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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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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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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글자수 :
3,666,042

작성
23.04.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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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3.5 샤를리에의 모험

DUMMY

손에 남아있던 불꽃을 털어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쓰러져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 샤를리에 메리테일라.. 아니.. 이젠 그냥 샤를리에인가..

아무튼, 나는 메리테일라 가문의 저택이 무너지는 모습을 내 눈앞에서 보았다.

어떻게든 무너져내리는 저택을 막아내고 싶었지만..

내가 가진 유일한 속성은 불이니까.. 저택을 완벽하게 없애는 법만 알고 있지 무너져내리는 저택을 세우는 방법은 배운 적이 없다.

저 불타오르는 저택과 함께 돌아가신 부모님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니.. 억지로 지워야 한다.

나약해지면 안 된다.

“ ..어머니.. 아버지.. 반드시 살아남아서 제가 가문을 이어받겠어요. “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집이 무너질 당시에 그 자리에 없었다.

케이아..

마왕이 세상을 파괴하려는 지금의 혼란한 시대를 끝내줄 용사 케이아 프란츠를 돕기위해 집을 나섰던 것이 바로 어제였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하루만.. 하루만 더 늦게 출발했더라면.. 어쩌면 내가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 ... [화염이여. 나 샤를리에의 부름에 응하여 바람보다도 빠르게, 빛보다도 빠르게 날아갈 화살이 되어 적을 꿰뚫어라.] “

물론 바람 마법과 빛 마법을 사용할 줄 모르지만..

케이아가 알려준 방법대로 평소보다 더욱 길게 영창을 한다.

머릿속에서 바람보다도, 빛보다도 빠르게 날아가는 불꽃이 화살처럼 모여드는 이미지가 그려진다.

내가 만든 화살은 그대로 불꽃의 길을 만들어내며 머리 위에서 공격해오는 이블아이를 꿰뚫었다.

평소대로였다면 가뿐하게 피했을 마법이지만 이렇게 길게 영창 하면 불 마법밖에 사용할 수 없는 나라도 충분히 맞출 수 있다.

평소보다 길게 영창 해야 하는 것이 문제지만.. 아예 닿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보다는 백만 배 나았다.

“ 꺄아아아악!! “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들린다.

아마 지금 내 발로 뛰는 속도로는 비명을 듣는 순간 늦어버리고 말겠지만..

그래도 달려야지. 평민들을 구해내야지.

그것이 귀족이니까.

나는 뒤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저택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도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갔다.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왔지만.. 그곳에는 어느 한 여성의 다리와 치마 조각들만 남아있을 뿐 사람의 형태는 이미 없었다.

악마 역시 다른 사람들을 잡아먹으러 떠났나 보다.

다시 한번 나의 무력함을 맛본다.

이러니까 케이아는 날 버리고 혼자서 떠난 거겠지..

함께 짊어지고 싶다고 했었는데도, 함께 복수하자고 했는데도 결국 나는 버림받았다.

뒤쫓아가기에도 부족한가..

-키륵.. 키킥..!

나약해지려는 마음을 붙잡으라는 듯이 악마들이 나타났다.

“ [화염이여! 나 샤를리에의 부름에 응하여 [비]처럼 쏟아져 내려라!] “

영창을 하는 동시에 악마들이 달려오는 게 보인다.

동시에 내 마법도, 수많은 불덩이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려와 달려오는 악마들을 향해 덮친다.

명중률은 낮지만.. 저렇게 많은 악마를 상대하는 데에는 이런 광역 마법이 효과적이라고 케이아가 가르쳐주었다.

다 제거를 못 한다고 해도 지면에 부딪히면서 2차 피해를 입히며 상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아낼 수 있다고 했었지.

“ ..더 일찍 오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

평소에 평민에게 잘 쓰지 않았던 존댓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 자신은 조금 더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나 보다.

나는 이번에는 비명이 들리기 전에 먼저 도착하자는 생각으로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케에에엑!!! 캬악!!!

“ ...?! “

당황스럽다.

아직도 내려치고 있는 내 불꽃들을, 내 불꽃에 의해 파괴된 지면의 잔해들을 전부 다 회피하고 뚫고 나온 악마가 있다고..?

영창 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다.

악마의 입이 벌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한입에 집어삼키려는 것인지 아주 크게 벌어진 입이 너무나도 기괴하다.

안돼.. 여기서 끝나면 안 돼..!

어떻게든 몸을 틀어서..!

“ 물러서!! “

너무 집중했던 것인지 아니면 이 사람이 빠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내 눈앞에 붉은 머리의 남성이 다가와 악마를 막아섰다.

케이아는 아닌데.. 분명 용사가 아닌데도 그 사람은 검을 화려하게 휘둘러 악마의 턱을 날려버리고 검 손잡이로 악마를 쳐냈다.

나는 이 사람을 알고 있다.

“ 이세계인..? “

아마 라티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 어.. 너는..? “

“ 집중해 라티안. “

차분하고도 아름다운 목소리가 뇌 속에서 울려 퍼지더니 전방의 모든 악마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영창도 없이 이만큼의 공기를, 정확한 조준으로, 아니 애초에 무언가 날리는 공격이 아닌 상대가 얼어붙어 버리는 놀라운 마법이다.

그대로 라티안이라는 사람은 달려나가 모든 악마를 베어내고 다시 내 앞으로 다가왔다.

“ 그..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오랜만이네! 무사해서 다행이다! 어서 저쪽으로 도망가! “

“ 네.. 네? 저기 어? “

어라.. 방금까지 같이 말하지 않았나?

라티안이라는 사람이 분명 있었는데.. 사라졌다.

환각인지 꿈인지는 따질 필요도 없다.

눈앞에 나를 물어뜯으려던 악마는 라티안이라는 사람이 베어버린 그대로 쓰러져있으니까..

그 순간 매우 차가운 공기가 내 옆을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아주 부드럽고 따뜻한 눈길까지.. 아니 차갑고 부드러운 게 동시에 있을 수 있나 싶은 그때 이세계인을 생각해서 그런지 또 다른 붉은 머리의, 너무나도 아름답던 여성분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 아.. 그렇구나.. “

나는 이제서야 이해했다.

내가 눈앞의 악마에 집중하고 있어서 이세계인을 놓친 것이 아니다.

이들은 내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이동하며 사람들을 구해내고 있다.

깨닫는 순간 다시 한번 무언가가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불길하고 기분 나쁜 무언가가..

그러다 붉은 눈동자 한 쌍이 눈에 들어왔다.

“ 어라? 너 어디서 봤는데! 누구더라? “

굉장히 목소리가 컸던 사람..

이세계인이라면 이곳에 대해 잘 몰라야 정상이지만 조금의 지식은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자 이 사람의 동료들은 이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하는 분위기를 느꼈었다.

“ 다.. 당신은.. “

“ 아!! 기억났다! 죽고 싶어서 숲을 돌아댕기던 멍청한 귀족 아가씨 아냐?! 아하하! 반가워! 아직 살아있었구나?! 생각보다 명줄이 긴가 봐? “

어엇.. 아.. 아무리 이세계인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서슴없이 내 손을 잡는 사람은 처음 봤다.

너무나도 해맑은 미소에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반가운 모양이다.

“ 그럼 이만 가볼게! 더 오래 살아남으렴! “

“ 어.. 어!! 자 잠깐!! 억.. 잠깐만요..!!“

잡고 있던 내 손을 놓고 달려나가려는 것을 나도 모르게 붙잡아버렸다.

한순간 진짜 달리려다 멈춘 것인지 몸이 앞으로 쏠린 것에 깜짝 놀라버렸다.

“ 아이참.. 갑자기 잡아버리면 어떻게 해? 팔 잘라버릴 뻔했잖아! “

친절하게 웃으면서 하는 잔혹한 말에 살짝 겁이 났지만.. 어.. 나조차도 내가 왜 붙잡았는지는 모른다.

이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싸움을 잘한다.

내가 지금 붙잡는 것으로 인해 다른 평민들이 살아남을 기회를 날려버린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 ..혹시.. 케이아를 만나셨나요? “

“ 응? 아.. 용사니까 유명한 건가? 응! 지금 저기 있어! 걱정 안 해도 돼~ 나보다는 조금 모자라도 은근히 강하더만! “

다행이다.

병사를 붙이고 일부러 용사의 검에 대한 정보를 흘려 케이아와 마주치게 했던 작전이 통했나 보다.

붉은 눈이 가리키는 손가락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거기에 케이아가 있다는 건가..

“ 그러니까 넌 신경 쓰지 말고 안전한 곳에서 숨어있으렴! 케이아가 돌아왔는데 여자친구가 죽었다면 속상하잖아? 그럼 빠이빠이~! “

뭣...

“ 아.. 아니 자 잠깐..!! 아직 여자친구는 아니거든요!! “

“ 아이 또 왜! 이제 그만 놔 줘! 점점 멀어지잖아! 아니면 팔 짤라가도 돼?! “

점점 무서운 말이 진짜처럼 들리기 시작해서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이왕 물어본 거 조금 더 물어보고 싶었다.

어째서.. 왜 케이아를 아는 것처럼 말해놓고..

“ 왜 여러분들은.. 케이아와 따로 다니는 거죠..? “

붉은 눈의 소녀의 눈살이 점점 찌푸려진다.

“ 복수하는 건 지 혼자 하겠다면서 건들지 말라던데? 이 정도면 됐잖아! 이제 진짜 잘라버린다? 붙잡지 마! “

그대로 또 나를 무시하고 가버리려고 한다.

또 한 번 붙잡으면 팔을 자른다고 한다.

이세계인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이 멋대로 움직인다.

“ 잠까아아아안!!!!!! “

다시 한번 떠나려는 손을 억지로 붙잡자 내 손목의 위에 아주 무섭도록 살벌하게 검은 낫 하나가 내리쳐지기 직전에 멈춘다.

“ 힉.. “

“ ..내가 붙잡지 말라고 했을 텐데? 진짜 진짜진짜 마지막 경고야. 이번엔 그 녀석의 여자친구고 나발이고 없이 목을 떨어뜨리겠어. “

이 사람은.. 진짜로 망설임 없이 목을 그어버릴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정도로 엄청난 위압감이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케이아는 지금 케트릭과 1대1로 싸우고 있을 것이다.

안된다. 무조건 도와야 한다.

동료니까.

혼자서 모든 복수의 무게를 짊어져서는 안 된다.

용사는 고독한 것이 아니다.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고 싶다.

“ 제발.. 제발 케이아를..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

“ ...참나.. 니가 뭔데? 여자친구도 아니라는 녀석이. 나약한 주제에. 니가 뭐라고 나한테 그러는 건데? 이동안에도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걸 몰라? “

어이없다는 듯 화내며 내 몸에 툭툭 검은 낫을 가져다 댈 때마다 피부에서 공포가 느껴졌다.

그래도 그 자리에 멈춰주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한다.

“ ...동료니까요. “

지금으로써는 이 말이 최선이다.

나와 케이아의 관계는.. 친구라고 부르지도 못할만한 사이지만.. 옆에 서 있는 것조차 못하고 있지만..

나는 지금 진심을 좋아하게 된 케이아를 동료라고 부르기로 했다.

눈앞의 붉은 눈의 소녀가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 으~ 눈빛 봐 징그러.. 걱정 마. 이미 씨앗은 뿌려놨어. 그걸 사용할지 말지는 저 녀석의 선택이지. 이젠 진짜 붙잡지 마라? 나 바쁘니까! “

아.. 그랬구나..

이미 씨앗을 뿌려놨다니..

분명 따로 떨어져 있기에 각자 행동하거나.. 도울 마음이 없는 줄 알았다.

이것이 진짜 동료인가.

“ 아.. 네.. 감사합니다..! “

이미 사라져버린 빈자리에 나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

“ 저쪽이라고 했나..? “

무언가 불길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안쪽방향을 바라본다.

분명 지금까지 만난 이세계인들은 안전하게 빠져있으라고 했지만..

나는 가장 위험해 보이는, 붉은 눈의 소녀가 가르쳐준 케이아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나가기로 했다.


작가의말

.5입니다! 얼마만에 .5람..?

이번에는 샤를리에를 중심으로 써봤는데요.

최대한 1인칭으로 한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고스란히 써내리는것이 참 재밌네요

거기다 저의 다른 작품의 여자 히로인이 적월미화에서 한 화의 제목까지 차지하고 있다니...

저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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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145. 마왕이라는건 말이지.. 23.04.17 260 1 12쪽
150 144. 복수의 끝에 남은것은 23.04.16 260 1 14쪽
» 143.5 샤를리에의 모험 23.04.16 261 1 11쪽
148 143. 주인공과 악역 23.04.15 263 1 12쪽
147 142. 가장 익숙한 전략 23.04.14 26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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