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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마갑을 만드는 천재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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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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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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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전장의 소식

DUMMY

< 21화. 전장의 소식 >




도끼눈을 뜬 스승님은 아랑곳없이 놈들은 다시 카드 패를 돌렸다.


“키키키. 이 새끼. 수작 부리는 거 봐라. 완전 꾼이네. 꾼!”

“야! 외눈깔이! 너! 이리 와! 뭐 마실 거 없냐? 김빠진 맥주라도 내 봐라.”


그 소리에 스승님이 더욱 발끈했다.


“이봐! 여긴 대장간이야! 내 대장간에서 무슨 수작들이야!”

“누가 뭐라나? 난쟁이 집에서 맥주 찾는 게 뭐 잘못이요?”

“오! 저 난쟁이 눈깔 봐라. 망치로 치겠다.”


그때 나선 것이 톰이었다.


“이봐. 적당히들 해! 여기가 술집이야?”

“··· 큼. 거, 새끼. 겉돌기는.”

“장단이 맞아야 같이 춤을 출 거 아니야? 쳇!”

“놔둬라. 저놈도 대장장이가 꿈이시라잖냐.”

“뭐야?!”

“됐다. 야! 패나 돌려!”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된 감정싸움.

건들어 봐야 득 될 거 하나 없는 놈들이 다시 패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놈들과 스승님 사이엔 덩치가 산만 한 방패병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스승님도 그 정도면 되었다 싶었는지 다시 돌아와 마석 화로를 잡았다.


놈들은 이전과는 확연하게 줄어든 목소리로 잡담을 시작했다.


“너, 그 이야기 들었어?”

“뭔 이야기?”

“카일락 그 개새끼가 기사 된 이야기.”

“아. 수도에 그 술집?”

“그건 또 뭔 소리야?”

“넌 모르냐? 수도에 가면 팔다리 하나씩은 없는 은퇴한 기사들이 모이는 술집이 있단다.”

“그래? 뭐, 있을 수도 있겠지. 은퇴 기사야 병신 된 놈들이니.”

“그런데, 그 양반들이 귀족이잖냐? 기사직 은퇴했으니, 돈 나올 구석이 필요한 거지.”

“그래서?”

“싼값에 오러를 키우는 수련법을 가르치나 봐. 돈을 좀 쓰면 세습 작위 있는 놈 양자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더라.”

“오! 진짜면, 그게 얼만데.”

“한 20골?”

“에라이! 개새끼야!”

“그런데 저 갑주, 지금 팔아도 그 정도는 받지 않나?”


그 말과 함께 다시금 싸해진 분위기.


망치질을 멈춘 스승님이 테이블을 보며 말했다.

그의 손엔 어느새 망치 대신 도끼가 들려있었다.


“할 테면 지금 하던가! 갑주를 빼앗기면 어차피 나도 죽은 목숨이니, 기왕 죽을 거 길동무나 몇 데려가 주지.”


스승님이 손을 뻗자, 마석 화로도 고갤 들었다. 둥글게 송곳처럼 레이저가 방사되며 공기를 태우는 치직- 소리를 냈다.


그 파란 빛줄기에 스승의 눈이 푸르게 번들거렸다.


“아. 마··· , 말이 그렇다는 거지, 우리가 뭐, 지키러 왔지, 훔치러 왔겠소?”

“그럼그럼! 그 도끼는 내려놓고 말하슈!”


놈들의 기세가 한풀 꺾이자 스승님은 이때다 싶었는지 성큼 앞으로 나섰다.


“그럼, 방금 한 말은 뭔데?”

“아. 됐소. 됐수다! 야! 일어나! 저 꼴을 보니, 우리가 굳이 지켜주지 않아도 혼자 잘 지키겠구먼.”

“그래. 가자. 가!”

“에이! 씨부럴! 니들 개패 들었지? 패가 좀 붙는가 했더니!”

“하하하! 이 패로 판이 깨지네! 아싸! 개이득!”


놈들이 도끼에 졸았는지 주섬주섬 카드를 챙겼다.


“어이! 톰! 넌 어쩔래?”

“난 여기 남겠다.”

“뭐. 그러시던가. 그럼, 우리 몫까지 잘 하시고. 수고!”


셋은 거칠게 탁자를 밀어버리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가버렸다.

마차를 타 침을 거하게 뱉곤 금세 사라진다.

스승님은 톰을 보며 물었다.


“저놈들, 저리 보내도 괜찮겠소?”

“어디서 술이나 퍼마시다 들어가겠죠. 아니면 여관에서 창-”


뭔가를 더 말하려던 그는 내 얼굴을 보곤 말을 삼켰다.

뻔한 상황이기에 난 모른 척.


엘리안과 키페, 릴리가 후다닥- 달려와 쓰러진 의자와 테이블을 세우곤 사라졌다. 아이들의 귀가 우리 쪽을 향해 열려있음도 알았다.

그 상황에 리아가 나섰다.


“저는 폭포에 식사 전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올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춥지 않게 저 들통 가져가서 물 끓여서 씻기고 오거라.”

“네.”

“할일도 딱히 없으니, 감자라도 가져가서 구워 먹고 놀다 오거라.”

“알겠어요.”


리아와 아이들이 폭포 쪽으로 사라지자, 남은 건 우리 셋뿐.

스승님은 하던 망치질을 잠시 멈추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톰에게 물었다.


“그래. 톰.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거요?”


톰은 씁쓸한 미소를, 그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저도 용병 일 말고 다른 일을 좀 알아보고 있습니다. 방패는 이제 버리려고요.”


그는 우리가 모르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었다.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성의 상황이 좀 엿같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톰의 설명은 이랬다.

처음 이야기는 기사 카일락이 자신을 찍어 경비대에서 내치려 한다는 말.

대놓고 ‘너 같은 눈깔이 내 뒤통수를 보고 있게 하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여러 사람 앞에서 종종 했다고.


“크흠. 그때, 마령의 숲에서의 일 때문이로군.”

“예. 그것도 있기는 한데···.”


이어진 설명이 묘했다.


“경비대의 파가 둘로 갈려?”

“예. 그렇죠.”


원정을 떠나 저 서쪽 변경에서 야만인 사냥에 참여했던 평기사와 파견 병사들.

그리고 편하게 성이나 지키며 여자나 탐하며 꿀 빨던 성의 경비대원들.

그 둘이 첨예하게 갈려 파벌을 만들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벨라드 준 남작도 그 파벌 싸움을 키우고 있어요.”

“파벌을 키우다니···?”

“그게 이야길 하자면 좀 긴데···.”


야만족을 사냥했던 병사와 기사는 새로운 겨울 출정엔 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단다. 거길 다시 가느니, 탈영도 불사하겠다는 모양. 불편한 분위기를 느낀 벨라드는 성을 지키던 병력으로 새 원정군을 꾸리고 저번 파견 병력은 성에 남도록 구두로 약속을 했단다.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이번 원정은 새로 충원한 징병의 훈련이 끝나면, 성에 남았던 병력을 데리고 떠나게 될 겁니다.”

“경험 있는 병력이 다 빠진다니···, 성주로서는 가슴이 쓰리겠구먼.”

“그렇죠. 그렇긴 합니다만, 실상은 다들 겁을 집어먹었어요. 그 정신상태로는 야만족과 싸울 수조차 없을 겁니다.”

“그 야만족 놈들이 그렇게 무서웠나?”

“데리고 가 봐야 아무것도 못 합니다. 출발하자마자 잽싸게 도망칠 겁니다.”

“자넨 어떤가? 자네도 원정군에 있었지 않나?”

“저는···. 후우.”


톰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은 전장엔 갔었지만, 전투는 하지 않은 일반 보급병으로 후방에서 마차만 처음엔 몰았단다. 그곳에서 어설프게 배운 대장장이 일로 갑주나 고치고 병기나 수리하다 돌아왔다고.


“대장장이 일을 안 배웠다면, 아마 돌아오지 못했을 겁니다. 어설프게라도 망치질을 할 줄 알았으니, 후방에 있을 수 있었죠. 전 방벽을 넘은 적이 없어요.”

“그래···. 무슨 말인지는 알겠네.”


그의 눈이 묘하게 흔들렸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셔선 안 됩니다.”


톰은 묘한 클리셰를 터뜨리며, 그가 전장에서 경험했던 이야길 우리에게 풀어냈다.


스승님과 난 숨도 쉬지 않고 그의 말에 집중했다.




***




야만족 사냥은 귀족과 기사들에겐 연례행사였다.

매해 불어나는 놈들의 머릿수를 줄이고, 기사들의 능력을 검증하는 스포츠 같은 축제였다.


이곳을 지배하는 파올란 대공은 자신의 영지를 작게 조각내 가문을 따르는 기사와 귀족들에게 세금 징수권을 나누어 주었다.

대신 본영의 거대하고 기름진 노른자 땅을 차지한 채, 어떤 반란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구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에 대한 영지 귀족의 충성심을 확인하는 것으로 야만족 사냥을 이용하겠다는 것.

그게 원정의 이유였다.

경쟁 귀족이 자연스럽게 병력을 소모할 테니 일거양득이었다.


“야만족을 잡아 그 수급을 바치는 것으로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죠.”

“나도 봤네. 벨라드 경은 여섯을 잡아 왔더군.”

“······네.”


이어진 이야기는 흥미진진함을 넘어 놀라운 소식.


“대공의 서자 중 하나가 이번 원정에 참여했었어요. 세 번째 첩의 자식이라던가 열두 번째 아들이라던가···, 아무튼, 그놈 족보는 모르겠고, 대공이 무척 귀여워하던 아들이었답니다. 딱 한 번 봤는데, 제법 훈남에 꽤 괜찮은 청년이었습니다.”


그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머릿속엔 이미 여러 장의 삽화가 그려지고 있었다.

거대한 성에서 출정한 어린 기사와 그를 지키는 노회한 소드마스터.

가문의 깃발을 든 기사단이 청년의 뒤를 따라 야만족 사냥에 나서는 장면이었다.


“문제는 그놈이 첫 번째 사냥에서 야만인에게 붙잡혀버렸다는 거죠.”

“?!”

“죽은 건 아니랍니다. 아니, 죽일 수가 없어요. 그 서자가 입은 갑주가 수많은 마법진으로 떡칠이 되어있었다더군요. 오죽하겠습니까? 대공 전하의 귀한 아들인데···.”

“허!!”

“기사들이 그 갑주를 믿고 공자를 찾으려 구출대를 조직했죠. 그리고 수없이 야만족을 공격하며 공자를 찾았습니다.”

“그··· 그래서.”

“처음엔 성과가 좋았어요. 몇 개의 부족을 찾아 씨를 말렸죠. 공자가 남긴 흔적도 찾았고요. 기사들은 점점 깊이, 야만족이 사는 황무지로 들어갔어요. 공자를 구해오면 그게 얼마나 큰 공이겠습니까? 작위도 딸 수 있었거든요.”


삽화가 점점 과격하게 변했다.

보급선이 길어지고 병력이 적의 땅으로 들어갔다면···,

거기에 씨를 말린 부족, 복수의 칼을 갈았겠지.

결과는 뻔했다.

지형에 익숙한 자가 백배는 유리하다.


“크게 당했겠군.”

“아니요. 그렇진 않습니다. 잘 싸웠어요.”

“음?”

“야만인들은 항상 혼자 싸우거든요.”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그놈들은, 항상 혼자만 나타나선 혼자 싸워요. 서로 돕는다는 건 전사에겐 용납할 수 없는 수치라 하더군요. 한 명이 싸울 때, 다른 전사들은 손 놓고 구경만 한답니다.”

“뭔···.”


‘전쟁에서 단기전만을 고수한다고?’


“놈들은 그게 전통이자 종교랍니다. 그래서 기사들이 사냥을 즐기는 거고요. 한 놈만 덤비니, 싸움이 애들 장난이 되는 거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전투 방식.

수십의 적을 향해 혼자 달려들어 얼마나 잘 싸우다 죽는지 보여주겠다는 말인가?

야만인들은 자기가 무슨 프레데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톰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공자의 갑주를 입은 야만족 전사가 나타났어요.”

“!!”

“혼자였다는데, 거기서 원정군의 절반이 죽었답니다.”

“아!”


황금 갑주를 입은 야만족 전사라.

내 삽화는 이미 머릿속에서 완성되어 있었다.


“물러설 수밖에 없었답니다. 공자는 죽었고, 갑주가 넘어갔고, 피해도 피해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어요.”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무 재미있어 손에 땀이 쥐어졌다.

한 편의 영화가 그림처럼 그려진다.


“그게···.”


후퇴하는 병력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단다.


“어떤 문제인가?”

“그 야만족들이···.”


톰의 깊은 한숨.


“어찌 배웠는지, 갑주에 마력을 두르기 시작했답니다.”

“아!!”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야만족이 아이템을 얻었다.

마법진의 방식을 습득했다.


아이템의 원리를 분해해 자신의 갑주에 적용했다.

그러니, 그들에겐 그 공자의 갑주 하나로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구석기 고릴라가 갑자기 아이언맨 슈트를 얻었다.


“이전에도 기사는 많이 죽었지 않나?”

“예. 그래도 예전엔 무시했죠.”


갑주를 입은 기사가 죽었으니, 그 갑주가 귀해 보이진 않았단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공자는 때려도 죽지 않았다.

갑주의 마법이 자동으로 발동하며 버텨냈다.

아무리 때려도 죽일 수가 없다면.

그게 화를 불렀다.


‘당연히 신기할 수밖에···.’


갑주가 여러 번의 유효타를 너무도 잘 막아냈다면···.


“그 갑주가 놈들에게도 마음에 쏙 들 만큼 너무 강했다고 하더군요.”

“허어허허허허!!”

“대공 입장에선 불명예도 이런 불명예가 없습니다. 아들 죽은 게 문제가 아니에요. 공자의 갑주엔 대공의 문장이 크게 박혀있었거든요.”

“그. 그랬겠지.”

“야만족의 전사가 자신의 문장을 입는다니! 아들의 복수도 해야 하겠지만, 그 갑주는 무조건 찾아야 하는 겁니다. 기술이 퍼진 야만족 부족들은 씨를 말려야 할 테고요.”

“그래서 이번 원정이 다시 잡힌 거로군.”

“네! 그 갑주를 찾아오고, 그 야만족 전사를 잡는데 대공도 백작의 작위를 약속했어요. 양자로 들이든 사위로 삼든 세습 작위를 주겠다고 했답니다. 딸도 다들 미녀랍니다. 물론 엄청난 영지도 함께고요.”


와!


퀘스트가 열렸다.

대공이 발의한 야만족 레이드다.


영지의 모든 기사가 그 레이드에 도전할 터였다.


“허허허!”

“카일락 그놈은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지금 징병관이나 영주가 난리인 것도 돈을 모아 원정에 동참하겠다는 취지이고요.”

“모두 이해했네! 왜 지금 영지 꼴이 이 지경인지 말이야.”

“그러니 카일락 그놈도, 저같이 눈에 난 놈이 뒤에서 창 들고 있는 꼴을 못 보는 거죠. 오히려 저야 좋고요. 원정은 따라가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럼, 다른 놈들은···?”

“다들 좋아라 할 겁니다. 보상이 두둑하거든요. 야만족 머리 가격이 세 곱절이 뛰었어요. 대공이 독을 품었죠. 갑주를 못 찾으면 그땐 정말로 황제가 나설 테니.”


상상 속에선 벌써 책 한 권이 뚝딱 완성되었다.

2차 원정의 규모와 상황도 확실히 알겠다.


대공이 애지중지한다는 공자의 갑주.

말로만 듣던 몇만 골드짜리였을 터였다.


자칫 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야만족에게 신문명을 선물한 상황이라면, 그리고 그 마법의 비밀들이 저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간 거라면, 대공의 목도 원정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지 몰랐다.


가문의 문장을 단 야만족이라니, 서민들만 광장에 목이 걸리는 게 아니었다.


“그럼, 황제는?”

“저야 모르죠. 하지만,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허어. 거참.”


스승님은 고치다 만 갑주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고쳐두지 않으면 자신의 목도 위험할지 몰랐다.


“크허험. 일을 서둘러야겠구먼.”

“그래서 말입니다만!”

“?!”


톰은 이제야 본론을 꺼냈다.


“제가 사병을 그만두고 나온다면, 여기서 일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자네 정도라면 다른 일도 많을 텐데, 굳이 이 힘든 대장장이 일을 배우려고 하는가?”

“만약, 대공이 이번 원정까지 패하게 된다면···.”


톰의 눈이 가늘어졌다.


“새로 징병을 하더라도, 대장장이는 마을에 남을 테니까요. 만약 끌려가더라도 분명 후방에서 병기나 고치고 있겠죠. 제가 살 방편은 이곳뿐입니다.”

“!!”


살아남으려는 전략이다.


그의 심계가 얼마나 깊었는지, 그의 고민이 얼마나 먼 곳을 보고 있는지 알았다.

그냥 살고 싶다는 결정이 그의 발을 이곳으로 이끌었다는 말이었다.


“자네가 오늘 해준 이야기는 천금을 줘도 아깝지 않았네.”

“그런가요?”

“그럼, 그렇고말고. 좋네! 사병 일을 때려치우면 이곳으로 오게나. 마침 애들만 있어서 힘 좋은 일꾼이 필요하던 참이었네.”


“후우우우우···.”


긴 한숨.

그의 크고 두꺼운 가슴이 커졌다가 작아진다.

그가 넙죽 스승님께 인사를 한다.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 한동안 자네는 여기 막내라네.”

“하하하. 물론이지요.”


우리는 그렇게 우람한 근육질의 막내를 얻었다.




***




마을에서는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징병 된 이들 중에 건장하고 용맹한(이라기보다는 돈 없고 빽 없는) 백오십 명의 시민이 벨라드 경의 원정군으로 편입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곧이어 훈련을 시작했단다.

그 소식과 더불어 이제까지 숨어 있던 칼과 로이든도 동굴에서 나올 수 있었다.


난 꼽추 쌍둥이 도도와 도린의 등에 커다란 치유의 마법진을 그려주었다.

그러자 둘의 키는 일주일 사이에 3센티쯤 자란 모습.


점점 두 아이의 허리가 펴지고 있다는 상황에 난 마법진의 효능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깡깡깡깡!

콩콩콩콩!


어느덧 쉼 없이 이어지던 스승님의 투박한 망치질이 섬세한 작은 세공 소리로 변했을 때.


우리는 본격적으로 갑주에 마법진을 새기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마갑의 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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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마녀(2) +16 24.04.04 17,385 423 13쪽
5 5화. 마녀(1) +15 24.04.03 18,139 431 17쪽
4 4화. 도제(3) +12 24.04.02 19,503 429 20쪽
3 3화. 도제(2) +12 24.04.01 19,596 433 13쪽
2 2화. 도제(1) +12 24.04.01 21,472 444 16쪽
1 1화. 달빛 대장간 +21 24.04.01 26,872 50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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