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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마갑을 만드는 천재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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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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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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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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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8화. 시동

DUMMY

< 18화. 시동 >




〖시동〗


그 마력식은 마법진이 발동되는 첫 스타트다.


〖시동〗을 어떻게 걸어주느냐에 따라 마법진의 활성화와 효율이 달라진다고 하니, 확실하게 이해되는 모습이 있었다.


“이해했나요?”

“네!”

“역시!”


어릴 적, 경운기나 모터를 줄로 당겨 시동을 거는 어른들의 모습도 생각났다.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엔진을 돌려야 시동이 걸리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이것도 마찬가지야.’


〖시동〗의 방법은 간단하다.


가슴속, 심장의 서클에서 마력을 뽑아, 마법진에 마나의 기운을 일주시키는 것. 그것이 다였다. 마법진이 원형인 이유도 그래서였다. 첫 〖시동〗만이 의미가 있기에 〖시동〗이 추가된 마법진의 모습은 꼬리가 달렸다. 알파벳 Q자 모양이었다.


한 바퀴를 돌려 활성화한 마력은 그 자체로 엔진처럼 마력의 기운을 유지한다. 발동 조건이 확정되어 일시에 그 기운을 뿜어낼 수도 있고, 천천히 마력이 소진될 때까지 느리게 작동될 수도 있었다.


“잘했어요. 선물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녀가 나에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은 마법 잉크.


색이 보라색인 걸 보면 암적색 마정석을 가루 내 만들어진 상급품 같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진하게 배어 나오는 꽃향기.

정말 작은 병에 담긴 것이기에 귀하게 사용해야 할 정도의 소량이었다.


할 일을 마쳤으니, 이젠 떠나야 할 시간.


“감사합니다.”

“고맙소. 나샤이데.”

“갑주가 완성되면 부르세요. 깃털을 태우는 것 잊지 마시고요.”

“물론입니다. 성에서 뵙겠습니다.”


나샤이데는 떠나는 우리를 붙잡고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바르딘. 테르. 두 분께 부탁이 있습니다.”

“···?”

“두 분의 앞길에 작은 희망들이 모일 거예요.”

“예?”

“??”

“그 희망들을 절대로 외면하지 마세요. 보시면 아실 겁니다.”


‘작은 희망?’


마녀의 집을 나와 돌아오는 길.

우리는 나샤이데의 부탁에 대해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이젠 익숙해진 길이기에 그녀의 코카트리스인 파갈루의 안내도 필요 없었다. 우리는 다리가 내려오기 전 계곡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약초꾼들과 만나 함께 다리를 건넜다.


해가 지고 있기에, 일정 상 오늘도 세렌 마을에서 하루를 더 묶어야 했다.




***




“나흘씩이나 걸리실 줄은 몰랐습니다.”


칼 야공의 인사에 바르딘은 그간의 안부를 물었다.


“대장간은 별일 없고?”

“네. 대신 화살촉은 현재 천육백 개가 완성된 상황입니다. 역시 주조가 좋네요.”

“허! 다들 고생했구나. 오늘은 쉬고, 아, 로이든.”

“네. 스승님.”

“1실버를 줄 테니, 고기와 채소를 잔뜩 사 오너라. 코카트리스를 타고 가도 좋다.”

“지··· 진짜요?”

“그래. 물론이다.”


내일은 성의 집무실로 찾아가 슈나드에게 마석 화로에 넣을 마력석과 갑주, 여분의 미스릴을 받아와야 했다.


그리고 칼 야공에겐 마녀에게 받은 5골드 중 하나를 보여주었다.


“이··· 이건 금화가 아닙니까?”

“맞아. 금화지. 그걸 은밀히 깰 수 있겠나? 우리가 금화를 들고 있다는 걸 안다면 누가 찾아와 목을 쑤실지 모르니 말이야.”

“음···. 그렇겠네요.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아주 은밀히 해야 하네.”

“예. 그러지요.”


칼 야공에게 동전을 건넨 바르딘은


“아참. 그리고, 테르, 로이든, 리아.”

““네!””

“너희들은 내일부터 칼에게 글을 배우거라.”

“네?”


그 말에 가장 놀란 것은 칼이었다.


“칼. 자네가 이놈들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 주게. 나단에게 가르친 만큼이면 되겠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테르.”

“네.”

“모두에게 셈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겠니?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아···, 알겠습니다.”


나는 우선 대장간의 한쪽 벽에 0부터 9까지의 아라비아 숫자를 적었다.

십진법에 따라 두 자리, 세 자리로 올라가는 수 쓰기부터 적어놓았다.


“처음 보는 문자인데···, 어느 나라의 방식이냐?”

“아라비아라는 고대어에요. 이 글을 알면 수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게 지식을 알려주는 신령이 있다고 알고 있으니, 대충 넘어가 주겠지.


이곳 일반인들은 아직 작대기를 그어 다섯을 표현하는 정도로만 수 쓰기를 하고 있었다. 수를 쓰는 문자가 따로 있지만, 단어로 표기하는 것인지라 한자만큼이나 번거로웠다. 이곳에선 수도사나 사제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단어였다.


‘사칙연산까지만 가르칠까?’


내가 벽에 뭔가를 더 적으려 하자


“저···,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로이든은 잽싸게 코카트리스를 타고 부식을 사러 도망쳤고, 리아는 저녁을 준비하겠다며 묘한 표정으로 부엌으로 빠진다.


‘음···.’


스승님과 칼도 슬··· 내 눈치를 보는 느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시죠!”

“허허허. 그러자꾸나. 원래 뭐든 처음에 너무 많이 하면 탈이 나는 거란다.”


수업이 끝나자 남은 넷은 대장간 구석에 있던 마석 화로를 중앙으로 옮겼다.

두꺼운 천을 걷어내고 먼지를 털어냈다.


“자네도 됐네. 이제 내가 하지.”

“예. 그러시죠.”


스승님은 직접 고운 천에 기름을 묻혀 꼼꼼하게 화로를 닦았다.

그 모든 일을 손수 해냈다. 자세가 꽤 경건하게 보였다.

꼭 일류 검사가 검을 닦는 모습이었다.


“왜? 보고 싶니?”

“와···. 신기하게 생겼네요.”

“당연하겠지. 이건 마석으로 작동하는 화로거든.”


솔직한 표현으로는 SF영화에 자주 나오는 압력밥솥처럼 생긴 뇌파 검출기를 닮았다. 아니, 미장원에서 파마할 때 사용하는 온열 적외선 찜질기랄까.


원형 반구의 틀 위쪽으로는 마석을 끼우는 36개의 칸이 있고, 그 안쪽은 칸마다 각 마석에 호응하는 마법진이 각인되어 있었다.


“저···, 안쪽을 구경해도 될까요?”

“어디···.”


끼이이익. 덜컹.


안쪽 뚜껑을 열자, 보이는 36개의 마법진. 꼭 벌집 같다.

내가 아는 마법진의 조각 패턴이 보인다.


〖흡기〗, 〖압축〗, 〖**〗, 〖**〗


마지막 패턴은 티탄의 방어진에 있던 〖방출〗과 비슷한 모양.


“아는 것이 있느냐?”

“흡기와 압축은 알겠어요. 그 뒤 두 개는 모르겠고요.”


스승님의 의미심장한 미소.


“뒤의 두 가지 요소는 아마도 ‘발광’과 ‘방사’일 거다.”

“아! 빛으로 화로를 가열하는 방식이군요.”

“오! 그렇지. 맞았다.”


‘레이저라···.’


그러니, 이 화로는 오목 거울처럼 마석에서 빛을 뽑아내 중앙으로 방사하는 방식, 한마디로 레이저 가열로라 이해하면 편했다.


“서른여섯 곳 모두에 마력석을 끼워 넣으면 이 화점에 그 빛이 모이지. 그러면 도가니도 녹일 수 있단다. 미스릴을 녹이려면 그 정도 열은 되어야 하지.”

“그렇군요!”


그때, 시장에 갔던 로이든이 돌아왔다.

코카트리스에 부식과 고기, 밀가루와 채소를 잔뜩 싣고 있었다.


“헥헥헥헥헥!”


로이든은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 온몸이 땀범벅. 물부터 벌컥벌컥 마셨다.

코카트리스도 연신 투레질하며 몸을 틀었다.


우린 서둘러 짐을 내려주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냐.”

“어우. 좀 살겠네. 지금 성이 난리 났어요!”

“음? 난리라니?”

“그 성주가 미쳤는지, 본격적으로 징병을 시작했나 봐요. 병사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남자들을 잡아들이고 있어요.”

“뭐?”

“그···놈, 아니 그 평기사 있잖아요. 코 크고 눈썹에 상처가 이렇게 있는.”


‘카일락?’


“그 기사가 사병들을 이끌고 다니며 눈에 보이는 남자들은 모두 잡아들이고 있다고요!”


와장창창땡그랑!!


그 말에 사색이 된 것은 리아였다.

그녀에겐 네 동생을 함께 키운다는 오빠가 있었음이 생각났다.


스승님이 빠르게 상황부터 정리했다.


“칼!”

“예.”

“자넨 로이든을 데리고 숨어 있게. 폭포 안쪽으로 가! 뭘 해야 하는지 알지?”

“예!”

“테르!”

“네!”

“코카트리스를 데리고 리아의 집으로 가거라. 소식을 알려줘. 또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고.”

“네!”

“나단.”

“예!”

“넌 주조 장비를 치워라. 누가 올지 모르니, 숨겨야겠다.”

“그래도 티가 날 텐데요.”

“그렇다면 옛날 방식으로 되돌리거라. 번잡스럽게 화살을 만들고 있다고 보여줘야 한다. 실력 없다고 티도 내야 해! 이 송풍기도 덮어 치워둬. 전의 풍로를 다시 가져오거라!”

“알겠습니다!”


폭풍처럼 명령을 쏟아낸 스승님이 뭔가를 고민하더니.


“테르!”

“네!”


난 코카트리스를 데리고 리아 사저를 태우고 있었다.

다시 들린 호출에 고개를 돌렸다.


“이걸 가져가. 쓰일 일이 있을지 모르니.”


주머니에 쏟아진 것은 대략 20실버.

뭘 하라고 주는 돈인지 단번에 이해했다.


‘잡히지 않았다면 노잣돈, 잡혔다면 뇌물.’


리아의 오빠가 잡히지 않았고, 도망치기로 작정했다면 주의해야 할 점들도 알려주셨다. 난 그 모든 내용을 머릿속 삽화로 그리며 스토리로 암기했다.


“네. 외웠어요.”

“떠나겠다고 한다면 그 코카트리스도 주거라.”

“네!”

“가라!”


타핫!


“꾸꾸꾸!!”

“부탁해!”


번개처럼 대장간을 빠져나왔다.

길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간의 호흡으로 코카트리스도 내 말을 잘 들었다.


열 살 남짓의 두 소년·소녀의 몸무게는 덩치 좋은 코카트리스에겐 아무런 짐도 되지 않았다.

정말 바람처럼,


‘풍아!’


파바바밧!!


내 앞에선 길을 안내하듯 풍이가 날았다.


넓은 피막을 펼쳐 윙슈트를 입은 것처럼 바람을 탄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우리가 달리는 앞쪽 바람이 갈라졌다.

공기 저항이 줄어드니 코카트리스도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우린 그 움막이 있는 촌락을 향해 쏜살처럼 달렸다.



***



움막이 모여 있는 촌락엔 아직 징병관을 자처하는 놈들이 나타나진 않은 모양.


“누나?!”

“누나아!”

“엉엉엉! 누나아아!!”

“형아가! 형아가 가버렸어!”


다행히 상황을 인지한 리아의 오빠는 이미 내뺀 상황이었다.


“오클린이랑 떠난대! 오클린은 자기 아빠가 술집 점주랑 이야기하는 걸 들었데.”

“그래? 어느 쪽으로 갔지?”

“저쪽! 뒷산에 숨어있다가 밤이 되면 움직인다고 했어.”


아니, 그렇다면 늦는다.

징병에 도주자가 없을까!


관문을 지키는 사병들에게 소식이 전해지면, 어디든 잡힐 수밖에 없었다.

소식이 돌기 전에 먼저 떠나야 맞았다.


‘풍아!’


-푸아아!!


‘어디 있는지 찾아줄래?’


파밧!


풍이는 우리가 누굴 찾는지 알고 있는 듯.


휘이이이잉!


코앞에서 거칠게 광풍이 불었다.

풍이는 나선으로 바람을 타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내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 리아와 동생들의 시선도 하늘로.


“뭐?”

“뭐가 보여?”

“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는 절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팟!


긴 실금을 남기며 한쪽으로 날아가는 풍이.


“저쪽! 가요!”

“응!”


내 말이라면 찰떡같이 믿는 리아 사저가 먼저 달려가 코카트리스에 올라탔다.

그렇게 달리길 한참.


우린 산 중턱, 깊숙한 곳에 몸을 숨기고 있는 두 젊은 남녀를 만났다.

청년은 굳건한 다리로 소녀를 업고 묵묵하게 숲길을 걷고 있었다.


“오빠!”

“리아?!”


지친 기색이 역력한 리아의 오빠

그는 사저를 보자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아앗!”


그와 동시에 등에 업혔던 소녀의 입에선 참았던 신음이 터져 나왔다.



***



청년의 이름은 리노.

함께 도주를 선택한 오클린이란 소녀는 발목이 퉁퉁 부어있었다.

우린 대충 인사를 하고 소녀의 상처부터 살폈다.


‘이거···제대로 접질렸네. 인대 쪽 같은데?’


“괜찮아요?”

“아아. 발목이···.”


눈물을 쏙 빼며 누워있는 소녀.


발목이 삐었을 때 통증 조절과 응급처치, 발목 테이핑 방법, 부목 대는 법 등, 내가 그렸던 다양한 삽화들이 생각났다.


“혹시 발을 삘 때 소리가 났나요? 뭔가가 찢어지거나 끊어지는 느낌이라거나···.”

“아니, 그렇진 않았어요.”


리노는 발목을 살피는 날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동생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잠자코 내가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우선 난 내 소매 어깨 부분을 찢어 붕대를 만들었다.

부종이 심한 다리. 냉찜질이 최선이겠지만, 지금은 중세다.

한의원처럼 피를 빼고 싶어도, 파상풍이 더 걱정이었다.


“잠시만 잡고 계세요. 심장보다 높이 들어요.”


사슴의 엉덩이에 그렸던 마법진을 떠올렸다.

특별한 〖시동〗 주문 없이도 유지될 수 있었던 【치유의 마법진】.


주변을 둘러보며 탄탄한 갈대부터 찾았다.

그걸 사선으로 끊어 작은 펜촉을 만들고 선물 받은 마법 잉크를 찍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세요.”


나샤이데가 그렸던 것보다 세 배는 작은 마법진.

기억을 되짚어 정교하게 따라 그렸다.


처음으로 그려보는 진짜 마법진이었다.


“후읍! 후우···.”


숨부터 골랐다.

손을 떨거나 하지도 않았다.


갈대 펜으로 외곽으로 돌리자, 정확하게 한 획으로 원이 그려진다.


‘좋아.’


난 그곳에 작은 귤 정도 크기의 마법진을 그려 넣고, 풍이를 불렀다.

풍이가 소녀의 발목 위에 앉자 그렸던 마법진이 하얗게 빛을 뿜었다.


화아아!


“아!!”


난 리노에게 나무껍질을 뜯어오게 시켜 그걸로 발목을 감싸줄 ㄷ자 형태의 부목을 만들었다. 잉크가 빛을 잃어갈 때쯤, 난 완벽하게 잉크가 마른 걸 확인하고 상처에 붕대를 감았다.


리노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소매도 찢어 나에게 내밀었다.


“이제 됐어요. 처음 그려보는 거라···, 효과는 어떨지 몰라요.”

“하지만, 지금도 충분한걸요. 훨씬 좋아졌어요. 그 그림에서 시원한 느낌이 계속 전해져와요. 고맙습니다.”


첫 마법진의 시연은 일단 성공.


난 리아에게 스승님이 전해주었던 20실버를 건넸다.

그녀가 그 돈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다시 오빠에게로 전했다.


“스승님이 주셨어! 가져가!”

“그 난쟁이가?”

“오빠!!”

“미···미안.”


난 그 둘에게 코카트리스의 고삐도 주었다.


“관문은 최대한 피하세요. 어디든 좋지만, 절대로 파르마덴에서 왔다곤 말하지 말아요. 관문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간다면 큰 항구가 있을 거랍니다. 항구엔 여러 인종이 섞여 있고, 일도 많으니,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거라 하셨어요.”

“······.”


리노는 조심스럽게 리아와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 스승에겐 언제고 꼭 갚는다고 전해줘.”

“됐으니까, 서둘러!”


오클린을 코카트리스에 태우고 훌쩍 뛰어올랐다.


“건강해라. ···동생들을 부탁해.”

“가! 어서.”


오클린이 우릴 향해 고개를 숙였다.

리노는 딱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가!”


파바박.


리아는 망부석처럼 오빠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곤 까만 점이 되어 사라지자 풀썩 제자리에 앉아버렸다.


“괜찮아요?”

“응.”


혹시나 해 등을 내밀어 봤지만,


“난 다리가 멀쩡한걸. 그리고 너보다 키도 크고.”

“그럼, 다행이고요.”

“어떻게 마법진을 그린 거지?”

“나샤이데 님께 배웠어요.”

“넌 정말 못하는 게 없구나?”

“싸움은 못해요.”

“열 살인데, 그건 당연하잖아.”


하지만, 고든을 죽였던 걸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다.

리아는 바지를 툭툭 털곤 의젓하게 일어났다.


“덕분에 한참을 걸어야겠네요.”

“응.”


우리가 다시 리아의 움막으로 돌아왔을 때.

그곳엔 나단이 있었다.

한 마리 남았던 코카트리스도 작은 짐수레와 함께였다.


“아!”


리아는 바람처럼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깜짝 놀란 나단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며 난 방긋 미소를 지었다.

네 명의 동생도 입을 삐죽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으으으···아아아앙!!”


그때 막내가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막내는 누나까지 도망가는 줄 알았었나 보다.

리아가 나단의 품에서 나와 동생을 업고서야 그 울음을 그쳤다.

아이들은 내가 가르쳤던 짚신을 예쁘게 신고 있었다.


사저가 큰 사형에게 묻는다.


“제··· 동생들은.”

“당연히 데려가야지.”


우리는 코카트리스가 끄는 작은 짐수레를 타고 대장간으로 돌아왔다.

그날, 큰 사형의 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넓게 보였다.


다음 날


성의 집무실로 갑주를 받으러 가는 길.


“허어.”


성으로 향하는 나와 스승님은 그사이 변한 마을 분위기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나샤이데2.jpg

<마녀의 집에서의 나샤이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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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갑주(4) +23 24.04.11 17,864 416 19쪽
12 12화. 갑주(3) +10 24.04.10 18,717 443 15쪽
11 11화. 갑주(2) +10 24.04.09 18,705 480 14쪽
10 10화. 갑주(1) +21 24.04.08 19,253 462 17쪽
9 9화. 화살(3) +10 24.04.07 19,669 469 16쪽
8 8화. 화살(2) +8 24.04.06 20,269 464 13쪽
7 7화. 화살(1) +22 24.04.05 21,046 491 20쪽
6 6화. 마녀(2) +20 24.04.04 21,507 518 13쪽
5 5화. 마녀(1) +18 24.04.03 22,425 521 17쪽
4 4화. 도제(3) +12 24.04.02 24,139 518 20쪽
3 3화. 도제(2) +12 24.04.01 24,236 518 13쪽
2 2화. 도제(1) +12 24.04.01 26,514 541 16쪽
1 1화. 달빛 대장간 +28 24.04.01 33,212 60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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