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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풋님의 서재입니다.

마갑을 만드는 천재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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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레드풋
작품등록일 :
2024.04.0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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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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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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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0화. 갑주(1)

DUMMY

< 10화, 갑주 (1) >




큰일이 난 줄 알고 황급히 달려간 성.


종소리를 따라 성문 인근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길가 양쪽으로 늘어선 모습이었다.


성문을 지키는 사병들이 사람들을 성안으로 피신시키기보다는 문 앞에 두 줄로 세우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뭐지?’


바르딘은 넉살 좋게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종이 다 울리고.”

“서쪽 변경에 갔던 토벌대가 돌아온다던데?”

“뭐? 작년에 나갔던 그 용병 놈들?”

“응, 그리고 이 영지의 성주인 베너렛 기사도 함께야. 그놈 이름이 뭐였더라?”

“그놈 아직 안 죽었나?”

“죽기는! 그래도 그나마 그놈이 지금껏 이 영지 맡았던 놈 중엔 제일 괜찮은 놈이었어. 좀 오래 해줬으면.”

“그런 놈이 부하를 그런 개차반을 남겨?”

“그러니 똑똑하다는 게지. 적당히 죽지 않을 정도로만 챙겨 먹잖나.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네.”

“에라이! 벼룩의 간을 빼먹을···.”

“큭큭큭. 어쩌겠나. 그렇게 생겨 먹은 세상인걸.”


누가 중세 아니랄까 봐, 오히려 뇌물이 잘 통하니, 편한 세상이란다.


곧이어 나팔이 울렸다.


뿌우우우우~!!


“온다!”


아랫길에서부터 북소리가 울렸다.


저 멀리에서부터 나타난 대열, 제대로 갑주를 갖춘 기사들과 말이 선두였다.

말을 탄 기사는 총 여섯. 정면의 기사가 깃발을 들었다.


날개 달린 사자의 깃발.

이곳의 실질적인 주인인 파올란 공작가의 문양이었다.


기사가 다가오자, 시민들 앞의 사병들이 경례를 붙였다.

기사 중 한 명만 붉은 망토, 그가 이곳의 성주로 보였다.

대기하던 사병들 사이에선 고성이 터졌다.


“이놈들! 대가리 들지 말고, 고갤 숙여!”

“꿇어라! 어서!!”


우린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길 잠시.


말의 다각 거리는 발목과 후두두 떨어지는 말똥만 보였다.


“일어나!”


북을 치는 병사와 나팔수.


뒤로 스물 정도의 궁기병이 지나간다.


등에는 커다란 석궁을 걸었다.

뒤로는 커다란 새를 탄 돌격병.

코카트리스도 전투용인지 갑주를 입었다.


“와!”

“와아아아!!”

“저저저저···.”


그 뒤를 걸어오는 보병들.


“야만인이다!”

“야만인을 잡았다!!”

“와아아아아!!”

“저 대가릴 좀 봐! 엄청 커!”


병사들은 긴 장대에 무언가를 꽂아 수직으로 들고 걸었다.

장대 위에 꽂혀있는 것은 야만인의 머리.


‘!!’


딱 봐도 사람보다 큰 머리에 뻐드렁니와 커다란 송곳니가 나와 있었다.

녹색의 피부, 붉은 두 눈을 부릅뜨고 죽은 마물이었다.


‘저게···, 야만인?’


나도 판타지 동화 삽화로 그린 적이 있어 모양이 익숙했다.

야만인의 얼굴은 꼭 트롤이나 오크를 닮은 것 같았다.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크기의 얼굴도 있었다.


“크다!”

“와루트다! 와루트!!”

“서쪽 마수트 산맥 너머의 야만인들이다.”

“와아아아아!!”


장대에 달려온 야만인의 머리는 총 여섯.


마을과 성의 사람들은 그 머리 위로 꽃가루를 뿌리고 환호성을 질렀다.

어느 여인은 장대를 들고 있는 병사에게 달려가 진한 키스를 날렸다.

꼭 무슨 2차 세계대전, 도시를 해방한 미군의 행렬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병사들의 뒤로 마차를 타고 오는 이들은···.


“허!”

“저런···.”

“쯧쯧쯧쯧쯧···.”

“크허험.”


팔이 날아가고 다리가 잘린 병사들.

눈이 뽑혀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은 이도 있다.


죽지 못해 겨우 살아 돌아왔다는 표정.

정신이 나갔는지, 마약 중독자 같은 몰골의 병사도 보였다.


“······.”

“어우. 씨발.”


그 참혹한 풍경이 소리를 잡아먹었다.

부상병의 무거운 발걸음, 환영을 위해 모였던 주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군중들 사이에 비명 같은 외침이 튀어나왔다.


“아이고! 아이고!! 클로드!”

“어··· 엄마?”


늙은 여인 하나가 사병들을 뚫고 대열로 달려갔다.

눈과 다리를 잃은 아들이 힘겹게 목발을 짚고 달려오다 넘어졌다.

진흙 구덩이에서 둘은 부둥켜안고 울었다.


“아이고! 이이, 이런! 내 아들이! 어허허헉!!”

“어흐흐흐흑! 엄마! 엄마아!!”


그 모자의 상봉은 달려온 향사의 발길질에 금방 사그라들었다.

부상병의 복귀를 사람들이 지켜보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해산! 해산해! 해산!”

“아악! 때리지 마세요! 간다고! 가요!”

“이런, 씨발! 해산하라고! 모두 돌아가!”

“뭘 구경하고 있어! 돌아가라! 해산! 해사안!!”

“씨부럴! 부를 땐 언제고! 카악 퉤!”

“누구냐! 너! 너, 거기 안 서?”

“에라이!”


후다닥.

와르르르.


구경꾼 무리는 금세 엉망이 되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

칼 야공과 바르딘의 대화가 들린다.


“이백오십이 떠나서 백이 돌아왔군요.”

“그래서 잡은 것이 고작 야만족 여섯이군. 허허! 거, 참.”


난 그 대화에,


“그러면 25대 1이네요.”

“뭐?”

“스물다섯이 죽어 야만족 하나를 잡았다고요.”

“?!”


둘이 동그랗게 놀란 눈으로 묻는다.


“지···지금, 그것도 바로 계산한 거냐?”

“네···.”

“허허허. 세상에!”


둘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무슨 괴물 보듯 바라봤다.

오히려 그림을 그릴 때보다도 더 놀란 얼굴이었다.


‘내가 괜한 소릴 했나?’


돌아오는 길.


우린 시장에 들러 부식과 식량을 잔뜩 샀다.


성에 사람이 늘었으니, 곧 식료품 가격이 오를 거라는 내 확신을 따랐기 때문이다.


“네놈은 참 비상한 걸 아는구나. 정말 상재가 있다.”

“당연한 추론인걸요.”


그리고 다음 날.


이 영지의 주인, 준남작인 벨라드 경에게서 대장간으로 소환 요청이 들어왔다.


“우릴 말이요?”

“성의 대장장이는 모두일세.”

“알겠소. 내 가리다.”

“지금!”

“예?”

“지금 당장 출발하라고!”


우리는 두 병사와 함께 서둘러 준남작이 머무는 성의 본관을 향해 걸어야 했다.




***




파르마덴 성의 내성 역할을 하는 커다란 집무관.

그곳 3층의 내실에서는 치료가 한창이었다.


근육질의 중년 남자 옆에는 성의 유일한 치료술사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진물이 가득 배어 나온 붕대를 정리하고, 아물지 않은 상처엔 포션을 발랐다.


꿈틀!


상처 부위의 근육들이 잘게 떨며 고통을 보였지만, 익숙하다는 듯, 당사자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묵묵히 닫혀있던 사내의 입이 열렸다.


“그만 됐다. 상태는 어떤가?”

“뼈가 상한 것은 아니니, 몇 번만 더 치료하신다면 곧 완치될 것입니다.”

“알겠네. 고생했다.”


붕대를 감는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준남작이자 이 성의 주인인 벨라드는 무심한 표정.

문 앞의 집사가 집무실을 나가는 치료술사에게 돈주머니를 건넸다.

치료술사가 나가자, 성주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쓴소리를 내뱉는다.


“실력은 형편없으면서, 돈만 밝히는 놈이로구나.”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가 이 성의 유일한 치료술사이니까요.”

“수도사들은?”

“더 형편없지요.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돈이 세 배는 들었을 것입니다.”

“쯧!”


하인 둘이 다가와 성주에게 귀족 풍의 평상복을 입혔다.

그는 창문에 서서 중앙의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단상 앞에는 자신의 부대가 잡은 여섯 야만족의 머리가 높게 효수되어 있었다.


녹색의 커다란 머리엔 흉측한 송곳니가 길게 뻗어있고, 그 위로 까마귀 여럿이 앉아 질긴 가죽을 들치며 뭔가를 파먹으려 노력 중이다.


“크흠!”


그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피처럼 붉은 와인의 향을 음미했다.


살짝 떨리는 손.


잔에 든 와인이 쉴 새 없이 출렁거렸다.

문이 열리자 뚱뚱한 중년의 남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들어왔다.


“존경하옵는 파올란 대공가의 베너렛 기사이자 파르마덴 성의 영주이신 준남작, 벨라드 경을 뵈옵니다.”

“쓸데없이 거창하군.”

“하하하. 여전하시군요. 오랜만이옵니다. 성주님.”

“어서 오게. 스메온.”


관리인 스메온은 능글능글 웃었다.

그는 파견된 공작의 중급 서기관이자 성의 관리를 총괄하는 청지기.

이곳의 재무, 출납, 서기를 책임지는 실세였다.


“부탁한 것은 준비되었나?”

“물론입니다. 마을의 실력 있는 대장장이들은 모두 아래층에 모아두었습니다.”

“좋군. 내려가세.”

“허나, 이곳은 변방입니다. 이런 변두리 장인들이 정말로 마력 깃든 병장기를 수선하고 고칠 여력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갑주를 어서 빨리 대공 전하의 영지나 수도로 보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그럴 수는 없네. 자네도 내 상황을 알지 않은가?”

“아!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날 바보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참아주게.”

“그, 그럴 리가요. 제가 영주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였군요. 죄송합니다.”


그것은 공작의 베너렛 기사인 자신이 야만족에게 당했음을 세상에 알리는 꼴이었다. 오명을 스스로 밝힐 이유는 없었다.


가뜩이나 한직으로 밀린 자신에게 지금은 공을 자랑해도 부족할 때였다.


“이곳에도 드워프 장인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모든 난쟁이가 명장은 아니지요. 그자는···.”

“그래도 드워프 아닌가! 만나 보면 알겠지! 안된다면 어쩔 수 없고.”

“예. 그럼···, 내려가시지요.”


본관 1층의 접견실에는 여섯 대장간의 야장과 그의 수행원이 함께 모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데면데면, 서로 눈치만 볼 뿐이었다.


벨라드가 접견실로 들어오자, 모두가 고개를 깊게 숙여 예를 갖춘다.


“준남작님을 뵈옵니다.”

“성주님을 뵈옵니다.”

“···모두 모였군.”


간단한 인사 후, 여섯 장인의 얼굴을 확인한 벨라드는 가장 구석에 있는 난쟁이 바르딘을 살폈다.


다른 장인들과는 다른 초라한 행색.

옆의 소년은 무려 짚으로 된 신을 신었다.


“혹시, 이 중에 내 갑주를 손봐 줄 이가 있겠는가? 조금 문제가 생겨서 말이야···.”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 둘이 성주의 흉갑을 들고 와 테이블 위에 올렸다.


“허!”

“이··· 이것은.”

“크흠!”


은청색으로 반짝이는 풀 플레이트의 흉갑.


가슴엔 고귀한 파올란 대공가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문제는 어깨에서부터 가슴까지 길게 찢어진 상흔.

딱 봐도 거대한 도끼에 찍혀 구멍이 난 모양새였다.


“모두, 잘 살펴보게.”

“······.”


다섯 장인이 흉갑을 이리저리 살펴볼 때도 바르딘은 가만히 기다리기만 할 뿐, 그 모습에 벨라드가 호기심을 보였다.


“자넨? 관심이 없나?”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테이블이 저에겐 너무 높습니다.”

“하하하! 그렇군. 이봐! 여기 발판이든 뭐든 가져오게. 이 대장장이가 갑주를 편히 볼 수 있게 말이야.”

“넵!”


사용인들이 발판을 테이블 앞으로 옮긴 뒤에야 바르딘은 갑주를 살필 수 있었다. 그의 관찰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린 벨라드는 장인들을 뒤로 물리고 질문을 던졌다.


“그래. 다 봤으니, 뭐든 물어보게.”

“외람된 질문입니다만, 수리한다면 그 비용은···.”

“글쎄. 나야 모르지. 얼마를 들이면 고쳐주겠나? 아니, 고칠 수는 있겠나?”

“그것이 저희로서도···.”


딱 봐도 돈을 보고 의뢰를 맡겠다는 눈치,

야장들 모두 성주에게 ‘선제시’를 요구 중이다.

성주가 보기엔 분명 돈을 받으면 갑주를 들고 수도로 달릴 기세였다.


“지켜야 할 것이 있네. 갑주는 이곳에서 고쳐야 하네. 영지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도 금지일세.”

“······!!”

“좋아. 그러면 묻지. 이 갑주는 무언가?”

“예? 무어라니요?”

“봤으니 알 게 아닌가. 이 갑주는 어떤 갑주인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눈치만 보는 장인들.

그들을 보며 바르딘은 콧방귀를 뀌었다가 아차 싶어 얼굴을 황급히 돌렸다.

그 모습을 본 벨라드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좋아. 이 갑주가 어떤 갑주인지 맞힌다면 내 이걸 주지.”


촤르륵!


테이블에 올라간 것은 10실버.

대답 한 번에 10실버라면 눈이 돌아갈 금액이었다.

장인 하나가 황급히 나서며 말했다.


“미미··· 미스릴로 코팅이 된 최고급 갑주입니다. 파올란 대공 가문의 문양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수수수···수도 장인들의 솜씨로 보이는군요.”

“십 점. 또? 아, 백 점이 만점일세.”

“아아아··· 안쪽에 방어 마법이 각인된 마법진이 그려져 있습니다. 착용자의 오러에 반응해 권능을 발현할 것으로···.”

“좋아. 20점. 또?”

“······.”


더는 말을 잊지 못하고 물러나는 장인.


“자네들. 이 마법진의 이름은 아는가?”

“커허흠.”

“···.”


더는 대답이 없자 벨라드는 조금 짜증이 났다.

그의 눈이 이번엔 바르딘에게 향했다.


기사의 눈빛.

이번엔 오러를 담았는지, 그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자네는 어떤가?”

“···글쎄요.”


바르딘은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겠다는 듯, 입을 꾹 닫곤 그 눈을 피해 바닥만 보고 있었다.


“그 입을 여는데 이 정도면 되겠나?”


촤라락!


10실버 옆에 다시 10실버가 쌓였다.


동전을 보는 바르딘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그 위로 다시, 촤라라라락!

한 번 더, 동전이 쌓인다.


이젠 총 40실버.


접견실 모두의 시선이 바르딘에게로 향했다.

늙은 대장장이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저 하찮은 난쟁이가 뭘 얼마나 알겠습니까?”

“···?!”

“이 성에선 고칠 이가 없으니, 수도로 보내시지요.”


꾸드득.


성주 벨라드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공간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사의 살기가 접견실 전체를 가득 채웠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목이 따끔거릴 지경.


“큽!”

“끄헙.”


그 살기를 받아낸다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고칠 이가 없다면, 이 성에 대장장이가 무슨 소용인가!”


모두의 등줄기엔 식은땀과 함께 소름이 쫙 돋았다.


“······.”


꼭 호랑이 앞에 알몸으로 서 있는 기분.

제대로 숨도 쉬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긴 침묵.


“···내 참을성은 여기까지라네.”


그의 손은 천천히 허리에 찬 검에 걸렸다.


“내가 더 기다려야 하겠나.”


바르딘은 짧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호사가들이야 파올란 대공 전하의 가문을 좋아할지 모르겠으나, 장식은 그냥 장식일 뿐이지요. 가문의 이름은 갑주의 성능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저 갑주의 이름은 〖바위 정령의 갑주〗. 수도에서 영업하는 유명한 드워프 길드인 바르마 공방의 것이로군요. 마석을 끼워 활용하는 방어의 마법진이 두 겹, 제 눈엔 【티탄의 방어진】과 【방탄진】으로 보입니다. 정령석으로 발현하는 마력의 권능이 하나. 아마도 【돌벽】이 아닐까 합니다. 이미 마석은 죽었고, 정령석이 끼워져 있어야 할 곳이 터진 것으로 보아, 갑주의 권능을 더는 활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갑주가 찢어진 이상 방어의 마법도 함께 죽었습니다. 그러니 수선한들 마법진을 살리지 못한다면 그냥 보통의 미스릴 갑주입니다.”

“멋지군. 이 돈은 자네가 가져가게.”


바르딘은 터벅터벅 걸어가 40실버의 돈을 받아 주머니에 챙겼다.


“고칠 수는 있겠나?”

“불가합니다.”


칼 같은 대답.

벨라드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어째서?”

“저 흉갑은 본 바탕이 미스릴 코팅입니다. 최소한 마석 화로와 거기에 불을 붙일 만큼의 충분한 마석이 있어야 하고, 갑주엔 새로이 마법진을 새겨야 합니다. 이는 중급 이상의 마법사가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또한, 갑주의 권능을 다시 깨우려면 바위 정령의 혼이 들어 있는 정령석도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로군.”

“맞습니다. 수도의 실력 있는 드워프 장인에게 보내시지요. 그 방법뿐입니다.”


바르딘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그럼, 수도로 보낸다면 얼마나 들겠나? 그리고 기간은?”


잠시 고민을 해보던 바르딘은.


“최소 120골드 이상입니다. 고치더라도 반년은 소요될 것입니다.”

“반년?”

“예. 아는 이에게 줄을 대 가장 빠를 때의 이야기입니다. 평소라면 2년 정도 생각하시지요.”


벨라드가 쓰게 웃었다.


저 밖, 장대에 세워진 야만족 전사의 머리 가격은 수도로 보낸다 해도 끽해야 50실버. 이번 전투에서 돈 될만한 것이라고는 미스릴 광석을 통짜로 깎아 만든 야만족 도끼 여섯이 전부였다.


‘그걸 잡자고 120골드를 깨 먹었으니···,’


거기에 죽어버린 150명의 사병과 불구가 된 스물까지 합친다면 정말로 크나큰 손실이었다.


“이 마을에 마석 화로는 없는가?”


그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바르딘에게로 향했다.

바르딘은 제대로 일을 망쳤다는 생각에 두 눈을 꼭 감았다.


“자네. 이름이?”

“바르딘입니다.”

“좋아. 바르딘! 내가 줄 수 있는 돈은 40골드가 전부라네. 대신 필요한 마석은 모두 지원해 주지.”

“!!”

“어찌 안 되겠나?”

“······.”


바르딘은 눈만 감고 있었다.


“50골드! 더는 없네.”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이런 촌구석에서는 고칠 수 없다.

그건 바르딘이 가장 잘 알았다.


“난 안된다는 말을 가장 싫어하지. 드워프의 긍지를 보여주게.”

“!!”


여기에서 ‘드워프의 긍지’라니!


바르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낭패한 스승의 눈은 날 향해 있었다.

어찌해야 하는지 나에게 답을 찾는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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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정령석 +18 24.04.15 13,589 357 15쪽
16 16화. 통수 +9 24.04.14 13,701 326 18쪽
15 15화. 갑주(6) +13 24.04.13 13,811 325 17쪽
14 14화. 갑주(5) +12 24.04.12 13,828 344 18쪽
13 13화. 갑주(4) +23 24.04.11 14,306 335 19쪽
12 12화. 갑주(3) +7 24.04.10 15,055 354 15쪽
11 11화. 갑주(2) +10 24.04.09 15,074 387 14쪽
» 10화. 갑주(1) +18 24.04.08 15,517 369 17쪽
9 9화. 화살(3) +10 24.04.07 15,866 380 16쪽
8 8화. 화살(2) +8 24.04.06 16,368 380 13쪽
7 7화. 화살(1) +21 24.04.05 16,985 398 20쪽
6 6화. 마녀(2) +16 24.04.04 17,362 422 13쪽
5 5화. 마녀(1) +14 24.04.03 18,124 429 17쪽
4 4화. 도제(3) +12 24.04.02 19,486 428 20쪽
3 3화. 도제(2) +12 24.04.01 19,579 432 13쪽
2 2화. 도제(1) +12 24.04.01 21,448 443 16쪽
1 1화. 달빛 대장간 +21 24.04.01 26,852 49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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