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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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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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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66,042

작성
23.04.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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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0. 조금 과한 휴식

DUMMY

수많은 사람들이 성벽 안으로 마차를 끌고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하는 사이에서 라티안 일행은 통행을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 진짜 오랜만이네.. “

“ 그러게 말이야. 이런 곳에서 근무할 때가 있었는데 말이지.. “

피렌은 지구와 똑같이 돌을 쌓아 만든 거대한 성벽 위에서 근무하던 날을 회상한다.

아주 먼 과거에 있었던 일 같은..

혹은 꿈이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아득히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 큭큭.. 좀 그립기도 하네! 그때 도시 쓸어버릴 때 나름 재밌었는데 말이야! “

그 먼 과거를 과거에서만 존재하던 일로 만들어버린 원흉이 바로 여기 있는데 말이지..

라티안과 피렌이 춘향을 째려본다.

“ 어라? 왜 그렇게 봐? 그때 그 일 없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함께 우주를 다니는 일도 없었을걸? 어쩌면 나랑 앨리스가 패배하고 팔크리아 녀석한테 지구를 점령당했을지도~? 헉. 그렇게 됐다면 이 이야기는 50편도 못가서 끝나버리는 슬픈 이야기가 되는 거 아닐까? 어쩌면 내가 그 도시를 쓸어버리는 건 운명이었을지도! “

“ 뭐라는 거냐 이 정신 나간 여자는.. “

라티안이 또 알아듣지도 못하는 쓸데없는 말을 하는 춘향에게서 눈을 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피렌 역시 평소와 같이 춘향을 완벽히 무시하고 앞으로 뻗어 나가 있는 줄을 바라본다.

영원히 줄지 않을 것 같았던 줄이 어느새 꽤 줄어들어 금방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통행증을 보여라! “

“ 아 네 잠시만요.. “

어느 정도 성문까지 다가왔을 때는 대화 소리도 들리는 것과 동시에 위기감을 느꼈다.

맨 앞에 있던 라티안이 뒤를 돌아 모두에게 조심스레 물어본다.

“ ...통행증이 뭐야..? 우리 그런 거 있어..? “

모두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애초에 성문을 통과하는데 그런 것이 필요한 줄은 몰랐다.

춘향 역시 이 세계에 와서 통행증이란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살짝 당황했다.

게임 속이라고 했으니.. 메인 스토리에서 마음대로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아이템이었을까? 아니면 현실적으로 왕국 간에 유동인구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통행증을 사용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그런 불편한 것을 제시하라는 것을 보면 예삿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할지 망설이는 사이에 어느새 줄이 전부 없어지고 라티안 일행의 차례가 되었다.

고민하며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춘향이 맨 앞에 서 있었던지라 병사는 춘향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위험해 보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 통행증을 보여라! “

“ 그딴거 없는데. “

춘향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크게 당황했다.

너무나도 뻔뻔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즉답해버리는 춘향에게 당황한 병사는 말을 더듬더니 검을 꺼낸다.

“ 누.. 누구냐..! 시.. 시.. 신원을 밝혀라!! “

순식간에 수많은 병사들이 라티안 일행을 둘러싸고 검을 빼 들었다.

라티안 일행은 그 누구도 일단 무기를 뽑지 않고는 있었지만 언제든 방어할 수 있게끔 준비는 해두고 있다.

춘향만 빼고..

“ 저 자식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저렇게 바로 말하면 어쩌잔 거야? “

“ ..글쎄. 일단.. 지켜보자고. 앨리스. 방어만 부탁할게. “

“ ..알았어. “

라티안이 있는 힘껏 짜증 냈지만 피렌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오히려 지금 춘향의 수는 어떤 수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저 녀석이라면.. 이렇게까지 막 나가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춘향은 경계보다 오히려 벨 수 있다면 베어보라는 듯이 검 끝까지 얼굴을 가져다 대며 따지고 있다.

“ 애초에 출입증이란 게 갑자기 왜 필요한데? 그냥 들여보내 줘도 되잖아! “

그 압박감에 검을 들이대고 있던 병사가 오히려 뒤로 밀려난다.

그런 춘향을 지켜보던 피렌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한다.

‘ 갑자기 왜 ‘ 라는 표현을 춘향이 강조했다.

라티안 일행은 이 왕궁을 처음 방문하는 것인데도 자연스럽게 물어본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나 생각하던 피렌은 그 생각의 끝에 케이아가 떠올랐다.

‘ ..그래.. 출입증이 필요했더라면 케이아가 말해줬었겠지.. 이건 확실히 이상 사태인 거다. ‘

점점 춘향의 사고를 따라잡고는 있는 것 같았지만.. 아직은 조금 부족한가..

병사는 침을 한번 삼키더니 냉정하게 말한다.

“ 흥. 너희가 악마인지 인간인지 우리가 어떻게 믿고 성문 안으로 들여보내라는 거지? “

아하..

춘향은 한 번에 이해했다.

악마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서 침투할 수 있나 보다.

그렇기 때문에 왕국 간 출입을 철저하게 파악하여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악마라면 출입증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은 채로 왕국 내에 침투하려고 할 테니까

물론 춘향이 예상한 다른 경우의 수들도 정답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라티안 일행을 대놓고 적대시하는 일은 없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병사가 바로 공격해오지 않는 이유는 여기 있는 병사들로는 다섯 명의 악마를 막아내기에는 벅차다고 판단하고 대치하여 지원병력을 불러오겠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병사들이 상대하고 있는 자들은 악마가 아니었다.

“ 흐음.. 너네들 케이아 프란츠 알지? 걔 여기 있지? 그 녀석이 우리에 대해 말 안 해주디? “

병사의 눈이 커진다.

그러더니 손을 벌벌 떨면서도 공격하기 위해 검을 높게 쳐들었다.

“ ..악마가 용사님의 이름을 알고 있다니..! 살려둬선 안 된다.. 죽여라아아!! “

“ 멈춰라!! “

아마 저 병사가 검을 휘둘렀다면 그대로 춘향에 의해 팔이 잘려나갔을 것이다.

병사의 팔을 살려준 사람은 하얀 백마를 타고 화려한 갑옷을 입은 채 천천히 춘향에게 다가온다.

“ 크.. 크레드 기사단장님..! “

병사는 아주 훌륭한 경례와 함께 크레드라는 기사단장의 길을 터준다.

춘향을 제외한 모두가 긴장하는 상태를 유지하며 크레드 기사단장을 바라본다.

‘ 음.. 검은 머리 붉은 눈.. 붉은 머리 둘에.. 하얗고 긴 머리.. 노란 머리.. 음.. 그렇군. ‘

“ 자네들이 용사 케이아 프란츠님의 동료들인 이세계인 인가? “

생각보다 자세히도 설명해놨군그래.

“ 그렇다면? 여기는 만나면 칼 뽑는 게 인사인가? 우리도 뽑아도 돼? “

상황을 보아하니 크레드라는 사람은 라티안 일행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듯했다.

그런 크레드에게 즉각 도발하는 춘향을 라티안과 춘향이 억지로 뒤로 떼어내고 피렌이 앞으로 나선다.

“ 아..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희가 그 이세계인이 맞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케이아에게 출입증 이야기는 듣지 못해서요. 혹시 지나가도 괜찮겠습니까? “

케이아에게서 들었던 대로라면 이 자들은 명백한 용사의 동료들이었다.

하지만 기사단장으로서 이걸 쉽사리 믿어야 할지 고민하던 크레드는 아주 간단한 질문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 ..용사님께서 가지신 검의 이름은? “

그 검에 이름이 있었는지 당황한 피렌이 한발 뒤로 빼자 춘향이 어이없다는 듯 소리친다.

“ 참나. [용사의 검]이잖아! 이름도 따로 안 지어주고 완전 촌스럽게 말.. 읍..! 이거 놔 앨리스! “

피렌이 얼른 춘향의 말을 묻어버리기 위해 이어서 말한다.

“ 아.. 케이아는 용사의 검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저희와 함께 용의 협곡에서 티아트를 만나 용의 심장을 얻었지요. 할 일이 많다고 먼저 간 케이아를 뒤따라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

케이아가 알려준 그대로의 증언에 크레드는 의심을 거두고 말에서 내려 예의를 갖춘다.

“ 실례했습니다. 최근 악마들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보니 이렇게 깊게 심문했습니다. 아마 오늘내일 중으로 용사 케이아님과 함께 궁전으로 가셔서 알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날짜와 시간은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왕을 만난다는 것이겠지..?

물론 그럴 계획은 없었다만.. 뭐 마왕이라는 것이 이토록 위험하며, 그것을 물리치는 건 용사파티라고 한다면 왕을 만나는 것쯤은 당연한 일일 것이었다.

피렌은 공손하게 인사하는 크레드를 향해 똑같이 인사해 주었다.

“ 아..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

피렌은 얌전히 인사를 건네고 모두와 함께 성안으로 들어간다.

어느새 검을 뽑았던 모든 병사들이 검을 세워 경례하고 있었다.

물론 춘향은 마지막에 혓바닥을 길게 내뱉으며 놀리기는 했지만.. 말릴만한 틈도 없었기에 방법은 없었다.




“ 당신들이.. 이세계인 맞습니까?! 맞죠..?! “

“ 어.. 어어.. 네.. 네.. 그.. 그런데요.. “

펠리트 왕국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모두의 손에 한가득 먹을 것들이 있었다.

“ 이세계인 만세!! 케이아님 만세!! “

이젠 아예 꽃가루를 뿌리며 환호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앨리스가 받은 선물들을 더이상 들 수 없어 공중에 띄우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쏟아진다.

“ 오오오... 마법을 영창도 없이..! “

“ 이세계인이다.. 진짜 이세계인이야..! 우린 살았어..!! “

“ 그.. 좀.. 부담스러운데.. “

최근 기분이 우울했던 아리나까지도 기겁하고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 그.. 죄송합니다만 지금 받은 게 많아서요.. 죄송합.. “

“ ..제가 주는 건 받지 않는 건가요..? “

“ 아뇨아뇨아뇨! 받을게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라티안도, 아리나도, 앨리스도 이런 대접은 처음인지라 당황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나마 제일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피렌 역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이다.

“ 하아.. 편히 쉴만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

모두 원치 않는 식고문을 당하면서도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용사 케이아 프란츠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이, 동료들과 함께 마왕을 물리쳐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오직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처럼 억지로 라티안 일행에게 과한 친절을 베푼다.

이곳은 그만큼 위험해진 상황인 걸까..?

적어도 이곳으로 올 때까지는 안전해 보였는데 말이지..

라티안은 도망갈 곳을 찾다가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도망간 한 사람을 찾는다.

평소에는 거의 없을 일인데 말이지..

“ 근데 그 녀석은 어디로 간 거야? “

라티안이 인상을 쓰며 묻자 앨리스가 손가락으로 춘향이 들어간 가게를 가리킨다.

“ 저기.. “

“ 와하하! 이거 맛있다! 더 줘! 이거 무슨 고기야? 소스는 뭐 쓴 거야? “

모두가 난감해하며 숨 쉴 수 있는 곳을 찾는 와중에 춘향만큼은 자신이 맘에든 가게를 붙잡고 음식을 뜯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하면 짜증 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주인장은 더욱 신나서 ‘ 이세계인이 우리 가게를 마음에 들어 하신다!!! ‘ 라며 신나게 요리하고 있다.

...이 정도면 광기가 아닌가.

그때 가게 문이 다시 열리더니 오랜만에 만나는 케이아가 춘향의 앞에 나타난다.

“ ..맛있냐. “

“ 오! 케이아! 오랜만이야! 너도 하나 먹을래? 여기 사람들 멍청해서 그냥 막 퍼줘! 아하하! “

춘향이 말한 멍청한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라티안 일행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리나가 먼저 앞장서서 케이아에게 부탁한다.

앞장서는 바람에 아리나의 품에 있던 꽃다발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다.

“ 케.. 케이아..! 얼른 우리한테 안전한 곳 좀 구해줘..! “

케이아가 조심스레 떨어진 꽃다발을 주워들고 한숨을 깊게 내쉰다.

물론 춘향의 접시도 빼앗았다.

“ 하아.. 얼마나 민폐를 끼칠 거냐. 얼른 일어나. 왕께서 부르신다. “


작가의말

헉..

50화라니..

그런말은 하면 안돼 춘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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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143.5 샤를리에의 모험 23.04.16 261 1 11쪽
148 143. 주인공과 악역 23.04.15 263 1 12쪽
147 142. 가장 익숙한 전략 23.04.14 262 1 12쪽
146 141. 이번에는 다른 결말을 23.04.13 261 1 13쪽
» 140. 조금 과한 휴식 23.04.12 259 1 12쪽
144 139. 용의 심장 23.04.11 262 1 13쪽
143 138. 정말로 거지같은 시련 23.04.10 260 1 12쪽
142 137. 가장 두려운것은 23.04.09 26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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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35. 마지막 시련 23.04.07 262 1 13쪽
139 134. 이것도 결국 불꽃이잖아 23.04.06 263 1 14쪽
138 133. 용기의 시련 23.04.05 26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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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28. 마왕같은것은 23.03.31 26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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