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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마갑을 만드는 천재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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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4.04.01 20:47
최근연재일 :
2024.05.2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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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2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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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29화. 기묘한 동거(2)

DUMMY

< 29화. 기묘한 동거(2) >




다음 날.


놈들은 눈 덮인 들판 여기저기 본격적으로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마녀의 집 2층에서 내려다보니, 그 구멍, 잠자고 쉬기 위한 주거용 같았다.


한쪽에선 압사해 죽은 시체를 모으고, 장례 같은 것도 지냈다.

처음엔 죽은 놈들 머리 위로 눈을 뿌리며 시끄럽게 울더니, 그 끝은 만찬.

오히려 축제라고 해야 맞았다.


‘으아···. 먹는다아.’


동족 포식.


여기서 볼 줄은 몰랐다.


보급 없이 나타난 놈들의 피치 못할 선택이라 생각하기엔 분위기가 너무 즐겁고도 포악했다.

그 모습을 본 레빈과 톰 아저씨는


“아주, 개새끼들이구먼!”

“저놈들, 개새끼 맞잖아요.”


놈들은 이 방어막이 곧 깨질 거로 기대했나 보다.

매일 두드려보고 주변을 경계했다.

보초를 세우고 우리를 감시했다.


하루가 지나자, 몇몇은 커다란 나무를 뽑아와 공성추처럼 다듬어선 방어막을 두드렸다.


쿵!

쿵!


그럴 때마다 방어막은 엷은 마력의 빛을 원구 전체로 퍼트렸다.


“괜찮을까요?”

“저딴 걸로 부서질 방어막이면 마탑은 진즉 무너졌단다. 하지만 마탑은 천 년 전부터 여전히 서 있지.”


튼튼한 방어막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샤이데 님은 언제쯤 깨어나실까요?”

“글쎄···, 음. 그런데, 그게 말이다···.”


레빈은 심각한 표정.

우리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




나샤이데 님을 위해 그린 여섯 겹 치료의 마법진.

시간이 지날수록 출력이 점점 떨어졌다.

그 동력이 될 마나가 전혀 모이질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마. 방어막이 형성되며 이 안쪽까지 흘러야 할 마력이 완벽히 끊겼다. 나도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구나.”

“?!”


당연히 호수 밖 경계를 빙 둘러 그렸던 마법진 때문이었다.

치료진은 시작부터가 〖흡기〗.

마법진 안의 마법진이니, 이 안쪽은 모아야 할 마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희미한 마력만이 그녀의 회복을 위해 마법진을 돌고 있었다.


“어쩌죠?”

“방법은 둘뿐이다···. 하나는 저 방어막을 걷어내거나···.”

“다른 방법은요?”

“너와 내 심장을 도는 마력을 저 마법진에 넣어주는 거다.”


사람의 몸은 생명의 기운이 있기에, 외부의 기운을 받지 않더라도 마나가 모인다는 설명.

즉, 자가발전이다.

치료진은 현재 〖흡기〗를 할 수 없으니, 어거지로라도 〖주입〗을 해야 했다.


“해야죠!”

“오히려 그러려면 지금 치료의 마법진은 너무 크구나. 하나만 남기자.”


나샤이데를 감쌌던 바깥쪽 마법진 다섯 줄을 지우고 하나를 남겼다.

패턴도 고쳤다. 〖흡기〗의 패턴은 〖입력〗으로.

레빈에겐 따로 〖방출〗의 술식을 배웠다.

〖시동〗을 배우기 한 단계 전의 술식이었다.


“후우우···.”


심장에 마나가 모이면 마법진에 조심스럽게 내 마나를 쏟아 넣었다.

풍이는 계속 마법진을 돌며 그 마력의 유지에 힘썼다.


톰 아저씨는 지금 상황을 ‘호화로운 감옥’이라고 평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글쎄다···. 식료품은 생각보다 많이 있더구나.”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갔다.

상황은 답답했지만, 오히려 좋은 것도 있었다.

이 감옥에 있는 동안, 레빈에게 난 본격적으로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톰 아저씨는 장작을 패고, 나는 레빈과 마법을 공부했다. 하루가 금방이었다.


“그러면 마법진의 패턴은 조합이 가능하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지. 물론 마법진의 패턴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암기했을 때의 이야기지. 그래서 조합은 천재의 영역이란다.”

“저는 암기는 쉬운데요.”

“하하하. 그래! 좋은 재능이다. 그래도 한 다리로 뛸 수는 없는 법이잖니.”

“그렇긴 하죠. 저도 어서 서클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내 심장의 서클은 아직 미완.


그래도 다행인 것.

레빈은 탁월한 선생이었다.




***




“이해했니?”

“네! 이해했어요.”

“좋아. 그럼, 물으마. 마법 주문에 꼭 필요한 것이 뭐지?”

“시간이요.”

“시간? 오! 그래. 왜 그렇게 생각했지?”

“말로 풀어내야 하니까요. 그래서 한 방향인 거죠.”

“맞다. 너처럼 이해가 빠른 아이는 또 처음이구나. 잘 이해했다.”


주문은 말로 하는 술식.

의식으로 풀어내는 패턴.

이를 언령 마법이라고도 하지만, 마나에 의식을 더하고 이를 소리로 공명해 공간에 마법진을 만든다고 봐야 맞았다.

방법은 의지와 상상력. 마력을 감각으로 이끌어 소리로 구현한다.


“꼭 한 줄로 그려진 마법진 같아요.”

“하하하. 그렇구나. 좋은 표현이다. 그래서 언령 마법은 마법진과는 순서가 다르지. 완전 거꾸로라고 해도 맞다.”


처음을 〖반응〗으로 각인하고 마지막은 〖시동〗으로.

주문은 마법 패턴 자체의 순서가 정반대였다.

그러니, 앞쪽은 〖발화〗나 〖폭발〗 같은 주문이, 뒤는 〖시동〗이 항상 마무리였다.


의지로 공간에 마나의 패턴을 쌓고 언령으로 불을 당긴다.

한 세트의 주문이 마력을 정련하면 시동어를 뱉음으로써 전체가 구동되는 방식이었다.


“네 심장을 감싼 마나의 서클이 완벽하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까요. 저도 그게 아쉽네요. 아직은 훈련도 할 수 없으니···.”


아직, 내 미약한 마력으로 의지나 소리에 마력을 담는 것은 무리.

심장에 담긴 마력은 도전도 할 수 없는 미약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그 원리만큼은 확실하게 공부하고 있었다.


“한 겹의 서클만 있어도 마나를 뽑아 두셋의 패턴은 실을 수 있단다.”


그게 1서클.


패턴 두셋 짜리 마법도 있다.

불을 피우는 주문식은 달랑 〖축기〗와 〖발화〗

주문으로 풀어내면 그걸 거꾸로 풀어내야 하니 〖발화〗-〖축기〗-〖시동〗의 형태가 된다.


“그러면 주문은···.”

“그건 마법사마다 다르지. 당연히 스스로 느껴서 주문으로 묶어내야 하니까, 각자의 의지가 말의 힘에 묶여 발동한단다. 그러니 간단한 발화의 주문도 모두가 다르단다. 누구에겐 ‘붙어라!’가 될 수 있고, 혹은 ‘타올라라!’, ‘터져라!’ 자기 마음대로 붙이면 된다. 팁이라면 연상이 쉬울수록 더 좋지.”

“이해했어요.”


거기에 더해 그는 재미있는 트릭을 알려주었다.


“의지는 상상이다. 그걸 개념화해 마나를 실어내는 것이 주문이고. 그러니 이딴 장난도 칠 수 있단다.”

“?”

“보렴.”


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주문을 외웠다.


〖혹한의 숨결!〗


-화르르륵!!


“에?”


〖어여쁜 처녀의 궁둥이!〗


-번쩍!


“으앗!”


〖곰 발바닥 싸데기!〗


-첨벙! 쏴아아아!


“허어! 지금···.”


‘페이크다. 이 병신들아?!’


레빈은 빙긋 웃었다.


상대를 주문으로 병신 만들기였다.

마법사를 상대하는 최고의 트릭이자 빅엿이었다.


“언령 마법에서 소리는 중요하지. 하지만 상대도 귀가 있거든. 내가 뭘 할지 안다면 그런 낭패가 어디 있겠니. 그러니, 속여야지. 그 소리에 담기는 술자의 의지가 더 중요하단다. 무슨 단어를 뱉든 의지가 뭘 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그러면···.”

“마법사와 마법사가 싸울 땐 뭐든 이용해야지. 그걸 비틀어 전혀 다르게 들리도록.”


‘말과 의지를 달리한다라···.’


“어렵네요.”

“맞다. 어렵지. 하지만 결투에 걸린 건 내 목숨이거든. 그리고 마법사의 결투는 한 방 싸움이다.”


그가 방긋 웃었다.


단어의 의미는 무의식에서 형성하기에, 저렇게 페이크 주문을 만들어 던지려면 엄청난 훈련이 필요할 거 같았다.


‘단어’가 가진 고정된 의미를 술자가 벗어나기는 정말로 어려운 일.


“그래서 대부분은 자신만 아는 이상한 말을 만들지. 아무도 모르도록 주문을 던진다. 겉멋 든 마법사는 고대어 같은 걸 뜻도 모르면서 흉내 내기도 한단다. 대신 연상하는 힘과 연결된 개인의 기억이 가장 좋다. 그건 상대가 절대로 해석할 수가 없거든.”


‘그러면 처녀의 궁둥이는···’


“크흠. 이해했어요.”


확실히, 레빈은 뛰어난 (변태) 선생이었다.


“나샤이데 님께 가봐야 할 시간이에요.”

“그래.”


나는 두 시간에 한 번씩, 나샤이데가 누워있는 침실로 올라가 심장에 모인 마나를 쏟아주었다. 그 일은 레빈도 마찬가지.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번개처럼 흘러갔다.


라이칸은 여전히 고목으로 방어막을 때렸고, 화내고, 울고, 좌절했다.

나는 레빈에게 마법을 배우고 그가 알려주는 마법진을 외웠다.

톰 아저씨는 라이칸을 감시하고, 남는 시간은 요리를 담당했다.


그렇게, 마녀의 집 창고의 부식과 식량이 거의 떨어졌을 때쯤.


“아···.”


드디어, 나샤이데가 깨어났다.




***




“나샤이데 님!!”

“아, ···고마워요. 테르.”


그녀의 깊은 눈이 레빈에게 향한다.


“대지의 파수꾼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마령 숲의 주인께 인사를 드립니다. 황색 마탑 소속의 레빈입니다.”


나샤이데는 단지 눈만 떴을 뿐, 움직이지 못했다.

새처럼 작은 목소리만 겨우 내는 상황.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그녀는 눈만 깜빡이며 말했다.


“···상처는 치유됐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군요. 마나가 전혀 모이질 않아요.”

“아, 그것이···.”


레빈은 내가 만든 거대한 마법진을 설명했다.

그녀는 쉽게 이해했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제 몸에 새겨진 마법진들이 보이시나요?”

“···네.”


그녀의 몸에 빼곡하게 새겨진 타투들.


꼭 수천억짜리 아날로그 시계의 설계도를 보는 것처럼, 복잡하게 얽힌 타투는 하나하나가 정밀한 기계 설비와 같았다. 그 마법진들이 모두 모여 그녀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 말씀은···.”

“제가 이 숲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지요.”

“이해했습니다.”


간단하게 이해하기론 그녀를 움직이는 마법진의 엔진 출력이 너무도 엄청나다는 이야기.

그러니 마력을 운용할 수 없는 나샤이데는 전신 마비 환자와 같았다.


머릿속에선 항공모함 엔진에 종이컵으로 기름 떠넣는 상황이 그려졌다.

심각한 얼굴로 레빈이 물었다.


“그러면, 만약 저 방어막을 치운다면, 마력을 회복하시는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가요?”

“···최소 5분입니다.”

“흠···.”


그녀가 일어나야 숲을 깨우고, 숲을 깨워야 저놈들을 물리친다.


밖에는 광포한 라이칸스로프가 수백 마리.

그것도 동료가 이백이나 죽어 두 눈이 시퍼렇게 변한 놈들이었다.


“저놈들을 5분이나 막아야 한다고요?”

“달랑 우리 셋이 말이죠.”

“더 있습니다.”


더 있긴 하다.

오색 코카트리스인 파갈루, 훈련받은 코카트리스가 셋. 마지막은 바람 정령 풍이다.


“30초도 못 막겠는데요?”

“아닙니다. 더 있어요.”


그녀는 누운 채 방긋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숨은 전력이 더 있다는 말이었다.




***




“첫 번째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무기는 ‘귀령사’입니다.”


귀령사.


마녀의 집을 두르고 있는 작은 호수에 사는 백색의 귀 달린 물뱀들.

지금은 겨울이니, 물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고, 호수 밑 땅을 파고 겨울잠을 잔단다.


“귀령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물이 너무 차가워서일 거예요.”

“하면 어떻게···.”

“레빈. 대지의 파수꾼이라면, 발화의 마법으로 물을 덥힐 수 있지 않나요?”

“···어, 그···, 그것이.”


결론은 불가였다.


“제가 4서클이긴 하지만, 주 종이 전격이라서요···.”


레빈은 불 마법은 젬병.

스킬 숙련도가 1레벨이었다.

대지의 마법사가 청개구리처럼 전격의 주문에 꽂혔단다.


“오히려 제가 마법을 쓰면 깨어난 귀령사만 상할 겁니다.”

“···그렇겠네요.”

“저···.”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조금 달랐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심하다가 물방울을 선택했다.


“저···, 우리가 만든 방어막은 반원으로 둥근 막이잖아요.”

“그렇지.”

“방어막에 물을 발라서 투명한 렌즈를 만들면 어때요?”

“렌즈?”


렌즈란 단어가 없나?


“볼록 유리요. 돋보기에 쓰는 거죠.”

“아!”

“물을 발라 얼려 빛을 굴절시키면 호숫물을 따듯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볼록 렌즈처럼 빛을 굴절시킬 수 있다면, 이 안쪽의 온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시도해 볼 만한 아이디어였다.


“해···, 해요! 해봅시다.”


그렇게 진행된 방어막에 물 바르기.

차가운 겨울 날씨라면 금방 얼음이 될 거로 기대했었다.


“어? 이거···.”

“허···.”


‘조졌네. 이거!’


실험은 대실패.


방어막에 물을 끼얹자, 얼음은 투명하지 않은 하얀 성에가 되었다.

그냥 빛을 난반사할 뿐, 소득은 없었다.

살짝 녹여 투명도를 높일까도 해봤지만, 녹으면 다시 육각으로 눈꽃처럼 결정화되며 뿌옇게 흐려질 뿐이었다.


“시도는 좋았어···.”

“나도 멋진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해.”

“하지만, 실패했죠.”

“또 방법이 있겠지!”


우린 부상을 회복한 나샤이데를 목각인형처럼 의자에 앉혔다.

그녀는 주위를 배회하는 라이칸스로프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여러 가지로 고심했지만, 딱히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후, 난 밤새워 생각했던 또 다른 의견을 꺼냈다.


“1층에 불을 지르면 어때요?”

“이곳에 불을 지르자고?”

“네. 확실하게 타도록, 1층엔 발화의 마법진을, 2층엔 냉기의 마법진을 만드는 거죠. 나무란 것도 발화점이 있으니까, 2층 바닥에 냉기의 마법진을 그려둔다면 곧바로 무너지지 않고 5분은 버텨주지 않을까요?”

“아···.”


깊게 고민하던 그녀는 결단을 내렸다.


“테르의 의견에 따르도록 하죠. 언제까지 이곳에 묶여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저 호수를 넘어가 라이칸의 피로 그린 마법진을 무너뜨려야 했다.

그가 2층으로 복귀할 때까지, 1층은 불을 태우면 안 된다.


난 전체가 조망되어 볼 수 있도록 지붕 위 나뭇가지에 거울을 걸었다.

자동차의 사이드미러처럼 그 거울이 마녀의 집 전체를 비췄다.


“저 거울은 뭐니?”

“바깥쪽 상황을 안에서도 보려고요. 2층에서라면 잘 보일 거예요.”

“그렇구나. 다른 거울이 있다면 사방에 모두 걸어야겠다.”


톰 아저씨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1층과 2층 사이 계단도 놈들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부수고 커다란 문을 달 계획. 1층에 있는 중요한 물건들도 2층으로 옮겼다.


우리가 작업을 시작했을 때, 라이칸스로프들은 방어막에 까맣게 붙어 양손을 모으고 우리가 뭘 하는지 지켜보았다.


동료 사체를 다 먹은 놈들은 산을 뒤져 닥치는 대로 동물을 잡았다.

나샤이데가 엉덩이에 마법진을 그려줬던 사슴도 어느새 잡혀 와 놈들의 양식이 되었다.


그날만큼은 나샤이데의 눈이 매섭게 반짝거렸다.




***




우린 결전의 날을 준비했다.


우리는 먼저 방어막에 흙탕물부터 뿌렸다.

조금이나마 우리 쪽 상황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놈들은 목말을 타고 올라 우릴 관찰했다.

한두 시간을 그러더니 지쳐 떨어졌다.


1층엔 발화의 마법진, 2층엔 냉기의 마법진.

창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책장은 부숴서 창틀을 막았다.

창문마다 방벽의 마법진을 그렸다.

동물들을 위로 올리고 계단을 뜯었다. 두꺼운 문을 만들었다.


“워워! 착하지! 이리 온!”

“꾸와악!!”


1층 바닥의 남은 공간엔 죽창을 박았다.

그와 함께 여러 트랩과 소품들도 준비했다.

문제는 방어막이 부서지면 건물 벽을 타고 2층으로 바로 올라올 놈들.

지붕에서의 결투는 필연이었다.


그 모든 준비를 마무리하는 데에도 꼬박 이틀의 시간이 필요했다.

작전이 어느 때가 좋을까 놈들을 관찰했는데, 이놈들, 야행성이다.

밤에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래서 실행 계획은 낮잠 자는 오후 2시.


“슬슬 준비하자.”

“네!”

“부탁한다!”

“맡겨두세요.”


오후 2시.


놈들이 동굴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자 작전이 시작되었다.


커다란 삽을 어깨에 메고 마당으로 나섰다.

마법진의 해체는 내가 하기로.

이유는 가벼운 몸과 달리기 때문이었다.

특히 계단을 해체했으니, 가벼운 몸을 로프로 끌어 올려야 했다.

로프에 매달리면 톰 아저씨가 끌어올리기로.


“합니다!”

“좋아!”


뽀득뽀득뽀득.


난 두껍게 발라 마른 방어막 흙탕물 자국에 손가락으로 눈 두 개를 그려 닦았다.

흙탕 벽에 난 두 구멍으로 바깥쪽 라이칸들을 관찰했다.

동굴로 들어가 잠을 청하는지, 최소의 인원만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황토로 덮인 흙벽 앞에서 난 가져온 뜨거운 물부터 부었다.

마법진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부어 땅을 녹였다.

커다란 삽으로 마법진의 코앞, 녹은 땅을 찍었다.


쩍!


-츄웅!


무슨 강철 다리 철로 된 로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어막 전체로 울리는 진동음이다.


씨발.


눈밭에도 충격이 더해졌다.

피로 그린 마법진이 은은하게 빛을 뿜어냈다.


‘이거 반응이 너무 격한데?’


조심스럽게 삽에서 손을 뗐다.

삽은 미약한 미동도 없이 땅에 박혀 그대로 서 있었다.


‘옳지···.’


삽의 박힌 목 뒤쪽에 바위를 받치고 손잡이에는 줄을 달았다.

저 호수 뒤에서 줄을 당기면 지레의 원리에 의해 삽이 떠지도록, 그렇게 마법진이 무너지는 구조였다.


‘조심, 조심···.’


난 무슨 폭약 설치한 전문가처럼 줄을 풀며 뒷걸음으로 방어막에서 멀어졌다.

줄의 길이는 징검다리를 넘어 1층 문 앞에 서서야 끝났다.


“···준비 끝났어요!”

“알았다!”

“셋에 가요!”

“오케이!”

“하나, 둘, 셋! 흐읍!”


핑!


힘껏 줄을 당겼다.


팍!


삽은 돌에 걸려 뒤집힌다.

마법진이 깨졌다.


우우우웅 -쩡!


순간 방어막이 터졌다.

깨진 마법진은 타오르며 빛 가루를 흩날렸다.

순환하던 마력의 기운이 끊기며 공중이 열렸다.

마녀의 타투엔 마력이 돌며 빛무리가 흐른다.


“됐다. 시작이다!”


콰과과광!


자동차 유리가 터지듯, 땅은 거대한 앰프처럼 울렸다.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부터 닫았다.

쿵! 철컥! 철컥! 철컥!

자물쇠를 연달아 잠그고 마법진을 밟지 않게 재빠르게 움직였다.

2층에서 내려온 로프 매듭에 발을 걸었다.


“됐어요! 당겨요!”

“후읍차!”


로프에 매달리자, 톰 아저씨가 날 힘껏 당겨준다.

벌써 구동된 2층의 마법진에선 하얀 냉기가 피어올랐다.

바닥이 성에가 끼며 얼어붙었다. 1층 천장도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밖에선 거친 포효와 아우성.


“크와앙! 방어막이 깨졌다!”

“크르르르! 일어나! 당장 일어나! 이 개새끼들아!”

“카악! 달려!”

“컹! 컹컹! 잡아라! 물어! 찢어 죽여!”


텁!


난 잽싸게 2층으로 올라왔다.


-콰아앙!


순간 1층의 문이 폭발하듯 부서졌다.


“크와아앙!!”

“콰아아악!! 돌겨어컥!”


징검다리를 따라 뛰어온 놈들이 1층으로 문을 부수며 쏟아져 들어왔다.


“깨앵!!”

“꺅!”


몇몇 라이칸은 1층 바닥에 비스듬하게 세워 둔 죽창에 박혔다.


“닫아요!”


쿵!


내가 올라온 바닥, 문을 닫는 것과 동시에,

1층 발화의 마법진이 시간에 맞춰 구동했다.


파아악! 화르르르륵!


거대한 불꽃이 순간 달아오르며 빛을 뿜어냄과 동시에 폭발했다.


퍼엉!


“깨에앵!”

“크아아악!!”


사방으로 뚫린 1층 여덟 개의 창이 동시에 터졌다.

불붙은 라이칸들이 다시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튕기듯 날아가 호수로 처박히는 놈도 보였다.


“10초!”


톰 아저씨의 목소리.

이제 겨우 10초란다.


‘제길. 5분을 어떻게 버티지?’


“가요!”


우린 2층의 벽을 타고 재빨리 3층 지붕으로 올라갔다.

징검다리가 사라지자 시꺼멓게 몰려와 호수로 뛰어드는 라이칸들.


“예상대로다.”

“하세요!”

“20초!”


레빈은 지붕 위에서 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의 눈이 마력으로 노랗게 빛을 뿜어내며 양손엔 전격이 맺혔다.


우지지지지직!


그가 있는 힘껏 주문을 외웠다.


〖아가씨! 저! 그렇게! 이상한 놈! 아임다!!〗


‘음?’


쩌저적!! 콰앙!


“캬아아악!!”

“끄액!”


‘아니, 왜···.’


생각지도 못했던 주문과 함께, 레빈의 손에서 전격의 마법이 터져 나왔다.

벼락처럼 커다란 아크의 방전이 호수를 긁었다.


번개를 맞은 놈들이 물에서 펄쩍 뛰며 개거품을 물었다.


5분 버티기.


전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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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전조 +14 24.05.18 7,924 305 14쪽
49 49화. 거래 +13 24.05.17 8,781 315 16쪽
48 48화. 증명(2) +16 24.05.16 9,060 327 16쪽
47 47화. 증명(1) +12 24.05.15 9,438 330 19쪽
46 46화. 포로(2) +18 24.05.14 9,770 300 16쪽
45 45화. 포로(1) +11 24.05.13 10,288 322 16쪽
44 44화. 영접식 +22 24.05.12 10,458 330 17쪽
43 43화. 꽃의 저주 +11 24.05.11 10,501 308 15쪽
42 42화. 재스민 +8 24.05.10 10,888 334 19쪽
41 41화. 소공녀의 갑주 +14 24.05.09 11,161 329 15쪽
40 40화. 출정 +8 24.05.08 11,258 320 16쪽
39 39화. 제자 사냥 +17 24.05.07 11,368 319 15쪽
38 38화. 요청 +13 24.05.06 11,594 334 15쪽
37 37화. 초대 +11 24.05.05 11,873 321 16쪽
36 36화. 라이칸 +23 24.05.04 12,310 355 15쪽
35 35화. 기습 +10 24.05.03 12,601 357 18쪽
34 34화. 만월의 밤 +18 24.05.02 13,245 380 17쪽
33 33화. 피난민들 +7 24.05.01 13,597 401 18쪽
32 32화. 서클 +18 24.04.30 13,820 411 15쪽
31 31화. 숲의 주인(2) +17 24.04.29 13,928 412 19쪽
30 30화. 숲의 주인(1) +15 24.04.28 14,031 421 19쪽
» 29화. 기묘한 동거(2) +17 24.04.27 14,315 425 20쪽
28 28화. 기묘한 동거(1) +15 24.04.26 14,458 444 16쪽
27 27화. 나샤이데 +17 24.04.25 14,865 470 21쪽
26 26화. 용병들 +13 24.04.24 15,144 442 18쪽
25 25화. 최전선 +15 24.04.23 15,342 411 13쪽
24 24화. 전송진(2) +14 24.04.22 15,623 407 15쪽
23 23화. 전송진(1) +15 24.04.21 15,533 439 16쪽
22 22화. 마갑의 시동 +15 24.04.20 15,995 405 19쪽
21 21화. 전장의 소식 +20 24.04.19 16,000 412 16쪽
20 20화. 작은 희망(2) +23 24.04.18 16,080 388 16쪽
19 19화. 작은 희망(1) +17 24.04.17 16,230 399 13쪽
18 18화. 시동 +14 24.04.16 16,934 409 16쪽
17 17화. 정령석 +19 24.04.15 17,230 441 15쪽
16 16화. 통수 +9 24.04.14 17,390 409 18쪽
15 15화. 갑주(6) +16 24.04.13 17,539 410 17쪽
14 14화. 갑주(5) +14 24.04.12 17,544 434 18쪽
13 13화. 갑주(4) +23 24.04.11 18,150 418 19쪽
12 12화. 갑주(3) +10 24.04.10 19,015 446 15쪽
11 11화. 갑주(2) +10 24.04.09 18,998 482 14쪽
10 10화. 갑주(1) +21 24.04.08 19,554 464 17쪽
9 9화. 화살(3) +10 24.04.07 19,970 471 16쪽
8 8화. 화살(2) +8 24.04.06 20,581 468 13쪽
7 7화. 화살(1) +22 24.04.05 21,357 498 20쪽
6 6화. 마녀(2) +20 24.04.04 21,824 525 13쪽
5 5화. 마녀(1) +18 24.04.03 22,734 527 17쪽
4 4화. 도제(3) +12 24.04.02 24,474 524 20쪽
3 3화. 도제(2) +12 24.04.01 24,566 525 13쪽
2 2화. 도제(1) +12 24.04.01 26,875 548 16쪽
1 1화. 달빛 대장간 +28 24.04.01 33,668 61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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