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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마갑을 만드는 천재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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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4.04.01 20:47
최근연재일 :
2024.05.20 22:0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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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8,849

작성
24.04.2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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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22화. 마갑의 시동

DUMMY

< 22화. 마갑의 시동 >




스승님이 양피지를 펼쳤다.


“네가 해보겠느냐?”

“네!”


난 묽게 탄 하얀색 회반죽으로 나샤이데 님이 양피지에 그려준 마법진을 흉갑의 안쪽에 옮겨 그렸다.


얇은 대나무를 갈라 만든 붓으로 회반죽을 찍어 그림을 그린다.


“옳지! 좋구나.”


내가 그린 그림을 따라 스승님이 다시 마법진을 암각하고 그곳에 마력석 조각을 채워 넣을 계획.

그 모든 작업이 끝나면 우린 깃털을 태우고 성으로 나샤이데 님을 불러야 했다.


“마법진이 완성되면 〖시동〗은 나샤이데 님과 함께 할 거란다.”

“그렇겠네요.”


당연히 벨라드 경의 눈앞에서 마법진을 구동하고 마갑의 성능을 검증받아야 했다. 그래야 나샤이데 님도 남은 돈을 받을 터.


나는 큰 사형과 함께 마법석 조각내는 일을 맡았다.

작업은 유리를 커팅하는 것과 비슷했다.


마석의 편면에 날카로운 미스릴 송곳으로 흠을 파내고 끝이 평평한 끌로 정확하게 내려치면 마석은 깔끔하게 판으로 잘렸다.


땅!

쩍!


‘됐다.’


이걸 일정한 두께로 썰어내는 것이 일이었다.


“이 석영으로 연습하거라.”

“네.”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작고 세심한 작업.

오히려 그 작업에 관심을 보인 것은 외눈의 릴리였다.


“왜?”

“되게 재밌어 보여서요.”

“해볼래?”

“네!!”


신체의 결손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준 걸까?

릴리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정확하게 석영을 쪼갰다.


콩콩 탁!

쩍!


“오!”


‘이게 되네?’


릴리는 몇 번을 해보더니 송곳으로 흠을 만들 것도 없이 평도와 나무망치만으로 석영 조각을 얇게 떼어냈다. 손이 기계처럼 빠르다.


“스승님! 이것 좀 보세요.”

“허허허허! 릴리가 재주가 있구나.”

“···감사합니다.”

“연습이 그 정도라면 되었다. 마력석도 한번 잘라 보거라.”

“네!!”


콩콩 딱! 콩콩 딱!


“오!!”

“이야아!!”


나전칠기의 재료인 자개 패각을 잘라놓은 것처럼, 얇은 마력석 조각을 릴리는 손쉽게 만들어 낸다.


스승님은 릴리가 하는 모습에 눈이 반달이 되었다.


“릴리. 그러면 이 작업은 모두 너에게 부탁해야겠구나. 도와주겠느냐?”

“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쁩니다. 저희 생명도 구해 주셨는걸요···.”

“감사는 테르에게 하거라. 난 너희를 버려두려 했다. 그리고 이 일도 너에게 맡긴 건 테르가 아니냐.”


릴리가 하나뿐인 눈이 날 향했다.

깊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깊게 고개를 숙여 나에게 인사했다.


“일을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이 입에 붙은 소녀.

그녀의 삶과 고생이 한 번에 그림으로 그려졌다.


내 속에 그려진 그녀의 삽화는 참으로 버거운 삶이었다.

해피엔딩의 결말은 아직, 소녀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네가 나보다 훨씬 잘하는걸. 작업을 부탁할게.”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릴리의 작업은 생각지도 못하게 공정에 큰 변화를 주었다. 속도도 빨랐다.

모자이크 형식으로 맞춰 대충 붙여볼까 했던 마법진의 공정이 나전칠기처럼 완벽한 조각 그림으로 바뀌었다.


스승님은 한쪽 눈에 돋보기로 보이는 렌즈를 끼우고 정교한 작업에 집중했다.

매일 조금씩 석회로 그려진 마법진의 외형을 정교하게 음각해 그곳에 마력석으로 채워 붙였다.


“릴리 덕분에 정말 일이 편해졌구나. 작업에 욕심을 내도 되겠다.”


드워프의 긍지가 릴리를 통해 날개를 달았다.

이제 작업은 온전히 스승님과 릴리의 것.


칼 아저씨와 큰 사형이 남아 스승님의 기술을 배웠다.


로이든이 스승님께 묻는다.


“저희는 뭘 하죠?”

“···글쎄다.”


화살도 다 만들었고, 뭘 하려 해도 지금은 오히려 방해만 된다.

대장간도 정숙을 요해야 하니, 번잡스럽게 하지 말고 자리를 피해야 하는 상황.


그렇다면 이참에 목표했던 작업을 완수하기로.

난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만들고 싶은 게 있는데요.”

“?”


식당의 벽, 이젠 다 날아가 검댕이만 남은 그림을 지우고, 거기에 새롭게 그림을 그렸다.


로이든 사형이 그림을 보며 먼저 아는 척을 한다.


“이건 물레방아잖아?”

“네. 폭포 앞쪽에 자리도 봐 두었어요.”


스승님은 그 결정을 로이든에게로.


“로이든. 네가 결정해라. 작업이 되겠느냐?”


작업은 생각보다 컸다.

웬일로 심사숙고하는 로이든.


“맡겨주세요. 해 보겠습니다.”


스승님은 사형인 로이든에게 모든 책임을 맡겼다.

대신 나와 상의해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은 테르에게서 나왔으니, 그걸 잘 따라 완성하거라.”

“네! 물론이죠.”

“입으로만 하려 하지 말고! 이번 일은 네가 대장이다. 네가 제일 어른이야. 그러니 너도 어른처럼 행동해라.”

“알겠습니다. 맡겨주셔서 감사해요.”


로이든이 눈을 빛냈다.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빠른 눈치가 장점이 되어 튀어나왔다. 사람을 관리하는 데 탁월하니 릴리를 제외한 아이들에게 일을 나누어 맡겼다.

거칠었던 입도 책임자가 되니 여유를 가졌다.


“이 꼬맹이 새끼들! 빨리빨리 안 움직여!!”


아, 그 말은 취소.


바쁜 것은 없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만 완성하면 되었다.

로이든이 채찍을 들었으니, 난 당근을.


“자, 돌부터 주워 와라! 무리하지 말고, 놀이처럼 하는 거다.”

“네!”

“경쟁하다 다치지 말고! 자, 출발!”


폭포 옆으로 물길을 새로 대고, 그곳에 물레방아를 만드는 작업.

이젠 다들 내가 무언가를 그려내면 그러려니 하는 모양.

아이들만 놀란 눈으로 내 등 뒤에 붙어 그림을 구경했다.


“끝났습니다.”


설계로 그린 그림은 누가 보기에도 이해하기 쉬웠다.

우린 폭포 옆에 물레방아가 자리할 자리부터 골랐다.

강 옆으로 바짝 붙여 대장간 터도 마련했다.


“물길도 새로 내야겠구나?”

“맞아요.”


코앞에서 폭포가 떨어지지만, 직접 폭포에 물레방아를 댈 것은 아니었다.

수량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정확한 속도로 물레방아가 돌 터였다.


“여기다. 이 자리! 다들 알겠지?”

“네~!”


우선은 토대부터.

그 상황에서 톰 아저씨의 합류는 천군만마. 최고의 지원군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게. 마침 적절할 때 와주었네.”


우리는 폭포 옆, 급류가 범람해도 안전할 적당한 위치에 평평하게 돌을 깔고 토대부터 다졌다.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이 힘을 모았다.

톰 아저씨는 커다란 통나무도 혼자서 번쩍번쩍 들었다.

그의 옆을 아이들이 따랐다.


“하하하하! 이놈들. 매달리지 마라. 무겁다.”

“와하하하하!”


기초에만 보름을 넘긴 작업. 구운 벽돌로 벽을 세우고, 기와도 구워 올렸다.

커다란 화로와 원통형으로 굴뚝을 세우고 석탄을 둘 창고도 만들었다.


나무껍질을 태운 하얀 재와 진흙, 모래를 섞은 회반죽으로 벽돌을 쌓았다.

이 우드 애쉬 시멘트(Wood Ash Cement)는 습기에도 강했다.


“좋구나.”


건물이 완성되자 이어진 목공 작업.

물레방아의 축을 따라 새로운 송풍기가 설계됐다.

자전거 페달 송풍기보다 몇 배는 강한 바람이 화로 안으로 들어왔다.


“와하하. 바람이다. 바람이 나와요!”

“엄청 시원해! 으으으, 아니, 춥다!”

“아하하하하! 날아갈 거 같아으에취이!”


풍이는 그 물레방아와 연결된 바람 날개 안에서 재주를 넘었다.


‘저 귀여운 모습을 아이들도 볼 수 있다면 좋았을 걸···.’


톰 아저씨는 공사 전체를 주도하는 로이든 보다 날 더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넌 정말 대단하구나.”

“제가 좀 똘똘하긴 하죠.”

“하하하.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다!”


그렇게, 두 달의 기간을 들여 만든 새로운 대장간.


“이제 완성된 거냐?”


새 대장간을 본 스승님과 칼, 나단은 감동한 얼굴로 우리의 고생을 치하했다.

특히 내 설계에 대해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들 함께 한 걸요.”


나는 공을 로이든과 동생들에게 돌렸다.

모두가 힘을 모아 함께 만든 새 대장간이다.


“이 상태라면 주조가 훨씬 쉽겠구나.”

“더는 저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겠네요. 고마워. 테르.”


솔직한 말로는 내가 편해지자고 만든 시설.

수원도 가까우니, 물을 떠 오는 것도, 불이 날 염려도 없었다.

망치질도, 송풍도, 연마용 숫돌도 자동으로 돌아간다.


나와 모두가 두 달 동안 새 대장간에 매달려 물레방아를 설치하는 동안, 스승님은 두 개의 방어 마법진과 정령의 권능을 불러내는 주술진의 세공을 완성했다.


난 매일 두 번씩 그 작업을 견학했다.


“자, 갑주도 이러면 완성이다.”


마지막 조각을 세공해 넣자,


우우우웅!


미세한 진동.


마법진이 은은하게 빛을 뿜었다.

첫눈이 오기 전까지 완성하기로 했던 갑주가 시작 두 달 만에 완성되었다.


계획된 일정보다 한 달은 빠른 완성.

그동안 가슴에 그려진 타투도 살짝 희미해져 버렸다.


‘그사이, 성장했어···.’


매일 풍이와 잠자기 전, 밝게 빛을 뿜으며 마나를 모았다.


심장엔 저 대장간의 물레방아처럼 미미한 힘이 돌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두 달을 모은 마력.


그 힘을 풍이에게 주었다가 돌려받기도 하고, 도도와 도린의 등에 그려준 치유의 마법진에 쏟아주기도 하였다.


‘나샤이데 님을 다시 만나고 싶어···.’


나에겐 그녀에게 물어야 할 것이 산더미였다.

갑주가 완성되며 새로 배운 마법진도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곧 대장간과 갑주의 완성을 기념한 파티가 준비됐다.

스승님은 모두를 모아 완성을 축하했다.


“그래. 다들, 고생이 많았다. 이제야 대장간이 모습을 갖췄구나. 톰 자네도 고생했네. 로이든과 리아, 꼬맹이들도 고생했구나. 특히, 테르. 네 재능이 우리 대장간의 기둥이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축하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스승님.”

“고생하셨습니다.”

“릴리도 스승님 돕느라 고생했어.”

“···가, 감사합니다.”


“자, 그럼.”


스승님은 밝게 빛나는 모닥불 위로 축배를 들었다.

작업을 완수했으니, 마녀에게도 알려야 했다.


“테르, 내일은 성에 가자꾸나.”

“네! 스승님.”


스승님이 주머니를 뒤졌다.


“끝으로 이걸 해야지?”


나샤이데 님이 건넸던 깃털.


“어디···.”


스승님은 그걸 조심스럽게 모닥불 위로 던졌다.

오색의 깃털이 불 위에서 돌았다.


스스스스슷!

화아아아악!!

파바방! 탁, 타다닥!


깃털이 불에 닿자, 마치 소환의 주술을 부린 것처럼, 오색으로 빛나는 빛 알갱이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늘로 날아간다.

밤 하늘 위론 수백의 반딧불이가 도망치는 모습이었다.


“와아아!!”


어린 동생들은 그 빛을 잡아보려 손을 흔들었다.

그 빛 중 몇은 분명 마령의 숲, 나샤이데 님을 찾아가리라.


그렇게 믿으며 우린 준비한 음식을 즐겼다.

아이들 모두는 행복이 눈에 걸린 표정이었다.




***




다음 날.


스승님과 난 갑주를 납품하기 위해 성으로 향했다.

그간 계절이 바뀌었다.

사위는 붉게 물들었고, 길엔 낙엽이 수북하다.


추수를 끝낸 들판은 휑한 황톳빛.

성벽을 지키는 사병들도 전부 인물이 바뀐 모양이다.


“난쟁이? 넌 뭐야?”

“성주님의 갑주를 고쳐가는 길이지요.”

“아. 자네로군. 소문은 들었네.”

“아. 저 난쟁이인가? 돈 대신 버려진 땅을 받았다는 그 멍청이가?”

“어이! 빌리!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보내게. 성주님 기다리신다.”

“성주는 무슨···, 씨부랄!! 카악! 퉤!”

“어허! 너 진짜 죽고 싶어?”

“뒈질 운이었으면 그때 뒈졌겠지! 씨부럴!”

“좀 닥치라고! 이 새끼야!”


성문을 지키는 사병 중엔 눈에 광기가 들었는지, 살기를 품은 이들이 많았다.

야만족과 싸우다 얻은 PTSD가 표정에 그대로 보였다.

쉴 새 없이 다리를 떨거나, 한 곳을 집중해서 보지 못했다.

그들과 더는 말을 섞지 않고 우린 성문을 빠르게 통과했다.


성에 들러선 뒤론 바로 본관으로 들러 벨라드 준남작을 만나길 청했다.

성의 관리인인 스메온은 잔뜩 우리를 경계하는 눈치.

혹여라도 뒤로 해먹은 돈이 걸릴까 걱정하는 것이리라.


“갑주를 두고 가면 될 일이지, 성주님을 직접 뵙겠다고?”

“네! 아직 완성이 아닙니다. 마녀가 이리 올 것이니, 그 전에 보여드리려는 것이지요. 무엇을 고쳤을지 설명도 드려야 하고요.”

“알겠네. 예서 기다리게.”


한참을 기다려 나타난 성주.

그의 몸에선 은은한 약향이 여전히 배어 있었다.


“그래! 갑주를 고쳤다?”

“예. 마녀가 마법진에 주문을 걸고 마력만 일으키면 되옵니다.”

“〖시동〗 주문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스승님은 갑주를 열어 안쪽을 보여주었다.

나전칠기처럼 정갈하게 조각된 마법진은 어두운 실내에서도 반짝이는 별처럼 빛을 뿜어냈다.


“오! 가루만 붙인 것은 아니로군.”

“예. 드워프의 긍지를 보이라 하셨지 않습니까? 모든 조각이 빈틈없이 맞춰져 마법진에 그 힘을 보탤 것이니, 이전보다 배는 힘이 강할 것입니다.”

“크! 과연! 내가 사람을 잘 뽑았군.”


이어진 설명은 그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미스릴 갑주를 어떻게 코팅했으며, 이전의 찢어진 곳이 전보다 더 두껍고 튼튼할 것이란 설명. 흠 없이 마감된 갑주를 꼼꼼히 살핀 벨라드 경의 입꼬리가 한없이 올라간다.


“잘 해주었네. 역시 긍지가 묻어나는군.”


문 앞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스메온은 다가온 사용인의 귓속말에 성주에게 다가가 소식을 전한다.


“마녀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들일까요?”

“잘 됐군. 바로 부르게.”

“그···, 그것이.”

“무슨 문제라도 있나?”

“혹 잊으셨는지요. 수도원의 수도사들과는 그 부분에 대해서 약조를 하셨지 않습니까?”

“그딴 놈들은 무시해도 된다.”

“하오나···, 다음 원정에 그들의 지원이 없다면, 원정군은 치료술사 없이 출정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니 놈들이 토를 달지 않도록 신경을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흥! 하면, 자네는 내가 어찌하길 바라는가?”

“마녀를 만나실 때, 수도사 하날 옆에 세워두시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에겐 별일 아닌 일이지만, 저들에게는 크게 중요한 일이니까요.”

“크흠! 알겠네.”


이곳의 교단은 창조의 신 라디온을 믿는 나탈리온이란 종파.

하는 짓을 보면 꼭 중세 교황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모습이었다.


곧 약재상 앞에서도 봤었던 폴란이란 사제가 마녀보다 먼저 방으로 들어왔다.

잔뜩 굳은 얼굴의 그는 표정을 풀곤 성주에게 인사부터.


“창조의 신 라디온 님의 은총이 성주님과 함께하시길. 나탈리온의 종이자 수행자인 사제 폴란이 성주님을 뵈옵니다.”

“어서 오게. 폴란.”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저도 교리에 묶여있는 몸인지라···.”

“특별할 것 없네. 마녀는 단지 갑주에 시동만 걸 거라네.”

“예. 저도 그리 들었습니다. 교단이 해결해 드릴 수 없는 일이니, 저희로서도 감수해야겠지요.”

“그럼, 됐는가?”

“예. 마녀를 들이시지요.”


성주가 문 쪽을 바라보자, 스메온이 마녀의 입장을 알렸다.


그녀는 여전히 긴 백발에 펑퍼짐한 회색 로브, 위가 뾰족한 창 넓은 모자를 쓰고 집무실에 나타났다.


“숲의 신 실마란 님의 종이자 북쪽 마령 숲의 관리자인 나샤이데가 성주님을 뵙습니다.”

“처음 뵙겠소. 파올란 대공 전하의 뜻으로 잠시 이 땅을 맡게 된 기사 벨라드요.”


성주의 인사는 내가 듣기에도 꽤 겸손한 느낌.

옆에 서 있던 사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먼 길 와주어 고맙소. 앞으로의 도움도 먼저 감사드리겠소.”

“계약에 따랐을 뿐입니다. 그럼, 갑주를 볼까요?”


그녀는 우리 쪽을 보며 휘어진 눈을 가늘게 뜨곤 눈으로만 인사를.

갑주의 안쪽을 살펴보더니 놀라 말했다.


“정말 훌륭한 마법진 세공이군요. 이 상태라면 이전보다 월등히 높은 방어진을 불러낼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정말 기쁘겠소. 그럼, 부탁하리다.”

“그러면 잠시만.”


그녀가 손을 휘저어 성주와 사제, 우리 둘까지 거리를 벌리게 하였다.


그녀의 지팡이가 바닥을 찍자, 지팡이의 끝에서 은은한 빛무리가 흘러나와 나선으로 뭉쳤다. 그녀의 로브가 바람에 흩날렸다.


〖나하람 바르 욘 디 실마란 스티테 보롬 다르 마샨타!〗


우우우우웅~쩡!


“!”


꼭 주변의 공기가 유리처럼 깨지는 느낌.

그 주문과 함께 두 겹, 방어의 마법진에선 빛이 뿜어나왔다.

그와 함께 그녀가 소매에서 스승님이 선물한 바위 정령의 핵을 꺼냈다.


〖타르람캄!〗


그 흑색의 정령석이 밝게 빛을 뿌리며 천천히 날아가 갑주의 안쪽에 자릴 잡았다.


그 정령석이 우리가 그려둔 불가사리 모양의 마법진의 중앙에 박히자, 갑주의 미스릴에서 ‘꾸드드드득! 철그럭!’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자란 듯 마법진의 끝이 나무뿌리처럼 정령석을 감싸고 있었다.


“끝났습니다. 성주님. 갑주 길들이기를 하시겠습니까?”

“흐음. 시동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엔 고생 좀 하겠소.”

“기사님이라면 충분히 감당하실 것입니다.”


성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종 둘이 다가와 그에게 갑주를 입혔다.


앞과 뒤로 흉갑을 맞추고 옆구리의 고리들을 튼튼하게 연결하자 준비가 끝난 모습. 성주가 이쪽을 보며 말했다.


“그럼, 시작해도 괜찮겠소?”


“지켜보겠습니다.”

“지켜드리겠습니다.”


‘에?’


문제는 저 대답이 마녀와 사제의 입에서 동시에 나왔다는 상황.

하지만 성주는 마녀의 목소리에만 답을 한다.


“그럼, 갑주를 길들여 보겠소. 잘 좀 살펴주시오.”

“알겠습니다.”


“흐우흡!”


그가 오러를 끌어 올리자,

짙은 갈색이던 그의 눈이 푸르게 반짝였다.


쿠웅!


미스릴 갑주가 마구 떨리며 요동쳤다. 진동했다.


그드드드득!


갑주에서 흘러나온 빛의 띠가 마치 결을 만들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꼭 다마스쿠스 강철의 물결무늬 같았다.


“크흐흐흡!”


아지랑이처럼 갑주를 타고 올라오는 오러.

푸른 물결의 빛줄기는 불길처럼 그를 감싼다.


쩡!


무언가가 발동했다.


“흡!”


그리고 또 한 번.


꾸드드드드드득! 쩌-엉!


두 번의 마법 발현.


마나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갑주의 안쪽으로 그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

두 개의 마법진이 발동하자, 그의 주위로 투명한 막이 생겼다.


‘실드?’


마법진만으로 저런 보호막이 형성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꼭 게임이 현실로 실체화된 느낌.


‘저 마법진은 오러와 상응하는 건가?’


“후우. 좋군! 아주 안정적이오.”

“세공된 마법진이 아주 튼튼했으니까요.”


성주의 시선이 스승님에게로 향했다.


그의 오러가 담긴 손이 스승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감전이라도 된 듯 흠칫 놀란 스승님이 성주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장난이었소. 나갑시다. 마지막 실험도 해 봐야지!”


그는 접객실을 나서며 문을 지키던 기사에게 말했다.


“가서, 내 검을 가져와 주게.”

“옙!”


그가 번개처럼 달려가 검을 가져오자, 성주는 집무실의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를 감싼 방어막이 함께 움직이자 공간엔 둥글게 투명한 벽이 생긴 느낌이었다.

칼 야공.jpg

< 칼 야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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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초대 +11 24.05.05 11,921 321 16쪽
36 36화. 라이칸 +23 24.05.04 12,354 355 15쪽
35 35화. 기습 +10 24.05.03 12,642 358 18쪽
34 34화. 만월의 밤 +18 24.05.02 13,292 382 17쪽
33 33화. 피난민들 +7 24.05.01 13,642 404 18쪽
32 32화. 서클 +18 24.04.30 13,870 412 15쪽
31 31화. 숲의 주인(2) +17 24.04.29 13,975 413 19쪽
30 30화. 숲의 주인(1) +15 24.04.28 14,079 421 19쪽
29 29화. 기묘한 동거(2) +17 24.04.27 14,373 425 20쪽
28 28화. 기묘한 동거(1) +15 24.04.26 14,510 444 16쪽
27 27화. 나샤이데 +17 24.04.25 14,916 470 21쪽
26 26화. 용병들 +13 24.04.24 15,192 444 18쪽
25 25화. 최전선 +15 24.04.23 15,393 414 13쪽
24 24화. 전송진(2) +14 24.04.22 15,666 410 15쪽
23 23화. 전송진(1) +15 24.04.21 15,576 442 16쪽
» 22화. 마갑의 시동 +15 24.04.20 16,050 408 19쪽
21 21화. 전장의 소식 +20 24.04.19 16,055 414 16쪽
20 20화. 작은 희망(2) +23 24.04.18 16,133 390 16쪽
19 19화. 작은 희망(1) +17 24.04.17 16,290 402 13쪽
18 18화. 시동 +14 24.04.16 17,000 413 16쪽
17 17화. 정령석 +19 24.04.15 17,308 444 15쪽
16 16화. 통수 +9 24.04.14 17,454 412 18쪽
15 15화. 갑주(6) +16 24.04.13 17,601 412 17쪽
14 14화. 갑주(5) +14 24.04.12 17,610 436 18쪽
13 13화. 갑주(4) +23 24.04.11 18,213 419 19쪽
12 12화. 갑주(3) +10 24.04.10 19,089 448 15쪽
11 11화. 갑주(2) +10 24.04.09 19,064 484 14쪽
10 10화. 갑주(1) +21 24.04.08 19,618 466 17쪽
9 9화. 화살(3) +10 24.04.07 20,035 472 16쪽
8 8화. 화살(2) +8 24.04.06 20,652 470 13쪽
7 7화. 화살(1) +22 24.04.05 21,432 499 20쪽
6 6화. 마녀(2) +20 24.04.04 21,908 525 13쪽
5 5화. 마녀(1) +18 24.04.03 22,822 528 17쪽
4 4화. 도제(3) +13 24.04.02 24,563 525 20쪽
3 3화. 도제(2) +12 24.04.01 24,666 526 13쪽
2 2화. 도제(1) +12 24.04.01 26,987 551 16쪽
1 1화. 달빛 대장간 +28 24.04.01 33,809 61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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