에 배속이 된 죄수들인데, 저의 상관 유격장군(遊擊將軍)은 저를 신입병들을 가르치는 부백호(副百戶) 참장(參將) 교관(敎官)으로 임명을 하더군요. 그리고 나는 세 명의 부교관 들과 함께, 백 명의 신입 군병 들을 맡아서 창술과 기본적인 진법을 가르쳤습니다. 열 하루가 되는 날에 갑자기 내가 맡은 백호대는 출동 명령을 받았고요, 안문관 밖으로 나가서 달단족 지역 이백 여 리를 순회하며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복귀하는 업무였습니다. 군령에 의하여 매달 두 차례씩 명군이 순행을 돌던 지역이므로 큰 위험은 없을 것이며, 4 박 5 일의 일정으로 살펴보고 귀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신입 군병들에게 달단족의 마을을 견식하거나 근처의 지리를 익히라는 그런 가벼운 업무인 것으로 알고서 출동하였습니다."


"......"


"당시 제가 맡은 신입병 부대는 각지에서 악질 죄를 짓고, 충군형(充軍刑)을 받아 최전방으로 배치를 받아온 범죄자들인지라, 아직 군병으로써 어떤 체질이 만들어지지 못한 상태였으며, 개중에는 정말 거친 애들이 있었고, 결국 그들 중의 한 두 명을 제가 초장(初場)에 무술로 제압하여 기선을 잡아야만 하였었지요. 부교관은 위(衛)에서 몇 년을 지낸 소기(小旗)들이었고요, 그 부교관들이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어서 무난하게 순행하던 중, 사흘 째 되던 날은 안문관(雁門關)에서 너무 멀어진 것 같아서 오후에 일찍 취식과 취침을 할 곳을 정하고, 나는 내일 순행갈 귀로를 생각하느라, 대열에서 벗어나서, 근처의 높은 지대로 올라서 지형을 살피고 석식(夕食) 참이 되어서야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


"돌아와서 보게된 것은 백호대 전체 인원이 달단족을 습격을 받아서, 전투다운 전투 한번도 치르지 못하고 도망치다가 모두 죽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비겁하게도 들킬새라 납작 엎드려 살펴보기만 하였지요. 그리 오래지 않아서 전원이 참혹하게 죽었으며, 달단족들은 우리 군병 전원이 다 죽은 것을 일일이 확인하고 나서야 돌아갔습니다. 나는 그 때에야 나와서 죽은 군병들의 수를 세어보았으며, 전체에서 7 명이 부족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결국은 부하들을 모두 전사시켰으므로, 그 책임을 지휘관으로써 져야만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떻게 무엇을 할수 있었겠습니까? 밤새도록 그 자리에서 떠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다시 근처의 바위 위에 올라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하룻밤을 세웠습니다."


"......"


"다음날 오전이 되자 정체모를 사람 서너 명이 찾아와서 전사자들을 살피며, 쓸만한 물건들을 수거해서 사라지는 것을 숨어서 보게 되었으며, 그날 오후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안문위에서 다른 백호대(百戶隊) 3 대(隊)가 그곳에 도착하여 사망한 병사들을 계곡에 파묻고 떠나갔습니다. 저는 그 때에도 그들의 앞에 나서지 못하고 몰래 지켜보고만 있었지요. 저는 처벌이 두려워서 위소(衛所)에는 돌아갈 수가 없었지요. 돌아갔다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죽게되니까요. 그 후로 저는 달단 족들의 마을 쪽 그러니까 북쪽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며칠을 지내다가 전사자들에게서 식량과 물건들을 수거해 갔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


"그들은 모두 십육 명 이었으며, 모두가 안문위에서 순행을 나왔다가 달단족들의 공격을 받았으나, 운이 좋아서 죽지 않고 도망친 죄수들이었지요. 십육 명 중에서 네 명은 바로 제가 교관으로서 가르치던 범죄자 군병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안문위에서 달단족들에게 순행을 미리 알려주어서, 달단족들이 공격을 하였으며, 이것은 적의 손을 빌어서 아군 병사의 수를 줄이는 수법이었습니다. 또 그러던 중에 나와 같이 순행을 나왔던 부교관 세 명은 백호대를 죽음의 길로 데려온 안내자였으며, 그들은 안문위로 돌아가 잘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으음,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저는 석 달을 그들과 함께 지냈고요, 그 동안 달단족에게서 양을 훔치기도 하고, 안문위로 몰래 들어가서 미곡과 다른 필수품을 훔쳐나오기도 하였지요. 저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결국 아무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명나라의 군관이 어쩌다가 이제는 명나라 사람도 아니고, 달단족도 아닌 채로 살아가야 하다니, 저는 죽더라도 위소에 돌아가서 명나라 사람으로 죽자는 생각을 하였지요."


"......"


"제가 위소에 돌아가자 모두들 깜짝 놀라더군요. 그러나 저는 지은 죄가 있는지라 군옥(軍獄)에 바로 갇히게 되었고요, 얼마간 세월이 지나도 날 불러서 문초를 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점점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 수단을 써서, 옥졸을 통해서 저의 직속 상관이었던 정백호(正百戶)를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정백호에게 제발 살길을 알려달라고 애원하였었고요. 며칠 후 정천호에게 불려나가서 정천호의 수족(手足)이 되어 충성하기로 맹세를 하였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일 년에 한 차례나 두 차례 충군형 신임 군병들이 오면, 달단족들에게 연락을 하고, 그들을 순행을 내보내서 그들을 모두 죽이는 일을 하였습니다."


"아니 왜 그런 일을 했을까요?"


"각 위(衛)에는 황제가 군병들을 감사(監査)할 목적으로 보내는 환관인 감군태감(監軍太監)들이 일 년에 한 차례 씩은 찾아옵니다. 그러면 그들은 각 위의 장부를 보고서, 병부에서 보내준 군자금 중의 일정액을 받아갑니다. 예컨데 안문위에서 집행하는 군자금은 일 년에 십몇만 량 정도가 됩니다만, 그 중에서 삼만 량을 뚝 잘라 떼어갑니다. 그래야만 위에 있는 위사(衛司) 내의 모든 장군과 군관들의 명줄이 보장됩니다. 만일에 그것을 빼먹거나 금액을 줄이면, 바로 몇 달 후면 군장관들이 파면되거나 전혀 엉뚱한 곳으로 전보되고 말지요."


"그러니까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입의 숫자를 줄여야한다는 말씀이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군자금은 군병 한 사람 당 일 년에 약 이십 량 정도가 집행이 된다 그리보면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존의 군병들 보다는 아무 것도 모르는 신병들이, 그리고 죽어도 사후관리가 쉬운 죄수들이 처리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지요. 그들은 죽어도 사망처리가 되지는 않고요, 그래야 그들 몫으로 군비 나올 것들이 계속되니까요, 그래서 만기가 다 될 때까지 살아있다가, 어떤 이유로 죽거나, 아니면 만기를 채우고 고향으로 돌아가지요."


"죽었는데 고향에 돌아가요?"


"예, 문서 상으로 분명히 귀향 처리가 되며, 여비로 은자를 세 량씩 지급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귀향길에 그 돈을 탕진하고 말게 되며, 돈을 다 잃으면, 물에 빠져 자살을 하거나 행방을 감추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향에는 도착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감군태감은 은자를 받으면 그것을 황제에게 갖다 바치는 것인가요?"


"그것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만, 들은 바 태감이 되려면 나름 돈을 꽤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


"으음...... 그거 참..."


"위소에서는 년에 군자금 삼십만 량 중에서 은자로 들어오는 것은 오할도 채 안되고요, 나머지는 무기나 미곡, 군복, 약재, 석탄 등 현물입니다. 그러면 그것을 처분해서 은자로 바꾸는데요, 위소 근처에는 그런 물목을 은자로 바꾸어 주는 상인이 꼭 있고요, 상인은 그 물목을 다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파는 것입니다.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물목으로 세금을 내야하는 장호(匠戶)들이 되겠지요. 또 물목들 중에서는 달단족들이 아주 좋아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달단족들에게 더 좋은 값으로 팔아넘기지요. 차나 비단, 미곡 그리고 각종 도자기 그릇 등은 아주 좋은 값이 메겨집니다."


"비단은 왠 비단... 위소에서 무슨 일이 있어 비단을 쓸 일이 있나요?"


"위소 인근에는 달단 족들에게 비단을 파는 상인들이 있고요, 그들은 위소에 비단으로 보호세를 내고 있지요."


"흐음, 이것 참 듣기 힘든 이야기로군요."


"처음에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충군형을 받고 들어오는 군병들은 사고를 치는 일들이 혹간 많은 편이고요, 그래서 아예 그런 것을 핑계 삼아 사전에 사고를 막는 셈치고 입을 줄이는 것이지요. 군대에서 전쟁이 오랫도록 없으니, 결국은 지휘사 뿐 아니라 그 아래 군관들 모두가 다 내년에 어찌 될 지도 모르니까 마구 군자금을 챙겨서 자기 주머니로 쳐넣고 있는게 현실인 거지요."


"그러니까 군자금 십몇 만 중에서 감군태감이 삼만 량 그리고 나머지 중에서 한 이만 량은 위의 높고 낮은 장군들과 군관들이 나누어 삼킨다는 말인가요?"


"한 오만 량이 아니라 한 십만 량은 없어지고, 나머지 오만 량 정도만 집행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군병들은 겨울에 제대로된 방한복조차 없는 때가 많습니다. 달단족들에게 양가죽으로 된 것을 구해 입어야되요. 장군들 자리를 유지하려면 따로 병부에 얼마씩 은자를 보내야 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그런 사정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하여튼 제가 살기 위해서 신병들을 관문 밖으로 내보내서 죽이는 일을 저는 칠 년간 하였습니다. 그리고 부천호까지 승진을 하였다가, 안문위에 간지 구 년 만에 적당한 빌미를 잡아서 무사하게 그만둘 수 있었습니다. 저는 신병들을 죽이는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명나라의 군관으로써 어떤 자긍심도, 양심도 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로지 살기 위하여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뿐이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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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사범의 과거(過去) 15.10.22 73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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