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작은 희망(2)
< 20화. 작은 희망(2) >
“저 넷! 이리 주시오!”
스승님의 외침에 노예를 팔던 사병들의 눈이 커졌다.
“저 병신들을 진짜 데려가시겠소?”
“그렇다니까!”
“그럼, 오십 쿠퍼만 내슈!”
“뭐요?”
사병 둘은 방금까진 거저 가져가라더니, 끝까지 20쿠퍼를 받아내고는 네 아이를 내어주었다.
“이걸 좀 마셔 봐.”
난 일어서지도 못하고 쓰러진 두 꼽추 아이에게 물부터 먹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눈 하나가 없는 소녀는 연신 우릴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팔이 하나 없는 아이는 그 소녀의 뒤에 숨어 우릴 바라보았다.
“안 되겠다. 가서 뭘 사 오너라. 뭐든 먹이자.”
“네!”
난 2 쿠퍼를 받아 상점가 빵집에서 딱딱한 빵과 죽을 사 와 아이들에게 먹였다.
아이들은 며칠을 굶었는지, 걸신들린 것처럼.
그 딱딱한 빵을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켰다.
“켁! 케켁! 켁!”
“천천히!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먹거라. 음식도 충분하다.”
“죄···,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소녀는 습관처럼, 계속 눈치를 보며 머리를 주억거렸다.
난 그런 그녀를 향해 빙긋 웃어주었다.
급한 거 없으니 천천히 먹으라고 빵도 뜯어주었다.
“상태를 보니, 걸어서 갈 수는 없겠구나.”
우린 코카트리스 전용의 수레를 빌려 네 아이를 태웠다.
그 거친 식사도 힘이 되었는지, 표정과 혈색이 조금은 나아진 모습.
며칠을 짐차에서 시달렸을 아이들은 배가 부르자 그 흔들리는 수레 위에서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난 코카트리스의 목줄을 잡고 걸으며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에효!’
우린 조심스럽게 수레를 끌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어느새 도착한 대장간은 리아의 동생들로 북적대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
리아의 친남매는 도망친 리노와 리리뿐.
나머지 동생 중 셋은 사촌도, 친족도 아닌, 부모를 잃은 아이들.
각박한 생활의 자구책으로 생존을 위해 뭉친 경우였다.
이름은 나이순으로 엘리안, 말릭, 리리, 브린.
일곱 살인 리리만 여아, 다들 리노와 리아의 보살핌으로 튼튼하게 자란 아이들이었다.
오늘 성에서 데려온 노예들은 이 아이들과 비교하면 나이는 비슷해도 몸무게가 절반도 미치지 못할 만큼 말라 있었다.
난 네 아이를 면면히 살폈다.
9살인 키페. 나이에 비하면 몸이 너무도 왜소했다.
왼손이 어깨부터 없는 아이로,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다고.
“부모님은?”
“···어, ···몰라요.”
“그러면 어떻게 지낸 거야?”
“···저는, ···다리 밑, 그, 어, ···버려졌어요. ···거지들이랑.”
“그렇구나···.”
어눌한 말투로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다.
오른쪽 눈이 없는 소녀는 릴리.
8살로 이야길 들어보니, 술에 취한 아비에게 잘못 맞아 눈을 잃었단다.
뼈만 앙상한 도도와 도린 둘은 쌍둥이로 7살.
어릴 때 구루병을 앓았는지, 척추와 다리가 눈에 띄게 휘어있었다.
‘···하, 비타민 D 결핍인가?’
들어보니 어두운 지하에서 몇 년 동안 생활했다고.
햇빛을 본 기억에 이번이 처음이란 말을 한다.
‘우선 이름 외우기부터 해야겠네.’
큰 사형은 사저와 함께 리아의 동생들을 먹이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리아 사저가 달려 나왔다.
노예로 데려온 아이들 앞으로 와 무릎을 꿇고 눈부터 맞췄다.
“이 아이들은?”
“노예로도 팔리지 않아 죽이겠다는 걸 사 왔다.”
“아! 그랬구나.”
가슴이 울컥했는지, 네 아이를 꼭 안아준다.
넷은 깜짝 놀라 두 눈만 끔뻑거렸다.
릴리는 두 눈이 금세 그렁그렁해졌다.
“너희도 저녁 같이 먹을래?”
“네···. 감사합니다.”
“자, 손잡아!”
아이들은 금세 사저를 엄마처럼 따랐다.
저 마음 씀이 동생들을 키워낸 거 같아 가슴이 시큰했다.
로이든은 입을 삐죽거리고, 큰 사형은 서글서글한 시선으로 사저를 바라본다.
대장간은 금세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이 되었다.
***
새로 온 아이들은 출발 때 그렇게 먹었으면서도 식탁에 함께 앉아 먹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아마도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두려는 생존기.
그 아이들의 심정을 너무도 잘 알기에, 리아는 차분하게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 여기선 내일 아침에도 이렇게 먹을 거야. 그러니 그렇게 욕심부리지 않아도 돼.”
“···아!”
“네.”
그리고 나단 사형은
“저 냄새 나는 옷부터 어떻게 좀 해야겠어! 머리도 살펴봐야겠다.”
우린 식사를 마친 아이들의 옷부터 벗기고 모두 머리부터 밀었다.
난 따듯한 물로 아이들을 씻기고 깨끗한 옷들을 꺼내 입혔다.
서둘러 옷도 삶았다.
“으아아···.”
끓는 물 위로 까맣게 죽어 올라오는 이와 벼룩.
검은 땟국물이 금방 올라왔다.
“후우. 무슨 폭풍이 지나간 것 같네요.”
“집부터 만들어야겠는데? 따로 생각해 둔 게 있니?”
“그렇다면···.”
나는 스승님과 사형이 볼 수 있게 테이블 위에 물로 그림을 그렸다.
A프레임의 간단한 움집.
이런 구조는 벽도, 기둥도 필요 없으니, 집을 만들기 가장 편했다.
“그래. 지금으로선 그 모양이 가장 쉽겠구나.”
“네. 이 모양대로라면 지금 있는 재료로도 충분히 만들겠어요.”
“서두르자. 해가 얼마 없다.”
우린 움막부터 만들었다.
나무는 둘을 기울여 A프레임으로, 가로로 용골만 올리는 간단한 구조.
뼈대 위엔 진흙을 바르고 그 위에 다시 짚을 올렸다.
앞뒤 나무판자로 문을 달아주니 금세 그럴싸한 집이 완성되었다.
“훌륭한데요?”
“와! 집이다!”
집을 본 넷은 스승님께 깊게 고개를 숙였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였다.
아직은 근심을 담은 표정, 그래도 입꼬리엔 미소가 걸렸다.
스승님의 입꼬리도 빙긋 올라간다.
“그래. 너희들도 이제 대장간의 식구들이다. 가족처럼 지내거라.”
그렇게 우린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
밤이 되자, 폭포 뒤 동굴에 숨어있던 칼과 로이든이 돌아왔다.
“에에에, 에이취!”
로이든은 입술이 파랗게 변해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러곤 새로 만든 움막의 방문을 열어보더니.
“음? 뭔 애새끼들이 이렇게 많아?”
새롭게 불어난 여덟 식구에 크게 놀란 얼굴.
난 로이든에게 물었다.
“어디 불편하세요?”
“으흐흐흐! 동굴이 너무 추워. 계속 떨었어.”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후. 고맙다.”
칼도 불 옆으로 다가와 우리의 대화에 참여했다.
“지금 무슨 상황인 게냐?”
“리아 사저의 동생 넷과 성에서 아무도 사지 않는 노예 넷도 데려왔어요.”
로이든은 팔을 비비며 빵부터 뜯었다.
스승님은 화로 앞에서 쉬고 있는 둘에게 말했다.
“칼. 로이든. 내일부터 슈나드란 놈과 사병 몇이 대장간으로 올 거다.”
“예?”
“명목은 오늘 받아온 저 갑주를 지킨다는 이유인데···, 아마도 마력석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확인하러 오는 거겠지.”
“어휴. 저희는 또 동굴에서 온종일 숨어있어야겠네요.”
“아마 징병도 곧 정리가 될 테니, 사흘만 참고 숨어지내거라. 돌아갈 땐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내 방에 있는 화로도 가져가거라.”
“···알겠습니다.”
아직은 징병관들이 돌아다니니 칼 야공과 로이든 사형은 며칠은 더 숨어지내야 할 판. 둘은 양손 가득 이불과 숯, 철제 화로를 들고 폭포 뒤 숨은 동굴로 돌아갔다.
“아이들을 재우자꾸나.”
“네.”
새 움막엔 군대식으로 넓게 침상을 깔았다.
구석엔 찰흙과 주먹만 한 바위로 벽난로를 만들고 길게 굴뚝도 올렸다.
우린 테이블에 엎어져 잠에 빠진 아이들을 조심스럽게 옮겨 침상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편한 잠을 얻었는지, 깨지도 않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내 작은 개집 움막으로 기어들었다.
화로의 따듯한 온기가 아직 남아 벽 전체에 열기가 퍼져 나왔다.
스르륵 감기는 눈을 참아 뜨며 그동안 심심했을 풍이와 놀아주었다.
‘풍아! 이리 와.’
-푸아아.
스스슥.
두 겹이 되어있는 내 가슴의 마법진은 풍이 덕분으로 오늘도 하얗게 빛을 뿜어냈다.
‘이 느낌!’
풍이를 쓰다듬을 때마다 심장과 손에서 마나가 도는 것이 느껴졌다.
‘이 상태라면···, 나도 조만간···.’
마력의 기운이 심장을 돌지 않을까···.
온몸에 마나가 자유롭게 흐르지 않을까···.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이런저런 공상을 하다가 나도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아침이 되니, 대장간은 아이들 먹이는 일부터 부산하다.
대장간에 활력이 돌았다.
민머리가 된 넷은 눈치가 대단했다.
꼭 작은 로이든을 보는 것만 같았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왼팔이 없는 키페.
뭐든 일을 찾아냈다.
잠시도 쉬지 않았지만, 옆에 있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교묘하게 시선 밖에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눈치였다.
‘재밌네···.’
생존 본능의 발현이겠지만, 내 머릿속엔 개성으로 각인됐다.
저 아이의 캐릭터가 카드와 능력치로 그려졌다.
‘하하하. 패시브 스킬이 [은신]이라···.’
난 키페의 모습을 다크템플러로 각인했다.
‘잘만 키우면 로그가 딱이겠는데···.’
이 외팔이 꼬마의 재능이 어디에서 꽃을 피울지 감을 잡았다.
한쪽 눈이 없는 릴리는 바느질을 시키니 곧잘 해낸다.
삶아 말린 옷들을 수선하는 데 실력을 발휘했다.
섬세한 것에 재능이 있었다.
“어머! 벌써 끝냈어?”
“···네. 감사합니다.”
손재주도 탁월했다. 작은 바늘귀도 척척 꿰맨다.
한쪽 눈뿐이지만, 시력도 좋았다.
“저기? 저게 보인다고?”
“네. 지빠귀가 새끼를 낳았어요. 두 마리에요. 아래 뱀이 올라오니 어미가 성이 났어요. 그래서 시끄럽게 울고 있는 거예요.”
하나밖에 없는 눈이지만, 그 눈이 워낙 좋아서 몽골인을 보는 것만 같았다.
특히 가까이에 있는 것도 더 정밀하게 본다.
아주 작은 것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무엇인지 알았다.
“이걸 하거라.”
“앗! 감사합니다.”
난 사라진 눈을 대신해 가죽 안대를 만들어 주었다.
흉했던 얼굴이 균형이 잡혔다.
그걸 착용하자 꼭 여 해적의 모습이 되었다.
“잘 아울리네. 내 나중에 안대에 그림을 그려줄게. 그려 넣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아! 네! 감사합니다.”
두 곱사등이 도도와 도린은 둘이 항시 붙어 다녔다.
꼭 샴쌍둥이를 보는 것 같았다.
신기한 것은 둘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의견을 나눈 것처럼 호흡이 척척 맞았다. 얼핏 보면 둘만의 텔레파시가 흐르는 모양.
설거지를 시키자 손 넷이 오래 합을 맞춘 듯 현란하게 움직였다.
둘이 뭔가를 하는 모습만 봐도 마냥 신기했다.
‘저것도 재주네···.’
나샤이데가 말한 작은 희망이 어떤 ‘가능성’을 품고 우리에게 선물처럼 온 느낌이다.
스승님도 그걸 눈치채셨는지 나에게 다가와 은근슬쩍 말했다.
“아이들 재주가 남다르구나.”
“네. 정말 그러네요.”
“잘 보아두었다가 각자 맞는 재능을 키워야겠다. 네가 좀 지켜보거라.”
“네!”
밥을 먹이고, 어제 마저 못했던 빨래를 하고, 마무리가 부족했던 움막을 정리하느라 오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리아 사저는 음식을 바구니에 넣어 두 동생과 함께 폭포로 배달을 떠났다.
대충 아이들의 할 일도 자리가 잡혀갈 때쯤,
걸걸한 탁성이 말 울음소리와 함께 들렸다.
“여기?”
“굴뚝을 봐! 딱 봐도 대장간이잖아!”
“이런 씨발! 그러니까 여기가 맞냐고!”
마차를 타고 병사 넷이 대장간을 찾았다.
“어이! 꼬마야! 여기가 난쟁이가 한다는 대장간이 맞느냐?”
“네. 〖달빛 대장간〗을 찾으신다면 여기가 맞습니다.”
난 스승님을 찾는 척 리아 사저부터 찾았다.
“사병들이 왔어요. 우선 옷부터···.”
“아! 알았어. 고마워.”
폭포에서 돌아온 사저는 서둘러 작업용 앞치마를 두르고 두건을 착용했다.
얼굴에 검댕을 묻히고 남장을 했다.
건들거리며 네 사병이 대장간 안으로 들어왔다.
“성주님이 갑주를 지키라던데, 어이! 난쟁이! 작업은 하고 있소?”
“커흐흠. 어서 오시오. 이제 막 시작할 참이오.”
“뭐··· 뭐야?! 여긴 순 애새끼들뿐이잖아?”
“칫! 계집이라곤 눈알 빠진 꼬맹이뿐이라니! 여긴 뭔 대장간이 아니라 보육원이로구먼!”
다행히 슈나드나 카일락은 오지 않았다.
성을 지키는 사병 넷만이 감독으로 차출된 모양이었다.
‘어?’
네 명의 병사 중엔 마녀의 집에 함께 갔었던 방패잡이도 있었다.
다른 셋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대장간을 둘러보더니,
“야! 별거 없다. 심심한데 어때?”
“왜? 또 털리려고?”
“이 씹새끼가! 덤벼! 새끼야!”
셋은 허락도 없이 테이블 하나를 치우곤 의자에 둘러앉아 카드 패를 꺼냈다.
방패잡이만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스승님과 내가 하는 일을 옆에서 구경했다. 마법 화로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우리를 바라봤다.
“이제 시작하는 겁니까?”
“해야지.”
화로 옆, 테이블 위엔 미스릴 주괴가 은은하게 마력의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스승님이 방패잡이를 보며 묻는다.
“그쪽은 이름이 뭐요?”
“톰. 톰입니다.”
“거기서 계속 볼 거요?”
“안됩니까?”
“뭐, 상관은 없지.”
우리는 조심스럽게 상자에서 마력석을 꺼내 둥근 마석 화구에 하나씩 끼웠다.
마석이 끼워진 화구에선 숨어있던 마법진들이 빛을 내며 반짝이기 시작했다.
쯔웅.
부챗살처럼 펼쳐진 레이저가 한군데로 모이자
츠즈즈즈즈.
강하기로 소문난 미스릴 주괴가 스르륵 녹아내렸다.
난 그 푸른 빛에 매료된 채 마력 화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법 화로의 반응로 원리부터 이해했다.
생각보다 원리는 간단했다.
한 점으로 모인 레이저가 미스릴을 녹인다.
내 눈엔 녹아내린 미스릴에서 요동치는 마력이 마치 마블링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드디어···.’
성주의 갑주.
본격적인 마갑의 수리가 시작되었다.
***
웅웅웅웅웅
원형의 틀에 박혀있는 32개의 마력석.
마법진의 안쪽에선 청색의 빛줄기가 고르게 튀어나왔다.
마치 오목 거울처럼, 반사망원경처럼, 32개의 레이저가 한곳으로 뭉치는 모양이다. 그걸 자유롭게 움직여 갑주 위를 녹였다.
츠츠츠츠츠.
‘와아아!’
스승님은 꼭 스탠드 전등의 지지대처럼, 마석 화로의 원형 틀을 조종해 그 빛을 테이블 위 갑주에 쏘았다.
미스릴은 연한 노란색으로, 그 뒤쪽 철판은 붉은색으로, 갑주가 금세 붉게 물들었다.
레버를 돌려 레이저를 끈 스승님이 망치를 들고 갑주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땅! 땅! 땅! 땅!
구겨지고 찢겼던 상처는 금세 넓게 펴졌다.
다시 가열하고 때리길 잠시.
밖에서 카드를 치고 있던 사병들에게서 시끄러운 불평이 터져 나왔다.
“하! 씨발, 더럽게 시끄럽네!”
“아. 난 머리가 울리려고 해!”
“귀가 찢어진 거 같아. 어쩌지?”
“야! 저거 성주의 갑주잖아!”
“갑주가 뭐! 고쳐봤자 또 그 지옥에나 데려가겠지. 내 말 틀려?”
“야! 좀 닥치고, 좀 조용히 해!”
“아니, 왜 나한테 지랄이야?”
망치를 든 스승님의 손 위로 핏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드워프의 긍지’를 행사하는 신성한 의식을 방해받은 표정.
“방금 뭐라고 했나?”
“아니, 씨발. 너무 시끄러워서 카드를 칠 수가 없잖아!”
난 냉큼 테이블을 돌아 스승님의 망치 든 팔부터 잡았다.
두툼한 팔에선 부르르 떨리는 분노가 느껴졌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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