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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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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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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66,042

작성
23.04.0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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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0. 미지의 세계에서 익숙한 사람을

DUMMY

“ 이곳은 게임 속이라는 사실을 이제 알겠나? “

“ 아니? 그걸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 우린 직접 함선을 움직여서 이 행성에 도착한 거라고. “

저렇게까지 자신 있게 말할 정도면 이해가 가지 않는 춘향을 이해시킬만한 근거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반박해본다.

케이아 역시 이 부분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게임 속 세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행성이라는 말인데.. 춘향이 게임 속 세상이라는 것을 믿지 않듯이, 케이아 역시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 그래.. 믿지 못하겠지.. 어떻게 하면 믿겠나? 마왕을 죽이기 위해서는 고작 용사의 검 하나로는 절대 상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면 되는가? 아니면 모든 몬스터의 약점이라도 하나하나 말해주면 믿어줄 텐가? “

“ ..이 세계에 대한 정보와 너의 검이랑 교환하자는 소리야? “

케이아가 고개를 숙이며 살며시 웃고는 뒤를 돌아 발걸음을 옮기려 한다.

“ 내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이 생겼다면 장소를 옮기지 않겠나? 시간이 꽤 지나서 악마들이 더 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시간인데. “

춘향 또한 마찬가지 생각이기는 했다만..

케이아의 페이스대로 말려들어 가는 것이 불만이었던지라 억지로라도 버티고 싶었다.

“ 가자. “

가장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앨리스였다.

라티안도, 피렌도, 아리나도 앨리스를 따라 얌전히 나아가는 것을 보니 무언가를 눈치챈 듯 보였다.

대화를 전부 알아들을 수는 없었겠지만 적어도 케이아가 이 세계에 대해서 굉장히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을, 그 얄미운 춘향을 당황하게 만들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앞장서서 가던 앨리스가 케이아와 대화하던 그 자세를 유지하면서 억지로 버티고 있는 춘향을 바라본다.

“ ..안와? “

“ ...우씨.. 억지로라도 버티려고 했는데..! 이건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 거 아니야! 다들 가니까 따라가는 거라고! 알겠어?! “

춘향이 저 멀리 있는 케이아를 향해 소리치며 발걸음을 옮긴다.



케이아를 따라 이동하는 라티안 일행에게 몇 번의 전투가 있었지만 케이아가 있었기 때문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케이아가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 세계에 대한 지식만큼은 확실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리저리 지시한다.

“ 웨어울프는 일단 물을 끼얹으면 털이 무거워져서 속도가 느려지지. 그 틈을 이용해서 강한 화력으로 태워버리든지 꿰뚫어버리든지 해야 해. 그러니 광역마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혹은 흙을 쌓아 벽을 만들어내면 다가오다 멈추는데 그 짧은 순간을 노릴 수도 있지. “

앨리스가 거대한 양의 물을 만들어내 정면의 모든 웨어울프들을 적셔놓고 그대로 얼린다.

빼곡한 털 사이사이에 박혀있던 물이 얼어붙으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넘어 움직임 자체가 멈춰버렸다.

그 틈을 노려 춘향이 깨부수고, 아리나가 번개로 지져버리거나 라티안이 손을 대고 웨어울프의 몸속부터 태워버린다.

“ 대부분의 비행 몬스터, 특히나 이블아이같은 경우는 바람에 영향을 많이 받아. 애초에 바람이 강하게 불면 인간들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잖아? 거기다 이블아이는 공기의 흐름을 타고 날아다니기 때문에 날갯짓도 크게 필요가 없지. 그 흐름을 꺾어버리면 아무것도 못 하고 바닥에 쓰러지게 돼. 맷집 자체는 약하니 그대로 죽이면 끝이야. “

피렌의 바람이 공중을 휩쓸며 이블아이 자체가 아닌 그 주변의 공기 흐름을 바꿔버린다.

그러자 이블아이들은 날개를 퍼덕이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날지 못하고 그대로 추락한다.

“ 식인 꽃 같은 경우는 360도 방향 전환하며 공격할 수 있지만 시야를 움직이는 속도가 매우 느려, 꽃자루가 제일 연약하니까 양쪽에서 동시에 그 부분에 베기 속성공격을 가하면 충분히 죽일 수 있지. 의외로 원거리에서는 건들지 않는 게 좋아. 독 가시를 쏘기라도 하면 귀찮아지거든. “

춘향이 케이아의 말을 듣고 달려나갔다가 한순간 마법진으로 다리를 가속해 식인 꽃의 뒤를 잡고 꽃자루를 그대로 베어버린다.

줄기나 뿌리, 잎사귀 부분은 조금도 박히지 않았던 검은 낫이 꽃자루 부분을 공격하니 박히다 못해 뚫고 찢어버렸다.

그렇게 강하던 녀석들이 이렇게 쉽게 잘려나가는 점이 기분 나쁜 수준이었다.

“ 자이언트 웜은 공격하기 상당히 까다롭지만 땅속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만 있다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 심지어 왕국 근처에는 평범한 웜만 나오기 때문에 간단하게 땅만 단단하게 해주면 나오지 않아. [흙이여. 나 케이아 프란츠의 이름으로 우리의 길을 더욱 단단하게 굳혀라.] “

“ ...뭔가 이상해졌네.. “

“ 그러니까 말이야.. 상대하기가 너무 편해졌어. “

아무래도 이 기분은 춘향만이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었는지 아리나도, 라티안도 인상을 쓰며 한마디씩 거든다.

믿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케이아가 이곳의 지식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천천히 나아가다 보니 어느 정도 넓은 공터가 보이자 케이아가 모두에게 말한다.

“ 이곳은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지형이야. 악마는 쳐들어올 수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할 건지는 알아서 정하도록 해. “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와 앨리스, 그리고 춘향까지 이 순간은 모두가 더 나아가지 않고 이 상황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케이아라는 인물은 마왕을 잡는 데에 있어서 생각보다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티안이 더는 가만히 있지 못하겠는지 먼저 말하기 시작한다.

“ 그래 일단 여기서 쉬기로 하고. 그 게임이란게 대체 뭐야? 그 게임이라는 걸 알면 저렇게 자세하게 적을 알 수 있는 거야? “

라티안의 질문에 앨리스도, 춘향도 고개를 흔든다.

“ 아니.. 애초에 이곳이 게임 속 세상이라고 해도 게임을 매니악하게 즐기지 않으면 그런 걸 다 외우고 있을 수 없지.. 아. 게임이란 건 그냥 노는 거라고 생각하면 편해! 단지 거기에 세계를 더하고 이야기를 더하고 또 다른 나를 만들어 키우거나 전쟁을 하거나.. 종류가 다양해지니까 설명하기 힘드네.. “

라티안이 괜히 물어봤나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 되는 말 투성이였다.

“ 세계를 만든다..? 또 다른 나..? 그런 게 가능해..? “

“ 콩나물들은 이해 못 할 거야. 그냥 과거의 기술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걸? “

앨리스가 한발 앞으로 나와 케이아의 앞에 섰다.

그리고 춘향이 미처 물어보지 못했던 부분을 물어본다.

“ 너는.. 지구인이야? “

앨리스의 물음에 라티안도, 피렌도, 아리나도 눈이 커진다.

춘향은 혹시나 싶었던 생각이었지만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나 넓은 우주에서 갑자기 다른 행성에서 만난 사람이 지구인?

그것도 우주에서 다른 행성까지 가본 지구인은 여기 있는 다섯 명이 끝이 아닌가?

적어도 춘향이 아는 것은 그 정도였다.

케이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당연하다는 듯이 답을 한다.

“ ..그럼 지구인이 아니면 뭐라는 거지? 외계인이라도 있다고 말할 셈인가? “

“ 뭐.. 뭣..? 진짜로?... 그냥 우리랑 비슷한 문명을 가지고 있는 다른 행성이 아니라 지구인이라고?? 너 몇 살인데! 아니 몇 년에도 태어났는데!! “

춘향이 깜짝 놀라 케이아의 멱살을 움켜쥐고 질문세례를 퍼붓자 케이아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 이건 좀 놓지? 거기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취조당하는 것도 기분 나쁜데 말이야. “

춘향이 멱살을 잡고 있던 그 자세 그대로 손만 떼고 다시 물어본다.

“ 그래서 몇 년도? “

“ ...2012년.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

이번에는 라티안도, 피렌도, 아리나도, 앨리스도 모두 놀랐다.

춘향과 앨리스가 태어난 시기 자체도 2060년대에 태어났는데 그것보다도 한참 전 과거의 사람이 여기에 존재한다.

어떻게?

이곳이 게임 속 세상이라서?

그렇다면 이 게임 속 세상은 누가 어떻게 만들어낸 거지?

2010년대에는 우주를 여행할 기술도 없었을 텐데..?

외계인도 본 적이 없을 텐데...??

모두가 당황스러워하는 표정들을 바라보며 케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구겨진 인상이 한층 더 구겨진다.

“ ..얘네 다 왜 이래? “





“ ..그러니까 너희는 2080년대 인간이고.. 저 세 명은 4000.. 거기다 외계인도 실제로 있... 참나.. 어이가 없군. “

아까 전까지만 해도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이리저리 휘두르던 케이아가 이번엔 반대로 이마에 손을 얹고 이해가 안 된다고 외치고 있다.

“ 히히 그래도 어떻게 흘러들어온 인간인지는 몰라도 이런 외딴 행성에서 지구인을 만나니까 반갑네!! “

춘향이 케이아의 어깨를 다독이며 해맑게 웃는다.

물론 아직 협상은 끝나지 않았지만.. 이쯤 되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쯤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든 다 알고 있을 것이다.

“ 케이아가 우리와 같은 행성의 사람일 줄 몰랐어.. “

“ 그것도 옛날 사람이라니.. 앨리스보다 더 옛날 사람.. 상상도 안 가.. “

“ 그럼 다 같이 마왕을 처치하고 함선을 들고 지구로 복귀하면 되겠다! 케이아 너도 함께 말야! “

다행히도 서로 싸울 일이 없다고 생각한 아리나가 같이 지구로 돌아갈 것을 제안했지만 케이아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무언가 잘못했나 싶은 느낌까지 들 정도로 갑자기 기분이 매우 안 좋아 보였다.

“ ..난 아직 갈 수 없어. “

“ 응응 우리도 당장은 못가! 마왕이란 걸 처치하든 협상하든 함선을 탈환해야지 갈 수 있지! “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말하고 있는 춘향의 손을 치우고 뒤로 두 걸음 걸어간다.

“ ..그런 뜻이 아니야. “

오늘의 달도 케이아가 잊지 못하는 그 날들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다.

“ ..케이아 프란츠의 몸이 되고 난 뒤로 모든 것이 나는 이 캐릭터와 동기화되어버렸어. 케이아의 부모님이 내 부모님처럼 여겨지고, 케이아의 친구가 내 친구처럼 생각되었지. 그리고.. 부모님도, 케이아가문 저택도, 영주민도, 케이아가 친했던 친구도, 내가 케이아가 된 뒤로 친해졌던 친구도, 내 연인도, 날 가르치던 선생도.. 전부.. 죽어버렸지. “

모두들 조용히 케이아의 말을 듣는다.

뭐라 할 분위기도 아니었으며, 케이아의 분위기가 용사와는 거리가 먼, 복수에 모든 것을 바친듯한 분위기가 풍겨 나온다.

“ ..내가 용사라는 이유로.. 게임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용사인 케이아 프란츠가 그 녀석.. 케트릭 메르칸테를 죽이게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주위 사람 모두가 죽었어. “

케트릭 메르칸테.

들어본 적 있다.

이세계인 이라는 이유로 죽이려고 했던, 거대한 악마를 소환하고 한 번의 전투를 치렀던 그 인물..

그래.. 게임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을 때 용사가 케트릭 메르칸테를 죽인다는 것이 확정이라면, 이세계인이 이곳에 소환당해 케트릭 메르칸테를 죽인다는 설정도 있을 법하지.

마왕을 상대하는 이세계인과 용사가 한 팀을 이룬다면 케트릭 메르칸테의 입장에서도 골치 아파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 싸움을 걸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 어차피 너희들이 마왕을 잡기 위해서라면 용사의 검을 포함해 용의 심장과 최초의 그리모어가 있어야 해. 그리고 그중 하나인 최초의 그리모어는 케트릭 메르칸테의 손에 있지. “

춘향은 이것이 게임의 시스템이라면 그 세 가지의 아이템이 있어야 마왕에게 데미지가 들어간다든지, 전멸기를 견뎌낼 수 있다든지 특수한 기믹이 있을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래서 용사의 검 하나만으로는 마왕을 죽이지 못한다고 한 것인가..

자칫 잘못했으면 지옥으로 들어갈 뻔했다.

“ 너희들이 마왕을 처치하겠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케트릭 메르칸테도 상대하게 될 거야. “

케이아는 모두를 바라보고 손을 내민다.

“ 부탁한다. 그 검을 나에게 넘겨라. 케트릭 메르칸테를.. 내 손으로.. 나의 힘으로 복수해야만 해. 복수를 끝내고 난 뒤에는..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아니 지구로 복귀할 저 함선을 탈환하기 위해 나도 전력으로 지원해주겠어. “


작가의말

외국에서 고향사람 만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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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2. 용과 용사 23.04.04 260 1 13쪽
136 131. 검과 마법의 결투에서는 23.04.03 264 1 14쪽
» 130. 미지의 세계에서 익숙한 사람을 23.04.02 263 1 12쪽
134 129. 말도 안 되는 일 23.04.01 261 1 13쪽
133 128. 마왕같은것은 23.03.31 25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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