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2 19:22
연재수 :
592 회
조회수 :
121,874
추천수 :
296
글자수 :
3,666,042

작성
23.04.15 19:05
조회
262
추천
1
글자
12쪽

143. 주인공과 악역

DUMMY

“ [빛] “

케트릭이 짧게 말한 뒤 그리모어를 닫자 책 사이에서 수많은 광선이 쏟아져 나오더니 마치 채찍처럼 휘어져 케이아를 공격한다.

케이아는 검을 휘두르며 빛들을 흡수하려 했으나, 빛 역시 흡수당하지 않기 위해 빈틈만 노리고 제대로 공격해오지 않는다.

“ 흥. 두 가지 속성만 가지고 있는 너에겐 너무나도 과분한 그리모어가 아닌가? “

가벼운 도발을 날려보지만 케트릭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 그럴지도 모르지. 아니. 그것이 맞아. 케이아 네놈이 최초의 그리모어를 가지고 있었다면 나 같은 놈보다 훨씬 더 자유자재로 활용했겠지. 그리고 그대로 나를 죽일 테고 말이야. “

말하는 틈을 노려 케이아의 등 뒤로 빛이 날아온다.

케이아는 뒤를 보고 베는 대신 뒤로 물러나 더욱 빛에 공격할 수 있는 각을 주고 아슬하게 몸을 회전시켜 검을 피할 수 없는 각에서 빛을 베어낸다.

“ 지금도 너를 죽이는 건 변함없다는 걸 모르는 건가? “

빛들이 계속 움직이며 케이아의 빈틈을 노리는 가운데 케트릭이 다시 한번 책을 펼치자 책에서 뻗어 나온 빛들 사이사이에서 어둠이 흘러내려 오고 있었다.

“ 고작 검 하나 들었다고 기고만장하시는군 주인공씨? 어디 죽일 테면 죽여 봐라..! [소환.] “

-키이이익!!

케트릭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십 장의 그리모어가 찢어지더니 검게 물들고 악마가 되어 쏟아져 나온다.

하급악마들이 가장 먼저 달려 나오고 중급악마들이 그 틈을 노린다.

하늘에서도 이블아이들이, 심지어는 조금 멀어진 곳에서 서큐버스들이 채찍을 들고 다가온다.

“ ..칫. 까다롭군. [바람이여. 나 케이아 프란츠의 이름으로 창공을 지배하라.] “

아주 강력한 바람이 돌풍처럼 휘몰아쳐 공중을 휩쓰는 동안 케이아는 자세를 낮춰서 악마들을 하나씩 베어낸다.

약점 따위 신경 쓸 필요 없이 닿기만 하면 베어낼 수 있는 용사의 검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억지로 달라붙어 가며 베어낸다.

-케에에엑!!

“ ..기분 나쁜 검술이군. 애초에 검을 다룬 적도 없었을 텐데? 그것이 용사의 특전이라는 건가? “

케트릭이 봤을 때 케이아가 지칠 것 같은 느낌은 전혀 없었다.

아마 용사가 용의 심장을 얻은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는 이상 피로를 느끼지는 않는 모양이다.

케트릭은 손짓으로 모든 악마와 빛을 뒤로 무르고 더욱 많은 악마를 소환해 케이아를 압박한다.

“ ...너는 알지 못한다. “

“ 큭.. 크큭.. 그래.. 나는 용사가 아니니까. 그런 건 알지 못한다. 하지만.. 케이아 네 녀석이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란 것은 알고 있지. “

케이아는 문득 궁금해졌다.

케이아가 케트릭을 죽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가 케이아의 소중한 사람들을 전부 죽였으니까.

그런데 케트릭은 어떤 이유로 이렇게까지 케이아를 죽이려 하는 걸까?

오직 주인공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 너는 어째서 날 그렇게까지 죽이고 싶어 하는 거지? “

“ 주인공을 죽이는 건 나 같은 악역의 역할이니까. “

즉답이다.

그래.. 이제 와서 이런 질문 따위는 의미가 없지.

그렇다면..

“ 어째서.. 내가 아니라 그녀들을 먼저 죽인 거지? 단순히 히로인들이기 때문인가? “

“ 당연하지. 그 녀석들을 살려둬 봐야 나에게 좋을 것은 없으니까. 안타깝게도 이세계인놈들 때문에 한 마리는 놓쳐버렸지만 말이지. “

슬프다.

그녀들은 단순히 케이아와 케트릭과의 관계에 휘말려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달렸다.

아니.. 사실은 죽지 않아도 됐었다.

케이아만 죽으면..

혹은 케트릭만 죽였으면..

그녀들은 아직 살아있었을 텐데.

“ 걱정하지 마라. 네 녀석을 죽이고 난 뒤에는 샤를리에도, 티아트도 어떻게든 찾아서 네놈 곁으로 보내주도록 하지. “

하늘을 지배하던 케이아의 바람도 시간이 지나자 멎었다.

온갖 날개 달린 악마들이 다시 하늘을 뒤덮어 케트릭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확인한 케트릭은 슬슬 케이아를 죽일 때가 다가왔다고 생각하고 손을 들었다.

“ ..릴리에는.. “

케이아에게서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 릴리에는.. 마지막에 어떻게 죽었나..? “

케트릭이 명령하려던 손을 멈추고 웃는다.

“ 잘 모르겠군. 그만한 양의 어둠을 강제로 집어삼켰으니.. 어쩌면 이미 악마가 되어 네놈이 베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나? “

케이아는 주먹을 피가 날듯이 움켜쥐었다.

“ 그러면.. 프릴리아 교수님은.. “

“ 그깟 교수하나가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하고 있어야 하나? “

너무 화가 나는 나머지 움켜쥔 주먹에서 더는 움켜쥘 마음조차도 들지 않았다.

“ ..그럼.. 티엔은.. “

“ 그 녀석은 기억하고 있지. 최초의 그리모어가 어디에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모르는 줄 착각하고 팔다리가 잘리면서도 웃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엽더군 크큭... “

케이아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케트릭이 있는 방향의 악마들을 향해 달려나간다.

“ 넌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겠어..!!!!! “

눈앞의 임프에게 과하게 다가가 회피할 수 없는 각을 만든다.

림프 역시 케이아를 보고 발톱을 휘두르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케이아의 검이 갈비뼈를 부러뜨리며 몸을 갈라버린다.

“ [어둠.] “

케이아의 공격에 맞춰 모든 악마를 케이아에게 돌격시키는 것과 동시에 케트릭은 케이아를 포함한 주위를 어둠으로 물들인다.

점차 시야가 어둠에 잠기기 시작하면서 먼 거리에 있는 악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어떻게든 케트릭에게 다가가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던 케이아는 시야가 점점 불편해지면서 나아가는 데 방해를 받고 있었다.

“ 젠장.. 한 번만 닿으면 되는데...! “

결국 케이아는 나아가던 속도를 낮추고 주변의 어둠을 빨아들이며 어떻게든 시야를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빛이여! 나 케이아 프란츠의.. 큭..! “

“ 크큭.. 최초의 그리모어도 없이 마법을 쓰려 하다니.. 역시 검을 쓰는 멍청이답군그래. “

케트릭은 자신이 만들어낸 어둠이었던지라 주위의 환경이 훤히 보였다.

덕분에 케이아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일방적으로 알 수 있었으며, 그 시야 차이를 활용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악마들을 꾸준히 케이아에게 붙인다.

뒤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동시에 오른쪽으로 몸을 무리하게 틀고 왼쪽의 악마를 베어낸다.

라티안과의 꾸준한 훈련과 용사의 칭호, 용의 심장 덕분에 고난도 동작도 차분하게 생각해낼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치지는 않는다고 해도 상대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아무리 빨아들여도 계속 뿜어져 나오는 어둠이 세상을 가득 메운다.

“ ..네놈도 플레이어라는 것인가. “

상대가 흡수해서 뱉어내도 효과가 없을 만한 공격으로,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두가지 속성만으로도 용사를 압도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까.

어디에 정답이 있을까.

“ 큭..! “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에서 악마의 발톱이 케이아의 어깨를 찍어버리는 것이 느껴진다.

곧바로 반응해서 악마의 손을 베어냈지만 분명한 유효타였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격이 다가올지 모르는 이 상황 속에서 케이아의 머릿속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앨리스가 지나간다.

방금까지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덕분인지 결투할 때가 생각났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앨리스가 마지막에 했던 말에 힌트가 있다고 확신했다.

“ 공간 자체를 인식한다.. 그러면 눈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했지.. “

케이아는 눈을 감고 검에 담긴 어둠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두웠던 주위가 더더욱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자신의 손마저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흩뿌린 어둠을 하나씩 느껴본다.

어둠이 무언가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면서 아주 미세한 차이로 조금 더 어두운 부분이 생긴다.

하나둘씩 늘어나는 어둠 속의 짙은 어둠을 느끼던 케이아가 은은한 미소를 띄웠다.

“ 이건가. 공간 자체를 인식한다는 것이. 보지 않아도 보인다는 것이..! “

고개를 숙이자 머리가 있던 자리를 공중에서 케이아를 노리고 있던 악마가 물어뜯는다.

케이아는 몸을 돌려 발로 차올리고 정면에 날아오는 악마를 베어내자마자 뒤로 굴러 옆에서 날아오는 임프와 발로 차올린 악마가 서로 부딪히는 순간에 동시에 베어버린다.

케이아는 다시 안정을 되찾고 단 한 번의 공격을 받지 않으면서 악마들을 빠른 속도로 처리해나간다.


케이아가 뿜어낸 어둠으로 인해 케트릭 또한 케이아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사실상 이대로 도망친다고 해도 왕국을 거의 무너뜨려 놓았을 테니 상관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케트릭은 이 자리에서 케이아를 부수고 싶어졌다.

어차피 상대는 인간이다. 이런 어둠 속에서 발버둥 쳐봤자 악마에게 상대가 안 된다.

만약 그 어둠을 뚫고 온다고 해도 준비되어있는 수는 있다.

그리고.. 반드시 뚫고 오겠지.

주인공이니까.

“ 케트릭..!!! “

“ 역시.. “

케트릭은 눈앞에서 검을 휘두르는 케이아를 피해 한발 물러난다.

“ [빛.] “

한순간 자신이 만들어낸 어둠을 전부 흡수해버린 케트릭이 이번에는 자신의 등 뒤에서 그 무엇보다 밝은 빛을 내뿜었다.

이미 짙은 어둠에 적응해버렸던 케이아의 눈이 갑작스러운 빛에 의해 눈이 멀어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됐다.

“ 크으으윽...! 이런...!!!! “

-푹.

동시에 케트릭의 손에 쥐어져 있던 한 줄기의 빛이 케이아의 심장을 뚫고 지나간다.

“ 크큭... 크하하하하!!!!! 드디어 한 방 먹였구나..!!! “

케이아가 어떻게든 검을 휘둘렀지만, 케트릭은 이미 물러난 상태였다.

심장이 꿰뚫린 케이아였지만.. 아직 죽지 않는다.

용의 심장이 있으니까..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조금씩 치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전투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상처였기에 호흡하는 것도 조금 벅차다.

“ 하아.. 하아.. “

“ 큭큭.. 이렇게 손쉬운 줄 알았으면 조금 일찍 처리할 걸 그랬어.. 아니.. 안전한 것이 최우선이니 신중한 것도 나쁘지 않지.. “

케이아는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눈이 보이지도 않고 숨쉬기도 힘들었지만 그만큼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다.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마나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 이 세계의 마법사들은 전부 그리모어를 사용하고 있지. “

케이아가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 덕분에 용사의 검이라는 녀석은 익숙해지기 전까진 용사에게 있어서 가장 쓸모없는 무기이기도 하지. 이것 때문에 접은 유저들도 많았으니까. “

케트릭이 빛을 다시 없애고 어둠을 잔잔하게 바닥에 깔았다.

케이아는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눈이 멀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다음에 달려들면 바로 어둠으로 속박하고 악마들로 둘러싼 뒤 빛으로 꿰뚫을 준비를 마친다.

“ 케트릭. 너는 내 검술에 놀랐었지. “

용사의 검을 얻은 지 오랜 시간이 되지 않았었는데도 케이아가 이 정도의 악마들을 처지 한다는 것은 솔직히 놀랐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용사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것이 맞을 것이다.

케이아가 용사의 검을 돌려 고쳐 쥔다.

“ 내가 어떻게 이런 검술을 얻었는지 말해줘도 넌 모를 것이다. “

케트릭과 케이아는 검으로 공격하기에는 꽤 거리가 있다.

그런데도 케이아는 그 자리에서 높게 검을 들었다.

“ 언제까지나 혼자였던 네 녀석은 절대 알지 못하겠지.. 나에겐 훌륭한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

케이아는 그대로 자신의 그림자를 향해 검을 내찔렀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림자에 숨어있던 검은 토끼를 찌르고 토끼 자체를 흡수해버렸다.

“ ...!!! “

케이아의 그림자 속에 숨어 들어있던 토끼가 죽는 것과 동시에 주변의 모든 건물의 옥상에서 붉은 눈을 빛내는 수많은 토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주변의 마나가 떠도는 흐름을 파악하고, 공간 자체를 인식하자 새로운 것들이 눈에 보이는 와중에 케이아의 그림자 속에서도 특이하지만 익숙한 동료의 마나가 느껴졌던 것이다.


작가의말

적월미화에서 라티안일행이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적이 있었나요?

없던거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적월미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4 148. 신이라는 존재 23.04.20 262 1 12쪽
153 147. 끝인가? 23.04.19 260 1 14쪽
152 146. 정해진 패턴 23.04.18 261 1 13쪽
151 145. 마왕이라는건 말이지.. 23.04.17 259 1 12쪽
150 144. 복수의 끝에 남은것은 23.04.16 259 1 14쪽
149 143.5 샤를리에의 모험 23.04.16 260 1 11쪽
» 143. 주인공과 악역 23.04.15 263 1 12쪽
147 142. 가장 익숙한 전략 23.04.14 262 1 12쪽
146 141. 이번에는 다른 결말을 23.04.13 260 1 13쪽
145 140. 조금 과한 휴식 23.04.12 258 1 12쪽
144 139. 용의 심장 23.04.11 262 1 13쪽
143 138. 정말로 거지같은 시련 23.04.10 259 1 12쪽
142 137. 가장 두려운것은 23.04.09 261 1 12쪽
141 136. 힘을 받아들여라 23.04.08 261 1 12쪽
140 135. 마지막 시련 23.04.07 261 1 13쪽
139 134. 이것도 결국 불꽃이잖아 23.04.06 262 1 14쪽
138 133. 용기의 시련 23.04.05 260 1 12쪽
137 132. 용과 용사 23.04.04 260 1 13쪽
136 131. 검과 마법의 결투에서는 23.04.03 264 1 14쪽
135 130. 미지의 세계에서 익숙한 사람을 23.04.02 262 1 12쪽
134 129. 말도 안 되는 일 23.04.01 261 1 13쪽
133 128. 마왕같은것은 23.03.31 259 1 13쪽
132 127. 내가 바로 용사다. 23.03.30 261 1 14쪽
131 126. 누가 검을 가져갔는가 23.03.29 259 1 12쪽
130 125. 빛과 어둠과 악마 23.03.28 260 1 14쪽
129 124. 용사의 검을 구하는 방법 23.03.27 259 1 13쪽
128 123. 마왕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 23.03.26 263 1 14쪽
127 122. 점점 하나로 모여지는 이야기 23.03.25 263 1 14쪽
126 121. 이세계인 23.03.24 262 1 12쪽
125 120. 새로운 만남 23.03.23 261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