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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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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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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6,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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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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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8. 빛을 따라

DUMMY

“ 다녀왔어. “

라티안이 착잡한 마음을 억지로 참아내고 엘레의 집으로 돌아온다.

집안에는 피렌과 아리나, 그리고 어느새 우주선의 수리를 끝낸 앨리스와 엘레가 있었다.

“ 그.. 엘레.. 진짜로 이게 마지막이어도 괜찮아? “

라티안이 편지를 엘레에게 건네준다.

거의 투명해져 버린 엘레가 편지를 받으며 라티안을 향해 희미하게 웃는 것이 보인다.

-네.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버틴 것이 기적이었지요. 여러분들 덕분에 웃으면서 떠날 수 있게 되었어요. 아.. 빛은.. 펄이 만들어 줄 거에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언어를 배우려고 했으나, 단시간에 배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엘레가 찍어준 글자들을 받아쓰는 일밖에 하지 못했던 아리나가 지쳤는지 크게 한숨을 내쉰다.

“ 하아... 너무 힘들었어.. 짧은 내용밖에 전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조금 더 똑똑했더라면.. “

-아니에요. 충분히.. 사실.. 알고 있었거든요..

엘레가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말한다.

무엇을 알고 있다는 거지..?

모두가 엘레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죽은 별이니까요.. 이미 그이는.. 펄은.. 검은 마나에 온몸을 침식당해있겠죠..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숨겼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 그럼 변명을 해야 하는 걸까?

“ 그.. 저기..! 그래도 이 편지는..! “

조작한 것이 아닌 진짜로 펄이 쓴 편지라고 말하려는 그 순간 엘레가 힘껏 웃었다.

-알고 있습니다. 펄도 저처럼 견뎌내고 있던 거겠죠. 감사합니다.. 적어도..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것은 알게 됐어요. 저는 그거면 충분합니다.

목소리도 점점 약해지는 기분이 든다.

거의 다 사라져가는 엘레의 눈은 편지의 마지막 문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저 우주의 별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방에 조용한 정적이 찾아온다.

따뜻했던 공기가 점점 차갑게 식어간다.

“ ..죽은 거야? “

“ 흐음.. 깊은 연관은 없는 사람이었지만.. 이미 죽은 사람이었겠지만.. 그래도 눈앞에서 완전히 죽는 걸 보니까 마음이 좋진 않네.. “

따스했던 마나가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탓일까..

사람이 죽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딘가 마음이 불편했다.

앨리스는 조심스레 집에 마법을 걸고 뒤를 돌아 집을 나서기 시작한다.

“ 가자. 저쪽도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




-화륵

검은 불꽃들이 쌓아놓았던 편지를 태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편지 뭉치를 집어 들고 해맑게 웃으며 춘향이 불을 붙이려고 한다.

“ (자~ 그럼 이제 마지막이다~!) “

“ ..너 뭐하냐? “

“ 사고 치지 말라고 했잖아! “

어느새 등대에 들어온 라티안, 피렌, 아리나, 앨리스가 춘향의 행동을 보고 나무라기 시작한다.

그러자 춘향은 깊게 한숨을 내쉰다.

“ 에휴... 등대란 걸 본 적도 없는 녀석들이랑 대화는 참 피곤하단 말이지.. 이 편지들이 길을 막고 있는데 어떻게 위로 올라갈 건데?! 그리고 펄이 허락한 거거든?! 지가 과거는 지우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면서 태워도 된댔단 말이야! 알지도 못하면서 증말! “

춘향과 라티안 일행이 다투는 사이에 펄은 자신의 몸을 한번 바라보더니 편지로 막혀있던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기 시작한다.

-툭. 툭.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몸이 무너져내린다.

저 모습을 보고 분명 ‘ 이러다 빛 만들기 전에 다 없어지는 거 아냐? ‘ 라면서 시비를 걸 것 같았기 때문에 아리나는 춘향의 입을 틀어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펄을 바라보고 있었다.

춘향은 시비를 거는 대신 조용하게 한마디 하고 따라간다.

“ ..올라가자! “

펄의 굉장히 느린 걸음에 맞춰 오랜 시간을 들여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텅 빈 공간에 한 손에 들어갈 만큼 작고 투명한 구슬이 공중에 떠 있었다.

“ 저게 뭐야? “

“ 음.. 글쎄.. “

구슬을 향해 다가가는 펄에게 춘향이 다가가며 말해준다.

“ 등대니까 빛을 내는 게 아닐까? 다만 과거 지구와는 다르게 마법이 존재하니까 별다른 도구가 필요 없다는 거겠지! “

펄이 구슬에 손을 대고 마나를 흘려보내자 아주 미약하지만, 점점 밝게 빛나기 시작한다.

마나가 흘러 들어가는 것이 보일 때마다 펄의 몸이 점점 얇아지는 것을 보고 곁에 다가온 춘향이 말을 건넨다.

“ (음.. 도와줄까?) “

“ (...쓰는.. 법.. 달라..) “

음?

보기에는 평범하게 마나를 흘려보내는 것 같은데..

“ (신의.. 권능.. 있어야..) “

점점 구슬의 빛이 화려하게 빛나더니 아주 얇게, 가면 갈수록 넓게 빛나며 하늘을 밝히기 시작한다.

“ (고... 마웠... 어...) “

펄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구슬에서 나온 빛이 비추고 있던 별 중 하나가 천천히 등대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한다.

춘향의 몸에 마나가 부족한 탓인지, 펄의 기억을 심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조금은 감정적이게 된 느낌이다.

춘향은 진심을 담았지만 티 나지 않도록 덤덤하게 펄의 마지막을 지켜본다.

“ (...꼭 같은 별에서 같이 태어나서 다시 만나라.) “

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마나를 공급받지 못하자 등대의 빛은 꺼졌다.

대신 다시 투명해진 구슬 주위를 한 마리의 날개 달린 물고기... 피아가 떠다니고 있었다.

“ 마지막에 뭐라고 말한 거야? “

“ 그냥 밥 먹었냐 같은 소소한 말이었어! 이거나 받아! “

춘향은 아리나의 말을 대충 흘려버리고 피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피아는 춘향의 손이 마치 길이라도 되듯 손을 따라 흐르기 시작한다.

춘향은 그 흐름으로 장난치듯 피아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아리나에게 보낸다.

“ 얍! 받아! 난 잠깐 들릴 곳이 있어서 갔다가 우주선으로 바로 합류할게! 거기서 보자! “

춘향이 급하게 계단을.. 아니 등대에서 떨어져 내려간다.

뭐.. 저 녀석이니까 다치지는 않겠지만.. 왜 저렇게 급하게 가는 거지..?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자 앨리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계단을 내려간다.

“ 가자. 신경 안 써도 돼. “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뛴다.

검은 혈액이 심장박동에 맞춰 더욱 빠르게 움직인다.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한다.

입술도 그에 맞춰 떨리기 시작한다.

피부가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붉은 눈동자의 색도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 흐.. 진짜.. 버티기 힘드네...! 마나 여유분을 많이 챙겨뒀었는데.. 그래도 부족할줄은..! “

엘레의 집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온 춘향은 앨리스가 고쳐놓은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앨리스가 쳐놓은 결계를 지나간 것이 느껴진다.

“ ...하하.. 신경 써줘서 고맙네.. “

앨리스가 걸어놓은 결계덕분에 엘레의 마나가 공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이 집안에 갇혀있었다.

물론.. 이미 죽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떠도는 마나였다.

아마 이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중간중간 앨리스의 진하고 강력한 마나도 보인다.

“ 지도 마나 많이 써놓고서는 이런 짓을 하고 있어.. “

춘향은 손을 들어 마나를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 (...고마워. 잘 쓸게.) “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심장박동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 휴우... 살 것 같네! 지구로 돌아간다면 마나를 좀 많이 축적해둬야겠어! “

춘향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부숴버린 문을 부수지 않은 척 다시 세워놓고 그대로 집을 나선다.




“ 그래서.. 이 피아는 어떻게 쓰는 건데? “

라티안, 피렌, 아리나는 머리를 맞대고 아리나의 손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피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 애초에 이거 우리를 공격했던 녀석이잖아? “

“ 뭐?! 이게 공격했다고? “

은하수에 올라타 수많은 피아에게 공격당하고 있을 때 기절해있던 아리나의 머리에 엘피아네의 공격이 떠오르면서 미간을 찌푸린다.

“ 응.. 무섭게 물어뜯던데..? “

아리나의 손안에서 이리저리 자유롭게 헤엄치는 피아는 자세히 보니 어딘가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리는 없는데 빛으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날개가 있으며, 눈이 동그랗고 입이 뾰족하다.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는 한동안 피아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 콩나물 대가리 세 개 모인다고 뭐가 나오냐? 어디 우리한테도 보여줘 봐! “

어느새 함선으로 복귀한 춘향이 앨리스와 함께 다가간다.

자신 있게 다가간 앨리스와 춘향이었지만.. 역시나 상황은 똑같았다.

우주의 생물인 피아를 아는 사람이 이 자리에 누가 있겠는가..

“ 으음... 마나를 흘려보내면.. 되려나? “

“ ..큰일 날 수도.. “

“ ..뭐야 결국 너도 똑같이 모르네. “

이번엔 다섯 개의 머리가 뭉쳐서 피아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 으으.. 답답해..! 에잇! “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지켜보다가 춘향이 답답했는지 손으로 날아다니는 피아를 낚아챈다.

“ 어... 야! 무슨 짓이야!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 “

춘향의 손에서 파닥대는 피아를 춘향이 천천히 관찰하기 시작한다.

“ 그래도 이대로는 답이 없잖아?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어? “

어떻게든 뜯어말리려는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가 평소와도 같이 춘향과 싸우기 시작한다.

앨리스는 언제와도 똑같이 싸움을 지켜만 보고 있다가 이대로면 진전이 안 된다 생각하여 함선의 키를 잡았다.

“ 앨리스. 어떻게 쓰는지 알아낸 거야? “

춘향과 말다툼을 하다가 우연히 그 모습을 본 피렌이 물어본다.

“ ..일단.. 은하수로.. “

엘피아네가 만들어낸 피아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마주쳤던 피아는 은하수를 타고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거기에 답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앨리스가 천천히 함선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함선이 천천히 떠오르고 우주로 나가자 처음 마주쳤던 은하수가 보인다.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진다.

“ 어? “

춘향의 손에서 느낌이 온다.

피아가 아까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꿈틀대는 느낌이..

-쏴아아아아

갑자기 손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피아의 형태가 뭉개지고 춘향의 손에서 화려한 빛이 나오기 시작한다.

“ 어.. 어어..?! “

춘향은 침착하게 생각한다.

손에 아픈 감각은 없다.

피아의 몸통 부분은.. 느껴지지 않는다.

파닥거리는 느낌도 없다.

그냥 빛 그 자체다.

“ ...아하.. 이래서 길을 알려주는 빛이라는 거구나? “

그대로 춘향은 손에 들고 있던 빛을 우주가 펼쳐진 거대한 유리창을 향해 힘껏 던진다.

“ 얍!!!! “

그러자 빛은 역시 빛이라는 듯이 유리창을 그대로 통과하면서 빛 꼬리를 만들어내며 나아가기 시작한다.

“ 어... 그거 날려도.. 되는 거야?! 사고 친 거 아니지?! “

“ 너 진짜 그런 거 좀 상의해서 좀 해야.. “

“ ..잠깐. 저게.. 엘레가 말했던 빛 이라면... 저걸 따라가라는 것 아닐까? “

춘향이 기쁘게 손가락을 튕기며 피렌을 가리킨다.

“ 오~ 나랑 똑같은 생각 했네! 나도 그래서 던져봤어! 앨리스! 키는 나한테 주고 넌 이제 쉬러 가! 내가 조종할 테니까! “

춘향은 콧노래를 부르며 거의 뺏다시피 앨리스에게서 키를 가져간다.

앨리스는 아직까지 쉰 적이 없었으므로 그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얌전히 키를 춘향에게 넘겨주었다.

이대로 피아를 따라 나아가다 보면 지구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은 또 지루한 우주여행이 시작되겠지..

라티안 일행 역시 매일 훈련이 계속될 것이다.

앨리스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아리나를 바라본다.

“ 아리나. 표적은 만들어 두고.. “

“ 아~ 괜찮아 앨리스! 그대로 쉬러 가. 난 나 혼자 알아서 훈련할 수 있으니까. “

처음 이 함선을 타고 갔을 때의 아리나가 생각이 났지만..

그때와는 다른 눈빛이다.

휴식을 충분히 취한 덕분인지 적어도 그때처럼 불안해하고 흔들리고 있지는 않다.

근본적으로 해결된 문제는 아닐 테지만..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침실로 향하려다 뒤를 돌아본다.

“ ..그럼 조금만 쉴게. “

그리고는 다시 조타실을 나서기 시작한다.


작가의말

다시 출항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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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142. 가장 익숙한 전략 23.04.14 262 1 12쪽
146 141. 이번에는 다른 결말을 23.04.13 261 1 13쪽
145 140. 조금 과한 휴식 23.04.12 25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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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35. 마지막 시련 23.04.07 261 1 13쪽
139 134. 이것도 결국 불꽃이잖아 23.04.06 263 1 14쪽
138 133. 용기의 시련 23.04.05 260 1 12쪽
137 132. 용과 용사 23.04.04 260 1 13쪽
136 131. 검과 마법의 결투에서는 23.04.03 265 1 14쪽
135 130. 미지의 세계에서 익숙한 사람을 23.04.02 26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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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28. 마왕같은것은 23.03.31 26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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