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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마갑을 만드는 천재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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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4.04.0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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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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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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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4화. 갑주(5)

DUMMY

< 14화. 갑주 (5) >




마녀 나샤이데.


그녀는 출연만으로 상황은 종식되었다.

산고블린이 떠난 자리엔 피 흘리던 말머리만 덩그러니 남았다.

진득한 피비린내는 망토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날려버렸다.

그녀의 침묵은 우리에게 죄를 묻는 것처럼 보였다.


카일락은 목숨을 구명 받았음에도 인사가 없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침묵만을 유지했다.

긴장된 시선은 여전.


그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파갈루~!”


그녀의 목소리에 깜찍한 모습의 코카트리스가 나타났다.

작고도 예쁜 모습. 오색의 깃털이었다.


“꽈아~!”


빨갛고 파란 깃털을 보면 꼭 금강앵무를 닮았다.

크고 긴 꽁지깃, 여느 코카트리스와는 다른 모습.


“따라오세요.”


거부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 파갈루라는 코카트리스를 타고 앞장섰다.

우리는 처음 산고블린을 만난 곳으로 돌아왔다.


“······.”


낙엽 위엔 붉은 핏자국뿐.

길잡이가 누워있던 자리였다.

길잡이와 머리를 잃은 말의 사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 숲에서 산고블린을 자극하다니, 그건 정말 바보 같은 행동입니다.”

“그놈들이 먼저-”

“산고블린은 절대 먼저 공격하지 않아요!”

“······.”


모두의 시선이 쇠뇌를 든 용병에게 향했다.

그는 변명하고 싶었지만, 기사의 험악한 눈빛에 침묵했다.

이 사태를 만든 빌어먹을 길잡이는 이미 죽은 마당이었다.


마녀는 죽은 길잡이가 누워있던 자리에 뭔가를 뿌리며 주문 같은 것을 외웠다.

그러자 그곳에서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피처럼 붉게 피어난 꽃은 금세 검게 죽어 시들어버렸다.


“쯧!”


시들어버린 꽃을 바라보던 나샤이데는 혀를 차고는 무시한 채 길을 나섰다.

검은 꽃은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을 암시했다.


작고 귀여운 코카트리스를 타고서, 마녀는 귀신같이 산을 올랐다.

우리는 묵묵히,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멀미가 올라오는지, 스승님의 얼굴이 노랗게 달아올랐다.




***




숲은 나무가 굵어지며 점점 어두워지더니, 깜깜한 밤처럼 변했다.

위를 보자 밤하늘의 별처럼 가지 사이로 햇볕이 반짝거렸다.

이 기이한 숲은 정말로 마법처럼 묵직해 심해를 수영하는 것만 같았다.


‘무슨 공기가··· 이렇게 무겁지?’


솔향 가득한 숲.


풍이를 삼켰을 때의 그 느낌이 코를 찔렀다.


“······.”


능선 하나를 넘자, 어느 순간 뻥 뚫린 녹색의 들판.


“와!”

“허, 이 깊은 숲속에 이런 곳이?”


살펴보니, 제주도의 오름이나, 운석이 떨어져 생긴 크레이터.

들판의 중앙에 보이는 것은 하늘을 떼어놓은 것 같은 도넛 모양의 호수, 가운데엔 작은 섬이 있었다.


섬엔 거대한 버드나무와 2층으로 된 아담하고 예쁜 오두막이 보였다.


‘저곳이···.’


나샤이데가 사는 마녀의 집.


호수 앞에 도착한 마녀가 뭔가 주문을 외우자, 널찍한 바위들이 하나둘 나타나 징검다리를 만들었다.


“어허!”


그 모습을 본 스승님의 눈이 커졌다.

그 바위를 한눈에 알아본 듯한 표정.


“···바위 정령이로군.”


앞으로 나가선 코카트리스를 내렸다.

징검다리를 쓰다듬으며 바위를 살펴본다.


“반갑구나···.”


그 바위는 수줍은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다시 물속으로 고개를 숙였다.


“허허허! 이놈 봐라?!”


그 모습에 나샤이데는 놀란 표정.


“혈통이 남다르신가 보군요.”

“크흐흠. 그래봤자 촌구석 난쟁이일 뿐이오.”


바르딘은 살짝 젖은 손바닥을 바지에 쓱쓱 문지르곤 정식으로 나샤이데에게 인사했다.


“바르딘이요.”

“나샤이데입니다. 혹 실례가 아니라면 본명을 알 수 있을까요?”

“······.”


불편한 얼굴.


그녀가 용병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꼭 무슨 비눗방울처럼 일렁이는 얇은 막이 생겼다.


“저들에겐 들리지 않을 거예요.”


그녀의 눈빛이 이젠 괜찮다며 대답을 원했다.

바르딘이 내 눈치를 살짝 보더니 말했다.


“바요른 노얌 티리미라 콘 파론 르야르샤트 베르임 쿠놉 바르딘! 그게 내 본명이요.”

“아!”


깜짝 놀란 마녀의 얼굴.

바르딘이 웃으며 말했다.


“어떤 말도 하지 마시오. 다 과거의 일이니까.”

“알겠어요.”


그녀의 눈이 초승달로 변한다.


난 저 긴 이름이 바르딘의 혈통에 대한 클리셰임을 알았다.

그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면 굳이 알아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머릿속에선 벌써 짧은 동화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사라진 드워프 왕국의 왕자쯤?’


망상 속에선 이미 드워프가 주연인 동화의 삽화가 그려졌다.

그 삽화에 캐릭터로 박혀버렸으니, 아무리 긴 이름이라도 잊어버리지 않을 터였다.


난 벌써 아르누보풍의 삽화를 완성하고, 그 아래, 액자의 하단엔 주인공의 이름을 리본 장식 위에 적었다.


‘바요른 노얌 티리미라 콘 파론 르야르샤트 베르임 쿠놉 바르딘.’


지금은 촌구석의 대장장이인, 어느 드워프 왕족의 이름이었다.




***




“······.”


카일락은 이 여정에서 마녀를 만나 고든의 사인을 묻고 싶었다.


죽은 놈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그를 이용해 한 푼이라도 벌지 않을까.

이 지역에서 고든을 그렇게 죽일 수 있는 이는 마녀뿐이었고, 그녀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녀를 압박해 돈이라도 뜯어낼 생각이었다.


“뭘 믿고?”


‘큭큭큭.’


오러는 마나의 상극.


그는 이 기사도를 얻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었다.

그리고 오러가 없는 기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러로 압박한다!’


어렵게, 천금을 주고 배운 기사도였다.


한번 끌어올리면 사흘은 앓아누워야 하는 반푼이 기사도였지만, 마녀를 상대로 단기 접전이라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카일락은 이런 촌구석, 산속에 숨은 주술사 목 꺾는 일쯤은 손쉬울 거로 생각했다. 이전에도 몇 번 경험이 있었다.


‘그래도 조금 후달리긴 하네···.’


동네 똥개도 자기 집 앞에선 반은 먹고 들어간다지.

산고블린이 도망치는 걸 보면 그래도 이 산에선 한가락하는 모양이었다.


‘그래봤자 동네 주술사.’


그가 생각하기에 마녀는 오러를 두른 기사에겐 밥이다.


“어이!”


카일락은 각오를 다잡았다.

오러를 안광에 끌어올리며 거칠게 입을 열었다.

한 손은 검집을 잡은 채였다.


“이봐! 마녀! 물을 것이 있다!”


고개를 든 나샤이데.

카일락이 목소릴 깔았다.


“나흘 전에 내 종자인 고든이 죽었다. 바람의 마법 때문이더군.”

“그 건에 대해선 사제 폴란에게 제대로 해명한 것으로 압니다만.”

“흥! 그깟 입 바랜 핑계로 누굴 속이려고! 숲의 신 실마란의 이름을 걸고 대답할 수 있느냐?”

“좋아요. 물어보세요.”


카일락은 놀란 표정.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신의 힘을 빌려 답하는 주술사가 이제껏 있었던가!

그의 예상은 신께 불경하다 생각하여 상대가 대답을 피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얼버무리면 다그칠 생각이었다.

적당한 금액을 요구하면 귀찮아서라도 들어주겠지 싶었다.


카일락이 단전의 오러를 끌어 올렸다.


‘찍어누른다!’


오러로 반짝이는 눈을 부라리며,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누가 고든을 죽였는지 알고 있나? 숲의 신 실마란의 이름을 걸고 묻는다.”

“신의 이름을 빌리겠다면, 공물은요?”

“에?!”


‘아차차!’


그는 다시금 낭패한 표정.

신의 이름을 걸고 물을 땐 공물을 바쳐야 했다.

그 공물은 마법의 힘을 담지 않았다면 소용없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회복의 마법이 깃든 이 허리띠뿐.


카일락은 죽은 고든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잠시 고민했다.


‘···이걸 걸어?’


수도에서 10실버나 주고 산 허리띠였다.


이미 엎질러진 물.

튀어나오려는 욕을 입을 깨물며 참았다.

투자하는 셈 치고 허리띠를 쭉 뽑았다.


“좋다! 고든을 누가 죽였지? 숲의 신 실마란의 이름으로 묻겠다!”


사라라라라락!!


허리띠에서 하얀색의 빛 가루가 흩어졌다.

신이 허리띠의 마력을 공물로 걷어갔다는 의미였다.

이제 마녀는 거짓을 말할 수 없었다.


“바람의 정령입니다.”

“뭐?”

“바람의 정령 실피드. 막 깨어난 아주 어린 바람의 정령을 그가 죽이려 했더군요.”

“무··· 무슨!”

“이제 대답이 되었나요?”


‘이···, 이건 계산 밖인데···?’


“그리고 그 꼴같잖은 오러는 당장 치워버리세요. 기사로서 부끄럽지 않다면 말이죠.”

“큽! 뭐라?”


우우우우웅!!

쩌저적!


나샤이데의 눈빛이 차갑게 그를 찔렀다. 내리눌렀다.

그녀의 눈이 더 빛나게 마력을 담았다.


얼음으로 된 바늘이 그의 심장을 찌르는 듯, 순간 고통이 느껴졌다.

오금이 저리고 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무슨 마력이···.’


“끄으흡!”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할머니의 표정이 마녀의 얼굴에 스쳤다.


“그, 그만!”


카일락은 가슴을 부여잡은 채, 숨부터 몰아쉬었다.

얼치기 기사에게 배운 오러로는 진짜 마녀에게는 파리목숨이었다.

떨리는 눈동자로 입술을 질끈 물었다. 가슴이 죽을 듯 방망이 친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상황이 정리됐음을 확인한 그녀가 선언하듯 말했다.


“좋아요. 기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여러분을 초대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호수의 징검다리 옆으로 긴 목의 물뱀들이 머리를 들었다.

사람 키만큼이나 머리를 든 물뱀들은 엘프처럼 길쭉한 귀가 달려있었다.


투명하고 검은 눈이 우리를 훑었다.

그 섬뜩함에 머리가 삐쭉 솟았다.




***




“······.”


하얀 뱀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얼핏 봐도 백 마리는 넘었다.


아쿠아리움에 가면 보는 하얀 모래 속에서 고개만 삐죽 내밀고 수십 마리가 물결에 따라 흔들리는 정원 장어(garden eel)를 보는 것 같았다.


꼭 그걸 닮은 놈들이 호수에서 머릴 내밀고 우릴 그 시리도록 까만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녀의 집을 지키는 수호 마수가 분명했다.


“이놈들은 귀령사라는 마수입니다. 피 냄새에 아주 민감하죠. 만약 여러분 중에 사람을 죽인 적 있는 분이 있다면, 이 징검다리를 건널 생각은 하지 마세요.”

“···!!”

“헙!”


그 소리에 옷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는 용병들.


“몸에서 나는 피 냄새를 맡는 것은 아니랍니다. 귀령사는 죽은 자의 원한이 상대에게 붙어 있는지를 볼 뿐입니다.”

“아!”

“어흐!”

“그냥 들어오지 말라는 소리구먼!”


카일락은 인상을 와락 구긴 채, 오기 가득한 목소리를 쥐새끼처럼 내질렀다.

마력이 사라진 허리띠를 다시 허리에 매며 물러났다.


절대로 저 징검다리는 건너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나와 바르딘이 머뭇거리자, 그녀의 손이 우리 둘의 어깨를 잡는다.


“두 분은 제가 특별히 초대하도록 하지요.”


어리둥절해 있는 용병들.


그사이에 있던 슈나드가 결심한 듯 마녀의 뒤를 따랐다.

그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이! 당신도 와야지!”

“으크흐흐흐흠!!”


카일락에게 방패를 빼앗기고 두 손에 흉갑을 들고 있던 덩치 좋은 용병도 길을 나섰다.

방패 병으로 살아오면서도 누굴 죽여 본 적은 없었던 모양.

공터에 남은 셋은 다른 넷이 징검다리를 넘어 들어가는 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볼 뿐이었다.




***




마녀의 집.


내부는 정말 ‘마녀의 집’이라 해야 할 모습이었다.


온갖 약재와 병들. 말린 풀과 동물의 뼈가 가득 매달려 있었다.

그 한쪽, 커다란 책장엔 두꺼운 양피지 책들이 가득 꽂혀있었다.


그리고 정중앙.


“푸르르!”


엉덩이의 털을 둥글게 밀어버린 사슴 한 마리가 커다란 눈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다.


“아참, 하던 일은 마무리해야겠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테이블 위에 뽑혀 있는 것은 피 묻은 화살.


사슴의 엉덩이, 둥글게 밀린 맨살 중앙엔 화살에 찔린 상처가 있었다.

그녀는 그 상처를 중심으로 동그란 마력의 부적을 그리고 있었다.


치유의 힘이 깃든 마법진.


나는 그 그리는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마녀는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하던 일을 멈추고 날 바라본다.


“궁금하면 가까이 와서 봐도 됩니다.”


나에겐 흔쾌히 자신의 옆자리를 내주었다.


나는 사진을 찍듯, 그녀의 작업을 내 뇌리에 각인시켰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멋진 삽화를 머릿속에 따라 그렸다.


처음 느껴보는 마법의 기운이었다.

마법사가, 마녀가 그리는 진짜 마법진이었다.




***




“···됐구나.”


엉덩이에 동그란 문신이 박힌 사슴이 어정쩡한 걸음으로 미적거리며 일어났다.


“꿰에~!”


감사의 의미인지, 마녀의 얼굴을 핥으러 다가왔지만, 그녀는 정중히 손을 뻗어 그 사슴을 말렸다.


“어서 가렴.”


사슴은 몇 번 다리를 까닥거리곤 뒷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


“다시는 눈먼 화살에라도 맞지 말아라. 알았지?”


꾸벅, 꾸벅.

후다닥.


사슴이 나가자, 그녀는 가만히 앉아 차례를 기다리던 셋에게, 아니 나까지 포함해 넷을 돌아보며 물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래요. 무슨 일로 이 험한 곳까지 절 찾아오셨나요?”


그 질문엔 스승님이 대답했다.


“파르마덴의 성주인 벨라드 경의 요청이 있었소.”


그녀는 묘한 표정으로 설명을 구했다.


슈나드가 용병의 옆구리를 툭 치자, 그가 서둘러 흉갑을 두른 천을 벗기고 테이블 위에 그 갑주를 올렸다.


갑주를 살피는 마녀.


“오!”


스승님이 설명을 시작했다.


“마법진이 여럿 장치된 최상급 마흉갑이요. 보시다시피 망가졌소. 수도로 보내면 좋겠지만, 준남작은 여기서 고치길 원합디다. 방어의 마법진, 거기에 티탄의 마법진, 그 둘과 돌벽을 일으키는 정령의 권능이 무너졌소, 발동진이 이 안쪽에 그려져 있습니다. 이걸 살려달라는 부탁이요.”


찰칵. 찰칵.


버클을 벗겨내자, 흉갑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안쪽을 내보였다.


두 개의 큰 원과 별 모양의 마법 문양.

그 모두가 한 번의 도끼질로 모두 찢겨 있었다.


“흠. 엉망이군요.”


그녀는 흉갑의 안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기사의 목숨을 구하고 깨진 거로군요. 소명을 다했으니, 죽어야 할 갑주입니다.”

“하지만, 준남작은 이걸 다시 살리길 원합니다.”

“살린다라···.”


그때 나선 것이 슈나드였다.

그는 대뜸, 아니 너무 긴장했는지, 삑사리난 목소리로 말했다.


“쌈씹꼴드!”

“?”

“크허크크큼! 아아! 삼십 골드! 그 갑주를 살리는 데 삼십 골드를 드리겠습니다.”

“오! 큰돈이군요.”


슈나드는 회심의 미소를 속으로 삼켰다.


그간 약재상들에게 그녀에 관해 조사하면서 그녀가 생각보다 돈을 밝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돈으론 여러 마을을 돌며 불쌍한 빈민과 고아를 지원한다고 했던가.

지금, 이 30골드라면 충분히 그녀도 움직일 거로 예상했다.


“두···개의 마법진과 하나의 권능입니다. 그걸 살리는 데 30골드라면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수도의 마법사를 초빙하는 것보다 곱절은 높은 금액입니다.”


‘아니, 어디서 구라를···.’


하지만, 난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도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는 커다란 책에 더 관심을 가졌다.

거의 A1 사이즈보다도 클 책.

2절 스케치북이라고 해도 맞았다.


그 거대하고 두꺼운 책에는 조금 전 노루인지 사슴인지 모를 놈의 엉덩이에 그렸던 마법진 말고도 여러 마법진이 크기별로 그려져 있었다.


‘와아아···.’


딱 봐도 1레벨부터 7레벨까지

단계별로 그려진 치유의 권능.


내 눈은 거침없이!

그 그림을 탐하며 흔들거렸다.




***




“좋군요. 충분합니다.”


양피지 위엔 빼곡하게 조문들이 적혀있었다.

고운 글씨로 마녀는 그곳 하단에 나샤이데란 이름을.

이로써 계약서는 완성이었다.


시골 처녀 후리기에 성공한 슈나드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입꼬리에 웃음을 걸었다.


‘크크크···. 이거쥐!!’


그러면 남는 금액만 20골드.


‘마석 화로를 데우는 데 쓰일 마석이야 1~2골드면 떡을 칠 테니, 부족한 미스릴과 정령석만 어찌 해결한다면···.’


정령석?


“엇?”


그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궈궈궈권능을 깨우려면 정령석도 필요합니다만!”


그 말엔 나샤이데는 금시초문이라는 표정.


“이 계약, 어디에도 정령석과 관련한 이야기는 없습니다만.”

“예! 그···렇죠! 하지만 당연히!”

“무슨 말씀을! 흉갑에 걸린 마법진의 복구만이 계약된 사안입니다. 그 연료가 되는 마석과 정령석은 당연히 별도입니다만. 안 그렇습니까?”


마녀의 질문은 화살 같았다.

울상이 된 슈나드는 바르딘에게 표정으로 말했다.


-제발제발제발! 도와줘요!


“자네, 왜 그러나? 여관 앞에서 날 쫓아낼 때와는 표정이 다르구먼!”

“예에에? 바르딘 님!”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네. 새겨들어야 할 것이야. 드워프는 절대로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네. 만약 그런 드워프가 있다면 이런 도끼로 머릴 쪼개야 하지! 머리란 단단한 뼈이니 단번에 찍어야 한다네.”

“!!”


이런 씨부럴!


슈나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바르딘은 그녀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 계약서상이라면 정령석이 포함될 이유는 없습니다. 당연하지요.”

“바르딘!!”

“‘님’자가 그새 사라진 걸 보니, 자네 마음을 알겠군. 그래도 내 어찌 거짓을 말하겠나? 그냥 고지식한 난쟁이라 욕을 하시게.”

“크흐흡! 그···, 그래요! 좋습니다. 알겠어요! 그러면 정령석! 정령석을 추가로 계약하시죠.”


그녀는 어깨만 으쓱할 뿐.


“여긴 정령석이 없네요. 특히, 바위의 정령석이라면.”

“예?”


하지만, 그 순간.


파라라라락!!


내 욕망에 반응한 풍이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 거대한 마법진 책의 다음 장.


내가 너무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통했는지,

풍이는 바람을 일으켜 강제로 그 책장을 넘겨버렸다.


그다음 장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거대한 마법진이 가득 그려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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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최전선 +15 24.04.23 15,212 409 13쪽
24 24화. 전송진(2) +14 24.04.22 15,498 405 15쪽
23 23화. 전송진(1) +15 24.04.21 15,403 439 16쪽
22 22화. 마갑의 시동 +15 24.04.20 15,866 405 19쪽
21 21화. 전장의 소식 +20 24.04.19 15,880 411 16쪽
20 20화. 작은 희망(2) +23 24.04.18 15,962 386 16쪽
19 19화. 작은 희망(1) +17 24.04.17 16,105 395 13쪽
18 18화. 시동 +14 24.04.16 16,809 405 16쪽
17 17화. 정령석 +19 24.04.15 17,098 440 15쪽
16 16화. 통수 +9 24.04.14 17,256 408 18쪽
15 15화. 갑주(6) +16 24.04.13 17,394 408 17쪽
» 14화. 갑주(5) +14 24.04.12 17,409 432 18쪽
13 13화. 갑주(4) +23 24.04.11 18,009 416 19쪽
12 12화. 갑주(3) +10 24.04.10 18,872 443 15쪽
11 11화. 갑주(2) +10 24.04.09 18,851 480 14쪽
10 10화. 갑주(1) +21 24.04.08 19,402 462 17쪽
9 9화. 화살(3) +10 24.04.07 19,821 469 16쪽
8 8화. 화살(2) +8 24.04.06 20,420 464 13쪽
7 7화. 화살(1) +22 24.04.05 21,203 493 20쪽
6 6화. 마녀(2) +20 24.04.04 21,664 521 13쪽
5 5화. 마녀(1) +18 24.04.03 22,569 523 17쪽
4 4화. 도제(3) +12 24.04.02 24,296 520 20쪽
3 3화. 도제(2) +12 24.04.01 24,393 520 13쪽
2 2화. 도제(1) +12 24.04.01 26,685 543 16쪽
1 1화. 달빛 대장간 +28 24.04.01 33,425 60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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