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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마갑을 만드는 천재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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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4.04.01 20:47
최근연재일 :
2024.05.1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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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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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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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화. 도제(1)

DUMMY

< 2화. 도제 (1) >




대장간의 구성은 단출했다.


한쪽 벽의 화덕은 돌을 쌓아 만든 것으로 세 아름은 될 크기.

커다란 굴뚝이 지붕을 뚫고 일자로 올라가는 구조였다.


그 주위로 머루와 작업 책상, 도구함, 숯과 장작을 채워두는 칸이 크다.

생각 외로 큰 물통, 그 옆은 단조대와 목공용 틀이 추가로 있었다.

톱과 대패, 도끼와 끌, 정, 망치와 집게들. 커다란 모루가 여럿이다.


‘작업자는 넷? 아니, 다섯인가?’


팔려고 걸어둔 물건을 보면 농기구와 사냥 도구가 대부분,

간단한 병장기도 함께 만드는 중세의 평범한 대장간이었다.


“?”


대장간의 구석엔 뭔지 알 수 없는 것이 두꺼운 양피지로 가려져 있었다.

꽁꽁 밧줄로 묶여 먼지가 가득 쌓인 둥글고 기이한 형태의 물건이었다.


모양을 어림잡는다면 천문대처럼 생겼다.

벽에 걸려있는 것들은 여러 장의 그림들.

둥근 모양의 쳇바퀴, 기이한 모양의 조각들이 연결된 설계도로 보였다.


‘···설마, 마법진?’


바르딘은 아직 저게 왜 붙어있냐는 듯, 거칠게 양피지의 그림들을 치워버렸다.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이미 한번 본 그림.

뇌에 각인된 그림은 완벽하게 다시 그릴 수 있었다.


‘마법 아이템도 만드는 곳인가?’


“그쪽 책상은 절대 만지지 말아라. 그 어떤 경우라도! 청소도 필요 없다.”

“네···.”


다른 작업 책상은 바르딘의 것이라 하기엔 의자가 높았다.

그 말은 이 대장간에 직인(職人)이 한 명 더 있다는 말.

그러니, 이곳은 도제가 셋, 야장인 바르딘과 숙련공, 그리고 나까지 합류했으니, 인원은 총 여섯이 된다.


뒤쪽으로는 부엌 겸 식당과 숙소가 작게 마련되어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한차례 고된 작업이 끝났단다. 그래서 다들 집으로 돌아갔지. 모두 내일에나 돼야 돌아올 게다.”


난 손가락을 움직여 대장간의 풍경을 손바닥에 그렸다. 우선은 방금 스치듯 봤던 마법진부터.


물건의 위치와 도구들, 공구들이 어디에 매달려 있는지도 숙지했다.

이렇게 그려두면 절대 잊을 리 없었다.


“도제가 되었으니, 너도 여기서 지내야겠지. 그래, 너는 어디서 잘 테냐.”


방은 두 개, 한쪽엔 침대가 하나, 다른 쪽은 이층 침대가 놓여있는 작은 방이다.

방엔 빨래가 가득 널려있었다.

바르딘의 방은 저 뒤쪽 별채였다.


“···저, 집을 따로 만들어도 될까요?”

“뭐?!”


세 명, 선배 도제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기는 싫었다.

같은 공간을 사용한다면 어떻게든 갈등이 생길 터, 굳이 저길 들어가 매를 벌 생각은 없었다.

군대도 내무반이 제일 지옥이었다.


“저기요. 저기에 움막을 지을게요.”


집터를 찾았다.

대장간의 화로 뒤쪽, 긴 처마 아래, 쓸모없는 공간에 집을 지어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허락을 대신했다.

나는 빠르게 나무를 주워 와 그곳에 개집보다 조금 큰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




내가 선택한 위치는 대장간 화로의 벽 바로 뒤.


건물의 처마 사이에 자리 잡은 외벽의 바깥쪽, 그러니 커다란 굴뚝과 불룩 튀어나온 화로의 외벽이 내가 만드는 집의 내벽이 된다.


‘여기라면 보온은 걱정 없겠지.’


벽을 짚어보니 은근 따듯했다.

그곳에 나만 누울 정도의 작은 움막을 지었다.


‘자동으로 황토 찜질방이다.’


입구는 최대한 작게 하고 안쪽의 마감은 캡슐 호텔의 느낌으로.

들어가 누우니, 10살 아이 몸에 맞춤인 아늑한 공간이 되었다.


‘크! 딱이네.’


그 집을 만드는 동안 바르딘은 홀로 맥주를 마시며 내가 하는 행태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는 커다란 나무 잔을 내려놓고는 나에게 말했다.


“테르!”

“네!”

“이젠 스승이라 부르거라.”

“네. 스승님.”


그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려 할 때, 난 가슴에 담았던 말을 꺼냈다.


“저···.”

“?”

“이전 집에 다녀와도 될까요?”


그의 눈이 다시금 가라앉았다.

걱정이 얼굴을 스친다.


“혼자서 말이냐?”

“네. 길은 알고 있어요.”


기억을 더듬었다.

이미 소년의 아비는 광장에 목이 걸렸다.

하지만, 그의 재산은 털리지 않았다.

기억 속, 도박으로 딴 돈을 숨긴 위치가 생각났다.


‘그걸 바쳤다면 살았을 것을···.’


재수가 없었다.

잡혀 올 때, 너무 맞았다.

뼈가 여럿 부러졌으니, 이 시대라면 죽은 목숨이었다.


아비는 소년과 눈을 맞췄다.

그걸 어디 숨겼는지 아냐고.

그때, 소년은 그가 죽음을 선택했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아비는 아비인가···.’


숨긴 항아리는 그 집 안에 있었다.


가는 길은 성을 통과할 필요도 없었다.

두 시간쯤 성을 돌아 들판을 걸으면 닿을 동네.

해가 지고 있으니, 도착하면 밤에 몰래 들어갈 수 있었다.


“거길 꼭 다녀와야 하느냐?”

“네! 가져올 것이 있어요.”

“좋다. 다녀오너라.”


허락이 떨어졌다.

난 꾸벅 절을 하고 길을 나서려 했다.


“그래도 안 되겠다. 잠깐 이리 오너라. 방비를 해야겠다.”


바르딘이 날 불렀다.

그는 화로 속에 쇠꼬챙이를 집어넣어 불에 구웠다.

그 꼬챙이가 금세 붉게 물들었을 때, 꼬챙이를 들곤 나에게 다가왔다.


“봐라. 이건 대장간의 이름이다. 어찌 보면 노예의 문장이 된다.”

“!!”

“광장에서 내가 널 사는 모습은 모두 지켜봤다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지! 세상일이란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너 같은 아이는 이곳에선 돈이 된단다. 그러니, 이 표식이 있다면 이게 널 지켜줄 거다.”


꿀꺽.


‘‘되팔이 방지용 마커’인가···.’


그러니까 저 빨갛게 익은 인두로 내 어깨에 노예 인장을 지지겠다는 말이었다.


‘하···, 어쩔 수 없나?’


“상처가 아물기 전에 돌아온다면 포션을 발라주마. 그러면 흉터가 생기지는 않을 거다.”


여러 안배가 섞인 조치였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몸은 경직됐다.

용기를 내보지만,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떨렸다.


“···네. 해주세요.”


대장간의 문양이 새겨진 인두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조선 시대를 다뤘던 연속극들이 눈앞을 스쳤다.

난 이미 대역죄인이었다.


“가만히!”


바르딘은 내 어깨에 물을 바르고, 젖은 천을 덧댔다.

그리고 그 위로 살짝.


치이익!


“큽!”


‘뜨으으, 졸라 아퍼!!!’


살짝 지진 것이었지만, 어깨로 통증이 파고들었다.

화상에 피부가 문양대로 빨갛게 올라온다.

금세 물집이 잡혔다.


“후~! 후~! 후~!”


2도 화상. 흉터가 생기기엔 딱 적당한 상처였다.

이로써 되팔이가 방지된 노예로 정식 인증.

따끔하게 타오르는 통증이 어깨를 감쌌지만, 그래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은 안심이 되었다.


“어떠냐?”

“괜찮습니다.”

“화기가 가라앉을 동안 물을 계속 바르거라.”

“네···.”


바르딘은 착잡한 표정으로 내 상처를 바라보았다.


“됐다. 가거라.”


나는 꾸벅 인사를 남기고 걸어왔던 길을 돌아 뛰었다.

붉은 석양이 길게 내 앞에 그림자를 그렸다.

나는 내가 뛰는 모습을 지켜보며 뛰었다.

여러 가지 상념이 바람과 함께 스쳤다.


‘하흐하하 하흐흐.’


중세, 그것도 이상한 곳에 홀로 버려졌다는 느낌.

이 삶은 전생과는 다를 것이라는 결의와 호기심.

의욕도 생긴다.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소년의 기억 속 이 세계는 평범한 중세는 아니었다.

그리고 나에겐 수천 장의 삽화라는 무기가 있었다.

21세기의 기억이 있었다.


‘살아남는다!’


그리고


‘위대해지자!’


스케치북 속, 내가 창조했던 세상과 닮은 풍경이 눈앞을 스쳤다.


석양이 등을 밀었다.

내 앞을 먼저 달리는 그림자는 생각보다 길고도 거대했다.


‘거인이 되자.’


날 비추는 노을은 달리고 있는 이 길을 마치 레드카펫처럼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




-사사삭.


어둑해진 하늘.


기억 속, 내가 살았던 집에 도착했다.

그곳엔 나보다 먼저 온 손님들이 있었다.


-와장창창창!!


낯선 사내 셋이 집안을 막무가내로 부수고 있었다.


“뭐야! 아직도 못 찾았어?”

“개새끼가 죽으면서까지 지랄을! 하아! 사람 끝까지 열 받게 만드네.”

“어이! 고든. 여기가 분명한 거 맞아?”

“맞는다니까! 야! 잘 들어! 그놈이 기사님에게 딴 돈만 자그마치 30실버야! 분명 여기 어딘가 숨겨뒀을 테니, 잘 좀 찾아봐.”

“그러니까 죽이진 말았어야지.”

“그 돈 다 저승길에 가져갈 거도 아니고, 왜 안 내놓고 그 지랄을 한 거지?”

“처음에 너무 팼어. 자기 죽을 걸 뻔히 아니까 그 고집을 부린 거지.”

“나도 뭐 원해서 그 새낄 목매단 줄 알아? 그 지독한 새끼가 지 돈 지킨다고 끝까지 지랄한 거잖아!”

“하하하. 어차피 죽을 거, 너도 엿 돼봐라?”

“에이, 벌써 다 썼거나 빼돌렸겠지. 안 그래?”

“좀 닥쳐라! 이거 못 찾으면 나나 너나 정말 엿 된다.”


‘!!’


난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단상 위에 있었을 때의 기억을 되짚었다.

열 살로 돌아와서인지, 내 싱싱한 뇌세포는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특히, 저놈!’


저들은 단상 위에 있던 이들이었다.

집행대리인과 함께 아비의 죄를 뒤집어씌웠던 이들이다.


뿌드드득.


소년의 기억 때문인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중세의 재판이 증거랄 게 있겠나.

누군가의 모함과 제보로 죄를 씌우고 돈을 빼앗는 건 일상이었다.


‘목적은 완수했으니, 잃었던 돈을 찾고, 집행인에게도 바쳐야겠지···. 그중 얼마는 지 주머니로도 챙기고···.’


“고든! 그 꼬맹이가 알지 않을까?”

“야! 너라면, 알려주겠냐?”

“하하하, 그렇네. 요즘 세상에 누가 지 새낄 믿어? 아비 찌르고 도망치는 놈이 수두룩인데.”


와장창!


“제기랄! 도대체 어디에 숨긴 거야?!”

“야! 천장도 뜯어! 여기 어딘가 분명히 있다.”


‘···개새끼들.’


난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눈빛을 빛냈다.


분노한 마음은 나와 분리되어 있었다.

소년의 몸은 분노를 표했지만, 나는 조금 떨어져 그 상황을 관조했다.


‘묘하네···.’


분노하는 소년과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내가 마음속에선 함께였다.

감정이 널뛰기처럼 오르락내리락, 욱하다 싸하다 미쳐 날뛴다.

그런데 그 기이함이 낯설지가 않았다.

분노한 인물을 그릴 때의 마음이었다.

내 분노는 한 명에게 집중되었다.


‘···고든!’


주걱턱에 한쪽 눈썹을 가르는 흉터.

마스크가 딱 악역의 전형이었다.

놈들의 얼굴을 삼류 배역처럼 손바닥에 캐리커처로 그렸다.


‘똑똑히 기억해 뒀다. 개새끼들!’


그림을 그리며 감정이 자꾸만 올라온다.

답답했던 가슴을 깊은숨으로 틔웠다.


“후읍. 하~!”


신중해야 할 때다.

천천히 몸을 움직여 좀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숨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지금은 지켜볼 뿐.


조심스럽게 나뭇가지를 주웠다.

잔풀은 구멍 뚫린 옷 사이에 길리슈트처럼 끼웠다.

이 어둠 속이라면 쉽사리 발견하지는 못하리라.


“씹파아알!!”


콰앙!!


분노한 놈의 발길질에 문짝이 날아갔다.

집안을 모두 뒤집어 놓던 셋은 노선을 변경했다.

주변을 살펴 돈 될 만한 것들을 우선 챙기기 시작했다.


“하아. 무슨 거지새끼도 아니고···.”


쇠로 된 거라면 포크 하나까지 챙긴 놈들은 가래침을 뱉어내곤 들고 있던 횃불을 던졌다.


화르르륵!


“누가 불 끄러 올까?”

“흥! 누가! 이딴 놈의 집을!”

“키키키! 거, 자~알 탄다!”

“다 태우고 나면 내일 다시 와서 뒤져보자. 이 정도 불에 은화가 녹지는 않을 거다! 뭐, 녹아도 상관없고.”


셋은 불이 지붕까지 붙은 걸 확인한 후에야 자루를 매고 돌아갔다.


난 놈들이 떠나는 모습을 어둠 속에서 끝까지 지켜보았다.




***




타닥, 탁, 타닥.


불은 사위를 밝게 비추며 타올랐다.

한참을 기다려도 누구 하나 불을 끄러 오지 않았다.

저 멀리, 구경하던 몇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


황무지에 덩그러니 서 있던 집, 주변엔 어디 옮겨붙을 풀도, 나무도 없었다.


화르르르륵! 탁! 타닥!


‘···잘도 탄다.’


멍하니 집을 삼킨 불길을 바라보았다.

이 집에 얽힌 기억들이 스쳤다.

즐거웠던 일보다는 괴로웠던 추억이 많은 곳이었다.


‘하아, 새끼. 박복했구나.’


소년은 울고 있었다.

난 이 캐릭터를 마음속으로 다독여주었다.

내 머릿속, 누런 황지에 그려진 소년의 모습은 중세의 표본이었다.

거지꼴에 못 먹고, 헐벗은···.


‘에효! 어째, 끌어안고 죽을 개새끼 한 마리가 없었냐···.’


연기가 매워서였는지, 눈이 붉어졌다.

가슴이 허하다 못해 먹먹했다.

소년의 추억인 것들은 휘발하듯 타올랐다.


아이의 가족들, 병 걸려 죽은 누이, 가족을 버리고 떠난 어미의 얼굴이 기억났다.

제사에 지방을 태우듯, 스케치북에 그려진 초상들이 너울너울 타올랐다.


-뭘 그렇게 웃고 있느냐.


돈을 땄을 때만 착해지는 아비.

날 보며 웃는 그의 모습이 선명한 소묘로 그려졌다.


“···!!”


‘어디서 봤었지?’


머릿속에선 기억이 자꾸만 그림과 혼동되고 있었다.




***




새벽안개가 천천히 내려왔다.


불은 태울 수 있는 모든 걸 집어삼키곤 사그라들었다.

조심스럽게 귀를 열어 주위를 경계했다.

들리는 소리라곤 개구리 소리와 내 발소리뿐이었다.


사박. 사박.


자세를 낮추고 다 타버린 집으로 접근했다.


“후우.”


아직 남아있는 후끈한 열기, 바닥이 따듯했다.


‘여기···!’


벽난로가 있던 자리다.

여기에 있다. 이 아래.


아비는 내일 가져가자며 자신의 보물 항아리를 이곳에 숨겼다.

재를 파내고 넓적한 돌을 들어 올렸다.

안쪽에 둥근 뚜껑이 보였다.


“!”


그드드득.


뚜껑을 열자 드러난 물건.

은화는 스물여덟 개, 기이한 형태의 동그란 보주 하나.


“?!”


달걀보다는 작고, 메추리알보다는 컸다.

보라색의 돌은 화재의 열기로 따듯했다.


‘보주라···.’


손에 들고 불에 비춰봤다.

처음 감촉은 딱딱했지만, 손에 주워 들자 곧 물렁해졌다. 부드러운 촉감.

마치 젤리처럼 울렁울렁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안쪽은 기이한 빛무리가 끊임없이 맴도는 형태였다.


그 순간.


〖ʢɸʁɯɛɮ〗


머리를 울리며 전해진 목소리.


“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귀를 찌르며 박혀왔다.

꼭 새의 지저귐을 닮았다.


후우우우웅~!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신비한 기운과 함께, 머리가 날릴 정도였다.


‘···바람?’


바람이다.


바람의 기원.

아니, 바람의 근원根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자리엔 거칠게 소용돌이가 일었다.

하얀 재가 날아올라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우웃!”


“콜록콜록!”


뭘까?


난 이 신비한 힘의 보주를 우선 주머니에 챙겼다.

그러자 바람도 멎었다.


함께 챙길 은화도 서둘러 담았다.


‘됐어! 가자!’


무너져가는 집을 빠져나왔다.

여명에 밝아오는 새벽

난 안개 속을 부지런히 걸었다.




***




자욱한 안개를 뚫고 나서는 길.

눈에 보이는 나무 아래 여러 곳을 나눠 은화를 묻었다.

나무의 굴곡과 가지의 모양을 손바닥에 그렸다.

기억에 각인했다.


‘···좋아.’


눈을 감자, 이곳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심상 속 스케치북에 배경으로 그렸다.

은화를 묻는 소년이 바로 주인공인 나였다.

이러면 어느 나무 아래에 은화를 묻었는지 절대 잊을 리 없었다.


탁!


손에 남은 것은 이제 은화 셋.

이 중 하나를 바르딘에게 돌려준다면, 빚은 없었다.


‘마음의 빚까지, 깔끔하게 털고 시작하자.’


오히려 그편이 이곳에서의 생존엔 유리할 거로 여겼다.

다시 길을 걸어 대장간으로 돌아가려 할 때쯤.


“키히히. 이것 봐라?”

“?!”

“역시! 나타날 줄 알았지.”


거북한 비아냥.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어깨를 잔뜩 긴장한 채, 안개 속을 살폈다.


‘···씨발.’


나무에 몸을 기댄 주걱턱의 사내다.


고든!


손바닥에 그렸던 3류 악역 캐릭터.

그가 지금 날카로운 눈빛으로, 멀리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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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화살(2) +8 24.04.06 16,282 380 13쪽
7 7화. 화살(1) +21 24.04.05 16,898 396 20쪽
6 6화. 마녀(2) +16 24.04.04 17,275 422 13쪽
5 5화. 마녀(1) +13 24.04.03 18,036 428 17쪽
4 4화. 도제(3) +12 24.04.02 19,403 427 20쪽
3 3화. 도제(2) +10 24.04.01 19,498 430 13쪽
» 2화. 도제(1) +12 24.04.01 21,367 441 16쪽
1 1화. 달빛 대장간 +21 24.04.01 26,759 49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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